초등학교 동기회에 갔다
졸업한지 30년이 훨 지나 머리가 희끗해지고 한둘씩 나타나는데
금방보면 모르겠고 좀 들여다 보면 예전 모습을 더듬을 수 있다
얼굴은 그렇다 치고 몸은 변해버리니 몰라 보겠더군
남자들은 머리카락이 훨 줄어든 녀석들이 많고
여자들은 옆으로 부지런히 영역을 확장해서 푸짐한 애들이 많다
선생님 얘기, 옛날 그시절 얘기, 근황얘기 등 사는 얘기로 정신이 없었다
얘기 나누다 보니 이미 고인이 된 사람도 있고, 여자애들은 사위 손자 본 사람도 있다
혼자된 남녀도 제법 있고, 새장가 새시집 간 애도 각각 하나씩 있었다
이미 5년전에 새장가 간 녀석이
"요새 무슨 재미로 사냐 나는 애보는 재미로 산다"
45살에 재혼해 낳은 3살짜리 아들이 이뻐 죽는다
(들어보니 부인 죽고 10년을 혼자 살다가 자기가 경영하는 회사의
14살 연하의 여직원과 재혼했는데 14살 차이 란다)
지금도 같은 동네 산다는 순자가 외손자가 5살인데 주책 그만 떨라고 한다
이놈은 고3때 동갑내기 하숙집 딸과 사고쳐서 졸업과 동시에 결혼하고 대학1 학년때 딸을 낳았다
예전에는 어려서 그랬는지 첫애 둘째애는 이쁜 줄 몰랐는데 지금은 손자도 이쁘고 늦둥이 아들도 그렇게 이쁘단다
참석은 안했지만 전 남편의 무능으로 장사하면서 살다가 재혼한 애순이는 지금 남편과 날마다 싸운단다
좀 드세서 나도 초등학교때 맞고 운 적이 있었다
그애가 방귀 뀐 것을 내가 똥 쌌다고 했다가 얻어 맞았다
그때는 나보다 키가 한뼘은 더 컷던 것 같다
그런데 혼자되어 참석한 사람은 나밖에 없고 나머지는 오지 않았다
소문에 힘들게 사는 애들도 참석하지 않았다
가게문을 닫고 뒤늦게 나타난 경숙이가 들어왔다
5년 내리 같은 반을 했고(당시 두반 밖에 없었음) 4학년 6학년 각각 한학기를 내짝을 했던 경숙이
첫사랑 그런 개념은 아니지만 오래 같이 있어 첫정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고구마 군밤 등 나뿐 아니라 짝에게 정말 잘 챙켜주는 애다
사람 좋은 남편만나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아들 하나는 유학가고 하나는 군대있단다
여전히 쾌활하게 돌아가면서 인사 좍하더니 60킬로는 좋아 보이는 풍성한 몸집으로
나와 얘기 하고 있는 해철이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내옆에 앉는다
그래도 옛날 짝이라고..찾아주다니 감동해서... 명함을 주니.. 돋보기를 꺼내서 본다
아이고 전형적인 할망구...
쭈그러진 여자애들 보니 도저히 저런 애들과 동갑이라는 것이 접수가 안된다
물론 재들도 우리 보면 늙어빠진 영감태기들이겠지만...
경숙이가 내 상처 소식을 듣더니 눈물을 글썽인다 예나 지금이나 정이 넘쳐나서....
그날 모두 30년의 회포를 풀고 결론은 다음에는 배우자 데리고 만나자고 헤어졌다
사흘 뒤 전화가 왔다
경숙이다 내명함을 보고 전화했단다
좋은 여자가 있으니 만나봐라... 오촌 조카라며
남편 외도 구타때문에 어쩌구 저쩌구...
나이도 젊고 딸들도 다 커 시집갔고.....숨도 안쉬고. 쫑알쫑알 다다다ㅏ다...........
무조건 나오란다
광 좀 내고 나가니 왠 걸 돌아 버리겠네.
경숙이와 앉아 있는 여자는 경숙이 보다 10년 더되어 뵈네
저걸 그냥 확....
별로 같이 있고 싶지도 않구만 그래도 경숙이 체면은 세워줘야지 ...
커피값 5만원만 날렸네... 집에 와서 맥주로 끓는 가슴 가라 앉히고 있는데
경숙이 전화왔다
" 야 니 조카 맞냐? 숙모 아니냐?"
경숙이가 자지러 진다
"나이 좀 되어 보이제.. 그래도 우리보다 4살 작다.
살아보라 얼마나 곰살맞게 잘하는데...
이 나이에 얼굴 파묵고 살래..
니도 학교때 공부마 해샀더니 지금 확 삭았다
갸는 니가 맘에 든다 카더라 잘 해봐라 "
싫다는 나에게 결정타를 날린다
"친정아부지 죽으마 재산 다 니꺼된다. 땅 억수로 많다. 20억은 넘을끼다
니 월급쟁이 해가고 늙어막에 고생하지 말고 핀하게 살아라"
아~~이거 인생관을 바꿔야 되나?
"하여튼 싫다. 기분 나쁘지 않게 잘 말해라"
"빼지 마라, 니도 팍 삭아가지고 돈도 없는데 어떤 젊은 년이 오겠노
이번 토요일에 그때 그기서 보자. 저녁은 내가 거하게 사주께
어이 조카사위 그때 보세"
"이런 망할년 벌써 노망했나?"
그나 저나 인생관을 바꿔야 하나?
첫댓글 바꾸이소 마~~ 괜찬은거 같은디유~~ 늙어막에 고생하지 말고 핀하게 살아야될꺼 아님니꼬...
재미있게 읽었으니 흔적은 남겨야죠? 아참.... 근디.... 편한게 더 좋을 듯...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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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돈이 좋아도 아직까지는 좋은 사람과 살고 싶네요 전 남자입니다
연애고민상담방에 이젠 수필까지 올라오넹.
글 솜씨 좋은데요.
재미있는 데요 뭘. 그래도 끝에는 고민 상담이잖아요.
허공에다 쓰는편지 코너로 가야할듯...
그 방제에 맞는 글이 올라 오면 좋겠네요. 읽는 사람에 대한 배려
웃고 갑니다 재미 만땅
경숙아~~~~~~~~ 앗따 이 썩을 년아 ....ㅎㅎㅎ 그래도 고맙데이~~~~~~~~!!!
저랑 비슷하시네 저를 좋다고 어찌한번 해보려고 몇년간 쫓아다닌 아줌마가 있는데 계속 튕기니까 이뿐 친구 소개 시켜준다고 해서 나갓더니..이런 ,에휴~~ 열 존나게 받고 온 적이.
여자는 자기보다 이쁜 친구를 소개 시켜주지 않습니다
끌리는 여성이 아니라면 10억을 준대도 같이 살기 싫을 텐데요.
나이 먹어 20억 적은 돈도 아닌데 ....................그냥 눈 딱 감고 장가가유 ~~~
20억이면 괜찮은데 저한테 넘기삼! 얼른 챙겨야지...뭐 얼굴 팔아먹을래요 그냥 잘해 보세요 저는 48살
ㅋㅋㅋ
20억 금방 주는 것도 아니고 오래 기다려야 되겠구만,..
인생관의 각도를 조정하시는 게 좋을 듯----
그래도.동창친구들이 좋죠?
늙어 20억 들어온다고 맘에 안드는 마누라랑 살순 없을듯... 자기 맘에들어야 서로가 잘해주고 아껴주어 서로가 행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함...
간만에 이곳에서 웃네요^^ 조카사위 ㅋㅋ 한번 만나 보세요..^^
20억...그게 사실이라고해도 임자가 따로 있지요...
넘 잘읽었어여~~ 그래도 맘에 맞는 분과 사세요~~ ^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