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춘덕, 직장(덕원농원) 24-2, 신년 계획 의논
“어제 사장님이 구정때까지만 같이 일하자 카던데요. 서운해서 밤새 잠을 못 잤어요.”
“많이 서운하셨겠어요. 사장님께서 직접 말씀하시던가요?”
“창고에서 일하다가 그카더라꼬요. 농사가 줄어서 일이 없대요.”
“작년부터 그런 말이 오갔으니 마음의 준비는 하셨잖아요. 아저씨 연세도 적지 않으니 언젠가는 일을 그만두셔야지요. 오후에 찾아뵙고 의논드려요.”
오후에 창고에 들렀다.
사모님과 아저씨는 택배 작업하느라 바쁘다.
사모님은 선별한 사과를 상자에 담고, 아저씨는 상자를 옮기고 주변을 청소했다.
“사모님, 안녕하세요? 사장님은 안 계시네요.”
“선생님, 오셨어요? 사장님은 밖에 일 보러 나가셨어요.”
“아저씨께 전해 듣기로는 올 구정까지만 농원에서 일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사장님께서 직접 말씀하셨다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어제 일하다가 우리 아저씨가 이야기했어요. 원래는 작년까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구정 앞에 택배도 있고 아저씨도 천천히 나갈 준비를 하시라고 말미를 드린 거예요. 어차피 사과밭도 없으니 일이 줄었고, 우리 아저씨 건강도 그렇고, 춘덕 아저씨도 연세가 있는데 언제까지 일하실 수는 없잖아요. 우리도 고민하다가 내린 결정이긴 한데 많이 서운해요. 함께한 세월이 얼만데요.”
“사장님 얼굴 뵙고 직접 의논드리고 싶었는데 사모님께서 속 시원히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저씨께서 그 말씀 듣고 밤새 잠을 못 주무셨대요.”
“안 그렇겠어요? 평생을 일하던 사람인데, 지금은 서로가 마음이 그래요. 언젠가는 겪어야 할 일인데, 한 번은 섭섭하고 서운할 일이지요.”
“그때가 지금인가 봅니다. 사모님 말씀처럼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입니다.”
“정 들자 이별이라고, 아저씨도 그렇지만 선생님하고 헤어지는 게 섭섭하네요.”
“저도 그렇습니다. 아저씨께서 일 그만두셔도 자주 찾아 뵙고 일 바쁠 때는 도우러 오시면 되지요. 거창 땅에 살면서 얼굴 뵐 일이 없겠어요?”
“그러면 좋지요. 그래, 아저씨는 빌라에는 안 들어가신다 해서 내가 아는 집에 아저씨 살만한 집을 알아보고 있어요. 남상인데 살다 나간 지 얼마 안 됐고 집세도 싸다카더라고요.”
“결정이 났으니 아저씨와 거처를 알아보는 게 우선인 것 같습니다. 사장님, 사모님께서도 여러모로 알아봐 주세요. 교회 목사님과 성도분들께도 부탁을 드려야겠어요.”
“그러지요. 아는 동생인데, 오전에 전화하니까 전화를 안 받더라고요. 오후에 다시 물어볼게요.”
아저씨와 덕원농원과의 인연은 구정까지다.
그간 쉴 새 없이 일하신 분이니 이제는 쉴 때가 된 것 같다.
남은 기간 동안 열심히 일하고 아름다운 이별을 하시도록 돕고 싶다.
2024년 1월 10일 수요일, 김향
‘서운해서 밤새 잠을 못 잤어요.’ 그 마음 어떻게 다 헤아리겠습니까? 농원 사장님과 사모님께서도 같은 마음일 거라고 짐작합니다. 세 분이 함께한 시간이 짧지가 않으니까요. 신아름
백춘덕, 직장(덕원농원) 24-1, 새해 인사
첫댓글 인연에 따라 만나고 헤어지는 게 인생이죠. 헤어짐은 또 다른 만남으로 채워질거라 생각합니다. 아저씨, 너무 서운해하지 마세요.
서운해서 밤새 잠을 못 주무셨다니, 상심이 여간 크신 게 아니시네요. 덩달아 제 마음도 섭섭해집니다. 마음을 정리하실 말미를 주셨지만 그 슬픔은 어쩔 수 없으시겠지요... 마음 정리 잘 하시고 아름다운 마무리가 되시길 희망하겠습니다. 더불어 좋은 집이 찾아와 아저씨 마음을 달래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