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창고는 비밀스럽다
창고를 에워싼 갈대들이 수런거리고
꽃들은 잘 때도 눈을 감지 않는다
눈 뜨고 자는 달개비 앞을
발꿈치 들고 지나는 달빛
먼지 쌓인 비밀이 달빛에 살짝 드러난다
이따금 기차가 지나가면서
추억을 완행 연주하고
바람은 한 소절씩 베어 넘긴다
언젠가는 비밀도 곰팡이 핀다
비밀을 지키려는 생각도
다시 들추길 바라는 마음도
언젠가는 곰팡이 핀다
타다 남은 양초처럼 뭉툭해진다
달을 희롱하듯
달이 꽃을 희롱하고 꽃이
달을 희롱하듯
한 시절 놀았으면 그뿐
창고에 걸린 달빛이 촛불처럼 떨린다
잠시 푸른 곰팡이에 귀가 어리는 듯하지만
저 달에 단풍들면
곧 기차도 뭉툭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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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월롱역/ 김성대
시너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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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11.2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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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경의선 월롱역
성적 신비로움을 지닌
역이 들려주는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