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 자녀 언어치료 다각적 지원 절실
칼럼/이희란<혜전대학 언어교정과 교수>
최근 언어와 의사소통에 관련된 문제로 언어치료실을 찾는 아동들 가운데 결혼 후 귀화한 이주여성 자녀들이 증가하고 있다. 전국적인 추세지만 우리 지역도 농촌이라는 지역적 특성 때문에 최근 들어 국제결혼한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자녀들 가운데 몇몇은 정상적인 언어발달과 습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적지 않은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언어발달지체 또는 언어문제 등이 학령기의 학습부진으로 이어져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또 하나의 과제가 되고 있다.
아동기의 초기 언어발달을 위해서는 양육자나 엄마가 주어야 할 언어적 자극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그런데 국제결혼한 이주여성 자신들도 한국어 이해와 표현에 어려움을 겪기 때문에 아이들의 언어발달을 위한 충분한 언어적 자극을 주기에는 역부족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게다가 함께 사는 가족들 역시 농사나 생업에 종사하느라 아이들에게 쏟을 수 있는 시간이 부족한 환경에 놓여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의 언어문제가 학령기의 학습부진으로 이어지기 전에 반드시 조기 발견되어 적절한 언어치료교육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들의 언어문제가 적절한 언어적 자극과 관련된 환경적인 요인 때문인 경우가 많으므로, 조기 발견과 동시에 부모교육, 언어치료서비스, 다각적이고 적절한 상담에 의한 환경변화 등이 이어질 경우 나아질 수 있는 경우가 높다. 따라서 조금이라도 아이가 말이 늦거나 발음이 부정확할 경우, 가까운 전문 언어치료기관에서 언어진단을 받고 언어치료교육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너무나 중요하다.
이들 이주여성 아이들을 위해 부모, 학교, 그리고 관계 기관이 신경써야 할 부분이 있다면, 첫째, 무엇보다 자유로운 한국어 이해와 표현, 국어 능력 향상에 가장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어머니나 가족들이므로 이들 어머니들이 한국어를 충분히 익힐 수 있도록 지역사회나 관계 기관의 적극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홍성의 경우 YMCA에서 이미 몇년전부터 이들 이주여성들을 위한 한글학당을 운영하여 성공적인 결실을 거두고 있지만 더 많은 인력과 자원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한다. 또한 단순한 한국어 교육을 넘어 문화적으로 한국 사회에 융합될 수 있는 모임이나 여러 활동들이 제공될 수 있도록 다각적인 지원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둘째, 어린이집이나 학원, 초등학교에서 조음(발음)에 문제가 있거나 언어발달지체, 국어관련 과목의 문제가 학습부진으로 이어지는 아이들이 발견될 경우 언어치료실이나 관련 전문기관에서 구체적인 언어진단과 치료교육서비스로 이어질 수 있도록 반드시 의뢰가 이뤄져야 한다.
셋째, 초기 언어발달과 관련해 가장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대부분의 경우 엄마일 것이다. 그런데 많은 이주여성의 경우 결혼 후 한국어에 대한 표현 및 이해가 완전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녀를 낳게 되고 이후 자녀들의 양육 과정에서 반드시 한국어로 소통하도록 요구받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아기에게 젖을 먹이면서, 기저귀를 갈면서 엄마와 아이 사이에 이뤄지는 애착형성을 위한 다양하고 정서적인 소통에 요구되는 언어활동을 하기에 이들 어머니들의 한국어 능력이 아직은 부족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가족들의 이해가 가능하다면 이들 엄마들이 한국어에 익숙해지고, 자녀가 간단한 문장표현이 가능한 정도의 언어능력을 갖출 때까지는 어머니 자신의 모국어(예를 들어 필리핀어, 베트남어 등)로 아이와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도록 권한다. 물론 이 경우 어머니는 한국어와 혼합하여 언어 자극을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하고, 이후 한국어를 제2의 언어로 배울 경우 아이의 발음 문제 등이 관건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인지발달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초기 발달과정에서 언어자극이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 상황에 대한 대안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언어 진단 및 치료와 관련된 비용과 이동 수단의 지원 등에 대해 관계 기관 및 지역사회의 다각적인 지원이 요구된다. 따라서 우리 대학 언어치료실에서 이뤄지는 무료 언어진단 및 치료교육서비스가 이주여성 아이에 대한 지원과 인식 전환을 위한 작은 버팀목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