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춘덕, 가족 24-3, 신년 계획 의논 ②
아저씨와 북상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고모님 드실 베지밀을 샀다.
날씨가 화창하니 춥지 않아서 다행이다.
뜨락에 가지런히 놓인 고모님 신발이 안에 계신다는 증거다.
기다리고 계시다가 인기척을 느끼고 여닫이문을 열며 “밖에 누구 왔소?” 하신다.
“고모님, 나라요. 춘덕이라요.”
“춘덕이 왔나? 날이 춥제? 교회는 갔다 왔나?”
“예배 보고 빌라에서 밥 묵고 왔지요.”
“밥 묵었다꼬? 안 묵고 묵었다 카재?”
“아니라요. 밥 묵고 출발했지. 배고파서 되는가. 고모님, 베지밀이라요.”
“그냥 오라캤는데 또 이런 걸 사 왔네. 이자 일 없으만 돈도 애끼서 써야지.”
“어르신, 그간 평안하셨는지요? 지난번에 뵈었을 때보다 얼굴은 더 좋으세요.”
“나야 맨날 그래. 허리하고 다리하고 이래 아파서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그래.”
고모님과 그간 나누지 못했던 안부를 더 나누고 신년 계획을 의논했다.
명절 앞에 고모님 찾아 뵙고 인사드리고, 여유가 있으면 더 자주 얼굴 뵙기로 했다.
큰집 조카분들과 왕래하니 명절은 고제에서 며칠 묵고, 부모님과 큰형님 산소 벌초 또한 큰집과 의논하여 진행하기로 했다.
덕원농원 사정을 전하고 올해는 일을 그만둘 가능성을 말씀드렸다.
“사과밭 다 팔았으만 춘덕이 니가 일할 게 있나? 니도 이자 나이가 있으니 빌라 들어가서 핀하게 살아라. 돈은 애끼쓰만 안 되나?”
“빌라는 안 들어갈 끼라요. 밖에 집 얻어 살아야지.”
“밖에 집을 얻는다꼬? 모아논 돈은 좀 있나? 빌라 들어갈 때는 니가 질로 부자라 캤는데. 집세가 비쌀 낀데 돈이 있어야 집을 얻지.”
“여러모로 아저씨와 의논 중에 있습니다. 아저씨 규모에 맞게 살만한 곳을 알아보고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바삐 서두르면 일을 그르칠 수 있어 천천히 알아볼 생각입니다. 주위 분들에게 도움도 구하고요.”
“빌라에 들어가만 만구 핀할 낀데, 니가 심심해서 그라제?”
“그렇지요. 선생님하고 알아볼라꼬 생각 중이라요.”
“그래야지. 북상에 살기도 그렇고, 고제도 그렇고. 아무리 생각해도 니는 빌라에서 사는 게 젤 낫다.”
아저씨는 고모님의 걱정에 위안을 얻는 듯했다.
자신을 위해 걱정해 주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고민을 한시름 덜어낸다.
2024년 1월 14일 일요일, 김향
백춘덕, 가족 24-1, 새해 인사
백춘덕, 가족 24-2, 신년 계획 의논 ①
첫댓글 요즘 아저씨 말이 단호해지고 생각이 분명해지셨다는 느낌을 받아요. 고모님과 나눈 대화에서도 그런 느낌이 드네요. 아저씨 말대로 나가 살아도 잘 살아가실 수 있을 것 같아요. 고모님과 아저씨가 나란히 앉아있는 사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고 힐링이 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