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4번째 편지 - 칭찬
8월25일 한국과 미국 대통령 간의 정상회담이 있었습니다. 회담 뉴스와 동영상을 보면서 문득 떠오른 단어가 있었습니다.
바로 <칭찬>입니다.
양국 대통령은 서로를 칭찬하며 우호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갔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트럼프 대통령이 '피스메이커'를 한다면 저는 '페이스메이커'를 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이었던 것 같습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거의 한국의 속담처럼 들리는 이 말의 연원을 찾아보았습니다. 2002년 Ken Blanchard 의 저서 <Whale Done!: The Power of Positive Relationships>을 21세기 북스사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제목으로 번역하면서 대중에게 마치 격언처럼 각인된 것입니다.
이 책은 범고래 ‘샴’의 공연을 본 후, 칭찬이 가져오는 긍정적 변화와 인간관계, 그리고 동기부여 방법에 대해 통찰을 풀어낸 책입니다. 원제인 ‘Whale Done!’은 ‘Well Done!(잘했어)’와 발음 유사성을 활용한 언어유희이기도 합니다. 이 책 제목이 한국어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로 번역되면서 한국인에게 칭찬하면 <고래도 춤춘다>는 연상이 따라오는 효과를 가져옵니다.
외교 전선에서는 칭찬이 전략으로 쓰입니다. 심지어는 아부에 가까운 칭찬이 오가기도 합니다. 특히 변화무쌍한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는 각국의 정상들은 칭찬 전략을 짜느라 참모들과 숙의에 숙의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칭찬과 아부는 어떻게 다를까요?
칭찬(compliment)은 상대방의 장점이나 성취를 진심으로 인정하고 긍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입니다. 반면 아부(flattery)는 상대방의 기분을 맞추거나 이익을 얻기 위해 과장하거나 진심이 담기지 않은 말을 하는 것입니다.
교과서적으로는 이렇게 구분할 수 있지만 실제 삶에서는 칭찬과 아부를 칼로 두부 짜르듯 구분할 수는 없습니다. <아부에 가까운 칭찬>이라는 표현이 어쩌면 더 적합한 말일 것입니다.
최초의 자기개발서인 데일 카네기의<How to Win Friends and Influence People> (인간관계론,1936)에서는 아부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아부란 어떤 사람이 스스로에 대해 생각하는 것(대부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것)을 그에게 정확히 말해주는 것이다.
(Flattery is telling the other person precisely what he thinks about himself.)”
개인적으로는 이 문장에 flattery(아부)와 compliment(칭찬)을 바꿔 넣어도 맥락이 크게 흔들리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욕망 중 하나는 <자신에 대해 좋은 말을 듣고 싶어 한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자신이 말하긴 민망하지만, 타인의 입을 통해 듣고 싶은 말이기도 합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재명 대통령으로부터 들은 <피스메이커>라는 표현도 트럼트 대통령이 스스로를 전 세계 평화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음을 잘 간파하여 사용한 표현 같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였던 전 세계 지도자 중에 최고의 전략가는 아베 수상이 떠오릅니다. 언론의 지나치다는 비난도 있었지만 결과를 보면 성공적이었습니다.
제가 기억하고 있던 아베 수상과 트럼프 대통령(1기)의 첫 만남을 이번에 다시 찾아보니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2016년 11월 8일 트럼프 후보는 대통령에 당선됩니다. 그로부터 9일후인 11월 17일, 아베 수상은 전 세계 지도자 중 가장 먼저 트럼프 당선자를 만나게 됩니다.
10시50분 트럼프의 딸 이방카 부부가 트럼프 타워 1층 로비에서 아베 수상 일행을 맞이했습니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아베는 이방카에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따님께서 피코타로 춤추는 영상이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저도 보았는데, 따님이 정말 귀여우시더군요.”
“정말인가요?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기쁩니다. 이제 다섯 살이랍니다.”>
당시는 <피코타로>란 일본 코미디언이 춤추며 부른 노래 PPAP가 유튜브 조회수 1억회를 돌파하며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고 트럼프의 손녀가 그 춤을 따라 춘 것을 이방카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습니다. 아베가 이 발언을 한 시점은 이방카가 그 영상을 게시한 지 불과 이틀 후였습니다.
아베 팀은 아마도 매일 트럼프 일가의 소셜미디어를 면밀히 주시하다가 트럼프 손녀의 영상이 올라오자 이를 아베에게 보고하였고 아베가 이를 정확한 타이밍에 적절히 활용한 것 같습니다.
당연히 이방카는 아버지 트럼프에게 이 칭찬을 전했을 것이고 그 후의 분위기는 말하지 않아도 상상이 갑니다.
이것은 칭찬일까요, 아부일까요? 그것을 무엇이라 규정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협상을 위해 상대를 이해하고 설득하려 모든 노력을 다 기울인다는 사실 그 자체인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같은 치열한 외교 전선에 있지는 않지만 일상에서도 협상의 순간을 맞이합니다. 때론 아내와, 때론 아이들과 나아가 회사에서도 상대방과 협상을 합니다.
그 순간을 위해 우리는 얼마나 준비를 하였을까요?
데일 카네기가 말한 What he thinks about himself 를 알아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대부분의 경우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주목하였던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큰 딜을 앞두고도 PPT에 ‘우리가 잘하는 것,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설명하려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물론 그것도 중요하지만 상대방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 '그가 스스로 생각하지만 말로 못 하는 이야기'를 찾아내려고 노력한 적이 있었던가 자문하게 됩니다.
아베 수상의 트럼프 손녀에 대한 언급이나 이재명 대통령의 ‘Peacemaker' 발언은 이런 관점의 전략들이었습니다.
이번 한 주도 웃으며 시작하세요.
2025.8.27 조근호 드림
첫댓글 칭찬과 아부 비슷한 말이지만 때로는 아부도 필요한것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