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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번째 돌을 맞이하는 K리그.
그런데 돌 잔치를 하기도 전에 핵폭탄을 다시 한번 터트리고야 말았다.
"연고지 이전"
이로 인해 상당수의 축구팬들은 정신적 공황 상태에 빠졌으며 이른바 '쇼크'를 받았다.
특히 하루 밤 사이에 내 팀을 잃어버린 부천팬들의 심경은 이루 말할 수 없을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사태를 돌이켜보자면 K리그의 태생적 뿌리의 기형성으로부터 발생된 이른바 "예고된 쇼크"였다고 봐야 할 것이다.
수원 삼성,울산 현대,전북 현대,부산 아이파크,FC XX,성남 일화,포항 스틸러스,전남 드래곤즈 그리고 나머지 한팀..
이들은 모기업인 기업체의 소유인 클럽들이다.이들을 '기업형 클럽'이라 칭해보자.
물론 시민구단들이 하나 둘씩 생겨나고 있고,지역 연고 개념이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자리를 잡아가겠지만,아직도 우리는 이들 기업형클럽들 위주로 k리그를 진행할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다시 한번 '부천sk의 제주도 야반도주 이전사태'같은 파행적 행위로 인해 축구팬의 영혼마져 빼앗아버리는 기업구단들의 후행답습을 막기 위해서라도 유럽의 기업형클럽의 선진 경영에 대한 노하우나 기업역사 등은 충분히 벤치마킹해 볼 가치가 있다.
일단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나 FC 바르셀로나,AC밀란 같은 유럽축구의 클럽들은 축구단이 하나의 그룹이나 회사의 소유가 아닌 이른바 "쏘시오"라고 하는 시민공모주를 통해 클럽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고 정기적으로 자체 선출과정을 통해 구단주를 뽑는다.이렇게 클럽에 대한 일종의 주식을 소유한 시민주주들은 수시로 주주총회를 개최해 클럽에 대한 자신들의 의견을 피력하고 선수 영입과 클럽경영 등에 대해 입김을 불어넣는다.
즉,해당 연고지의 축구 클럽의 주인은 곧 "지역민"들인것이다.
반면에 K리그클럽들은 태생적으로 국가의 정책적 필요성에 따라 소위 대기업들에게 프로구단유치를 강요하다시피했고 그에 따라 국내 프로팀들이 탄생되었다.그러다보니 대부분 팀들의 주인은 해당 연고지의 '시민'들이 아닌 '기업'들이다.그래서 기업을 모그룹으로 삼고 있는 클럽들은 선수 영입이나 각종 마케팅,구단 경영 등에서 주인인 모기업의 그늘에서 자유스럽지 못한게 현실이다.또한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졸지에 축구단의 주인이 된 기업체들은 단순히 기업이미지 제고라는 명목하에서 능동적이 아닌 수동적으로 팀을 운영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그러다보니 해가 갈수록 늘어가는것이 적자인것이 어찌보면 당연지사인것이다.다행스럽게도 포항 스틸러스는 기존의 포항 제철->포항 아톰즈->포항 스틸러스로 팀명이 개칭되는 과정을 거치면서 형식적으로나마 '독립법인' 등록을 마쳐 앞으로 클럽의 대주주인 'POSCO'로부터 어느정도 자유스러워질 수 있는 여지를 마련했다.
하지만 유럽축구에 속해있는 클럽이라고 모두 시민주형식의 클럽만 존재하고 있는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PSV아인트호벤이나 분데스리가 명문 바이엘 레버쿠젠 등은 소위 기업형 클럽이다.이는 지역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아인트호벤같은 경우는 지역 내에 위치한 'PHILLIPS'사와,레버쿠젠은 세계적인 제약회사 'BAYER'사와 도시와의 밀접한 관계덕에 탄생했다.
그렇지만 한국적 기업형 클럽구조를 비슷하게 가지고 있다고하지만 유럽의 수많은 클럽들 중에 소위 '명문클럽과'에 속하는 양클럽의 위상을 보면 국내 k리그의 기업형 클럽들과는 큰 차이를 보임을 알 수 있다.
왜 그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물론 가장 큰 이유는 근 100년이상의 클럽의 역사로 비롯된 시간적 차이일것이다.하지만 언제까지 시간타령을 하며 "시간이 언제가 해결해주겠지.."하고 손가락만을 빨고 있을순 없다.
지금부터는 바이엘 04 레버쿠젠을 통해서 국내의 기업형 클럽들과의 비교,대조를 통해서 앞으로 나가야할 방향을 생각해보자.
레버쿠젠은 독일 노스트 베스트팔렌주의 중소도시이다.또한 독일 내에서 대표적 화학공업도시로 유명하다.오죽했으면 화학분야의 박물관까지 있을까? 그리고 레버쿠젠엔 세계적 제약 회사 'BAYER'가 있다.
레버쿠젠 도시에는 그리 많은 인구가 살고 있지는 않다.현재 약 16만명 정도의 도시가 살고 있다고 한다.하지만 그 16만명 중에 약 3만명정도가 바이엘에 근무하고 있다고 한다.도시 인구의 20%의 밥줄이 달려있는 셈.또한 레버쿠젠 인근 지역에도 약 1만5천명정도의 바이엘직원이 살고 있다고 한다.
'아스피린을 탄생시킨 세계적인 제약회사 BAYER로고
세계적 기업답게 바이엘은 현재 무려 28개의 스포츠 클럽 운영중이다.가장 유명한 바이엘 04 레버쿠젠축구클럽을 비롯해 농구팀인 바이엘 자이언츠 레버쿠젠,남녀배구팀인 TSV바이엘 레버쿠젠,그외에도 요트,스키,테니스,크로스 컨트리 등의 많은 스포츠클럽들을 직접 운영하거나 스폰서쉽 체결로 간접지원해주고 있다.
또 다른 바이엘의 스포츠 클럽.바이엘 자이언츠 농구단
레버쿠젠시가지를 거닐다보면 이런 바이엘사의 영향을 한눈에 볼 수 있다고한다.축구장,농구장,아이스하키장,심지어공원까지 모두 바이엘사에서 직접 건설한것이며 자연스레 경기장 명칭에서도 바이엘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다.
한때 '차붐' 차범근 현 수원삼성감독이 활약했던 레버쿠젠팀의 홈구장명칭이 'Bayer Arena'인것만 보아도 레버쿠젠시와 바이엘사와의 끈끈한 유착관계를 짐작할 수 있을것이다.
스폰서쉽과 후원부문에 대해서 좀 더 얘기해보면 BAYER사는 현재 총 55개의 스포츠클럽을 직,간접적으로 후원해주고 있으며 팀이 아닌 홀로 선수생활 중인 육상선수나 테니스선수 등의 후원도 하고 있다.또한 지역민과 직원들이 참여하는 스포츠클럽들을 자체적으로 조성,후원하는 일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바이엘사는 도대체 이렇게 천문학적인 노력과 자금을 들여서 스포츠클럽을 후원해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이엘그룹내 스포츠부문을 총괄하는 마이놀프 스프링크총단장은 “스포츠클럽은 회사와 직원, 지역주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중요한 연결수단”이라고 강조한다.
사실 바이엘사의 스포츠클럽에 대한 후원은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비롯됐다고 한다.19세기말까지 부퍼탈이라는 도시에서 조그만한 화학공장이었던 바이엘사는 20세기초 레버쿠젠으로 이전했고 지역민들과 좀 더 강한 연개감을 구축하기 위해 고심하던 중 몇몇 직원들이 '스포츠클럽을 만들고 후원해주어 지역민들과 동질감을 느끼자'라는 의견을 내놓았고,이에 경영진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흔쾌히 받아들여 마침내 1904년 7월 ‘TSV 04 레버쿠젠 컴퍼니 스포츠클럽’이 탄생하게 됐다. 회사와 연계된 스포츠클럽은 독일에서 이것이 효시였다. 스프링크 총단장은 “바이엘은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공약을 잊지않고 있으며 이 공약을 실천하기 위해 수많은 스포츠클럽을 후원하고 있다”고 말한다.
도시는 바이엘을 중심으로 커왔지만 바이엘은 자만하지않고 지역주민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바이엘AG의 스테펜 기업정책및 언론홍보 국제담당부장은 “기업이익의 일부는 항상 지역사회와 지역주민에게 환원되고 있다”고 말한다. 스포츠클럽에 대한 지원도 그 일환이지만, 문화예술에 대한 바이엘의 후원은 아주 특별하다. 그룹내에 문화부를 설립, 회사는 물론 레버쿠젠과 인근지역 문화사업을 총괄하고 있다.
현재 바이엘 문화부는 총7만여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매년 6만여장의 티켓을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바이엘 04 레버쿠젠 축구클럽에 대해 좀 더 살펴본다면,레버쿠젠은 구단경영에 있어서도 기업과 클럽간의 분리정책을 표방한다.k리그의 기업형 클럽들이 기업인사들 가운데에서 주요인력을 빼와 축구단 고위직자리에 앉히는것과 달리 소위 "아웃소싱"이라 불리는 방식을 통해 외부에서 전문가경영인을 스카우트해 주요직책자리에 맡기고 기업과 분리된 독자적인 경영을 추구한다.이 뿐만 아니라 전 독일국가대표선수 출신이자 얼마전까지 독일대표팀 수장까지 지냈었던 전 레버쿠젠 클럽 출신인 루디 펠러를 기술 고문자리에 앉혀 지역민들에게서 호응을 얻고 있다.펠러는 국가대표감독을 맡기전부터 매니져직책에 있다가 대표팀감독직을 맡은후 잠시 일을 그만두었다가 현재 다시 고문직책에 복귀해 열심히 친정팀을 위해 봉사중에 있다.
레버쿠젠의 또 다른 스폰서쉽 RWE마크가 보인다
또한 90년대중반부터 새천년초반부까지 레버쿠젠팀을 이끌었던 정신적 지주이자 구심점이었던 전 독일국가대표 출신 공격수 울프 키르스텐선수가 은퇴하자 성대한 은퇴 기념 행사 마련해 주며 클럽에 봉사한 영웅에 대한 합당한 보상을 해주었고 현재 그를 21세이하 레버쿠젠유소년팀 감독자리에 앉히며 인간적인 구단경영의 진면목을 보여주고도 있다.
레버쿠젠팀의 구단경영의 핵심인물은 클럽단장인 라니어 칼문트씨다.차범근 현 수원삼성감독이 분데스리가리그에서 한창 주가를 올릴 때인 7-80년대 당시부터 레버쿠젠 프런트직을 역임하고 있었던 그는 무려 27년간이나 레버쿠젠 축구클럽에서 선수들과의 친밀한 유대관계,헌신적인 구단 업무참여,선견지명 있는 선수영입 등 구단과 관련된 온갖 잡다한 일들을 도맡아하며 90년대부터 레버쿠젠이 분데스리가 강자로 군림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운 인물이다.근 30년간 클럽만 바라보며 헌신적인 사랑을 베푸는 구단프런트가 있는 클럽이 발전이 요원하다면 오히려 잘못된 일 아니겠는가?
레버쿠젠 축구클럽의 산파 라이너 칼문트.현재도 차붐과 돈독한 유대관계를 맺고 있는것으로 알려져 있다
04-5시즌 레버쿠젠이 부진에 허덕이며 리그강등권에서 헤메며 2부리그로 떨어질 지도 모르는 어려운 상황을 겪으면서도 팀내 주축 선수들이 2부리그라도 함께 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은 인간적인 구단경영의 표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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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레버쿠젠과 같은 유럽클럽의 경우에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긴 구단역사와 더불어 지역적 유대감이 특히 강한 유럽지역이라는 환경적 영향까지 덤으로 받아 이렇게 기업형 클럽임에도 불구하고 성공적인 운영을 하고 있는것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k리그의 소위 기업형클럽들이 시간이 흐른다고해도 자신있게 레버쿠젠이나 아인트호벤처럼 되있을거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클럽을 경영하는 기업의 본질적인 '마인드'의 차이탓일게다.
단순히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만이 아닌,기업 이미지 제고만을 위함이 아닌 그 지역주민들과 더불어 살고자 하는 마음,함께 살아가고 누리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이 작지만 커다란 마인드의 차이..
바이엘사는 축구단을 비롯한 스포츠클럽을 통해 시민들 위에 군림하지도 않았고 악용하지 않았다.그들은 철저히 스폰서쉽을 통한 후원을 하고 구단 경영은 분리하고 구단 운영은 팬을 역점에 두고 추진해 나갔다.그들은 구단의 주인이 바로 '그들 자신인 기업'이 아닌 해당 지역연고민을 어우르는 '팬'임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바이엘 아레나 경기장 내부에서 지역민들을 위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다.경기장의 주인은 선수이기도 하지만,팬들의 것이기도 한것이다
그렇게 클럽에 열성적인 지원과 후원을 아끼지 않는 바이엘사는 지역민의 꾸준한 사랑을 받아오고 있다.
그 마인드적 차이가 이리 크게 느껴지는것인 것일것이다.
지금이라도 연고이전같은 축구계의 국치일을 두번 다시 만들지 않을려면 보다 많은 시민 구단들이 만들어지고 그 지역사회에 뿌리를 내려야하겠고,기업형 클럽들은 벌은 만큼 사회에 환원하고 지역민들과 함께하는 경영마인드를 가져야 할것이다.
팬을 무시한 클럽은 결코 오래 가지도 못할것이요.발전할 수도 없을것이다.
팬은 프로 스포츠의 꽃이요...주인이요..프로스포츠의 존재이유인것이다.
저 아름답고 순수한 팬들의 미소를 어찌 저버릴 수 있을까?
출처:싸커월드 축구중독 말기님의 글
P.S
정말 멋진글이네요..저가 우리나라에만 기업구단이 있나 궁금하기도 하고
다른나라도 있으면 우리나라와 달리 어떻게 운영될까 궁금하기도 했는데..
그런 궁금증이 확 해소되는 글이네요 그리고 우리의 기업구단의 현재 현실 그리고
앞으로 우리의 기업구단들이나아갈 방향 은 어떤건지 정확히 제시해주네요
특히 마지막에 팬은 프로스포츠의 꽃이요 주인이요 프로스포츠의 존재이유 이다
팬을 무시한 클럽은 결코 오래 가지 못한다 발전도 할수없다
아 너무 멋지 글구네요 ㅠㅠ
수원삼성이나 울산현대같은 구단들도
위 사례처럼 수원과 울산에 기업들이 뿌리를 두었는데
팬을 위한 기업구단 운영,시민을 위한 운영과 봉사를 했으면 하네요
아 정말 이거 고위 관계자분들에게 또박 또박 읽어드리고 싶네요 ㅠㅠ
퍼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이런 멋진글 써주신
사커월드 축구중독 말기님에게도 감사하고
저는 이글을 연맹과 각 기업구단 게시판에 퍼트릴 생각입니다.
님들도 자기가 지지하는팀이 기업구단이면 각 구단 홈피에 들어가셔서
이 글좀 남겨주셨으면....다른데라도 많이 퍼뜨렸으면..
물론 시민구단이 지지자이신분들도 우리 구단들이 나아갈 방향이 정확히
제시된 좋은글을 많이좀 퍼뜨렸으면 합니다 ^^ 시민구단 홈피게시판에도 부탁.
글 올릴때 싸커월드 축구중독 말기님에 출처를 남겨주세요
그건 예의 입니다 ^^ 그리고 또하나 글올릴때 관리자님이 꼭보게 관리자님 필독붙여주시면 더좋구요
저는 그럼 올리러 가겠습니다....
많은 동참 부탁드립니다.....
첫댓글 보면 볼 수록 부럽다.. 레버쿠젠에 100억넘는 몸값선수 있다그랬는데
글 잘 썼네;;ㅋ
어찌보면 바이엘레버쿠젠은 수원시를 연고로 둔 수원삼성을 연상케하는군요 ...
저도요.. 수원이랑 삼성이랑 뗄레야 뗄수 없는관계..
또 인천도 마찬가지죠 인천과 GM의 관계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울산도 마찬가지입니다.
한국의 기업은 이미 여러 지역에 자사 공장이 있습니다. 오히려 수원과 울산은 삼성과 현대가 키운 도시라 해야 맞는 표현이 아닐까요? 해당 도시에서 사업을 시작한게 아니라 기업의 필요와 정부의 이해가 맞닿아 지금의 울산과 수원이 커왔다고 보는게 맞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