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 아래서 쓴 편지 /자향
아침 산책길에
나와 똑같이 늙어가는 친구가
떠올라 이렇게 몇 자 적어보네.
벤치 주변으로는
진달래와 철쭉이 만개했고,
명자나무엔 주렁주렁 매달린 붉은
꽃들이 방글방글 웃고 있네.
연둣빛 여린
잎들은 능선을 따라흐르며
오래 묵은 상수리나무 가지 위로
몽그르르 숲을
이루어가고 있는 중이라네.
저 ~ 이름모를 새들의
울음소리는 아침이슬보다 더 싱그럽게
이 골짜기를 가로지르고 있네.
그런데도 요즘 나는,
글감 하나 잡히지 않아 묵묵하고
지루할 뿐이라네.
아우성치듯 약동의
물오름을 데면데면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 나를 보며,
상춘의 멋진 감성들조차
가슴에 그대로 처박혀버리는 듯
아쉬운 생각뿐이라네.
허구한 날 군소리처럼 들리던
‘늙어간다’는 말이,이토록
맥 빠지는 일일 줄은 미처 몰랐네.
인생은 그 나이때마다
살아볼 만하다고들 하지만,
나는 요즘 그 말이
그리 쉽게 와닿지 않네.
굳이 말하자면, 그 기한도 한
칠십오세쯤 까지가 아닐까 싶네.
그래도 빛바랜 꽃잎일지라도
꽃가지에 매달려 있을 때는
아직 남은 기운이 있는 법이지만,
땅에 떨어진 뒤에는
그 존재감마저 점점
희미해지는 것 같네.
팔십 고지를 바라보는 일은
생각보다 무겁고 두렵네
마치 히말라야 정상
5미터를 남겨두고 눈물을 머금은 채
돌아선 어느 여 산악인처럼,
나 또한 그 앞에서
조용히 돌아서고만 싶어지네.
그녀는 정상을 눈앞에 두고
왜 눈물을 머금으며 돌아섰을까.
그것은 포기가 아니라,
남은 삶을 향한 가장 처절하고도
숭고한 결단이었을 것이네.
8,000미터가 넘는
사투 끝에 마주한 그 마지막 5미터.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그 거리를 포기하는 것은,
정상을 밟는 것보다
수만 배의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네.
나 역시 지금 그 5미터 앞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하네.
비록 팔십이라는
고지가 무섭게 다가오고
인생의 빛이 바래가도,
정상을 고집하다 쓰러지는 대신
'살아서 돌아가는 길'을
택한 산악인처럼,
나 또한 이 맥 빠지는
시간들을 묵묵히 견디며 뒤돌아
내려가는 법을 배우는 중이라네.
비록 꽃잎은 지고
존재감은 희미해질지언정,
눈물을 머금고 돌아설 줄 아는
그 용기야말로
내 인생이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위엄이 아닐까.
오늘 아침, 싱그러운
새소리에 섞여 오는 그 산악인의
뒷모습이 자꾸만 눈에 밟히네.
그래도 말일세,
여기까지 걸어온 길이
헛된 것은 아니었으니,
남은 몇 걸음 또한
허투루 딛고 싶지는 않네.
비록 발걸음은 더뎌졌을지언정
나는 여전히 내 몫의 길 위에
서 있다는 생각을 놓지 않으려하네.
첫댓글
예전에,
명자 나무 몇 그루를 우리 어머니 집
마당 끝자락에 남편이 심어드렸어요.
어느 봄 날에 어머니 집 엘 갔는데
붉은 꽃이 나무 밑에 다 떨어져 있었음.
"내가 집을 몇 일 비울일이 생겼는디 꽃들이
너무 이뻐서 도둑 맞을 것 같아서 꽃들을 다 따 버렸어야~"
"어째야 쓰까요~잉 참말로~^^"
ㅎㅎ
어머님께서 차라리
현명하실지도 모릅니딘
타인 손 타는 것 보다
훨 이득인 셈이지요
너무 이쁘니까 할 수 있는 일이지요
꼬부기는 샤스타 데이지가
너무 이뽀서 씨앗을 심었더니
싹이 예쁘게 돋았습니다.
꽃이 언제 필지 모르지만
꼭 그림님꺼 보여드릴게요.
기대 하실거죠~~ ㅎ
"샤스타 데이지" 이름도 이쁘네요.
기대 많이 합니다~아~~~^^
@느림보 거북이^^
무럭무럭
예쁜 잎새가
잘 크고 있으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