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창문 가득 인사하는 새봄.
코로나로 빼앗긴 들에도 꽃은 피어 봄 햇살을 튕겨내고 있다.
그제(2022. 4.9. 토),
서울 응암동 ‘바둑과 사람’ 회관에서 시니어 페어바둑 ‘盤上遊戱
반상유희’ 대회가 열렸다.
'바둑과 사람' 홍시범 대표가 인삿말을 하고 있다.
16개 팀이 스위스 리그 4라운드를 치러 자웅을 가리는 페어대
회인데, 두 사람의 나이 합이 125세 이상이니 환갑쯤은 넘은 선수
들로 구성되었다.
*제한시간: 5분 20초 피셔방식
*경기 후 30분 정도에 각 팀 4분씩 작전타임
2라운드가 끝나자, 주최 측에서 봉투에 넣어 준 현금 만원을 들고
각자 식당으로 흩어졌다.
점심을 들면서도 아까 시합 중에 있었던 대국을 복기하기 일쑤였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나간 바둑은 늘 아쉽기 마련이니까.
오후 2시 30분,
3라운드가 시작되는 징이 울렸다.
박윤서+ 장시영 對 양덕주+ 김웅환(필자) 의 3라운드
소란스럽던 장내가 일순 쥐 죽은 듯이 고요.
축구에서 전반전 끝나고 라커룸으로 들어가 작전 타임이 있듯,
대국 시작 30분후 각 팀4분의 작전 타임은 여기 A7 클럽에서만
적용되는 독특한 방식이다.
남들이 하는 방식을 탈피하고자 함은, 늘 신선함을 추구하는
‘바둑과 사람’의 생명력이다.
페어바둑은 두 사람이 마음을 합쳐 두는 게임이라 무엇보다도
같은 편 선수의 배려가 중요하다.
초등학교 운동회 때, 같은 짝 다리를 묶고 달리는데 먼저 나가
려고 하면 넘어지지 않던가.
분위기는 한껏 달아올랐다.
심우섭 + 김희중 對 양덕주+필자
평행선을 달리는 포석.
3.3부터 침입하는 꼴이 필시 AI 정석.
자욱한 안개가 바둑판 전체를 덮으며 피어오른다.
꽃놀이패를 쥐었지만, 우리 편이 이기는 패는 아니다.
시간은 우리 팀이 이기는 걸로부터 점점 멀어져 가지만 최선을
다해야 하는 까닭은, 이판이 마지막이 아니고 다음 대국이 기다
리고 있기 때문이다.
하느님,
바른 분별력을 가질 수 있는 지혜를 주셔요.
공허한 사색과 확연하게 구별되는 그런 지혜.
바둑 한 판을 이기려면 수많은 유혹을 이겨내야만 한다.
사람 나고 바둑 났지, 바둑 나고 사람 난 게 아니다.
이럴 때, 내 편이 있어서 행복하다.
부천 지바둑 센터에서 활동하는 팀끼리 3위 쟁탈전
(안재성+ 최진복 對 양덕주+ 나)
늘 똑같아 보이지만 다르게 시작되는 바둑.
필자팀 5위
눈 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에서 살아 있음은 그저 감사해야
할 일이지만, 바둑 삼매경으로재충전을 동반해야 함은 두말 할
여지가 없다.
언제나처럼, 매끄럽게 진행을 해 준 A7 직원들 수고가 많다.
나눔은 ‘함께’ 가자는 다름 이름이다.
나이 들어서 점점 바둑무대가 사라져 가는 슈
퍼 시니어들을 위해 ‘반상유희’를 후원해 주신
이성호님과 노영균님께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
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