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충남 보령시 국세청에서 전화가 왔다.
부동산 종합세 고지서를 추가로 보낸다고.
지난해 12월에 시골집으로 우송했는데 빈 집이라서 우편물이 반송되었다며, 시골 리장한테 내 전화번호를 확인했다면서 서울 주소를 알려달라고 했다.
반갑지 않은 전화이다. 세금 내라는 내용이니까. 달리 생각하면 나는 세금을 많이 냈으면 싶다. 그만큼 많이 가졌다는 뜻도 되겠지, 세금이 잘 걷혀야 국가/정부는 행정을 보다 넓게 깊게 골고루 시행할 수 있으며, 그 혜택을 온 국민이 받을 수 있다는 긍정 마인드를 지닌 나였다.
시골집을 겨우내 비워두었던 나.
늙은 어머니와 둘이서 살다가 그 엄니 나이 많아서 저 너머의 세상으로 떠난 뒤 나는 처자식이 있는 서울로 올라와서 도로 서울사람으로 변신했다. 특히나 겨울철에는 시골집이 추워서... 텅 빈 집이 되었다.
오늘 아침에 또 전화가 왔다.
서해안 토지공사 사무실이다. 내 시골 앞뜰과 앞산에 일반산업단지가 조성되어서 토지가 수용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지방도로를 확장한다면서 논 일부가 들어간다고 했다. 내려와서 도장 찍어 달라는 뜻이다.
조만간 시골에 다녀와야 한다. 논이 추가로 조금 수용되면... 토지보상비보다는 등기이전 서류 작성하는 게 훨씬 더 신경이 쓰인다. 시골로 내려가야 하니까. 조금은 짜증이 나서 핸드폰 전화를 아예 받지도 않았고, 문자 메시지도 열어보지 않았다. 뻔한 내용이기에.
3월 초순에 한 번 서해안 고향에 다녀와야겠다.
어제 밤에는 만 3년 전에 저 너머의 세상으로 여행 떠난 엄니의 제삿날이었다.
2015. 2. 25. 23 : 15.
충남 보령아산병원에서 지상에서의 인연을 끊었던 엄니.
아들이 혼자인 나는 엄니를 서해안 무창포바다, 대천해수욕장이 멀리 바라보이는 산 말랭이에 묻었다.
33년 전에 폐암으로 작고한 아버지(엄니한테는 남편) 무덤에 합장을 했다.
장사하던 날, 2월 27일인데 그날 왜 그리 춥던지. 나는 상주라서 벌벌 떨면서도 장작불을 쐬지도 않았다.
상여를 맸던 동네의 늙은 사람들, 포클레인 기사, 외부에서 온 일꾼들, 문상객들이 벌벌 떨었다.
서해안 갯바람이 올라오는 야산 꼭대기... 울창한 소나무 숲에서는 바람이 울고...
이제는 가고 없는 엄니이다.
내가 기억하는 엄니의 모습은 자꾸만 희미해져 간다.
나도 잊어가고.
나이 든 사람은 자꾸만 뒤로 사라지고, 앳된 손녀 손녀가 다시 그 자리를 메꾸고 있다.
올 3월 5일.
고교 동창 모임에 참가한 뒤에 뒷날에 시골로 내려가야겠다.
오랜 만에 시골행이 되겠지.
텃밭 세 자리는 어찌 되었을까? 2월 중순부터 나무 뿌리는 물기를 빨아올리고, 매실나무에는 꽃눈을 많이도 틔울 준비를 할 게다. 많은 종류의 나무가 밀집한 텃밭은... 주인이 떠난 텅 빈 밭이 되었기에 산새들이 주인 행세를 할 게다. 바람도 스며 들 것이다. 잡초는 자꾸만 번지고.
첫댓글 시골에도 봄이 올테지요
항상 마음은 고향에 있는 듯 합니다
댓글 고맙습니다.
몸은 서울에 있어도 마음은 시골에 가 있습니다. 텅 빈 곳, 때로는 허무함이 드는 조용한 산골마을이지요.,
어쩌면 촌사람이 자꾸만 사라져서 여러 개의 마을을 합쳐서 새로운 마을 단위로 형성해야 될 처지이기도 하고요.
내가 시골에 가면 무엇인가 근력껏 일할 건더기가 있지요. 하루 종일 일해도 돈 3,000원 벌이도 안 된다고 자조해도... 그런 시골이라도 그 무엇이 있대요. 시골에 내려가면 글감이 엄청나게 많지요. 서울에서야 저는 안방퉁수... 갇혀서...
'몸은 서울에 있어도 마음은 시골에 가 있습니다.
텅 빈 곳, 때로는 허무함이 드는 조용한 산골마을이지요.'
그래도 서울 생활을 탈피하고 싶을 땐
찾아갈 고향집이 있다는 것은 좋은 현상입니다.
단, 홀로 계시던 어머님마져 떠난 고향집은
적막하고 을씨년스러울지라도.......
그 고향을 찾아 채마(텃)밭에 채소 씨를 뿌리실
최선생님을 상상해 봅니다.
십여 대를 내리 살아오는 곳이지요.
자손이 드물고, 그 자손들마저 객지에서 살고, 고향에 주소지를 둔 사람은 고작 두 명.
일흔한 살인 나. 예순세 살이 된 사촌동생 하나. 당숙은 멀리 대천에 떨어져 살고.
집 주변이 텃밭 세 군데. 산과 연결이 되어서 늘 산짐승이 내려옵니다. 고라니가 뛰어들고, 뱀이 늘 끼고, 도룡이, 산개구리도 내려오고... 과일나무, 꽃나무를 빽빽하게 심어놓고는 농약을 전혀 치지 않는 건달 농사꾼이기에.
산짐승 날짐승이 더욱 찾아들지요.
올 3월 7 ~8일 경에 내려가면 텃밭보다는 갯바다로 나가서 바람 쐬야겠습니다.
내일, 닳아빠진 자동차 바퀴도 갈면서 점차 길 떠날 마음의 준비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