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정, 신앙(대산교회) 23-45, 청년 성도가 할 수 있는 몫
올해 마지막 예배당 청소를 마치고, 박재현 목사님께 소식한다. 오늘은 함께 티타임을 갖기로 했다. 김민정 씨와 어느 카페로 가면 좋을지 의논한다. 대산교회가 있는 청림마을 근처에 카페 두 곳이 있다. 위치는 정반대이다. 고민하다가 결정을 목사님께 전하자고 했다. 카페 두 곳을 설명드리고, 여쭤보고 원하는 곳으로 가자고 했다.
“이거 내가 대접해야 하는 거 아닌가.”
“김민정 씨가 한 해 섬길 수 있는 기회와 자리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어요. 덕분에 주중에도 예배를 준비하는 마음으로 교회를 찾고, 기도할 수 있었다면서 감사를 전하는 의미로 커피 대접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고마워요, 민정 씨.”
목사님께서 두 곳 다 가 보지 않았다고 했다. 오늘은 주택을 개조한 곳으로 한옥 인테리어가 인상적인, 한국적인 입맛을 살린 메뉴들이 있는 곳으로 가자고 하셨다.
“여기도 가고, 저기도 갑시다. 제가 얼마 전에 근처 카페에 갔는데 커피 맛이 좋더라고요. 다음에는 제가 거기로 대접할게요. 같이 가요. 우리 가야 할 카페가 여러 곳이네요, 하하.”
“예.”
풍경 좋은 자리를 찾아 앉는다.
“민정 씨, 한 해 동안 예배당 청소해 줘서 고마워요. 기도합시다.”
올해를 돌아본다. 연초에 목사님을 뵙고 신앙 과업 계획을 나누며 세웠던 세 가지 목표를 돌아보며 감사 인사를 나눈다.
“박재현 목사님 덕분에 김민정 씨가 절기마다 잘 알고, 놓치지 않고 헌금할 수 있어 감사드린다고 했습니다. 헌금하는 기쁨을 누리는 한 해가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나요, 김민정 씨?”
“예.”
“성도님께서 아프다는 소식도 전해 주신 덕분에 중보기도 할 수 있어 그것도 참 감사했다고 했어요. 앞으로도 성도님 중에 중보기도가 필요하신 분 있다면 언제든 연락 부탁드립니다.”
“네, 기도해 줘서 힘이 되었을 거예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래 신앙생활한 대산교회에서 성도로 섬길 수 있는 자리를 주셔서 감사한 한 해를 보냈다고 합니다. 가장 젊은 성도로서 이제는 몫을 하면 좋겠다는 바람을 품었는데, 올해가 딱 바람처럼 되었어요.”
“그렇네요. 민정 씨가 우리 대산교회에서 ‘가장 젊은 성도’네요.”
“예.”
“가장 젊은 성도로서 일 년 동안 예배당 깔끔하게 쓸고 닦아주어 고마워요. 내년에도 잘 부탁합니다.”
“예.”
젊은 청년 성도가 할 수 있는 몫, 내년에도 잘 부탁한다는 인사가 반갑게 들렸다.
요즘 목사님의 근황을 전해 들었다. 거창 어느 모임에서 목사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기독문화원의 바리스타 과정이 있고 목사님께서 커피에 대한 관심이 깊기도 하거니와 자격증이 있어 강사로 활동하게 될 수도 있다고 하셨다.
“민정 씨, 관심 있으면 내년에 함께 해요.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는데 만약 하게 되면 내가 알려줄게요.”
“예.”
“김민정 씨 20대 때 카페에서 일하면서 커피 만들곤 했어요.”
“그래요, 민정 씨?”
“예, 히히.”
“카페 사장님께서 커피 내리면 김민정 씨가 곁에서 우유 부어서 라떼를 만들었다는 기록을 읽었거든요.”
“그럼 민정 씨 잘하겠네요.”
“예.”
카페에서의 시간, 말의 표현만 보자면 목사님과 돕는 직원의 오고 가는 대화가 거의 전부라 들릴 수 있겠지만 눈의 흐름을 보자면 셋의 대화다. 이야기를 나눌 때 옆에 있는 김민정 씨를 몇 번이고 바라본다. 김민정 씨 이야기를 대신 전할 때면 더욱 이 시선의 흐름에 신경 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목사님께서도 김민정 씨를 바라보신다.
‘입주자와 함께 취미를 배우고 가르치며, 동아리 활동을 함께하고, 함께 예배하고, 함께 일하고, 머리를 손질하고, 입주자의 쇼핑을 계산하고 도우며, 도서관 이용을 안내하는, 최소 360명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그들은 학원‧공방‧동아리‧교회‧성당‧직장‧미용실‧마트‧커피숍…에서 월평빌라 입주자와 함께한 경험과 요령으로 자기 삶을 다른 곳에서 입주자와 비슷한 형편의 누군가를 익숙하게 대할 겁니다. 그리 어렵지 않게 대할 힘이 생겼을 겁니다. 어떻게 인사하고 어떻게 어울리는지 압니다. 적어도 막연하거나 막막하지 않을 겁니다.
이렇듯 우리 사회사업은 입주자 서른 명을 지원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와 지역 주민이 약자와 더불어 살게 돕는 일입니다.
우리 일은 세상을 이롭게 합니다.’
세상을 이롭게, 2023년 11월 30일 목요일, 박시현 소장님 글 발췌
‘세상을 이롭게’. 우리는 당사자를 돕기도 하지만 둘레 사람을 도와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이기도 하다. 이를 기억하면 사람에 집중하게 되고, 상황에 집중하게 된다. 그 속에서 나는 어떤 말과 역할을 살펴야 하고, 어떻게 도울 것인가가 좀 더 선명해진다.
말이라는 도구로 당신의 생각을 직접 전하기 어려운 분이라도, 둘레 사람과의 오고 가는 대화 속에서 당사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작은 시선마저도 신경 쓰고, 때론 설계하는 이런 섬세함이 연차가 쌓일수록 세련되게 갈고 닦을 수 있는 사회사업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그러니 역시나 매번 똑같이 반복되는 일이 아닌 것이다. 같은 분을 만나 인사를 드리는 자리라도 매번 새로움이 있다.
2023년 12월 15일 금요일, 서지연
박재현 목사님 말씀에 김민정 씨가 참 귀한 사람이고 대산교회 성도로 기도도 많이 하고 젊은 청년 성도로 감당할 일을 잘 하셨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렇게 살도록 도와준 목사님, 서지연 선생님 고맙습니다. 신아름
절기 헌금, 중보기도, 예배당 청소. 성도의 삶 잘 사니, 살아서 감사합니다. 서지연 선생님 하는 일은 세상을 이롭게 합니다. 세상에 이롭습니다. 월평
첫댓글 "말이라는 도구로 당신의 생각을 직접 전하기 어려운 분이라도, 둘레 사람과의 오고 가는 대화 속에서 당사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작은 시선마저도 신경 쓰고, 때론 설계하는 이런 섬세함이 연차가 쌓일수록 세련되게 갈고 닦을 수 있는 사회사업이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서지연 선생님은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분이죠. 말로도, 행동으로도 서지연 선생님을 보며 배우는 바가 큽니다. 시간이 흘러 참으로 멋진 사회사업가가 될 것이라 확신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