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쏟아지니 왜관역이 숨을 쉬는구나
하루하루 풍경화에 갇혀 지내다가
빗물에 찢어진 화폭 밀치고 왜관역이
살아나서 움직이는구나
우두둑 떨어지는 빗줄기에 아랫도리 벗고 누워
억새풀에 몸 파는 강둑이 보이고
역사에 긴 팔 뻗은 은사시나무잎, 비바람에 요동치는
물고기 되어 은비늘 반짝이며 헤엄쳐가는구나
막차는 왜관역에 진입하는데
기다림에 호롱불 켠 까만 눈의 사람들
비에 젖으면 그리움도 슬픔이 되는 건지, 기차는
관악기 녹슨 음악으로 달려와 눈물로 흘러간다.
저기 비 내리는 왜관역에, 승객들
윷가지처럼 던져놓고
아득히 먼 길 헤쳐 떠나가는 기차
은사시나무 사이로 지나가는구나
그치지 않을 것 같은 밤비 소리, 아궁이에서
불타고, 라면 국물 내려가는 하수구에서
점점 멀어지는 기차소리, 나의 꿈으로
선로 바꾸면 우주 어디에 닿게 될까.
첫댓글 경부선 왜관역
우주의 바다에서
출렁이는
부표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