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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전: MUNHWAJAE Korean Journal of Cultural Heritage Studies Vol. 53 No. 3, September 2020, pp.42~61. Copyright©2020, 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https://doi.org/10.22755/kjchs.2020.53.3.42
원제: 문화유산 해석 연구의 통시적 발전과 유산 해석(interpretation)의 개념 -
저자: 이나연 한국전통문화대학교 문화재관리학과 박사과정 Corresponding Author : naina.lee.kr@gmail.com
국문 초록
문화유산 해석 연구는 20세기 중반부터 꾸준히 진행되어 왔지만, 그 개념이 매우 모호하며, 다양한 의미로 혼용 되어 왔다. 이코모스(ICOMOS)에서 2008년에 채택한 ‘에나메헌장(The ICOMOS Charter for the Interpretation and Presentation of Cultural Heritage Sites)’에서 해석에 대한 정의가 제시되었지만, 매우 광범위하여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 어렵다. 또한 유산 해석은 ‘현상’에 바탕을 둔 용어이기 때문에 개념 정의가 더욱 어렵다. 지금까지 선행된 유산 해석 연 구에서도 주로 유산 해석이 사회적으로 어떠한 역할을 지니는가에 대한 논의가 주를 이뤄왔다. 하지만 문화유산의 사회· 철학적 연구가 점차 중요해짐에 따라 문화유산 해석의 개념은 명확하게 제시될 필요가 있다. 따라서 본 연구에서는 문 화유산 해석 연구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서 문화유산 해석의 사회적 역할을 두 가지로 나누어 구분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화유산 해석의 개념을 도출해 보았다. 본 논문에서 제시한 문화유산 해석의 두 가지 사회적 역할을 살펴보면 근대적 유산 해석과 포용적 유산 해석으로 나 눌 수 있다. 문화유산의 근대적 해석은 전통적으로 소수 전문가에 의해 창출된 문화유산의 가치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교 육적·커뮤니케이션적 역할로 정의할 수 있다. 둘째, 문화유산의 포용적 해석은 문화유산을 둘러싼 다수 이해관계자 간의 서로 다른 유산 해석에 대한 인정과 유산 해석 불일치로 인해 발생한 갈등의 해소 방법을 모색하는 대안적 역할을 갖고 있다. 본 연구에서는 두 유산 해석의 역할이 분명 다른 사회적 배경과 접근으로 발전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두 역할의 발 생 배경이 불분명하게 중첩되고, 복잡한 사회 현상을 바탕으로 관점의 변화가 일어났다는 것을 확인하였다. 문화유산 해석의 개념은 ‘해석’이라는 용어로 단순화하기에는 매우 복잡하다. 본 연구에서는 유산 해석을 문화유산 에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 속 모든 활동을 의미한다고 보았다. 두 유산 해석의 관점은 집단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의미 부여가 이루어지는 유산의 본질적 특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해석’의 개념에 부합한다. 하지만 거대 담론을 통해 패권국이나 집권층의 권력을 유지하려는 근대적 해석을 부정하고 새로운 유산 해석의 시각을 제시한 포용적 해석은 ‘재 해석’으로 개념화하는 것이 적합하다.
주제어 유산 해석, 문화유산 연구, 문화유산 담론, 에나메헌장, 비판적 문화유산 연구 투고일자 2020. 03. 31 ● 심사일자 2020. 04. 17 ● 게재확정일자 2020. 08. 09 43
문화유산 해석 연구의 통시적 발전과 유산 해석(interpretation)의 개념
Ⅰ. 서론
최근 문화유산 해석 연구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커 지고 있다. 이에 유네스코에서는 최근 몇 년간 국제 문화 유산 해석 회의를 개최하여 전 세계의 해석 전문가들과 함께 문화유산 해석의 중요성과 필요성에 대해 논의해왔 다. 특히 지금까지 개최된 모든 국제 문화유산 해석 회의 는 우리나라 외교부와 유네스코 한국위원회에서 공동으 로 주최한 행사로, 국내에서도 문화유산 해석에 대한 관심 제고를 견지할 수 있는 바, 국내의 유산 해석 연구가 더욱 활발해질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문화유산 해석의 명확한 정의는 무엇일 까? 해석(interpretation)1의 사전적 정의는 ‘무엇을 의미 하는지에 대한 의견2’이다. 다시 말하면, 해석이라는 것은 의미에 대한 논의이며, 주관적 성격을 가진다고 볼 수 있 다. 따라서 문화유산 해석은 문화유산에 담긴 다양한 의미와 상징을 찾는 행위라고 볼 수 있겠다. ‘해석’이라는 개념의 주관성을 바탕으로 유산 해석 역시 사회·문화적 배 경에 따라 다양하게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국내외 선행 연구를 살펴보면, 문 화유산의 해석(interpretation)은 ‘해석’과 ‘해설’이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혼용되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문화유산 해석이라는 용어가 영어권 연구에서 처음 활용되었고, 용어 자체가 매우 폭넓은 개념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유산 해석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문화유산학(Heritage Studies)이 학계에서 단일 학문 분야로서 정립되지 않았지만3 , 21세기에 들어서 문화유산 연구자들은 유산 해석에 대한 논의를 꾸준히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하지만 다년간 다수의 연구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합의된 유산 해석의 정의는 도출되지 않았다. 그래서 문화 유산 해석은 오래 전부터 다양한 의미로 혼재되어 왔다.
본 논문은 그동안 선행된 유산 해석 연구의 발전 과정을 분석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에 유산 해석의 연구 방향을 크게 두 가지로 나누는데, 이는 사회적 배경과 그 에 따른 학문적 논의의 발전을 바탕으로 한다.
첫 번째 유산 해석은 전통적으로 소수 전문가에 의 해 측정된 문화유산의 가치를 대중에게 전달하는 커뮤니 케이션 수단으로서의 문화유산 해석이다. 이러한 특성을 가진 유산 해석을 ‘근대적 유산 해석’으로 명명하였다.
두 번째 유산 해석은 ‘포용적 유산 해석’으로서, 문화유산을 둘러싼 다수 이해관계자의 유산 해석에 대한 포용과 그 속에서 일어나는 문화유산 갈등에 대한 화해 모색으로서 의 유산 해석이다.4 주지하듯이, 두 유산 해석의 연구 방향은 각각 배경 이 되었던 사회적 풍조가 달랐으며, 연구 발전의 도화선 이 되었던 이론이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연구 에서 제시하고 있는 유산 해석의 기능은 서로 상호 연관 성이 있으며, 현재는 두 유산 해석의 기능이 공존하고 있 다. 그러한 이유로 유산 해석의 대한 개념은 연구자들로 하여금 분별없는 혼용을 야기하게 되었다. 따라서 본론 에서는 유산 해석의 발전 과정을 살펴보고, 유산 해석의 개념을 도출해 보고자 한다.
Ⅱ. 근대적 유산 해석: 담론 형성과 대중교육
1. 근대 국가의 발전과 민족주의 근대적 유산 해석은 모더니즘 사상이 기저에 깔려 1 문화유산 해석의 개념은 서양에서 먼저 도입된 개념으로 영문 표기인 ‘interpretation’의 사전적 정의를 살펴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보았다.
2 An interpretation of something is an opinion about what it means. (참고: “interpretation”, Collins Cobuild Advanced Learner’s English Dictionary)
3 Rodney Harrison, 2013, Heritage: Critical Approaches, Abingdon and New York: Routledge, p.8.
4 두 유산 해석의 용어는 다양한 연구자들에 의해 산발적으로 소개되었던 유산 해석의 특성을 바탕으로 두 유산 해석 연구 방향의 명확한 구분을 위하여 저자가 주 관적으로 제시한 것임을 밝힌다. 44 MUNHWAJAE Korean Journal of Cultural Heritage Studies Vol. 53. No. 3 있다. 모더니즘은 ‘보편적 지식’이라는 거대 담론을 통해 사회 제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전통적인 사회현상으로 볼 수 있다.
5 여기서 거대 담론은 일부 전문가들에 의해 선택되어 묘사되며 제도화되어 대중들에게 전달되는 것
6 으로, 에릭 홉스봄이 강조하였던 ‘만들어진 전통’의 이데 올로기와도 궤를 같이 한다. 이렇게 창조된 전통은 근대 국가 혹은 민족 국가에서 ‘공식 기억’을 창출하는 역할을 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많은 기념물이 세워지고, 과거의 잔존물이 문화유산화 되는 계기가 되었다. 통제된 과거는 국민의 통합된 정체성으로 재생산된 다. 여기서 과거는 ‘공동의 기억’으로서, 개인과 집단이 정 체성을 유지하고 결속을 다지는 데에 역사보다도 큰 역 할을 기여한다.
7 과거, 그리고 문화유산이 이와 같은 정치 적 생산물이 될 수 있던 것은 그들이 내러티브 구성에 따 라 다른 성격을 가지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 쟁 등으로 인해 사회적 질서가 사라지고, 국민의 결속이 필요한 시점에 만들어진 전통과 과거, 그리고 문화유산은 정치적 이데올로기로 활용되었다.
특히 1945년 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가해국과 피해 국의 구분 없이 모든 국가에 무너진 사회를 재건하려는 근대 국가 형성을 위한 활발한 노력이 이루어 졌다. 전쟁 으로 폐허가 된 물리적 과거의 흔적뿐 아니라 국민의 마 음속에 존재하는 ‘과거’의 ‘기억’에 대한 선택적 작업 역시 함께 이루어지면서 혼란한 사회를 통합시키기 위한 시도 가 있었다. 민족 기원과 역사, 그리고 전통에 관한 내러티 브를 창조하고, 국가적 차원에서 기념비를 세우고, 공공 의례를 제도화하는 과정은 근대 국가의 존립에 대한 정당 성을 확보하는 작업으로 이어졌다.
8 문화유산은 근대 국가의 민족 문화 형성 과정에서 과거의 기억을 표상하는 물리적 증거로 활용되었다. 특히 국가는 문화유산을 국가의 법률 제정을 거쳐 공식적인 가치를 부여하였다.
9 이러한 과정에서 1970년대와 1980 년대에는 과거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장소, 즉 문화유산이 본격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현상은 ‘문화유산 붐(heritage boom)’이라고 부르는데, 당시 오픈에어 뮤지 엄(open-air museum)이 대중에 공개되고, 새로운 기술을 활용한 유산 경험(heritage experience) 서비스가 제공되 었다.
10 문화유산 산업(heritage industry)이 발달했던 이 유는 사회가 급변하면서 현재와 과거가 분리되고
11, 이에 현대인들이 정서적 불안감을 느끼면서
12 과거가 재현된 장소에서 노스텔지아를 경험하고자 하는 니즈가 발생했 기 때문이다. 그의 사례로 미국의 버지니아주에서는 ‘콜 로니얼 윌리엄스버그’라는 미국 최초 오픈에어 뮤지엄이 설립되었다. 이곳은 18세기 후반 영국의 식민지였던 버지 니아의 당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700개 이상의 현대 건물을 파괴하고
13 인공적인 노스텔지아를 실현하였다. 문화유산은 이렇듯 사회에서 대중의 정서적인 안정 감을 제공하는 산물로서, 매우 중요한 사회적 가치를 가지 고 있다. 일찍부터 많은 국가는 문화유산의 이러한 사회· 문화적 영향력을 인식하였으며, 이는 문화유산 해석 연구 의 기초 이론적 바탕이 되었다. 근대적 문화유산 해석의 특징은 문화유산이 사적 영역에서 공공 영역으로 확장되 5 마단 사럽, 전영백 역, 2012, 『후기구조주의와 포스트모더니즘』, 서울: 서울하우스, p.221. 6 에릭 홉스봄 외, 박지향 역, 2004, 『만들어진 전통』, 서울: 휴머니스트, p.39. 7 Maurice Halbwachs, 1980, The Collective Memory, New York: Harper & Row, p.84. 8 정수진, 2007, 「근대 국민국가와 문화재의 창출」, 『한국민속학』, 46, p.345. 9 Rodney Harrison, 2013, ibid, p.95. 10 Kevin Walsh, 1992, The Representation of the Past: Museums and heritage in the post-modern world, London and New York: Routledge, p.94. 11 데이비드 로웬달, 김종원·한명숙 역, 2006, 『과거는 낯선 나라다』, 서울: 개마고원, p.54. 12 데이비드 로웬달, 김종원·한명숙 역, 2006, 같은 책, p.44. 13 Kevin Walsh, 1992, ibid, p.96. 45 문화유산 해석 연구의 통시적 발전과 유산 해석(interpretation)의 개념 었다는 것이다. 이는 문화유산이 집단유산으로서 대중적 일 뿐만 아니라 공동으로 보유하게 되었음을 시사한다.
14 국민들에게 국가의 정치적 내러티브를 교육하는 기 관은 과거의 이야기를 담은 문화유산의 집합 장소인 박물 관이었다. 사실 박물관은 19세기 때부터 국가가 선택한 지식 전달을 핵심 임무라고 여겼다. 그래서 점차 박물관 의 역할로 교육과 학습이 강조되었다.
15 이에 박물관의 효 과적인 교육과 커뮤니케이션의 방법이 매우 중요하였으 며, 문화유산 해석이 방법론으로써 등장하였다. 2. 이론적 발전 과정 근대적 문화유산 해석 연구는 주로 문화유산에 대한 가치와 보존의 필요성을 대중에게 전달하는 방식에 대한 연구로 이루어졌다. 문화유산 연구에서 가장 먼저 문화유산 해석을 논의 한 연구자는 프리만 틸든(Freeman Tilden)이다. 1957년 출간한 ‘Interpreting Our Heritage’에서 그는 미국 국립공 원에서 대중에게 유산 가치를 전달하는 원칙을 논의하고, 유산 해석의 교육적 접근에 대해 강조하였다. 틸든에게 문화유산 해석은 공공 서비스였으며, 유산 해석은 단순히 관람객에게 사실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닌 독창적 인 대상을 활용함으로써, 직접 경험을 제공하고, 예증적 인 매체를 통한 의미와 관계를 밝히는 것을 목적으로 하 는 교육 활동
16 이라고 정의했다. 즉, 그는 해석의 정의를 통해 대중을 위한 서비스와 경험을 제공하는 교육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미국의 국립공원관리청(National Park Service)이 설 립된 1916년 이후부터 가장 중요시 했던 미션은 공원 내 자연과 문화 자원을 보존하고 그 자원을 대중에게 공개하 는 것이었다.
17 국립공원관리청에서 국립공원을 공개하고 교육을 실시한 내막에는 정부의 지속적인 근대 국가 건설 전략에 동참하기 위함이었다.
18 국립공원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방문객 대상 교육 활동은 전문가들에 의해 진행되었 으나, 수동적 정보 전달로 이루어졌다. 유산 내에서 교육 활동이 갖는 ‘대중성’은 수동적인 의미가 내포되어 있기 때 문이다.
19 틸든이 표어처럼 내세웠던 ‘해석을 통해 이해를, 이해를 통해 감상을, 감상을 통해 보호를
20’은 전문가 의견 이 대중들의 관념을 조작하는 과정을 잘 보여 주기도 한 다.
또한, 틸든이 내세운 6가지 유산 해석 원칙21은 현재 박물관이나 유적지에서 시행하는 문화유산 해설 프로 14 David Lowenthal, 1998, The Heritage Crusade and the Spoils of History. Cambrid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p.60. 15 Russell Staiff, 2016, Re-imagining Heritage Interpretation, New York: Routledge, p.9. 16 Freeman Tilden, 2007, Interpreting Our Heritage, Chapel Hill: The Univertisy of North Carolina Press, p.33. 17 Janet McDonnell, 2003, Documenting cultural and historical memory: Oral history in the National Park Service. Oral History Review, 30(2), pp.99∼100. 18 John H. Jameson, ‘Presenting Archaeology to the Public, Then and Now’, In The Heritage Reader, edited by Graham Fairclough et al, London and New York: Routledge, 2008: 427∼456. 19 David Uzzell, 1998, ‘Interpreting Our Heritage: A Theoretical Interpretation’ in Contemporary Issues in Heritage and Environmental Interpretation: Problems and Prospects, edited by David Uzzell and Roy Ballantyne, London: The Stationery Office. pp.11∼25.
20 ‘through interpretation, understanding; through understanding, appreciation; through appreciation, protection’, Freeman Tilden, 2007, ibid, p.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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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해석은 방문자의 성격이나 경험을 통해 전시되거나 묘사되어야 한다.
II. 해석은 정보를 근거로 한 사실을 제공하지만, 정보 자체가 해석인 것은 아니다.
III. 해석은 제시된 자료를 과학적, 역사적, 건축학적인 기술을 결합하여 제공하며, 모든 기술은 가르칠 수 있는 정도의 것이어야 한다.
IV. 해석의 주된 목적은 설명(instruction)이 아니라 자극(provocation)이다.
V. 해석은 부분보다는 전체를 포함하여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VI. 해석은 가능한 한 연령 계층에 따라 별도의 프로그램을 준비해야 한다. (참고: Freeman Tilden, 2007, ibid, pp.34∼35.) 46 MUNHWAJAE Korean Journal of Cultural Heritage Studies Vol. 53. No. 3 그램과 같은 성격을 띠고 있어, 국내에서는 그가 제시한 ‘interpretation’의 개념을 ‘해설’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22 근대적 유산 해석이 따르는 ‘대중화23’의 특징은 고 고학 분야에도 영향을 미쳤다. 문화유산 해석을 공급자 적 측면에서 다루는 논지는 이후 ‘참여(engagement)’라 는 개념이 도입되면서 대중의 참여를 유도하였다. 특히 1970년대에서 1990년대 초 사이에는 고고학 분야 전문가 들이 일반 대중에게 고고학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메커 니즘을 더 이상 좌시할 수만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 시 기였다.
24 대중고고학이 그 대표적 사례로, 1970년대부 터 고고학을 일반 대중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미디어 로서 새로운 고고학의 가치와 역할을 고민하는 과정에 서 탄생하였다.25,26 영국고고학위원회(Council for British Archaeology)는 당시 그들의 슬로건을 ‘모두를 위한 고고 학’으로 내세우면서 고고학에 대한 더 확장된 대중 참여 를 지지하기도 하였다.27 대중고고학의 ‘대중성’은 크게 두 가지 관점을 내포한다. 넓은 의미에서는 고고학 유적과 유물이 ‘공공재’이기 때문에 대중에게 유산 가치를 전달 하는 것은 당연하다는 관점이다. 좁은 의미에서는 대중 이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주체가 되도록 이끄는 관점으로 볼 수 있다.28 프랜시스 맥마나몬(Francis P. McManamon) 도 박물관에서 제공하는 공공 교육 프로그램이 참여자들 로 하여금 고고학 유적지의 보존 여부를 결정하도록 영향 을 미친다29 며 보존 주체로서의 대중에 대한 중요성을 언 급한다. 대중고고학은 이렇듯 근대 국가 형성 과정에서 문화유산을 활용한 담론 형성의 전문가 집단으로서 고고 학자들만 소유하였던 전문 지식을 대중들에게 널리 알리 고 문화유산을 함께 공유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그 리고 이러한 시도는 앞서 언급한 틸든의 문화유산 해석 방법을 활용하여 유적지 및 박물관에서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으로 실천되었다. 특히 1980년대부터는 많은 박물관이 ‘관람객 중심’ 박물관으로 마케팅 전략을 바꾸 게 되면서 박물관에서 문화유산 해석 역시 관람객 중심으 로 변모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는 박물관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줄어들면서 시장 경제적 자금 확보가 필요한 공공 박물관들이 점차 소비자 선호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도 함께 영향을 미쳤다.30 수신자 중심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문화적 흐름에 맞춰 문화유산 관광 역시 성행을 이루었다. 20세기 후반 에는 개인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서 레저 활동과 관광, 여 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점점 증가하였다. 이는 앞서 살펴 본 노스탤지어가 만연했던 사회에서 과거에 대한 관심이 가속화되는 것과 맞물려 문화유산 관광이 성장하는 계기 가 되었다. 이는 문화유산이 문화 경제의 일부로써 유적 지 등에 최대한 많은 방문객을 끌어 들이고, 그들과 의사 소통하는 주체가 되었다는 것31을 의미한다. 22 프리만 틸든의 ‘Interpreting Our Heritage’는 2007년 국내에서 ‘숲 자연문화 유산해설’이라는 도서명으로 번역서를 출간하였다. 23 에릭 홉스봄 외, 박지향 역, 2004, 같은 책, p.39. 24 John H. Jameson, 2008, ibid, p.427. 25 이한용, 2016, 「대중고고학과 유적박물관」, 『제40회 한국고고학대회』, 서울: 한국고고학회, p.162. 26 대중고고학은 또한 고고학의 지속가능성을 위해서 고고학자가 자발적으로 대중과의 소통을 시도하기도 하였다. 고고학이 더 이상 유적을 발굴하고 연구하는 것 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사회적으로도 활용 가치가 높다는 사실을 학계 내에서 스스로 발견하여 확산시켜야만 했다. (참고: 배기동, 2015, 「한국고고학과 현대사 회」, 『제39회 한국고고학전국대회』, p.23) 27 Donald Henson, ‘The Educational Purpose of Archaeology: A Personal View from the United Kingdom’, in New Perspectives in Global Public Archaeology, edited by Katsuyuki Okamura and Akira Matsuda, New York: Springer, 2011: 217∼226. 28 배기동, 2015, 「한국고고학과 현대사회」, 『제39회 한국고고학전국대회』, p.25. 29 Francis P.McManamon, 2000, Archaeological messages and messengers, Public Archaeology, 1(1), p.7. 30 Roy Ballantyne and David Uzzell, 2011, Looking Back and Looking Forward: Tha Rise of the Visitor-centered Museum, Curator: The Museum Journal, 54(1), p.87. 31 Bella Dicks, 2003, Culture on Display: The Production of Contemporary Visitibility, Berkshire: Open University Press, pp.132∼134. 47
문화유산 해석 연구의 통시적 발전과 유산 해석(interpretation)의 개념
문화유산 관광의 발전은 ‘체험 경제’이론 도입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체험 경제라는 용어는 조셉 파인과 제임스 길모어가 1998년에 처음 도입한 개념으로, 그들 은 소비자가 회사에 비용을 지불하면 공급받을 수 있는 것이 사실은 재화32 와 서비스 이외에 체험적 요소가 포함 된다고 강조하였다. 체험 경제가 또 다른 상품으로서 인 정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기술의 발전’을 들 수 있다.33 그래서 문화유산에 체험 경제가 도입되었을 때 주로 시각 적 효과나 청각, 후각을 자극하는 매체의 조합을 통해 문 화유산 ‘경험’을 제작하여 제공하였다.34 문화유산 관광은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정보와 경험을 수집하려는 의도로, 사람들이 주로 머무는 거주지에서 벗어나 문화 명소로 이동하는 것35’으 로 정의된다. 이러한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유적지 내 가 이드나 박물관의 도슨트는 지식과 학습의 전달자로서 기 능한다. 이에 문화유산 관광 역시 대중과의 커뮤니케이 션 활동의 연장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경제학적 개념이 포함되어 관광객들은 소비자로서 공급자에게 그들의 요 구 사항을 전달할 권리를 갖게 되며, 문화유산 책임자 역 시 관광객의 니즈를 파악하여 서비스에 반영하려 노력하 면서, 확장된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게 되었다. 틸든의 연구로 시작된 커뮤니케이션으로서의 문화 유산 해석에 대한 연구는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 연구 자들의 네트워킹이 이루어졌다. 이는 문화유산에 대한 대중적인 해석이 국제적으로 필수적인 요소로 인정받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1988년 9월에 영국에서 개최된 국 제 문화유산 해석 컨퍼런스(International Conference on Heritage Interpretation)는 이후 영국, 미국, 캐나다 등 많 은 나라에 국가해석협회가 설립되는 데 발판이 되었다.36 이 협회들은 모두 문화유산의 가치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 한 교육 활동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면서, 대화의 범주 를 점차 넓혀가기 시작했다. 표 1 국가해석협회별 해석의 정의 기관명 Association for Heritage Interpretation37 해석의 정의 유적지, 콜렉션, 사건 등에 대해 더 잘 이해할 수 있 도록 도와주는 흥미로운 이야기와 경험을 공유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 Interpretation Canada38 문화 및 자연유산의 의미와 관계를 대중에게 공개하 기 위해 고안된 모든 의사소통 과정 Interpret Europe39 가이드 투어부터 정교한 전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접근법을 활용하여 그러한 경험을 용이하게 하는 것 관객의 관심과 자원에 내재된 의미 사이의 감정적· 지적 연결을 형성하는 전달 기반의 의사소통 과정 National Association for Interpretation40 3. 소결론: 대중과의 커뮤니케이션 수단 초기의 문화유산 해석은 국가가 과거를 통해 사회적 으로 합의된 정체성 등을 국민에게 교육하는 수단으로써 시작되었다. 이러한 모더니즘적 관점은 포스트모더니즘 으로 시대가 변화하면서 많은 학자에게 비판을 받아왔지 만, 사실 지금까지도 문화유산은 다양한 정치적 도구로 활 32 ‘The Experience Economy’에서 연구자들이 정의하기로는 소비자가 회사로부터 commodity와 goods, service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하였지만, 본 연 구에서는 번역 편의상 재화(commodity와 goods)와 서비스로 재분류하여 제시하였다. 33 B. Joseph Pine and James H. Gilmore, 2011, The Experience Economy, Boston and Massachusetts: Harvard Business Review Press, p.8. 34 Kevin Walsh, 1992, ibid, p.94. 35 Greg Richards, ‘The Experience Industry and the Creation of Attractions’, In Cultural Attractions and European Tourism, editied by Greg Richards, Oxfordshire: CABI Publishing, 2001: 55∼69. 36 Russell Staiff, 2016, Re-imagining Heritage Interpretation, New York: Routledge, p.8. 37 Association for Heritage Interpretation 홈페이지 https://ahi.org.uk, (접속일: 2020. 01. 01.) 38 Interpretation Canada 홈페이지 https://interpretationcanada.wildapricot.org, (접속일: 2020. 01. 01.) 39 Interpret Europe 홈페이지 http://www.interpret-europe.net/feet/home, (접속일: 2020. 01. 01.) 40 National Association for Interpretation 홈페이지 https://www.interpnet.com, (접속일: 2020. 01. 01.) 48 MUNHWAJAE Korean Journal of Cultural Heritage Studies Vol. 53. No. 3 용되고 있다. 대부분의 국제 협약이나 헌장 역시 단순히 유산 보존을 위한 국제적 협의일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유산 담론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였다.
그중 1972년 ‘세계 문화유산 및 자연유산 보호협약(Convention Concerning the Protection of the World Cultural and Natural Heritage, 이후 세계유산협약)’은 문화유산의 해석 기능을 국제적으 로 인정한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사실주의를 강조하 는 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기준에 ‘진정성’이 포함되어 물리적인 과거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 하고자 하는 경향도 보인다. 또한,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서는 세계유산협약이 제시한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인정 받아야 하는데, 가치 서술 과정에서 문화유산의 해석 공급 자, 즉 전문가들이 이 작업을 주도하기 때문에41, 탑다운 방 식의 문화유산화가 이루어짐을 알 수 있다. 대중과의 대화를 목표로 하는 문화유산 해석은 가 치 생성 공급자의 메신저로써의 역할뿐만 아니라, 대중 의 요구에 귀를 기울이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처음에 는 계몽주의와 문화의 민주화 영향으로 고급문화를 대중 에게 보급하자는 의미에서 대중고고학이나 박물관·유적 지 등에서의 교육 프로그램이 제공되었다면, 문화유산 관 광 등이 발전하면서 수요자의 요구에 맞춰 서비스를 제공 하는 등으로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문화유산 분 야에서 매우 혁신적인 변화라고 볼 수 있다. 주지하는 바 와 같이 문화유산은 국가로 하여금 생산된 정치 전유물이 었는데, 대중의 요구에 맞춰 정해진 가치를 변화시키기도 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 지 담론이나 대화의 방향이 주로 공급자로부터 시작되는 일방적 특성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대중화’라는 목표를 가지고 대중의 목소리가 더해지고 있는 것이다.
Ⅲ. 포용적 유산 해석 : 화해를 위한 대화 1. 포스트모더니즘과 다원주의의 도래 20세기 후반은 포스트모더니즘 시기42로, 사회적으 로 많은 변화가 있었다.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는 탈산 업화가 진행되고, 급속한 기술 변화와 전자 매체의 등장, 초국가주의 도래, 새로운 형태의 자본주의 등의 사회적 현상이 있었는데43, 이러한 사회 변화가 문화유산 관행에 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인류학적 시각에서 포스트모더 니즘은 모든 ‘근대적’ 이해에 대한 비판이다.44 프랑스 학 자인 장-프랑수아 리오타르는 포스트모던이 거대 담론 (metanarratives)에 대한 불신을 제시하는 것이라고 주장 하기도 했다.45 그뿐만 아니라 포스트모더니즘이 나타남 에 따라 20세기 초에 국가가 공동체를 민족과 동일시46했 던 국가의 국가 공동체의 단일화 작업도 비판받게 된다. 포용적 유산 해석 연구는 문화유산을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각기 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발 생하는 갈등을 평화적인 화해로 해소하고자 한다. 문화유 산이 이렇게 사회적인 문제에 주체성을 갖고 관여하게 된 계기는 우리 사회가 포스트모더니즘의 영향으로 점차 다 원주의로 발전하면서부터이다. 한 사회에 다수의 가치가 41 Neil A. Silberman, 2012, Heritage Interpretation and Human Rights: Documenting Diversity, Expressing Identity, or Establishing Universal Principles?, International Journal of Heritage Studies, 18(3), p.248. 42 연구자마다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시대를 구분하는 시각이 각기 다르며,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을 나타내는 특징의 일부가 겹치지도 한다. 포스트 모더니즘을 후기모더니즘(late modernism)으로 보는 연구자도 있다. 본 논문에서는 다른 두 유산 해석의 성격을 사회적 이데올로기의 변화를 원인으로 보았 기 때문에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의 시기적 구분을 명확하게 하였다. 43 Rodney Harrison and John Schofield, 2010, After Modernity: Archaeolgical Approaches to the Contemporary Past, Oxford and New York: Oxford University Press, p.128. 44 앨런 바너드, 김우영 역, 2007, 『인류학의 역사와 이론』, 파주: ㈜도서출판 한길사, p.297. 45 앨런 바너드, 김우영 역, 2007, 같은 책, p.299. 46 최종호, 2019, 「뮤지엄 공동체의 유산 해석과 표출에 관한 연구」, 『박물관학보』, 37, p.171. 49 문화유산 해석 연구의 통시적 발전과 유산 해석(interpretation)의 개념 공존하고 집단의 형성을 통해서 가치를 주체적으로 실현 하려고 하는 것을 ‘가치 다원주의’라고 하는데, 이는 사회 적 분쟁이 발생했을 때, 정치적 공론의 장에서 민주적으로 이해관계자들 간의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합의를 도출하 는 것이 분쟁 해결의 방법47이라고 믿는 데서 비롯되었다. 다원주의가 도래하면서 물리적 장소에서의 정체성 으로 한정되었던 과거와 달리 한 장소에 중첩된 문화와 정체성이 공존하게 되었다. 이는 이제껏 소외된 집단의 다양성에 대한 반동적 논의가 함께 진행48되는 계기가 되 었다. 이에 문화유산 연구는 사회의 다양성에 대응하는 정책을 모색하고 동시에 사회의 응집력을 키우기 위한 새로운 과제를 제시하였다. 특히 한 지역에서 복수의 과거 표상이나 문화유산, 그리고 정체성이 창출되는 것으로 인 한 갈등이 점차 커지면서49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문화유산 연구가 더욱 중요해졌다. 사회 내에서, 다양한 집단들은 그들의 문화유산에 정체성을 반영함과 동시에 그들만의 기억과 그 표상을 유발하는 문화적 상징을 투영 하기 때문이다.50 역사적으로 다원주의는 다양하게 형성되었다. 17세 기에 시작된 영국의 식민지 개척을 통한 이주 역사는 식 민지 내 두 개 이상의 문화가 충돌하면서 문화유산을 통 한 식민지 동화정책을 시도한 초기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 이후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반까지 전 세계의 사 회적 변화를 가져온 제국주의 시대에도 식민 국가 내에서 의 침략국과의 융화 과정에서 다원주의가 발생했다. 이 때 침략국은 식민지 내 동화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였 으며, 한 사회에 공통 가치, 사회적 규범, 문화적 특성 등 을 침략국 중심으로 합법적으로 규정하였고, 이를 원주 민에게 강요하였다. 침략국은 식민지의 역사적 기념물이 나 건물을 무너트리면서 정복한 땅의 이전 기억과 가치 를 지우고자 하였다. 그리하여 침략국에 의해 세워진 새 로운 건물이 새로운 국가의 문화나 상징이 되면서 원주민 에게 새 정체성을 부여하였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는 지역 사회(local)라는 새로운 지역 단위의 개념이 생겼고, 이에 지역 경계 안에서 지역적 정체성을 형성하고 유지하 는 방식에도 관심이 커졌다. 그들은 지리적인 공유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경제 등 다른 지역과 구별되는 집단 정체성을 구축하기 위해 노력하였다.51 그리고 문화유산 은 지역을 표현하고 대표하는 주요한 도구로써, 거주자의 지역성을 강화하는 데에 이용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는 지방 자치 제도가 도입된 1995년부터 지역 특색을 강 조하기 위해 지역 문화유산을 활용하였고,52 이때부터 지 역별 문화유산 축제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하여 문화유산이 지역에서 가지는 역할과 가치가 점 차 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역적 현상으로서의 문 화유산은 다른 공간적 규모에서의 문화유산과 따로 떼어 놓고 고려될 수 없다.53 그러한 이유로 이렇게 중첩된 문 화유산의 지역성과 각각의 정체성은 서로 상충하기도 하 며, 국가적 정체성은 지역 정체성의 다양성에 도전받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충돌은 문화유산을 통한 정체성 형 성에 있어서 불협화음과 집단적 기억 활용에서 발생하는 문제점을 인지하는 계기가 되었다.54 47 이문수, 2016, 「가치 다원주의와 민주주의적 행정」, 『한국행정논집』, 28(4), p.558. 48 Gregory Ashworth et al, 2007, Pluralising Past: Heritage, Identity and Place in Multicultual Societies, London and Ann Arbor: Pluto Press, p.29. 49 Gregory Ashworth et al, 2007, ibid, p.1. 50 Sara McDowell, ‘Heritage, Memory and Identity’ in The Ashgate Research Companion to Heritage and Identity, edited by Brian Graham and Peter Howard, Hampshire and Burlington: Ashgate Publishing Limited, 2008: 37∼53. 51 Laurajane Smith, 2006, Use of Heritage, New York: Routledge., p.5. 52 이현경 외, 2019, 「문화재에서 문화유산으로 한국의 문화재 개념 및 역할에 대한 역사적 고찰 및 비판」, 『문화정책논총』, 33(3), p.18. 53 Brian Graham et al., 2000, A Geography of Heritage: Power, Culture, and Economy, London: Arnold, pp.204∼205. 54 Smith, Laurajane, 2006, ibid, p.5. 50 MUNHWAJAE Korean Journal of Cultural Heritage Studies Vol. 53. No. 3 2. 이론적 발전 과정 1) 초기 연구의 경향 포용적 유산 해석은 결과적으로 ‘문화유산 대표성 찾기55 ’에 대한 비판으로 형성된 문화유산의 새로운 담론 을 도출하고, 공유하는 가치(shared value)의 합의를 이루 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집단 간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 한 일련의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데이비드 로웬달(David Lowenthal)은 1985년 ‘과거 는 낯선 나라다(The Past is a Foreign Country)’와 1998년 ‘Heritage Crusade and the Spoils of History’이라는 저서 에서 가치 다원주의 시대에 문화유산을 둘러싼 다양한 이 야기 중 대표적 이야기를 선정하고 합의하는 과정에서 발 생하는 정치적 활동에 대해 비판하였다. 그는 문화유산 이 사회적 합의로 창조된 것이며, 그 과정 자체로 정의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56 문화유산이 창조되었다는 것은 현재를 중심으로 해석되어 활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 시 말하면 문화유산이 절대로 선천적으로 타고난 현상이 거나 원시적인 현상이 아니며, 대중들은 사회적으로 학습 되어 그 가치를 인지하도록 요구되는 것이다.57 로웬달은 또한 문화유산에 내포된 ‘기억’을 강조한다. 하나의 문화유 산(유물)에는 다양한 기억들이 산재하고 있는데, 이를 해 석하는 세대마다 유산에 대한 새로운 기억과 망각이 선택 되고 수정된다.58 즉, 문화유산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중요 한 것은 ‘현재의 필요성’이며, 시대에 따라, 혹은 이해관계 자들에 따라 재평가 혹은 재해석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재 중심의 문화유산은 ‘사회·문화적 이익’을 내포 하는데59 , 우리는 이것을 문화유산의 ‘사회적 가치60’로 언 급하기도 한다. 로웬달이 문화유산의 기본 특성을 현재성과 정치 성으로 제시하였다면, 같은 맥락에서 존 턴브릿지(John Tunbridge)와 그레고리 애쉬월스(Gregory Ashworth)는 1996년에 출판한 ‘Dissonant Heritage’에서 문화유산의 두 가지 특성을 덧붙였다. 하나는 문화유산이 모순과 부조화 의 특성을 갖는다는 것이다. 문화유산을 통해 발생하는 불 협화음은 합의와 일관성의 결여를 수반한다. 이는 하나의 문화유산을 둘러싼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공존하기 때문 에 발생하는데, 소유권에 있어서 문화유산은 비논리적이 기는 하지만 하나 이상의 개인이나 집단에서 소유 가능하 다는 것이다. 문화유산의 불협화음 현상을 설명하는 요소 는 문화유산의 유형적 요소와 심리적 관점이다. 이러한 심 리적 비유는 사람들이 불협화음을 줄이려는 심리적 행동 패턴을 통해서 문화유산의 불협화음을 조정하게 될 것을 암시61하면서, 화해를 위한 문화유산 해석의 중요성을 강 조하는 최근 실천적 연구 방향의 이론적 기초가 되었다. 브라이언 그레이엄(Brian Graham), 그레고리 애쉬 월스, 존 턴브리지는 2000년에 발간한 ‘A Geography of Heritage’ 저서에서 문화유산의 개념을 현대 사회에서 과 거를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자원을 이용하는 방식에 대 한 연구로서 하나의 통합된 지형도로 구축하는 것을 시도 했다. 세 학자는 문화유산의 근본적인 특성을 의미 창출 55 Rodney Harrison, 2013, ibid, p.107. 56 데이비드 로웬덜, 김종원·한명숙 역, 2006, 같은 책, pp.113∼137. 57 David C. Harvey, 2001, Heritage Pasts and Heritage Presents: temporality, meaning and the scope of heritage studies, International Journal of Heritage Studies, 7(4), p.337. 58 데이비드 로웬덜, 김종원·한명숙 역, 2006, 같은 책, p.770. 59 Deepak Chhabra, 2012, A Present-centered Dissonant Heritage Management Model, Annals of Tourism Research, 39(3), p.1703. 60 문화유산의 사회적 가치는 본문에서 제시한 문화유산의 정체성 구축의 성격보다 더 큰 개념으로 알려져 있다. 문화유산을 기반으로 공동체가 육성되는 것과 더 불어 문화유산 향유와 참여 확대 역시 문화유산의 사회적 가치에 포함된다. (참고: 문화재청, 2013, 『문화유산 활용 종합계획 수립 및 제도 정비 방안 마련 연구』, 인하대학교 산학협력단, p.63) 61 John Tunbridge and Gregory Ashworth, 1996, Dissonant Heritage: The Management of the Past as a Resource in Conflict, Chichester: John Wiley & Sons Ltd, pp.20∼21. 51 문화유산 해석 연구의 통시적 발전과 유산 해석(interpretation)의 개념 과 대표성 및 정체성 구축으로 보았으며, 장소성에 의해 특징지어지는 공간적 현상으로 보았다.62 그들이 문화유 산 사용 개념에 집중한 이유는 우리가 사물을 사용함으로 써 사물에 어떠한 의미를 부여하고, 어떤 것을 대표할지 를 반영63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러한 이용의 결과물로 문화유산은 표현 수단으로 작용한다.64 그들은 또한 이렇 게 문화유산을 이용하면서 생산자와 소비자들, 그리고 다 양한 규모의 장소성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과 긴장 감에 대해 논한다. 사회가 다문화로 발전하면서 문화유산 의 대표성을 정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로 문화유산을 받아 들이기를 거부하는 새로운 사회적 현상으로 나타나기 때 문에 불협화음의 강력한 원천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65 21세기에 들어서는 문화유산의 철학적, 비판론적인 연구가 점점 더 활발해졌다. 로라제인 스미스(Laurajane Smith)는 2006년에 출판된 그녀의 저서 ‘Uses of Heritage’ 에서 로웬달이 제시한 문화유산의 정치성에 덧붙여 문화 유산이 정체성을 창조하거나 재창조하는 사회적 의미와 관행을 협상하고 규제하는 데 있어서 관련된 담론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66 그녀가 제시한 ‘공인된 문 화유산 담론(Authorized Heritage Discourse)’은 이후 많 은 학자의 논지 배경이 되었는데, 공인된 문화유산 담론 은 현세대가 ‘교육’을 위해 가까운 미래 세대에 전달할 수 있도록, 그리고 과거에 근거한 공통의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해, 현세대가 ‘관리해야’ 하는 물질적 오브제, 유적지, 장소 또는 경관에 집중한다.67 그녀는 특히 문화유산 해석 이론을 바탕으로 그동안 문화유산 담론 형성의 주체 기관 이었던 유네스코의 시스템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분석했 다. 유네스코가 유럽과 미국이라는 특정 지역의 문화유 산 특성을 바탕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문화유산 담론 을 형성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유네스코는 문화유산 정책이나 통치와 관련된 제 도적 지형을 ‘세계시민사회’라고 알려진 비정형 실체의 광 범위한 동향에 따라 지속적으로 다양화하였다.68 담론이 중요한 이유는 담론이 문화유산의 개념을 이 해하는 방법을 구성할 뿐만 아니라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 이나 사회적·기술적 관행, 그리고 지식을 구성하기 때문 이다.69 문화유산의 담론이 미국과 유럽 문화 중심의 유네 스코를 선두로 하여 형성되었고, 그 결과 문화유산을 둘 러싼 학문이나 실무적인 관리 메커니즘 역시 서구 문화 중심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담론에 포함된 가정이나 가 치, 이데올로기는 문화유산 정책들이 수립되는 과정에서 강화되고 지속된다.70 이는 문화유산을 바라보는 관점을 매우 편협하게 만들며, ‘대표적’ 문화유산 내러티브에서 누락된 공동체나 주체가 생기는 요소로 작용한다. 국제 사회에서 공인된 문화유산 담론이 형성된 것 은 ‘기념물과 유적지의 보존과 복원을 위한 국제헌장 (International Charter for the Conservation and Restoration of Monuments and Sites, 이하 베니스헌장)’을 시작으로 그 유래를 확인할 수 있다. 베니스헌장은 1964년 ‘역사적 기념 물의 건축가 및 기술자 국제회의’에서 기념물과 유적지의 보존과 복원에 대한 논의 결과로 채택되었다. 이후 세계 각국과 국제적인 차원에서 문화유산의 보존과 관리에 대 62 Brian Graham et al., 2000, ibid, p.256. 63 Stuart Hall, 1997, Representation: Cultural Representations and Signifying Practices, London: Sage Publications & Open University, p.3. 64 Brian Graham et al., 2000, ibid, pp.2∼3. 65 Brian Graham et al., 2000, ibid, p.257. 66 Laurajane Smith, 2006, ibid, p.5. 67 Laurajane Smith, 2006, ibid, p.29. 68 Tim Winter, 2014, Heritage studies and the privileging of theory, International Journal of Heritage Studies, 20(5), p.567. 69 Laurajane Smith, 2006, ibid, p.4. 70 Laurajane Smith, 2006, ibid, p.87. 52 MUNHWAJAE Korean Journal of Cultural Heritage Studies Vol. 53. No. 3 한 주요한 참고 기준이 되었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 목록 에 등재된 문화유산 평가의 기본 정책 지침으로도 인정받 아 왔다.71 다시 말하면, 베니스헌장은 유럽 엘리트적 문화 적 경험과 가치가 담긴 서구 내러티브가 인정된 문화유산 의 개념이 전파된 것이다.72 그리고 이 베니스헌장을 바탕 으로 설립된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nternational Council On Monuments and Sites, 이하 이코모스)의 조언으로 초 안이 작성된 유네스코의 1972년 세계유산협약 역시 그들 의 영향을 받았다. 유네스코가 문화유산의 범주를 기념물 과 유적지와 같은 부동산 문화재로 한정하게 된 것도 이러 한 배경 때문이다. 또한, 그들이 제시한 세계유산 등재 기 준에 부합하는 문화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게 되면 해당 국가의 문화유산이 세계적으로 ‘보편적 가치’를 지닌 것으로, 그리고 모두에게 ‘합의’된 ‘공식적인’ 문화유산으로 서 가치가 상승한다고 여겨지게 되었다.73 결과적으로 세 계유산협약은 서구 고대 역사학자들의 전문적 이해관계를 오롯이 반영하여 유네스코 활동이 문화유산에 관한 특정 가치관을 공표했음을 시사한다.74 스미스의 이 저서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시작된 전 통적 문화유산 연구에 대한 한계점을 인지하고 새로운 연 구 흐름을 발전시키는 데에 시발점이 되었다. 이에 유네 스코와 같은 국제적 유산 담론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다원 주의 사회로 변모하는 과정에서 무시된 문화유산의 소수 집단에 대한 논의가 함께 이루어지게 되었다. 2) 새로운 연구 분야의 도입: 비판적 문화유산 연구 지금까지 살펴본 문화유산 해석은 로라제인 스미스 의 저서를 시작으로 새로운 문화유산 연구의 흐름을 도 입하였다. 이 시도는 2012년에는 스웨덴 예테보리에서 열린 ‘비판적 문화유산 연구’ 컨퍼런스로 시작되었다. 많 은 학자가 전통적인 문화유산 담론에서 벗어난 새로운 문 화유산학을 지지하였다. 그리고 컨퍼런스 마지막 날에 는 ‘비판적 문화유산연구협회(The Association of Critical Heritage Studies)’를 설립하여 국제적 네트워크의 발판을 다졌다. 그들은 문화유산이 정치적인 행위로서 민족주 의, 제국주의, 식민주의, 문화적 엘리트주의, 서구의 승리 주의, 계급과 민족성에 근거한 사회적 배제, 전문가 지식 의 페티시즘 등을 부정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들은 비 판적인 문화유산 연구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행하고 있는 관례에 불편한 질문을 던지며, 이러한 행위로 인해 소외 된 집단과 그들의 이익에 대한 문제 제기에 앞장설 것이 라고 주장한다.75 연구자들의 학문적 논의는 ‘International Journal of Heritage Studies’에서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 다. 해당 저널은 문화유산의 본성과 의미뿐 아니라 유산 과 밀접한 기억과 정체성, 장소성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 룬다.76 예테보리 컨퍼런스에서 도출된 향후 연구의 방향성 을 요약하면, 첫째, 문화유산의 대표적인 목소리를 따르 지 않고 다양성을 견지하는 것, 둘째, 사회적으로 행해지 는 모든 문화유산 행위에 대한 단일론적 통제에 도전하는 것, 셋째, 문화유산 이해를 위한 시민 참여의 중요성을 인 지하며 문화유산의 가치와 용도에 대한 비전문적 지식을 통합하는 것, 넷째, 비서구적인 인식을 통해 문화유산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모든 연구를 통해 문 71 Cari Goetcheus and Nora Mitchell, 2014, The Venice Charter and Cultural Landscapes: Evolution of Heritage Concepts and Conservation Over Time, Change Over Time, 4(2), p.230. 72 Laurajane Smith, 2006, ibid, p.93. 73 Laurajane Smith, 2006, ibid, pp.3∼4. 74 Kynan Gentry and Laurajane Smith, 2019, Critical Heritage Studies and the Legacies of the Late-Twentieth Centry Heritage Canon, International Journal of Heritage Studies, 25(11), p.1150. 75 The Association of Critical Heritage Studies 홈페이지 https://www.criticalheritagestudies.org/history (접속일: 2020. 03. 25) 76 Taylor & Francis Online 홈페이지 https://www.tandfonline.com/action/journalInformation?show=aimsScope&journalCode=rjhs20#. ViW_lnvLBFU (접속일: 2020.05.19.) 53 문화유산 해석 연구의 통시적 발전과 유산 해석(interpretation)의 개념 화유산의 재이론화를 추구하는 것이었다.77 3. 소결론: 모두를 위한 문화유산 문화유산은 역사적으로 그 유래가 이미 탑다운 방식 으로 지정되고, 이용되어왔기 때문에 문화유산이 그동안 가치 생산 및 공급자에 의해 정치적으로 활용되어 왔던 것은 당연할 수도 있다. 그것은 이미 선사시대부터 집단 마다 신성시하는 기념물이 언제나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지석묘는 당시 자연스럽게 신성함을 뿜어낸 것이 아니라 집단 구성원들의 사회적 합의로 ‘결정’되었 고, 이념적인 기념물이 되었다.78 그리고 이러한 문화유산 의 특성은 현대에 들어서 다양한 이익 집단의 권력 유지 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기에 이른다. 여기에 대중이 자 신의 정체성이나 뿌리를 찾고 소속감을 부여받기를 원하 는 심리적 욕구가 서로 맞물리면서 문화유산의 정치성은 점차 고착화되었다. 정체성은 언어, 종교, 민족성, 민족주 의, 과거에 대해 공유된 해석 등 다양한 인간의 속성을 수 용하는 다면적인 현상으로 시각화할 수 있는데,79 문화유 산이 이 시각화의 증거물로서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살펴본 포용적 유산 해석 연구자들은 모더니즘 시대에 당연시되던 문화유산의 정치적 활용 자 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부당함을 강조했다. 그들은 ‘문화유산은 누구의 것인가?’라는 원론적인 의문을 제기 한다. 그러면서 더는 문화유산을 대표하는 목소리를 따 를 것이 아니라 대표화 과정에서 소외된 집단과 개인에 대한 연구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한다. 문화유산은 소수의 전문가나 소수 이익 집단의 것이 아닌 모두를 위 한 것80 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포용적 유산 해석 연구자들은 문화유산 해석 을 통해 화해를 모색한다. 연구자들이 다루는 주제는 주 로 인권과 관련된 것이다. 사실 문화유산과 관련한 인권 문제는 최근까지 학문적 관심을 받지 못했지만81, 토착민 (indigenous people)이나 여성, 제3세계 집단이 유산 가 치 선정에서의 권리 문제에 대한 연구가 점차 발전하고 있다. 문화유산과 인권의 문제가 서로 얽혀 있는 쟁점을 세 가지로 분류해보자면, 첫째, 무형문화유산을 유지하기 위한 소수 집단의 문화적 권리가 위협을 받고 있다는 것, 둘째, 문화유산을 선택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주류 문화의 정체성과 의견에만 한정되어 이용된다는 것, 셋째, 문화 적 관습이 국제적 인권 기준을 위반하고 있는 경우이다.82 초기의 인권 연구는 주로 개인의 권리로 그 범위가 매우 한정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집단적 범위로 확대되 었고, 이 변화가 소수 집단의 문화유산을 보존하는 노력 으로 발전하게 되었다.83 세계유산협약이 서구 문화의 관점에서 유산 관행 을 제시한다는 등 다양한 한계점을 드러내자 유네스코 에서는 협약을 개선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 및 활동을 진 행해 왔다. 1994년 태국 푸켓에서 열린 18차 세계유산위 원회에서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의 ‘세계 전략(Global Strategy)’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이 회의를 통해서 문화 유산과 자연유산이라고 단순화하여 한정적으로 유산을 구분한 범주에서 벗어나 인간 사회의 삶의 표현을 고려 77 Laurajane Simth, 2012, Editorial, International Journal of Heritage Studies, 18(6), pp.538∼540. 78 이성주, 2012, 「의례, 기념물, 그리고 개인묘의 발전」, 『호서고고학』, 26, pp.74∼109. 79 Montserrat Guibernau, 1996, Nationalisms: The Nation State and Nationalism in the Twentieth Century. Oxford: Polity. 80 Peter Howard, 2003, Heritage: Management, Interpretation, Identity, London and New York: Continuum, p.33. 81 Rodney Harrison, 2013, ibid, pp.156∼157. 82 William Logan, ‘Closing Pandora’s Box: Human Rights Conundrums in Cultural Heritage Protection’, In Cultural Heritage and Human Rights, edited by Helaine Silverman and D. Fairchild Ruggles, New York: Springer, 2007: 33∼52. 83 William Logan, 2019, Heritage Interpretation for the Reconciliation of cultures, 2019 유네스코 세계유산 해석 국제회의 프로그램북, (2019.05.14.), p.158. 54 MUNHWAJAE Korean Journal of Cultural Heritage Studies Vol. 53. No. 3 할 수 있는 넓은 시각의 필요성이 강조되었다.84 또한, 세 계유산 목록의 균등한 세계화를 위해 당시 세계유산 목록 에 잘 표현되지 않은 범주와 지역의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해 노력하자는 동의가 있었지만85 지금까지도 진행 중에 있다. 세계유산협약에 포함되지 못했던 무형유산은 2003 년에 「무형문화유산의 보호를 위한 협약」(Convention for the Safeguarding of the Intangible Cultural Heritage, 이 하 무형문화유산협약)이 채택되면서 국제 규범에서의 새 로운 반향을 시도하였다. 무형문화유산협약은 세계유산 협약과 달리 논의의 시작점이 공동체의 가치를 포용하는 데 있었다는 점에서 의의를 가진다. 또한, 2005년에는 유럽 의회에서 채택한 ‘문화유산의 사회적 가치에 대한 기본 협약(Convention on the Value of Cultural Heritage for Society, 이하 파로 협약)은 국제 협약 최초로 유산에 대한 권리를 인권의 개념으로 받아들인 협 약이다. 특히 파로협약은 공동체가 유산의 의사결정 주체 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으며, 이는 유산을 ‘모두의 유산’ 으로서 모든 개인과 집단이 유산에 대한 권리와 책임을 갖 는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임을 알 수 있다.86 또한, 파로협약 은 유산에 대한 접근성을 제고하기 위해 정보 기술을 접목 하여 일반 대중의 문화적 향상에 기여하고자 하였다.87 이처 럼 문화유산에 대한 국제 담론은 포용적 해석의 맥락에서 인권과 문화 다양성이 인정되는 방향으로 전환되고 있다. Ⅳ. 문화유산 해석 개념의 모호성 1. 에나메헌장에서 나타난 해석의 중의성 지금까지 살펴본 유산 해석 연구의 발전 흐름을 보 면, 그동안 해석이라는 개념이 연구자마다 각기 다른 의미 로 쓰였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용어로 혼용·혼재되었던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2008년 이코모스에서 채 택한 에나메헌장에서 해석의 개념을 근대적인 특징과 포 용적인 특징 모두를 아울러 정의하면서 더욱 고착되었다. 헌장의 서문을 살펴보면, 문화유산 보존 과정의 필수 적인 부분으로서 대중적 의사소통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 조하며, 보존 대상과 방법, 그리고 대중에게 어떻게 제시 될 것인가를 선택하는 것이 모두 해석 요소라고 명시하였 다.88 정의에서도 해석은 문화유산의 가치를 대중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모든 활동이라고 정의하며 근대적 유산 해 석의 기본 방향인 커뮤니케이션의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 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에나메헌장에서 제시한 일곱 가 지의 해석 원칙을 살펴보면, <표2>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단순히 근대적 유산 해석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포용 적 유산 해석을 포함한 유산 해석 관점을 강조하고 있다. 헌장에서 나타난 근대적 유산 해석의 관점은 수신자 에 대한 접근성 제고로써, 주로 대중에게 유산 가치와 중 요성을 전달하는 유산 교육 및 공개에 대한 필요성에 대 해 방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유산과 대중 간의 의사소통 은 주로 공급자에 의해 일방향으로 전달되는 활동으로 간 주되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반면에 포용적 유산 해석의 관점은 유산 해석 주체에 대한 접근성 확대로써, 유산의 가치 수용 과정에서 지역 사회 및 공동체의 참여를 장려 한다. 헌장에 이렇게 두 유산 해석의 시각이 모두 포함된 이유는 헌장이 채택된 것이 시기적으로 진보적인 시각에 서의 유산 관리 필요성이 대두되고, 세계유산협약에서 표 방하던 유산의 보편적 가치 등의 한계점을 깨닫고 그 한 계를 극복하기 위해 조치를 취하자는 움직임이 나타나면 84 UNESCO, 1994, Expert Meeting on the “Global Strategy” and thematic studies for a representative World Heritage List (WHC-94/ CONF.003/INF.6), pp.1∼4. 85 https://whc.unesco.org/en/globalstrategy/ UNESCO World Heritage Centre 홈페이지, 접속일: 2020.06.08. 86 Council of Europe, 2005, Convention on the Value of Cultural Heritage for Society. 87 문화체육관광부, 2019, 『전통문화 진흥을 위한 제도적 기반 구축 연구』, p.64. 88 ICOMOS, 2008, The ICOMOS Charter for the Interpretation and Presentation of Cultural Heritage Sites, Preamble. 55 문화유산 해석 연구의 통시적 발전과 유산 해석(interpretation)의 개념 표 2 에나메헌장에 반영된 두 해석 이론의 관점 근대적 유산 해석 • 해석과 설명 프로그램은 대중이 문화 유산에 대한 물리적, 지적 접근을 용 이하게 해야 한다. 접근 및 이해 정보 출처 맥락과 환경 진정성 지속 가능성 포용성 연구, 교육, 그리고 평가 • 유산 가치와 중요성을 다양한 청중에 게 전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 야 한다. • 해석과 설명은 살아있는 문화적 전통 뿐만 아니라 과학적이고 학문적인 방 법을 통해 수집된 증거에 기초해야 한 다. • 해석과 설명은 유산이 가지는 문화적 인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그 구조를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변경 하지 않고 그 중요성을 전달함으로써 유산의 진위 보전에 기여해야 한다. • 해석과 설명은 광범위한 보존, 교육 및 문화적 목적에 기여해야 한다. • 해석과 설명은 현장에서 접하는 특정 보존 문제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 고 현장의 물리적 완전성과 진정성을 보호하기 위해 취해지는 노력을 설명 하는 보존 과정의 필수적인 부분이다. • 해석 및 설명 프로그램의 확대 또는 개정에 대한 계획은 공개되어야 한다. 그들의 의견과 관점을 알리는 것은 모 두의 권리와 책임이다. • 모든 해석 프로그램은 모든 연령층을 위한 교육 자원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학교 커리큘럼, 비공식 및 평생 학습 프로그램, 통신 및 정보 매체, 특수 활 동, 이벤트 및 계절적 자원 봉사 참여 에서 가능한 용도를 고려해야 한다. • 해석과 설명은 개인과 지역 사회가 현 장에 대한 자신의 인식을 반영하도록 장려하고, 그 지역에 대한 의미 있는 연 결이 확립할 수 있도록 기여해야 한다. • 유산 방문객 및 관련 공동체 간의 언 어 다양성을 해석적 기반에서 고려해 야 한다. • 의미 있는 해석에는 반드시 대안적인 역사적 가설, 지역 전통과 이야기에 대한 성찰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인 정해야 한다. • 전통 스토리텔링이나 역사적 참여자 들에 대한 기억이 포함된 유산에는 해 석 프로그램이 이러한 구술적 증언들 을 포함해야 한다. • 유산의 해석과 설명은 그들의 더 넓은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자연적 맥락 과 관련되어야 한다. • 해석은 유산의 역사적, 문화적 의의에 기여한 모든 집단을 고려해야 한다. • 유산 해석 프로그램의 설계는 현장의 전통적인 사회적 기능과 지역 주민과 관련 지역 사회의 문화적 관행 및 존 엄성을 존중해야 한다. • 유산의 해석과 설명은 문화유산 전문 가, 주최자 및 관련 공동체 및 기타 이 해관계자들 간의 의미 있는 협력의 결 과여야 한다. • 유산 해석 및 설명 프로그램을 계획할 때 유산의 소유자, 관리 주체 및 관련 공동체의 전통적인 권리, 책임 및 이 해관계를 기록하고 존중해야 한다. • 유산을 평가하는 과정에는 유산 전문 가뿐만 아니라 관련 지역 사회의 방문 객과 구성원이 참여해야 한다. 참고 자료: ICOMOS, 2008, The ICOMOS Charter for the Interpretation and Presentation of Cultural Heritage Sites, pp. 7∼14. 서, 양립된 초기 유산 해석과 새로운 유산 해석을 모두 반 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2. 유산 해석 개념의 혼용 유산 해석의 개념이 지금까지 양립하는 두 개념으로 혼용되었던 이유는 앞서 살펴본 유산 해석 개념의 발전 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두 유산 해석은 모두 문화유산이 집 단 정체성을 형성하는 데 기여하는 동시에 다수의 가치를 세계대전 이후 많은 국가에서 근대 국가 건설 작업에 돌입 포용적 유산 해석 하였다. 이 과정에서 문화유산은 새로운 정부의 의도에 맞 게 과거를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과거의 물리적 증거물이 되었다. 그리고 국가가 문화유산의 대표적 내러티브를 선 택하여 국가적 이데올로기를 생산한 후 이를 대중에 전달 하는 방법론으로 근대적 유산 해석 방법이 도입되었다. 초 반의 문화유산은 국가가 창출한 과거 이야기와 함께 국가 나 국가가 지정한 소수 전문가들에 의해 대중에게 배포되 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일방적인 국가와 대중 사이의 커 뮤니케이션은 쌍방향적 커뮤니케이션으로 발전하였다. 특히 문화 경제 범주 안에 문화유산 관광이 포함되면서 국 가의 메시지 수신자였던 대중은 소비자로서 그리고 능동 적인 커뮤니케이터로 그 위치가 변하였다. 그래서 문화유 산 관계자들은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그들의 니 즈를 파악해야 했고, 이에 일부 쌍방향적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현대 사회에서는 문화유산을 통한 커뮤니케이션이 확장되었지만, 틸든이 제시한 공급 자의 정치적 의도를 전달하는 공공 교육적 문화유산 해석 은 지금까지도 박물관과 유적지 등에 편재되어 있다. 반면에 포용적 유산 해석은 그동안 국가가 문화유 산이 내포하고 있는 다수의 내러티브 중 단 하나의 상징 적 내러티브만을 선택하는 문화유산의 정치성을 비판하 는 것으로 논의를 시작한다. 연구자들은 문화유산을 과 거 재생산의 거대 담론 안에서 활용했던 이전 사회를 비 판하며, 더 나아가 국제사회에서 문화유산 정책과 관련 한 담론을 형성하는 유네스코 등 국제기구와 국제협약 등 의 한계점 역시 강조하였다. 연구자들이 근대적 유산 해 석을 비판하는 이유는 거대 담론을 형성하는 과정에서 소 수의 특정 집단의 이야기가 대표성을 갖게 되면서 나머지 집단의 이야기가 무시되거나 부정되기 때문이다. 문화유 산(heritage)은 문화재(properties)와 달리 모두의 것이며, 따라서 문화유산이 담고 있는 모든 공동체와 이해관계자 들의 목소리를 듣고 연구해야 한다고 보았다. 또한, 문화 유산에 다수의 가치가 공존하면서 발생하는 갈등의 화해 포함한다는 본질적 특징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차 방법을 모색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56 MUNHWAJAE Korean Journal of Cultural Heritage Studies Vol. 53. No. 3 요약하자면, 두 유산 해석은 모두 문화유산의 본질 적 특징을 바탕으로 연구되었지만, 그 본질을 수용하는 관점이 다른 것이다. 근대적 유산 해석은 유산이 가지는 다수의 선택지에서 하나만을 선택하여 상징화하는 작업 을 수행했다면, 포용적 유산 해석은 그 모두를 수용하여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데 있다. 유산 개념 혼용의 두 번째 이유는 문화유산 해석 연 구가 급변하는 사회 현상에 매우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 현상은 단계적으로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이데올로기가 공존하면서 서서히 중첩 과정을 거쳐 변화한다. 또한, 어떠한 이데올로기는 사회 가 변화하는 과정에서 사라지지 않고 새로운 이데올로기 와 함께 사회 현상으로 남아 있다. 앞서 각 해석 연구에서 설명한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개념 역시 종종 혼란 스럽게 뒤섞여 사용되기도 하며, 저자에 따라 두 사조의 특징을 모호하게 나누고 있기도 하다.89 본 논문에서 소개 한 연구자들의 저서에도 같은 특징들을 일부에서는 모더 니즘의 특징으로, 또 다른 일부에서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징으로 간주하여 논지를 전개하였다. 근대적 유산 해석은 현재의 관점에서는 국가적 프로 파간다로 여겨지기도 하고, 새롭게 도입된 포용적 유산 해석 연구자들에 의해 비판받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해 서 현 세대에서 근대적 유산 해석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 는 것은 아니다. 국가가 존재하는 한 그 국가의 과거 창출 이나 문화유산의 상징화는 필수적이며, 국민을 통합하는 데 있어 대중 교육은 가장 효과적인 하향식 전달 방법이 기도 하다. 이러한 이유로 여전히 대부분 국가에서는 국 립박물관을 건립하여 국가의 ‘선택된’ 역사의 유물을 전시 하고, 교육하고 있다. 근대적 유산 해석이 사라질 수 없는 또 다른 이유는 문화유산을 보존하기 위한 대중 교육이 지금껏 매우 중요한 문화유산 활동으로 인정받아 왔기 때 문이다. 이 때문에 유네스코에서도 유산 보존을 위한 활 동으로써 인식 제고를 위한 교육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 래서 유네스코에서 그동안 수행해 온 문화유산 해석 국제 컨퍼런스를 살펴보면 초반에는 주로 유산을 통한 대중 교 육에 대한 유산 해석 위주의 논의가 주를 이루었다면, 최 근에는 점차 ‘기억유산’이나 ‘화해’, ‘인권’ 문제와 같은 현 재 유산을 둘러싼 당면 과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무게 중 심이 옮겨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90 Ⅴ. 결론: 유산 해석 개념의 이해 지금까지의 논의를 살펴보면 포용적 유산 해석은 근 대적 유산 해석 개념을 비판하고 새로운 유산 해석의 방 향성을 제시한 것을 알 수 있다. 덧붙이자면, 포용적 유산 해석은 근대적 유산 해석 관점에서 대표 이야기를 도출한 기존 유산 해석을 대상으로 대표 이야기 아래 봉인된 다 른 이야기를 꺼내어 유산 이해관계자 모두가 인정하는 새 롭게 공유된 유산 가치를 견인한다. 두 유산 해석의 사회적 역할을 통해 얻는 유산 해석 으로는 ‘문화유산에 가치를 부여하는 과정에서 이루어지 는 모든 활동’이라는 정의를 도출할 수 있다. 하지만 문화 유산 해석의 개념은 ‘해석’이라는 용어로 단순화하기에는 매우 복잡한 특징을 가진다. 특히 포용적 유산 해석에서는 근대적 유산 해석을 통해 기존에 부여된 대표적 가치를 부정하고, 모든 이해 89 마단 사럽, 전영백 역, 2012, 같은 책, p.212, 215. 90 2016년 1차 유산 해석 국제회의는 세계유산의 해석에 대한 주요 원칙 등에 대한 논의가 있었으며, 1차 국제회의가 추진되기 전 같은 해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부 대 행사로 진행했던 유산 해석 워크숍에서는 미국 국립공원관리청의 유산 해석 및 해석의 개념과 중요성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었다. 2017년부터는 네거티브 유산의 유산 해석을, 2018년에는 기억유산 해석(Sites of Memory)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으며, 2019년에는 화해와 통합을 위한 유산 해석에 대해 논의하였 다. (참고 자료: 외교부·문화재청·유네스코 한국위원회, 2016, 「세계유산 해석 국제회의」, 외교부·문화재청·유네스코 한국위원회, 2017, 「제2차 유네스코 세계 유산 해석 국제회의」, 외교부·문화재청·유네스코 한국위원회, 2018, 「유네스코 세계유산협약 가입 30주년 국제세미나」, 외교부·문화재청·유네스코 한국위원회, 2019, 「유네스코 세계유산 해석 국제회의」) 57 문화유산 해석 연구의 통시적 발전과 유산 해석(interpretation)의 개념 관계 집단의 다양한 가치를 모아 공유 가치를 도출하는 것을 지향하기 때문에 ‘해석’이라는 용어보다는 ‘재해석 (reinterpretation)’으로 이해하는 것이 적합하다. 유고슬라비아로부터 독립한 여섯 국가가 세계유 산으로 등재한 ‘스테치 중세 돌무덤(Stećci Medieval Tombstone Graveyards)이 바로 유산의 재해석이 이루어 진 사례로 볼 수 있다. 이 유산은 유고슬라비아 국가의 무 덤이었는데, 여섯 개의 국가로 나뉘어 독립하는 과정에서 근래까지 소유권 갈등을 겪었다. 유산이 각국의 정통성을 가진 증거물로 활용되면서, 다년간 기억 전쟁과 정체성 충 돌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91 특히 국가마다 서로 다른 종교적 가치가 부여되면서 갈등이 점점 심화되었다. 하지 만 보스니아의 제안을 시작으로 여섯 국가가 모두 모여 다 년간의 협의 끝에 스테치 중세 돌무덤 유적의 공유된 가치 를 새롭게 도출하였다. 그리고 2015년 여섯 국가가 모두 동 의한 새로운 유산 해석을 바탕으로 유네스코에 공동 등재 하는 성과를 이루었다.92 이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기 존에 해석된 유산가치를 새로운 관점에서 가치를 재평가 한 포용적 유산 해석은 재해석의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국외 다수의 연구에서 유산 해석과 관련한 다양한 방법론과 사례를 제시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유산 해석 에 대한 연구가 다른 유산연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활발하 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군함도’ 이슈를 계기 로 국내 해석 연구 분야에 있어서 발전 가능성이 높아졌 다. 일본은 2015년에 '일본의 메이지 산업혁명유산: 철강, 조선 및 탄광(Sites of Japan's Meiji Industrial Revolution: Iron and Steel, Shipbuilding and Coal Mining, 이후 군함 도)'라는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일제강점기 때 우리나라 사람들의 강제 노역 사실을 의도적으로 언급 하지 않고, 유산의 화려한 부분만을 취사선택하여 강조하 였다.93 해당 유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가 결정될 때, 유 네스코는 일본에 유산에 담긴 모든 역사를 전달하는 정보 센터를 설치하라고 권고하였지만, 이 역시 지켜지지 않았 다.94 이에 외교부에서는 공식 성명서를 발표하고, 유네스 코에 군함도 유산을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하기를 요청 하였으나, 유네스코에서 유산 해석의 문제로 인해 세계유 산을 삭제 조치한 사례는 없다.95 이에 국내에서는 학계뿐 만 아니라 대중에게까지 유산 해석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 하는 계기가 되었다. 국내에서는 2015년 군함도 유산이 세계유산으로 지 정된 이후부터 유산 해석에 대한 국제회의를 매년 유치 해 왔다. 그리고 여러 해 많은 전문가의 노력으로 2019 년 11월에 유네스코 ‘세계유산국제해석설명센터(The International Centre for the Interpretation and Presentation of the World Heritage Sites, 이후 국제센터)’를 국내에 유치 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 국제센터는 앞으로 세계유산을 등 재할 때 해석의 기준과 원칙을 마련하기 위한 연구를 추진 할 것이며96, 유산 해석에 있어서 지금까지 만연했던 몇몇 주체 집단과 국가로부터 결정된 근대적 유산 해석의 경향 을 포용적 유산 해석으로 전환하는 역할을 할 것이다. 지금까지 국외의 선행 연구를 중심으로 유산 해석에 대한 발전 과정을 살펴보고, 두 유산 해석의 사회적 역할 을 통해 유산 해석 개념을 제시하였다. 유산 보존이나 관 리적인 측면에 한정되었던 국내 유산 연구가 군함도 이슈 와 국제센터 건립을 계기로 유산 해석과 같은 철학적 연 구에까지 확장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91 Višnja Kisić;, 2016, Governing Heritage Dissonance: Promises and Realities of Selected Cultural Policies, Amsterdam: the European Cultural Foundation, p.91. 92 Višnja Kisić;, 2016, ibid, pp.97∼103. 93 동아일보, 2015.07.07., 「日정부, 메이지 산업혁명 세계유산 등재되자... “강제노동 아니다” 말바꾸기」 94 경향신문, 2020.06.22., 「일본, ‘군함도’ 등 세계유산 취소 요구 한국 방침에 “약속 이행” 억지」 95 세계일보, 2020.06.21., 「정부, 유네스코에 日 '군함도 세계 유산 지정 취소’ 요구」 96 연합뉴스, 2019.11.22., 「‘세계유산 해석국제센터’ 유치... 내후년 5월 세종서 개소」 58 MUNHWAJAE Korean Journal of Cultural Heritage Studies Vol.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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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NHWAJAE Korean Journal of Cultural Heritage Studies Vol. 53 No. 3, September 2020, pp.42~61. Copyright©2020, National Research Institute of Cultural Heritage https://doi.org/10.22755/kjchs.2020.53.3.42 Diachronic Research History and the Concept of Heritage Interpretation Nayeon Lee Ph.D. candidate, Heritage Management, Korea National University of Cultural Heritage Corresponding Author : naina.lee.kr@gmail.com Abstract Even though research on heritage interpretation has been conducted steadily since the mid-20th century, the actual concept of such interpretation has not been clear. In The ICOMOS Charter for the Interpretation and Presentation of Cultural Heritage Sites, which is a leading international standard of heritage management, the definition of heritage interpretation is still vague. Also, defining its concept is tricky because it is based on the 'situation,' which could change at any moment. Therefore it seems that previous research has focused only on the social function of heritage interpretation. Since socio-philosophy research has become increasingly crucial in heritage studies, the concept of heritage interpretation needs to be precise. Therefore, this paper looks at research history chronologically, divides its social role into two different branches, and finally reifies the definition of the concept. Two social values of heritage interpretation can be distinguished as 'modern heritage interpretation,' and 'inclusive interpretation.' Modern heritage interpretation directs studies into conveying heritage's value to the public as measured by a few experts. It is an educational and communicative role. Inclusive heritage interpretation focuses on seeking comprehensive recognition of diverse values and finds ways to promote reconciliation among multiple stakeholders of heritage. Even though these two functions have developed in different social backgrounds, it is apparent that both have been generated in an unclear, overlapping, and complicated context. The concept of heritage interpretation is too complex to simplify as 'interpretation' itself. This paper defines such interpretation as 'all activities involved in the process of value creation of heritage.' Two social values relate to the concept of 'interpretation': they all have a common recognition of fundamental characteristics of heritage. This is used to establish a collective identity in society. However, it is more appropriate to conceptualize inclusive heritage interpretation as 're-interpretation' because it denies modern heritage interpretation and identifies new negotiated value.
Keywords Heritage interpretation, Heritage studies, Heritage discourse, Ename Charter, Critical heritage studies Received 2020. 03. 31 ● Revised 2020. 04. 17 ● Accepted 2020. 08. 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