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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초 안에 차(茶) 종류 세 개를 머릿속에 떠올려보자. 아마 상당수의 사람이 ‘녹차’를 포함하지 않았을까? 그만큼 우리에겐 너무나 친숙한 대중적인 차다. 물에 우려 마시는 것 외에 팥빙수, 아이스크림에 가루 형태로 첨가되기도 한다. 스킨, 로션과 같은 기초화장품에도 쓰여 활용도는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연관이 있지만, 막상 녹차에 대해 자세히 아는 이는 많지 않다. 오늘은 가깝지만 잘 알지 못했던 녹차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다.
녹차는 어떤 맛? 우리 몸에 어떻게 좋을까?
▶ 은은한 향과 쌉쌀한 끝 맛!
녹차는 차나무(카멜리아 시넨시스, Camellia Sinensis) 의 싹이나 잎을 발효시키지 않고 만든 차의 일종이다. 은은한 향과 쌉쌀한 끝 맛이 특징인데 차가 자란 자연환경, 채엽 시기, 잎 크기 등에 따라 맛은 다소 차이가 있다.
채엽 시기가 가장 빠른 우전차는 여린 잎의 깨끗하고 풍부한 향, 감칠맛 등을 느낄 수 있어 최고의 맛으로 평가받는다. 새순으로 만들어진 곡우차는 순하면서 구수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이후 채엽한 찻잎으로 만든 세작은 가격이 합리적이고 품질은 우수해 가장 대중적인 녹차로 통한다. 구수하면서도 쌉쌀한 뒷맛이 특징이다. 한여름부터 가을까지 채엽한 차는 떫고, 아린 맛이 강해 질이 떨어지지만, 가격은 저렴한 편이다.
▶ 젊음을 되찾아 주는 녹차
녹차는 카테킨류와 카페인을 비롯해 칼륨, 불소, 아연, 망간, 비타민 C, B1, B2, E 등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이중 녹차의 떫은맛은 폴리페놀의 일종인 카테킨 성분 때문이다. 하지만 너무 미워하지는 말자. 카테킨은 활성 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작용을 해 노화를 억제하고, 암세포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으니 말이다.
이 밖에 고혈압, 동맥경화 등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을 주며 중금속, 니코틴과 결합해 체내로 배출하는 효능도 지녔다. 커피 없이 못 사는 이들에게는 대용품이 될 수 있다. 녹차 속 카페인은 각성작용으로 대뇌 중추신경을 자극한다. 적당량을 마신다면 피로 해소와 활력을 얻을 수 있다. 커피 속 카페인과 달리 몸에 흡수되는 양이 적어 부작용도 거의 없다. 식후 마시는 차는 입안 세균 번식을 억제해 감기와 식중독 증상을 예방한다.
‘차(茶)알못’도 전문가 만드는 포인트!
▶ 단일 침출차, 혼합 침출차가 뭐야?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식품공전에 따르면 침출차는 식물의 어린싹이나 잎, 꽃, 줄기, 뿌리, 열매 또는 곡류 등을 주원료로 하여 가공한 것으로서 물에 침출하여 그 여액을 마시는 기호성 식품이다. 쉽게 말해 식물성 원료를 물에 우려서 마시는 형태를 뜻한다.
침출차는 다시 단일 침출차와 혼합 침출차로 나누어지는데, 전자는 단일 곡류만을 사용하고, 후자는 2종 이상을 혼합해 만든 것이다. 우리가 주로 접하는 녹차는 찻잎 100%의 단일 침출차이지만, 찻잎 70%에 재스민이나 국화꽃 등을 30%가량 섞은 혼합 침출차 등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깔끔한 기본 맛을 선호한다면 단일 침출차를, 색다르고 신선한 맛을 원한다면 혼합 침출차를 고르도록 하자. 제품 포장 뒷면을 살펴보면 블렌딩 비율을 확인할 수 있으니 참고할 것.
▶ 녹차 어떻게 분류할까?
가장 흔한 녹차 분류법은 ‘채엽 시기’와 ‘찻잎의 크기’가 있다. 둘은 무척 밀접한 연관이 있으므로 따로 볼 필요 없이 함께 엮어 이해하면 편하겠다. 국내에서 녹차는 1년에 3~4회 정도 채취한다. 일반적으로 녹차는 이른 봄에 딴 작고 어린잎으로 만들수록 품질을 높게 평가한다. 이때에는 아미노산의 일종인 테아닌과 카페인의 함유량이 가장 많기도 하다. 찻잎을 따는 시기가 늦어질수록 잎이 커지고 떫은맛이 강해져 품질은 낮아진다.
[채엽 시기에 따른 분류]
우전차 : 4월 20일 이전
곡우차 : 4월 하순 ~5월 상순
입하차 : 5월 5일경
하차 : 8월
추차 : 가을 9월 하순 ~10월 중순
본격적으로 농사가 시작되는 양력 4월 20일. 24절기의 여섯 번째 절기인 곡우(穀雨) 이전에 채엽, 제조한 차를 우전차라고 한다. 우전차는 모든 녹차 가운데 최상급으로 평가된다. 다음으로 곡우 무렵에 딴 잎으로 만든 차를 곡우차, 5월 5일경 여린 잎을 따서 만든 차를 입하차라 한다. 다시 몇 달이 지나 여름에 채엽한 차를 하차, 마지막으로 가을쯤 따서 만든 차를 추차라고 한다. 순우리말 이름으로 곡우차는 첫물차, 입하차를 두물차, 하차를 세물차, 추차를 끝물차라고 부르기도 한다. 동일한 뜻이니 혼동하지 말도록 하자.
잎의 크기는 따는 시기가 늦을수록 커지기 마련이다. 곡우에서 입하 사이 잎이 채 펴지지 않은 새순으로 만든 차를 세작, 세작보다 좀 더 커진 잎으로 만든 차를 중작, 한여름에 난 큰 찻잎으로 생산한 차를 대작이라 한다. 하차와 추차는 대부분 대작에 속한다. 세작의 품질을 더 높게 쳐주지만, 세작에는 카페인이 많이 들어있어 고혈압인 사람은 중작을 마시는 것이 알맞다. 대작은 떫은맛이 강한 탓에 그 자체로는 상품성이 떨어진다. 현미 등과 혼합해 현미 녹차로 생산되기도 한다.
녹차 제대로 즐겨야 제 맛!
티백이 아닌 잎 차를 마시기 위해선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물을 끓이는 주전자와 차를 우려내는 다관, 식힘 사발인 숙우, 찻잎을 덜어낼 때 사용하는 차칙, 이 모든 것들을 올려놓는 쟁반과 찻잔이 바로 그것. 먼저 다관에 찻잎을 넣고 따뜻한 물을 3분의 2 정도 부어준다. 끓는 물을 부으면 찻잎이 익어서 떫은맛이 강해지므로 조금 식힌 뒤 60~80℃ 정도가 됐을 때 붓는 것이 좋다. 녹차를 우리는 시간은 2~3분이 적당하며 두 번 이상 우릴 때에는 30초 정도로도 충분하다.
티백을 사용해도 재료만 간소해질 뿐 우리는 시간과 물의 온도는 같다. 녹차는 찬 성질을 지니고 있어 되도록 따뜻하게 마시는 게 좋지만, 무더운 여름날 시원하게 즐기고 싶다면 냉침을 해보자. 차가운 물에 티백을 넣고 냉장고 안에 넣어두기만 하면 끝이다. 따뜻한 녹차보다 카페인이 적게 나오므로 카페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사람에게는 오히려 적당한 음용법이다.
한·중·일 녹차는 어떻게 다를까?
세계적인 녹차 재배지로 손꼽히는 곳으로는 중국의 황산, 일본의 시즈오카현, 한국의 제주도 등이 있다. 각 녹차 재배지에 따라 녹차가 어떻게 다른지 알아보자.
▶ 세계의 대표 녹차 재배지
▲ 일본 시즈오카현의 녹차밭
< 이미지 출처 : 일본국제관광진흥회(JNTO) 공식 홈페이지>
① 중국 황산
안휘성 황산은 중국의 5대 명산 중의 하나. 주요 생산지로는 도화봉, 자운봉, 운곡사, 조교암, 자광암 등이 있다. 차밭이 해발 900~1000m 정도의 높은 지대에 있고, 연 평균 온도는 14~17℃, 강수량은 2,000mm 이상인 독특한 지리적, 기후적 특징을 갖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자란 녹차를 황산모봉(黃山毛峰)이라 하며 최상급으로 취급한다. 찻잎은 황색 빛이 감도는 녹색이며 우려낸 차 색은 맑고 투명하다. 차에 물을 부으면 잎이 떠오르다가 몇 번 반복하면서 천천히 가라앉는다. 깊은 향기, 신선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특징. 청명(양력 4월 5일)부터 입하(양력 5월 6일~5월 8일) 때까지만, 차를 수확하므로 생산량 자체가 많지가 않다.
② 일본 시즈오카현
일본 최대의 녹차 산지인 시즈오카현은 일본 전체 녹차 소비량 가운데 45% 정도를 차지한다. 도착해 어디를 향하더라도 광활한 녹차 밭을 만날 수 있다고. ‘차의 고장’으로 거듭날 수 있던 가장 큰 이유는 온화한 기후 때문이다. 태평양 연안의 시원한 바람과 풍부한 일조량이 만나 질 좋은 녹차를 키워냈다.
시즈오카현에서는 일본의 녹차 중에서도 최고의 상품으로 꼽히는 옥로차가 생산된다. 옥로차란 찻잎이 나올 무렵부터 차광막을 씌우고 15~20일간 재배한 것으로 진한 녹색을 띤다. 일반 재배 방식보다 수분을 많이 함유해 잎이 부드럽고 떫은맛은 덜한 편. 찻잎을 증기로 찐 다음에 덖는 옥로차는 특유의 깊은 향과 감칠맛이 특징이다.
③ 한국 제주도
한국 제주도는 온난한 기후와 풍부한 강수량, 약산성의 토양, 물이 잘 빠지는 구조 등 녹차 재배지로서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제주 토양의 특징은 자갈이 많아 통기성, 투수성이 좋기 때문에 차나무의 뿌리 발육을 촉진한다. 또 육지 토양보다 유기물 함량이 5배 이상 높아 충분한 영양분을 공급한다. 제주에서는 봄철에 바다 안개가 자주 발생한다. 덕분에 차광 효과를 가져와 아미노산 함량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유리한 자연환경 외에도 친환경 재배방법을 도입하는 등 꾸준한 노력을 하고 있다. 국제적 유기재배 인증(IFOAM, USDA organic) 등을 획득해 안전성을 인정받고 있다.
▶ 녹차의 가공 방법 차이
가공방법에 따라 덖음차와 증제차로 구분할 수 있다. 덖음차란 물이나 기름 없이 찻잎을 볶아서 익힌 것을 뜻한다. 비비고 건조한 찻잎을 다시 60~80℃의 솥에 넣고 4시간가량 열을 가하면 구수한 향이 배며 완성된다.
증제차는 증기로 찻잎을 쪄서 만드는 것으로 덖음차보다 수백 년 앞서 개발된 방식이다. 100℃의 수증기로 40초 정도 찻잎을 쪄 산화효소를 파괴한 다음 수분 제거, 냉각 과정을 거친다. 이후 열풍으로 건조, 비비고 풀어주며 찻잎의 수분을 확산한다. 마지막으로 바늘 모양으로 만든 다음 건조하면 상품이 완성된다.
국내에서는 몇몇 공산품을 제외하고는 거의 다 덖음차를 사용하고, 중국에서는 덖음차와 증제차 둘 다 찾아볼 수 있다. 일본은 증제차가 대부분인데, 이는 푸르른 색상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일본 녹차 하면 떠오르는 게 바로 말차. 말차는 쪄낸 찻잎을 그늘에 말린 뒤 잎맥을 제거하고, 곱게 갈아낸 분말을 의미한다. 맛의 차이를 살펴보면 덖음 차의 맛은 구수하고, 증제차는 신선한 풀 맛이 강한 편이다.
▶ 대표 녹차 브랜드 추천 제품
① 아모레퍼시픽 오설록 세작
<이미지 출처 : 아모레 퍼시픽 오설록>
아모레퍼시픽이 보유한 제주 설록다원에서 딴 어린 찻잎만을 사용했다. 덖음차뿐만 아니라 귀한 옥로차를 블렌딩해 입체적인 맛이 난다. 감칠맛이 풍부하고, 신선하면서도 구수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을 듯 품질 면에서 우수한 세작 차만을 담았다. 잎을 넣고 2분간 우리면 가장 맛있게 마실 수 있다. 다나와 최저가 80g 기준 2만 9,010원.
② 이토엔 오이오차 녹차 가루 80g
<이미지 출처 : 이토엔>
타는 방법이 간단해 쉽게 즐길 수 있는 인스턴트 가루 녹차다. 약 100cc 물에 말차를 넣으면 진한 녹색이 난다. 냉수에서도 잘 녹으므로 시원하게 마실 수 있다. 전체 80g의 용량인데 0.8g씩 소포장 돼 100개 입이 들어있다. 다 마시고 나면 천연 카테킨을 4400mg 나 섭취하는 셈. 차로 마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일본에서는 돼지고기 잡내를 잡거나 스무디 등을 만들 때 활용하기도 한다. 인터넷 최저가 80g 기준 1만 2,000원. 해외 직구 제품으로 배송비 1만 원~1만 2,000원 정도가 추가된다.
③ 중국 벽라춘 녹차
<이미지 출처 : 벽라춘>
중국에서 최고급으로 치는 벽라춘 녹차는 나선형 모양이지만 끝부분이 안쪽으로 말려있는 것이 특징이다. 벽라춘 녹차는 가장 여린 잎만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므로 품질이 우수하다. 잎 표면에 은은한 은빛을 띠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향은 너무 설지도 않고 너무 데쳐지지도 않은 맑은 청향이 나고, 마셨을 때 신선하고 깔끔한 맛이 일품이다. 다나와 최저가 250g 기준 5만 5,000원.
녹차! 진실과 거짓 Q&A
▶ 녹차를 마시면 치아가 변색 된다? 정답은 ○
녹차 속 타닌 성분은 중금속을 배출하고, 항산화 작용을 한다. 그러나 치아가 착색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지난 2007년 서울대학교 예방 치과 교실 백대길 교수팀이 서울의 초등학교 4학년 학생 3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시험 결과 충치 예방에는 효과적이지만 착색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녹차에 의해 발생하는 착색은 치아 안쪽에 주로 생긴다는 설명.
그렇다고 치아 건강에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녹차 속 폴리페놀 성분이 입속 세포막에 닿으면 세균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충치뿐만 아니라 구취를 없애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을 준다. 녹차를 적당량만 마시고, 마신 다음 물로 헹구거나 양치를 한다면 건강은 챙기고 치아 변색 걱정은 덜 수 있다.
▶ 녹차를 마사면 소화가 잘된다? 정답은 △
녹차가 소화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선 의견이 상이하게 갈리는 편이다. 한쪽에선 녹차에 함유된 비타민 B, C, E 등이 신체 소화 및 영양에 도움을 주고, 탄수화물 흡수에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위액의 분비를 촉진하고, 가스와 염증을 줄여준다고.
그러나 식사 직후엔 진한 녹차를 마시는 건 피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녹차에 들어 있는 타닌 성분이 철과 결합해 흡수를 방해, 소화불량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 특히 빈혈약을 복용하는 중이라면 효과가 떨어지지 않도록 약을 먹고 1시간이 지난 다음에 녹차를 마시는 것이 좋다. 카페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라면 녹차 섭취는 피해야 한다. 녹차에도 카페인 성분이 포함돼 있어 소화를 느리게 하고, 위장을 자극할 수 있다. 즉, 체질에 따라 소화에 도움이 될 수도 방해가 될 수도 있는 셈이다.
▶ 녹차를 우린 물로 세안하면 피부가 좋아진다? 정답은 O
녹차에는 비타민 A, C가 다량 포함돼 있다. 비타민 C만 놓고 보면 레몬보다 함유량이 5배 이상 높다. 비타민C는 멜라닌 색소가 침착되는 것을 막는다. 기미, 주근깨가 생기는 건 막고, 미백 효과는 덤으로 얻을 수 있다.
비타민 A는 피부 세포와 점막에 활력을 주고 여드름과 염증을 진정시키는 효과가 빼어나다. 타닌 성분은 모공 수축을 돕고, 카테킨 성분은 피부 건강의 적인 활성 산소 제거에 효과적이라고. 특히 녹차 티백을 담근 물로 세안하면 유해 물질이 제거돼 연약한 피부를 보호할 수 있다.
지금까지 친숙하지만, 자세히 알지 못했던 녹차에 대해 알아보았다. 영양 성분이 풍부해 단점보다는 장점이 많은 팔방미인 식품이다. 하지만 모든 식품이 그러하듯 본인의 체질과 몸 상태에 맞게 적절히 마시는 게 중요할 것이다. 날이 점점 추워지고 있다. 따뜻한 녹차 한 잔을 마시며, 짧게나마 여유를 즐겨보는 건 어떨까? 신선한 향기와 깔끔한 맛을 음미하다 보면 쌓인 피로는 사라지고, 몸속에 활력이 생길 테니.
기획, 편집 / 이은화 leeeun@danawa.com
글, 사진 / 황민교 news@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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