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노인의 요양병원 일기 ✦
열심히 살 때는 세월이
총알같다 하고 쏜 화살 같다
하건만 할 일 없고 쇠하니
세월 가지 않는다 한탄이 시더이다
정신 맑으면 무엇 하리요
자식 많은들 무엇 하리요
보고픔만 더 하더이다
차라리 정신 놓아 버린
저 할머니처럼 세월이 가는지
자식이 왔다 가는지 애지중지 하던
자식을 보아도 몰라보시고
그리움도 사랑도 다 기억에서
지워 버렸으니 천진난만하게 주는
하루 세끼 간식만이 유일한
낙이더이다
자식 십 여 남매 있음 무엇하리요
이 한 몸 거할 곳 없더이다
아들 딸 자식들 유명 인사
무엇하리요
이 한 몸 갈 곳 없어
여기까지 흘러 흘러 왔더이다
허리띠 졸라매고 최고학벌
자랑하며 고생도 보람으로 알고
자식 뒷바라지 했든 들 무엇 하리요
작디작은 이한 몸,
자식 아닌 사람 손에 매인 것을
인생 종착역인 이곳까지가
멀고도 험하였으리
종착역에 벗은 많으나
마음 나눌 곳 없어 외롭더이다
앞을 못 보는 사람
듣지 못하는 사람 속에
맑은 정신은 외롭기만 하더이다
치매로 정신을 망각함은
고통에서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몸은 쇠하고 정신 맑으면 무엇
하리요 괴로움만 더 하더이다
가는 마당에 야속함도 사랑도
그리움도 추억도
정신에서 모두 내려놓으니
차라리 마음이 홀 가분..
모진 비바람도 다 지나간..
조용히 흐르는 저 호수같은
마음으로..
과거엔 부모들이 자식에게
전 인생을 투자하고
노후를 보장 받기도 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이젠 정부의 사회복지 서비스가
아니라면 자신이 스스로의 노후를
책임져야할 시대입니다
아직도 연금타고 퇴직금타서
울며불며 매달리는 자식에게
결혼비용 사업자금 취업자금
다 털어주고 빈 털털이가 된
부모들이 길거리에 내 몰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결국 서로 비참한 꼴이 되지요
한 푼 없이 늙고 초라한 부모가
자식들에게 더 이상 부모가
아닌 것이 오늘의 세태입니다
자식에겐 교육까지만 책임져주고
언제까지가 될지 모를 자신의
제3의 인생 노후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합니다
이 현실이 남의 이야기가 아닌
바로 우리 노인들의 이야기 입니다.
-어떤 노인의 요양병원 일기 中
첫댓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