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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간지루니
"조세 무리뉴 v 펩 과르디올라 : 유나이티드는 결국 시티를 제어하지 못했다."
17-18 프리미어 리그 우승 판도에 가장 중요한 매치가 드디어 우리에게 찾아왔다. 시즌 초반부터 펩 과르디올라의 맨체스터 시티
는 파죽지세의 기세로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이며 프리미어 리그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조세 무리뉴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 한번씩 미끄러지긴 했으나 맨체스터 시티에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팀으로 2위를 유지하며 시티를 추격했다.
두 팀이 만날때까지 맨체스터 시티는 결국 단 한번도 미끄러지지 않으며 13연승을 달리고 단일시즌 최다 연승인 14연승에 도전
중이었고 마침 상대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였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 지난 시즌 9월 맨체스터 시티에게 올드 트레포트에
서 패한 후, 단 한차례도 올드 트레포트에서 패하지 않으며 홈 무패 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이 대결은 프리미어 리
그 우승 판도에도 정말 중요한 매치였지만 기록에 있어서도 다양한 볼 거리를 제공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승리한다면 승점 5점 차로 좁히며 다시 한 번 프리미어 리그 우승 레이스가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고, 맨체스터 시티가 승리한다면 승점 11점차가 되면서 다른 팀들이 우승하기에는 꽤 어려운 상황이 되버린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뿐만 아니라 첼시, 토트넘, 아스날, 리버풀 팬들 역시 이 대결에 집중했다.
사실 가장 큰 경기 포인트는 역시 조세 무리뉴와 펩 과르디올라의 지략 싸움일 것이다. 두 감독은 어떤 감독들 보다 서로가 서로
를 잘 알고 서로 너무나도 다른 철학을 가지고 팀을 운영하기 때문에 이 다른 철학이 이 대결에서 어떤 모습으로 부딪힐지에 대한
기대감이 정말로 큰 매치였다.
경기전 컨퍼런스에서부터 두 감독의 심리 게임은 시작했고, 그 대결은 눈이 내리는 올드 트레포트에서 더욱 치열했다. 결과론적
으로만 보자면 매너도 승리도 모두 펩 과르디올라와 맨체스터 시티가 가져갔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너무나도 많은 걸 잃은
매치다.
조세 무리뉴는 강팀과의 경기에서 최근 매번 백3 체제를 유지하며 밸런스를 지켰다. 하지만 이번 더비에서는 백4를 들고 나왔고
앙토니 마샬, 로멜루 루카쿠, 마커스 래쉬포드, 제시 린가드를 모두 투입하는 선택을 했고 이 선택이 어떤 의미였는지는 경기를
시작하고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조세 무리뉴는 시티에게 많은 공간을 내주더라도 래쉬포드, 마샬, 루카쿠, 린가드의 빠른 속도를
택했다. 우리의 약점을 상대에게 고스란히 내주고, 상대의 약점을 더 크게 노려보겠다는 의도였으나 이 전술은 맨체스터 시티를
전혀 제어할 수 없었다. 제어하지 못한다면 상대의 약점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활용해야 하는데 유나이티드의 역습은 단순했
고 시티의 후방을 노려볼 기회도 많지 않았다.
도대체 시티를 제어하지 못했다는 게 어떤 의미였을까? 맨체스터 시티는 케빈 데 브라이너와 다비드 실바 그리고 페르난지뉴의
트리보테 대형으로 경기를 시작했고 미드필더를 완벽히 장악했다. 모든 순간 시티는 수적 우위를 점했고 그 중심에는 라힘 스털
링이 있었다.
(마샬과 에레라의 사이에 항상 위치해 있는 스털링 에레라가 다급하게 스털링을 마킹 해달라는 손짓 자신은 마티치와 린가드 사이의 공간을 좁혀야 하는 상황 스털링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에레라는 데 브라이너의 전진과 스털링이 파고들 수 있는 두 경우의 수 모두 생각해야 하는 과부화에 걸리게 된다.)
(스털링의 이동을 전혀 제어하지 못했던 유나이티드 수적으로 항상 밀렸다.)
(에레라가 수비하면서 신경써야 할 두 선수들의 전진)
맨체스터 시티의 경기 플랜은 확실했다 리로이 사네는 경기장을 크게 벌려 사이드를 공략했고 가브리엘 제수스와 라힘 스털링은
꾸준한 스위칭을 통해 유나이티드 수비에 혼란을 야기 시켰다. 사실 리로이 사네 역시 왼쪽 오른쪽을 크게 오가며 대형을 자유자
재로 시티는 변경하면서 운영했다.
맨체스터 시티는 평소보다 풀백들을 전진시키지 않았고, 측면은 개인의 능력에 의존하며 오히려 중앙에서 만드는 플레이를 라힘
스털링을 통해 시도했다. 라힘 스털링이 중앙으로 이동하면 가브레일 제수스와 리로이 사네는 크게 측면에서 벌려 있다가 실바와
케빈 데 브라이너 라힘 스털링이 중앙으로 가깝게 이동해 오며 만들어 갈 때, 리로이 사네와 가브리엘 제수스는 측면에서 횡으로
좁혀 오면서 풀백과 센터백 사이에서의 침투를 시작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때문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백4는 마티치와 에레라
가 수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있으면 센터백이 압박을 해주며 도와줄 수 있는데 리로이 사네와 가브리엘 제수스가 언제 침투할지
모르니 압박보다는 항상 뒤로 빠지는 선택을 보였다.
때문에 다비드 실바, 케빈 데 브라이너, 라힘 스털링은 조금 더 많은 공간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라힘 스털링의 움직임을
어떻게 했어야 했는가? 라는 질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우선적으로는 선발 명단이 오류다. 앙토니 마샬이 아닌 제시 린가드 혹
은 후안 마타가 오른쪽에 선발로 나왔어야 했다고 보는데 사실 앞서 본론에 들어오기 전에도 이야기 했듯이 조세 무리뉴는 우리
의 리스크를 내주며 상대의 리스크를 더 크게 노리기 위해서 앙토니 마샬을 오른쪽에 기용했다.
사실 카일 워커와 파비앙 델프의 많은 전진을 예상했으니 그런 것이라고도 생각되는데 펩 과르디올라는 오히려 풀백을 거의 전진
시키지 않는 의외의 판단을 하며 마샬과 래쉬포드의 기용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렸다. 특히 워커가 전진하지 않는 건 매우 놀라
운 선택이었다.
우선 마샬이 어떠한 애매함이 있었는지 살펴보자.
(마샬이 스털링을 빠르게 포기하면서 스털링과 시티는 중앙에서 또 다시 수적으로 우위를 가져간다.)
(에레라가 일차적으로 스털링을 제어하고 돌아가는데 그 사이 실바에게 완벽히 공이 돌 수 있는 공간이 생김 에레라가 실바에게 가면 또 다시 스털링에게 공간이 생김)
(시티의 빌드업 과정중 가장 흥미로웠던 장면 에레라는 스털링과 데 브라이너 사이에서 깊은 고민을 하다가 데 브라이너에게 뛰처 나감)
앙토니 마샬은 수비적인 포지션에서 계속해서 애매함을 보여줬다. 자신이 수비적인 상황에서 일반적으로 막아야하는 카일 워커는
도무지 하프라인 위쪽으로 올라오지 않고 왼쪽 오른쪽 크게 벌려있는 가브리엘 제수스, 리로이 사네를 막으러 가기에는 자신이 너
무 깊게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에 에레라와 스털링 사이에서 수비시 무엇을 해야할지 판단을 내리지 못하는 모습을
계속해서 보였다.
덕분에 맨체스터 시티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미드필더 블럭을 매번 쉽게 벗어났고, 파이널 서드 지역까지 너무나도 쉽게 전진
할 수 있었다. 시티는 볼을 점유하면서도 절대 지루하지 않고 빠른 축구를 보였다. 이게 가능했던 핵심은 역시 중앙에서의 유나이
티드가 너무 무기력했기 때문이다.
사실 역습하나만 노리고 수비 형태를 4-4-2 대형으로 가져온 것 자체가 시티를 상대하는데 너무 큰 리스크가 있었다. 4-4-2 대형
이라고 해서 매번 이렇게 중앙을 내주면서 플레이 하느냐? 그건 절대 아니다. 분명 하프라인 근처에서 제시 린가드와 로멜로 루
카쿠는 더 상대를 괴롭혀야 했지만 페르난지뉴, 오타멘디, 콤파니, 그리고 자꾸 내려와주는 다비드 실바와 케빈 데 브라이너가
제시 린가드의 활동량을 아무것도 필요 없는 스테미너 낭비로 만들어 버렸다.
제시 린가드는 전방에서 처량하게 혼자 움직였다. 솔직히 이런 흐름이었다면 제시 린가드는 아스날전 처럼 한 지점 더 아래로
내려와 미드필더 블럭을 더 두텁게 했어야 했다. 아니면 앞서 말했듯이 오른쪽 미드필더가 마샬이 아닌 마타 혹은 린가드가 됐어
야 했다.
맨체스터 시티는 라힘 스털링의 움직임 뿐만 아니라 빌드업 상황에서 다비드 실바, 케빈 데 브라이너 그리고 페르난지뉴의 완벽
히 공간을 창출하는 움직임을 통해 빌드업을 진행했고, 이런 방식은 매번 시티에게 수적 우위를 점하게 만들었다.
(위 장면 에레라는 데 브라이너와 실바 두 선수를 두고 당황해 하며 막으라고 어필한다. 뒤늦게 제시 린가드가 아래로 내려오는 선택)
(맨체스터 시티의 인상적인 빌드업 중앙에 공간을 만들어 내는 방법)
(순간적으로 실바는 완벽히 프리한 상황)
사실 유나이티드는 전방에서도 그리고 하프라인 아래에서도 시티를 전혀 제어하지 못했다. 전방에서 린가드와 루카쿠가 페르난
지뉴 그리고 센터백들을 괴롭히며 후방에서 밀고 올라오는 선택을 한 것도 아니었고 간격을 굉장히 타이트하게 유지하며 실바와
데 브라이너가 활동할 수 있는 동선을 줄인것도 아니었다.
후방에서 페르난지뉴와 센터백들은 빌드업하는데 어떠한 불편함도 못 느꼈고, 전방에서는 실바와 데 브라이너가 너무 자유로웠
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실바와 데 브라이너가 에레라와 마티치를 달고 이동하는 장면들에서였다. 우선 페르난지뉴와 센터백들과
가깝게 유지하면서 일차적으로 실바가 내려가는 움직임을 보이면 데 브라이너는 마티치를 이끌고 측면 리로이 사네쪽으로 가깝
게 붙는 모습을 보인다. 이 순간 내려와 있던 실바는 볼을 다시 뒤로 내주며 마티치가 비워둔 공간으로 이동했다.
제시 린가드는 이 상황에서 아스날전에서는 메수트 외질을 아주 적절히 잘 커버한는 모습을 보였지만 역시나 완벽히 다른 플랜의
게임이었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부분은 린가드는 미드필더 블럭을 신경 쓰기 보다 전방에서의 볼을 끊어내기 위한 움직임에 더욱
집중했다. 때문에 실바는 마음껏 공간을 활용할 수 있었다.
이런 부분들이 아주 정확히 확인할 수 있던 부분이 바로 데 브라이너와 실바가 드리블로 볼을 가지고 순식간에 패널티 박스 근처
까지 이동해 온 장면이 아주 많았다는 것이다.
실바와 데 브라이너는 위 장면 처럼 언제나 볼을 쉽게 파이널 서드 지역까지 드리블로 운반할 수 있었고 볼을 운반하며 시티 선수들
의 움직임을 모두 지켜보면서 움직이기 때문에 이들은 더 많은 패스 지역을 찾아낼 수 있었다. 물론 맨체스터 시티가 미드필더에서
완벽히 볼을 점유한 경기에 비해서 득점 찬스를 많이 가져가고 그랬던 것은 아니다.
득점했던 2장면 모두 유나이티드의 실수에 의한 실점이었다. 그러나 이 경기는 펩 과르디올라가 완벽히 의도했던대로 흘러간 경기
였다고 생각한다. 조세 무리뉴는 리스크를 알지만 무리해서라도 시티의 후방을 노렸지만 이는 과르디올라의 또 다른 전술적인 선
택으로 인해서 완벽히 차단되었고, 그 경기에서 유나이티드가 가지고 있던 리스크를 빠르게 파악했던 과르디올라의 완벽한 승리다.
사실 후반 운영에서도 역시 과르디올라의 의중을 살펴볼 수 있다. 콤파니가 부상으로 나가고 페르난지뉴가 수비수로 들어가면서
시티는 일시적인 4-2-3-1 시스템을 선택했고, 두번째 골이 터지며 과르디올라는 실바 제로톱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기고 있는 상
황에서 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경기 운영 방식이 완벽히 녹아들어 있었다. 유나이티드는 전진할 것이고 지공 상황에서도 볼을 탈
취하려 전진하는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펄스 나인 전술로 압박에서 벗어나면 또 다른 기회가 존재할 것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고 실제로 그러한 찬스가 몇 차례 존재했다.
과르디올라는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수비 하는 방식 역시 유나이티드 맞춤형이었다.
유나이티드가 볼을 소유할 때마다 시티는 선수를 향한 압박을 시도했고 개인기량이 있는 마샬과 래쉬포드를 강하게 압박하는 모습
을 특히나 보여줬다. 특히 후반전에 이런 빈도가 더욱 심해졌는데, 시티 선수들이 압박에 대한 이해가 얼마나 올라왔는지 볼 수 있
는 모습이었다. 유나이티드 전반전에 보여줬던 모습에 비해서 확연히 달랐다.
사실 유나이티드가 보여준 경기력은 매우 실망스럽다. 앙토니 마샬, 마커스 래쉬포드, 제시 린가드를 투입하며 무언가 색다른 경
기를 볼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을 가졌지만 실상은 단순한 역습 그 뿐이었기 때문에 매우 아쉽다. 그리고 네마냐 마티치의 폼을
신경써야 할 순간이 온 것 같다.
결국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리그 홈 무패 기록도 무너졌고 조세 무리뉴의 일요일 홈경기 무패도 무너졌다. 그리고 1위와의 격차
는 11점차나 나버렸다. 이제는 유나이티드에게는 더이상의 선택이 없다. 우리는 계속해서 이겨나가며 맨체스터 시티가 무너져주
길 간절히 바라는 것 뿐이다.
시티가 무너지지 않는다면 더 좋은 팀이 우승하는 것이고 우리는 더 나은 다음 시즌을 기약해야 할 것이다. 이번 시즌 맨체스터
시티는 분명 강하다. 하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역시 절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상대가 강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에티하
드 스타디움 원정에서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프리미어 리그 우승 경쟁이 절대 끝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P.S
이번 시즌 가장 실망이 큰 경기가 아닐까 싶네요...차라리 백3가 나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뭔가 이도저도 아닌 경기가 되어버린 거 같아 진심으로 아쉽네요...진짜 시티만큼은 꼭 이기고 싶었는데ㅠㅠㅠ
첫댓글 좋은글 읽고갑니다 감사합니다(__)
뭐 컨셉은괜찮앗고 쓰리빽으로 나왔으면 더
뺑뺑 돌아갔을거라고 생각되요
엄청난 정성의 글이네여 ㄷㄷ
간지루니님 진짜 오랜만에 보는 것 같네요. 예전에 많이 찾아 읽곤 했었는데 오늘도 좋은 글 감사합니다!
와 정말 잘읽고 갑니다!! 필력 그림활용 정말 부럽네용 ㅜ 저도 이런거좀 하고싶은데 ㅜ
정독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역시!! 질식수비도 아닌..시원시원한 역습이 나오지도 않는..컨셉이 이도저도 아닌 느낌이 강한 경기였어요ㅜ 정말 잘 읽고갑니다!^^
정말 세밀한 분석
잘 읽었습니다~
필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