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중국의 정치상황을 호랑이 사냥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호랑이 사냥에 흠뻑 빠진 팬더곰이라는 말도 있다. 여기서 호랑이라하면 중국 주석 시진핑의 측근 또는 정적을 의미하고 팬더곰은 바로 시진핑을 뜻한다. 그러니까 중국의 최고 권력자이자 무소불위의 독재정치를 벌이는 시진핑이 벌이는 정적과 최측근들 숙청을 의미한다.
시진핑은 원래 주변에 최측근을 두기를 꺼린 인물처럼 보인다. 그의 어린 시절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해 언제부터 그런 심리가 자리잡았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그 누구를 잘 믿지 못하는 성격인 모양이다. 이른바 독불장군들이 가진 비슷한 성격이기도 하다. 오로지 자신만을 믿고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성격말이다. 자고로 독재자들의 대부분이 그러했다. 정적을 제거하다보니 자신의 최측근도 믿지 못하게 되고 결국 최측근마저 제거해 버리는 오로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극한 나르시시즘에 함몰하게 된다.
가장 최근의 예는 바로 중국 외교부장으로 임명된 친강이다. 친강은 중국에서 이른바 가장 잘 나가는 정치인으로 상징됐다. 친강은 시진핑의 총애를 한 몸에 받는 인물이었다. 중국의 외교전문가라는 왕이 외교부장이 5년에 걸쳐 이룬 업적을 친강은 단 3개월만에 해낸 인물이기도 하다. 승승장구하며 결국 외교부장에 올라 그 유명한 전랑외교 (늑대처럼 강하고 단호하게 외교를 밀어붙이는 행위)의 전령으로 시진핑의 귀여움을 독차지하던 친강이 어느날 사라져버렸다. 아야 소리 못하고 정말 바람과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 친강의 제거당함에 대해 이런 저런 소리가 많이 나오지만 역시 시진핑이 제거한 것만은 틀림없는 것같다.
시진핑이 중국 최고의 권좌에 오르고 난 뒤 앞으로 그야말로 황제자리를 단호하게 지킬 수 있는 토대는 바로 측근 제거에서부터 시작한다. 측근보다는 정적 제거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 같다. 시진핑은 지난 2012년 중국 권력을 움켜잡았다. 그리고 이제 11년이 되었다. 그동안 그는 정말 쉴 틈없이 숙청작업에 돌입했다. 사정작업이라고도 불린다.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들은 시진핑의 정적 제거를 호랑이 사냥이라는 표현으로 말하곤 한다. 팬더 곰처럼 물러 터진 것같지만 정적제거에는 비호같다는 지적이 많다.
시진핑의 정적제거의 백미는 역시 상하이방 제거일 것이다. 시진핑의 권력 장악에 불만을 품은 핵심인사들을 사그리 제거했다. 4인방제거라고도 한다. 저우융캉, 보시라이, 쉬차이허우, 링지화 등이다. 다들 한가락씩 하면서 차기 권력자로 떠오르던 인물들이다. 시진핑의 수법은 단순하면서도 강했다. 강력한 사정권력을 동원해 그들의 뒤를 파헤친뒤 비리혐의로 엮는 것이다. 나라의 주요직책에 있는 인물들이 청렴해야 함에도 부정축재를 일삼는 자들을 처단하겠다는 데 국민들이 반대할 리가 없다.
시진핑의 정적제거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인물이 왕치산 전 국가부주석이다. 왕치산은 시진핑의 명을 받들고 사정의 칼을 힘차게 내둘렀다. 그의 칼끝에 수많은 목들이 날라갔다. 정말 무소불위의 사정을 휘두른 자가 바로 왕치산이다. 왕치산은 시진핑의 충실한 사냥개였다. 그는 이른바 호랑이 사냥의 선두에 서서 무지막지한 사냥을 일삼았다. 하지만 그 왕치산도 작년에 특별한 일도 없이 그냥 정계를 은퇴한다. 그야말로 토사구팽이다. 사냥이 끝났으니 사냥개를 잡아 먹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래도 시진핑은 왕치산의 목숨만은 살려 놓았다.
시진핑의 정적 제거 나아가 측근 제거의 칼춤이 언제 끝날지 모른다. 아마도 그 누구도 자신에게 감히 도전할 인물이 없을 때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정말 무서워서 누가 시진핑 옆에 가려 하겠는가. 요즘 시진핑의 얼굴이 예전같지 않다는 소리가 많이 나온다. 뭔가 초조하고 쫓기는 그런 모양새라는 것이다. 시진핑의 유래가 없는 독재시스템에 반기를 드는 분위기가 점차 드러나고 있다. 그동안 하늘 무서운지 모르고 놀아났던 경제도 하향하는 분위기이다. 시진핑의 영원한 홍위병일줄 알았던 젊은 세대들도 이제 시진핑에게 욕설을 퍼붓고 있다. 중국이 언로를 철저히 차단하고 무지막지한 독재시스템을 가동하니 전세계로 널리 퍼져 나가지 않을 뿐이다.
시진핑은 불안하다. 이러다가 그 넓은 땅덩어리 어디에선가 폭동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겠는가. 중국은 자고로 농민폭동이 가장 많이 일어난 곳이다. 중국의 왕조가 수없이 붕괴된 것도 각종 민란과 폭동에 의해서이다. 시진핑은 언로를 막아 불만세력이 확산되는 것을 막고 있지만 그게 그렇게 마음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 비록 모택동의 문화혁명으로 국민들의 상당수가 정권의 홍위병화되고 중국이 오래 간직한 미풍양속이 모두 사라졌지만 그 핏속에 흐르는 민란의 추억은 그렇게 쉽게 지워지는 것이 아니다.
초조한 시진핑은 일단 측근부터 철저히 단속하겠다는 것이다. 감히 어수선한 분위기에 편승해 자신의 자리를 넘보는 자가 없도록 하겠다는 심리일 것이다. 하지만 예전부터 독재자들은 바로 자신의 측근에게 배반당하고 목숨을 잃었다. 외세가 침범해 왕조가 무너진 것보다 최측근들의 배반과 반역으로 독재자들의 목숨이 사라진 경우가 훨씬 많았다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 정말 수없이 봐왔다. 한국도 있지 않은가. 아마 북한도 그럴 가능성이 높고 중국도 그런 확률이 상당할 수 있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하고 그런 부패한 권력은 필히 붕괴되게 마련이다.
2023년 8월 5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