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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풍산(822.2m : 담양)
*일 시 : 2005. 10. 30(일), 제51차(32명), 날씨(흐리다가 비오고, 개다가 비오고, 개임)
*코 스 : 대방저수지~ 천자봉 남쪽능선~(1시간 10분)~천자봉(=옥녀봉)~30분)~철계단
~(10분)~정상(깃대봉)~돌탑~(15분)~안부3거리, 용구샘갈림길 투구봉~(25분)
~만남재(마운대미)~(50분)~국제청소년수련장 및 성암청소년야영장~대방저수지
대각동주차장으로 원점회귀
*소 시 : 오전 10시 40분~오후 2시 45분 완료(원점회귀산행 9km, 4시간 05분소요)
북하면 남쪽 담양군 대전면과의 경계에 우뚝 솟은 병풍산.
담양읍에서 서북쪽으로 약 8km 지점에 있는 담양의 명산이자 진산인 병풍산(822.2m)은 담양군의 산 가운데 가장 높은 산이며 일명 "용구산"이라 부른다. 병풍산 상봉 바로 아래에는 바위 밑에 굴 안에 두 평 남짓한 깊은 ‘용구샘’은 등산객들의 귀중한 식수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북으로 내장산, 백암산, 입암산이 보이고 추월산, 담양읍내는 물론 지리산도 시야에 들어온다.
담양벌을 감싸 안은 어머니의 품 병풍산은 호남고속도로 장성IC를 빠져나와 24번 도로를 따라 담양읍 방향으로 달리다가 수북초교사거리에서 좌회전, 수북으로 들어 가다보면 오른쪽엔 추월산, 왼쪽으로 삼각형 뾰족한 삼인산과 비스듬히 누운 병풍산 능선이 가까이 들어온다. 담양벌판에 우뚝 솟아 있어 어느 지점에서건 얼른 눈에 띈다.
수북면 소재지에서 병풍산을 보노라면 그 이름의 유래가 짐작된다. 산세가 마치 병풍을 둘러놓은 모습과 비슷하고 북풍을 막아주는 역할을 하는 관계로 남쪽에 위치한 담양이나 광주가 겨울철에 기온이 포근하며, 조망이 좋으며, 오른쪽 투구봉에서 시작하여 우뚝 솟은 옥녀봉, 중봉, 천자봉을 거쳐 정상인 깃대봉과 신선대까지 고르게 뻗은 산줄기는 한눈에 보아도 병풍을 두른 형상이라 ‘병풍산’으로 명명됐다.
병풍산은 높이가 822.2m로 노령산맥에 위치하고 있는 산중에 가장 높은 산이다.
또한 북동에서 남서쪽으로 길게 뻗은 병풍산은 등줄기 양옆으로 무수한 지능선이 있는데, 이 능선사이에 일궈진 골짜기가 99개에 이르며 이중 한개 골짜기만 빼고 나머지의 골짜기는 항상 물이 흐르고 있다는 담양군의 소개다.
북하면 월성리에서 담양 대전면으로 넘어가는 고개인 대치(한재)까지 승용차로 올라 이곳에다 주차한 다음, 대치고개에서 동쪽 능선을 타고 신선대에 올라 동쪽으로 정상까지 왕복 3,40분 걸리는 코스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다.
새벽 6시 20분.
주문한 김밥집에서 김밥을 준비 못해 갑자기 학교 앞 사거리 빵집에서 식빵을 구입하는 헤프닝을 끝내고 공항로 강서구청입구 부근 하이웨이주유소 앞에 섰다.
어제 저녁 서울시연합회등산대회참석에 대한 제반회의장에서 만난 화곡새마을금고 서보희 고문께서 희한한(?) 당부를 차마 거절할 수 없는 입장이라 그러려니 했었는데, 공언대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령제약 영업부의 팀장이라는 정장차람의 중년남자가 동승했다.
몇몇 사람들에겐 염려스러워 미리 귀띔을 해뒀지만 마음은 편안하지 않다. 스쿠어알렌 홍보인데, 지난 달 평일 올올산악회 산행에서 만났던 동일한 경우다. 장황한 말품은 서초구청 앞(양재역)에서 마지막 회원을 승차 시킨 후 안성휴게소에 이르기까지 이어갔다. 폭포처럼 쏟아지는 광고내용은 오랫동안의 경험이 빚은 결과라 생각했다. 그가 휴게소에서 하차하기 전후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하는 시간이 있었다.
오전 10시 10분.
지난 무박산행에 참여한 젊은 장상기기사의 숙련된 운행과 사전 지리파악이 맘에 든다.
과거에 비해 한 가지 스트레스를 벗어났다는 게 여간 다행이 아니다. 호남고속도로 장성IC를 빠져나오기까지 여우비는 그치지 않았다. 일기예보는 맑음이었는데 이 지방의 날씨가 반란을 일으켰나보다. 우비를 준비하지 못한 일행들을 위해 수북면 수퍼마켙 앞에 차량을 멈추는 부산을 떨치기도 했다.
10시 38분.
수북초교사거리다.
오른 편 이정표대로 성암야영장(국제 청소년 수련원) 길로 좌회전, 삼인산 등산로입구(심방골) 표지판을 따라 좌회전이다. 북쪽 전방에 비친 병풍산 줄기가 臥面像을 이루며 고만고만한 높이로 다가든다. 플라타나스와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가 도열한 왕복 2차선 도로다. 대방저수지가 막 나타나는 얕은 둔덕의 도로가 우측 공터에 작은 주차장에 승용차 4대가 주차한 상태다. 그 옆구리에 버스를 정차시키고 일행들을 하차시켰다.
알음알이.
<벽암록(碧巖錄)>엔 알음알이란 말을 촉루식(觸髏識), 또는 중류(衆流)로 표기한다. 전자는 해골을 안다는 의미로, 후자는 많은 물의 흐름이나 많은 流波를 이른다. 궁색한 두뇌로 이리저리 생각했지만 얼른 닿지를 못했다. 그 알음알이로 찾아온 병풍산이다.
10시 40분.
천자봉이 늘어트린 남쪽지능선이 들머리다. 각종 리본들이 걸려있다.
삼나무와 편백이 보이는 소로 오르막의 시작은 완만한가 싶더니 이내 가파른 경사다.
지난 월요일은 의지와 달리 酒席이 있었다.
월요일 주석은 피하는 게 좋다는 경험인데 예고없이 찾아든 자리를 피할 수가 없었던 게 문제다. 그것이 그 다음날부터 어제 토요일 밤까지 이어졌다. 오늘은 아예 모든 것을 접고 천형을 고스란히 수용하며 艱苦의 산행을 감수해야 했다. 신체적 신진대사는 거짓말을 모른다. 머리에서 흘러내리는 땀은 폭포처럼 떨어지고, 두 다리는 왜 그리 물먹은 솜처럼 무디며, 천자봉 오르막은 왜 그리 가파르던고!
골고다의 책형(磔刑)도 이렇게 암울했을까. 감히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경(不敬)이렸다.
10시 45분.
소로 좌측에 누운 무덤2기, 그리고 우측에 누운 1기, 또 좌측에 무덤1기 지점을 차례로 지나는 완만한 오르막은 코브라대가리처럼 갑자기 급한 경사도다. 3분 후 만난 우측의 무덤 1기 지점에서 좌측으로 꺾었다. 가파른 오르막바닥에 어느새 하늘이 열렸는지 고운 햇살이 숲 사이를 파고든다. 산새들의 울음소리가 청아하다.
11시 03분.
능선안부 수평지점에서 갖는 스탠딩 휴식이다.
汗浴에 젖어 땀을 씻고 가뿐 호흡을 조절한 간격이 필요했다.
11시 15분.
샤워를 치른 전신에서 풍기는 일주일간의 알콜이 모두 땀으로 용해되어 고약한 냄새를 풍긴다. 상강(霜降)이 지난 절기지만 아직 이곳 산록은 無霜지대인지 단풍을 만나기엔 이른 시각이다.
다만 붉나무의 핏빛 빛깔만이 시선을 잡는다.
가을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에 대한 관심을 모은 연구발표가 있었다.
뉴욕 콜게이트(Colgate) 대학 연구진은 단풍나무처럼 가을에 붉게 물든 나무들은 주변에 다른 종의 나무가 자라지 못하도록 독을 분비한다고 밝혔다. 단풍의 붉은색은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한 독(毒)이라는 보도다. 붉은 단풍은 이른바 ‘아름다운 킬러(killer)’다. 이런 현상을 ‘타감(他感)작용’이라고 부르는데, 이 독은 다른 종을 죽일 만큼 강하다.
소나무가 대표적인 타감식물이다.
기존 이론에 따르면, 노랑이나 주황 등 단풍 색깔은 잎 속의 엽록소가 분해되면서 남아있는 색소가 공기에 노출될 때 드러나게 된다. 그러나 빨간색을 내는 나무들은 이와는 다른 과정을 밟아 빨간 잎을 만들어낸다. 빨간 단풍의 색소는 다른 성분이 파괴된 뒤 남아있는 것이 아니라, 나무가 변화하는 계절에 적응하려고 사투를 벌일 때 생성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단풍나무의 빨간 잎과 파란 잎, 너도밤나무의 노란 잎과 녹색 잎을 채취해 각각 상추 씨앗 위에 뿌리는 실험을 했다. 붉은 단풍나무 추출성분이 상추의 성장을 막는다는 기존의 연구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빨간 단풍잎이 다른 잎들에 비해 상추씨의 발아를 크게 감소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랭크 프레이(Frey) 콜게이트대 교수는 “가을에 빨간 단풍잎이 떨어지면 안토시아닌(anthocyanin) 성분이 흘러나와, 땅속으로 스며들어 다른 수종의 생장을 막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빨간 낙엽은 ‘순수한 퇴비’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같은 종인 단풍나무만 자랄 수 있게 해 종의 번식을 꾀한다는 것이다.
‘아름다운 킬러’ 붉은 단풍 이라는 제목의 10월 21일자 조선일보 소개다.
무덤 1기 지역을 통과했다.
김영주씨와 주기(酒期)에 대한 각자의 생각을 나누면서 말이다. 말로는 自制하자곤 했지만 애주가의 흘림말이 아닐까 생각했다. 인생을 충분히 살았다고 생각하는 현재까지도 잡기 어려운 한국의 보통남자들의 음주습관을 떨구지 못한 용렬한 다짐이 얄밉다. 잠시 내림이 있더니 바위를 안고 돌며 올라가는 경사다.
11시 26분.
3단으로 동그랗게 석축을 기반으로 올려진 가묘로 생각되는 묘지옆구리를 지나며 만나는 송림능선이다. 상큼한 솔 냄새가 코끝에 머문다. 재선충 문제로 전국이 서늘한 요즘이다.
4분 후 바위전망대에 올라섰다. 얕은 운무사이로 성암야영장과 수북면 일대가 흐릿하게 조망되는 지점이다.
11시 36분.
3m 로프를 타고 올라가는 돌사닥 지대다.
동급서완형의 지형이다. 이어 나타난 자연적인 제2전망대다.
아까보다 운무가 더 짙게 내리고 있다. 암릉지대다. 앨콜에 찌든 몸이 어느덧 풀리고 있다. 어제 밤늦게 참여를 통보한 권순철씨 행보가 빠르다. 지난 정선 물빌이산-조양산 산행시 대오에서 이탈한 기억이 되살아나 갈림길에서의 대기를 요구했다. 동편인 우측 줄기를 타고 돌올한 용구산 북쪽에 남쪽과 달리 햇살이 내리고 있다. 삼인산-투구봉-깃대봉-천자봉-용구산을 ⊂자형으로 돌아가는 5시간의 완주 대신, 대나무테마공원관람계획에 따라 그 핵심인 투구봉-깃대봉-천자봉으로 줄인 오늘 산행이다.
11시 42분.
<천자봉(=옥녀봉) 725m>
정 중앙엔 표지목이, 그 우측 용구산 방향으로 표지석이 박혀있다
우측 능선엔 쪽재를 사이에 두고 용구산(730m) 너머로 추월산으로 이어진다. 쪽재에서 능선을 타고 곧바로 올라가면 용구산이고 북쪽으로 내려서는 용흥사 길이 보인다. 영산강 발원지인 용구산 쪽재골이 북쪽 저만치다.
병풍산이 어머니의 품처럼 감싼 담양은 보이는 그대로 포근한 마을이다.
장성, 담양 근처는 병풍산을 비롯해 추월산, 강천산, 불태산 등 고만고만한 해발을 보이는 산들이 포진해 있고 이곳 일대는 먹거리도 풍성해 눈과 입이 동시에 호강하는 고장이다.
담양군(면적 455.09Km2 , 인구 55,000명).
군목(郡木)이 대나무인 죽향(竹鄕)이다. 한서의 차가 심한 대륙성 기후로 연평균 기온 12.5도 내외이며 연 강수량 1,290mm의 다우지역이다. 대나무를 비롯해 팽나무-느티나무-엄나무 등 아열대식물이 잘 자라는데, 그 중 기후와 토질이 대나무가 자라기에 알맞아 우리나라 대나무 서식의 25%를 차지한다.
벼목 화분과에 속하는 외떡잎식물 다년생 상록교목으로 열대지방에서 자라며 특히 아시아 계절풍지대에 흔하다. 화분과 중 가장 키가 큰 식물로 높이 30m, 지름 30Cm에 달한다. 줄기가 꼿꼿하고 둥글며 속이 비어있다. 땅속줄기는 옆으로 뻗어 마디에서 뿌리와 순이 나온다. 잎이 좁고 길며, 습지를 좋아하고 성장이 빠르다. 60년을 주기로 꽃이 핀다는 대나무밭에서는 일제히 피어 대나무에 있는 모든 영양분을 소모하여 고사한다. 건축제-가구제-낚싯대-식물의 지지대-각종 죽세공품에 이르기까지 그 용도가 다양하며 최근에는 관상용으로 아파트단지에 많이 심는다. 어린 竹筍은 나물이나 요리로 먹는다.
죽순은 발아해 1주일 정도 지나면 20㎝ 가량 자란다. 성장이 빠른 것은 시간당 5㎝ 내외로 자라는데 봄비 내린 뒤 대숲에 가면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없던 죽순들이 갑자기 솟아나 있어 생명의 신비를 느끼게 되는데, 우후죽순(雨後竹筍)이란 말이 실감된다.
새순이라 함은 일단 연약하고 파릇파릇한 모습을 떠올리기 십상인데 죽순의 모습은 크고 검으며 빠른 성장이 신비하다.
이명옥씨가 보기와 달리 준족이다.
서울시대회를 앞둔 탓인지 최자영씨 행보도 만만하지 않다.
선두 일행 8명이 기념사진을 남겼다.
11시 50분.
좌측 서쪽으로 뻗은 정상방향으로 이동이다. 정상의 위용이 거만스럽다.
다시 가랑비가 내리는 산죽능선이다. 일행 모두가 우의를 걸쳤다. 가을비는 예측불허다. 노송이 드리운 능선 좌측 남쪽은 깎아지른 바위 절벽지대다. 아래에서 보면 천상 병풍이다. 남급북완(南急北緩) 지형이다. 우측에 두른 철조망은 두꺼운 녹이 슬어 있다. 활엽수 낙엽이 바닥에 깔린 능선은 빗물에 젖어 미끄럽다.
12시 08분.
병풍 끝머리처럼 오르내림이 고만고만한 수평능선이다.
로프를 잡고 올라가는 작은 바위다. 물론 우측에 우회로가 있다.
우의를 걸친 탓인지 발한(發汗)량이 많아졌다. 무명봉을 지났다.
12시 15분.
바튼 철사다리를 딛고 올라갔다. 반대방향에서 오는 등반객들과 자주 交行했다.
옥녀봉이라 부르는 봉우리를 지났다. 해발에 비해 높은 지대에서 만난 묘지다.
勞動謠(?) 소리가 작아진 김병찬씨다.
포도알처럼 영글게 여문 청미래덩굴 빨간 열매가 탐스럽다.
겨우내 달려있어 산새나 다람쥐-토끼 등 설치류의 귀중한 귀중한 겨울 양식이다.
잎은 맹감떡을 찔때 하나씩 싸는데, 시골에서는 맹감나무나 망개나무로 부른다. 맹감나무 잎으로 찐 떡이란 의미다. 민간에서는 오줌소태(방광염) 치료로 쓰인다고 한다. 비슷한 이름의 청가시덩굴이란 나무도 같은 백합과로 한 겨울에도 떨어지지 않는 열매는 그 색갈이 검고 줄기가 초록색을 띄고 있어 쉽게 구별된다.
그 고운 붉은 열매를 여성분들의 시선이 놓일 리 없다.
작은 가지를 꺾어 등산모에 붙인다. 오랜만에 참여한 김정림-김연자씨가 능동적이다.
북쪽 저 아래로 용흥저수지와 용흥사가 운무에 가려 희미하다.
12시 19분.
<병풍산>이라 음각한 정상표지석과 삼각점이 박힌 깃대봉에 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공터를 메우고 있다.
주위에 억새가 보이고 죽향답게 대나무 푯대가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꽂혀있다.
사방은 운해로 인해 훌륭한 조망을 빼앗긴 상태다.
“우리가 선녀야 언니! 사방이 구름밭이잖아!”
범연자씨가 이명옥씨를 상대로 뱉은 차탄이다.
12시 31분.
몰아치는 정상의 강풍을 피해 이내 내려갔다.
일행이 모여 행동식을 나누기 적당한 피풍(避風)지점에 모였다.
막걸리가, 그리고 각기 준비한 술잔과 음식이 보이는 그대로 진수성찬이다.
12시 43분.
돌탑 2기가 놓인 내리막이다.
문득 뒤돌아보니 상황은 반전이다. 능선 북쪽은 바람이 구름을 밀어 내어 환한 풍광을 보이고, 능선 남쪽은 대조적으로 구름밭이다. 마치 대형공연장에서 기계로 작동해서 일거에 바뀌는 세트장이다.
서쪽 삼인산에서의 전망에다가 북쪽 백암산과 입암산·내장산의 아기자기한 봉우리를 비롯한 첩첩산군이 일부가 반쪽짜리 조망이다. 병풍산 남쪽 끝에 자리잡은 삼인산(三人山·570m)은 이름대로 그 모양이 사람 인(人)자 형국이다. 이 산에는 조선조 개국에 관한 전설이 얽혀 있다. 이성계가 조선을 건국할 때, 무등산 서석대에서 불공을 드린 다음 마지막으로 이곳 삼인산에 와서 하늘에 개국을 알렸다는 얘기가 그것이다. 또 몽골족이 고려를 침입했을 때 담양의 부녀자들이 이들의 행패를 피해 이 산으로 피신했다가 몽골군에게 목숨을 잃었다는 전설과 함께 몽성산(夢聖山)이란 이명을 갖고 있다. 삼인산이 명당이라고 얘기되는 것도 바로 저 병풍산에서 흐르는 다이내믹(역동적)한 기맥 때문일 것이다. 병풍산 없는 삼인산을 생각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일부러 꾸미려고 해도 못할 광경이다. 그리고 북쪽 백암산에서 추월산-설산-무등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이 한 눈에 들어와 가슴이 확 트인다. 서북쪽 호남고속도로 안에 자리잡은 장성호, 동북쪽의 담양호, 동남쪽의 광주호와 그 아래 무등산 너머 동복호로 둘러싸인 담양은 광주와 함께 미향(美鄕)이다.
비로소 일부라도 조망할 수 있는 기회가 고맙다.
동쪽 옥녀봉으로 이어지는 주능선을 바라본다. 능선 아래로 병풍 같은 바위들이 펼쳐져 그지없이 아름답다. 이처럼 병풍산의 바위 군상들은 정상에서 옥녀봉 쪽을 바라볼 때 가장 아름답다. 남쪽의 삼인산을 사이에 두고 성암야영장이 아담하다.
담양읍은 물론이고, 담양의 봉산·수북·대전면의 오밀조밀한 마을들이 어머니의 품속처럼 따습하다. 이는 추월산에서 병풍산, 불태산으로 이어지는 높은 산줄기가 북서풍을 막아주어 마치 어머니의 등에 업힌 아이처럼 편안하기 때문이다.
동네마다 대나무에 둘러싸인 모습에서 죽향(竹鄕) 담양을 실감케 한다. 그래서 담양읍에는 우리나라 유일한 죽물시장과, 죽물박물관이 있다. 플라스틱 제품이 판을 치는 요즘엔 뒷전으로 밀려났지만, 과거엔 바구니에서 대자리에 이르기까지 생필품 전반에 걸쳐 널리 애용된 우리들의 삶의 전부가 실렸던 죽제품이다.
한참을 정신없이 내려가는 능선이다.
휴대폰도 열리지 않는 그런 위치다.
12시 55분.
안부3거리, 우측은 신선대로, 좌측은 용구샘으로 가는 갈림길이다.
<투구봉 ↔ 병풍산정, ↓ 마운대미 >
삼거리 갈림길에서 용구샘 방향인 좌측으로 내렸다.
어른 팔뚝 굵기의 통나무를 잘라 턱으로 만든 가파른 계단 내리막이다.
오후 1시 00분.
<용구샘 입구→>
좌측으로 열린 소로를 따라 들어섰다.
3분 후 용구샘 앞 너른 공터에 닿았다. 4~5명의 선점자들이 도시락을 즐기고 있다.
높이가 30m가 넘는 병풍바위 밑에 자리잡은 용구샘은 높이 4m, 폭 3m에 이르는 바위 속으로 김치단지처럼 수직으로 깊숙하게 패인 커다란 샘이다. 갈수기인지, 아니면 뭇사람들의 횡포로 오염이 됐는지 선뜻 마시고 싶은 마음이 안 선다. 아니 올챙이가 물고기처럼 활주하는 샘물을 바라보면서 가셔버린 입맛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용구샘 앞의 넓은 터와 돌로 쌓은 축대는 옛날 암자가 있었던 자리임을 암시한다.
병풍산 벼랑이 매서운 북풍을 막아주고 삼인산과 드넓게 펼쳐지는 담양 들판, 그리고 무등산을 아름답게 바라보는 위치에 자리잡은 이곳은 누가 봐도 천하의 명당이다.
비로소 담양 들판 뒤로 광주시내와 무등산(1,187m)이 아른하게 나타난다.
광주시가 무등산의 북쪽에 있으면서도 안온한 느낌을 갖는 것은 병풍산과 불태산 줄기가 북쪽에서 북서풍을 막아주는 지형 탓이다. 무등산 뒷편에서는 화순 모후산(920m)이 고개를 내밀고, 모후산 동쪽에서는 백아산(810m)이 바위 봉우리가, 동쪽 금성산성의 성곽너머로 추월산이 우람하다.
1시 17분.
산허리를 가르는 소로다.
좌측 성암야영장을 바라보면서 만남재로 향하는 편안한 이동이다.
1시 25분.
만남재는 담양 수북에서 성암야영장을 거쳐 대치로 넘어가는 고개다.
만남재 고개에는 이동매점과 차량이 보이고 긴급사항을 알리는 무인경보시설이 서있다.
만남재(마운대미) 안부에서 용구샘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내려와 기다리던 일행과 합류했다. 비로소 후미 홍기오 대장과 교신했다. 직장동료 정교장님 내외가 천자봉에서 롤빽했다는 전갈이다. 시그널을 남기고 임도대신 남쪽으로 뻗은 계곡 지름길 내리막으로 접었다. 까만 열매가 주저리주저리 열린 자리공밭지대와 산딸기 밭 군락지대를 거쳤다.
1시 35분.
스멀스멀 기어들던 하늘은 기어이 한소나기를 퍼부었다.
접어 넣었던 우의를 꺼내 입는 거치장스런 과정이 있었다.
가을 소나기치곤 대단했다. 약 15분간 정신없이 쏟아낸다. 휴식하기에 좋은 간이정자지대를 지났다. 정교장으로부터 자신의 현재지점을 알리는 연락을 받았다. 주차장이 멀지 않은 지점이다. 앉으면 하체 모두가 노출되도록 거적문짝 하반부가 떨어져나간 재래식 뒷간도 보였다. 삼나무, 편백, 메타세쿼이아군집지대를 지나가는 너른 길이다.
1시 56분.
소나기가 멈춘 ‘국제청소년수련장’과 ‘성암청소년야영장’ 앞을 차례로 지났다.
아직은 이르지만 노랗게 익어가는 조형정원에 은행과 단풍나무를 배경으로 이근자씨와 김정림씨의 환한 미소가 열렸다. 자연과의 조화는 늘 이렇게 조용한 음악처럼 편안하다. 소리에도 색깔이 있음을 소개한(조선일보) 이상희 컬러리스트의 컬럼이 생각났다.
「음악에 조금만 관심이 있어도 비발디의 '사계'는 안다. 제목처럼 봄여름가을겨울 사계절을 표현한 현악 4중주다. 이 곡을 듣고 있으면, 누구든 계절마다 느낌이 아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는 음색, 즉 음의 컬러가 다르기 때문이다. '봄'을 들으면 마치 봄처럼 기쁨과 환희가 가득 찬 색깔이, '여름'을 들으면 정말 여름처럼 무성한 숲과 폭풍우의 빛깔이 보이는 것 같다. 물론 '가을'도 딱 가을의 색을 떠오르게 하고, '겨울'도 겨울의 적막한 흰색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음에도 분명 색깔이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색깔에 민감한 사람을 '색청자(色聽者)'라 부른다.
근대 물리학의 아버지로 프리즘을 이용, 빛과 색의 관계를 과학적으로 규명한 아이작 뉴턴은 프리즘의 7색을 1옥타브의 음계에 대응시켜 음과 컬러의 관계를 설명했다. 화가 바실리 칸딘스키는 한발 더 나아가 "노랑은 트럼펫의 날카로운 음색을, 빨강은 저음의 첼로 음색을 표현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공감각'은 일반적인 일로 8명 중 1명은 청각적 자극으로 특정 색을 연상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색과 음에 대한 연구로 유명한 러시아의 작곡가 림스키 코르사코프는 음계에 색을 직접 대입하려는 구체적인 시도했다. 도는 흰색, 레는 노랑, 미는 파랑, 파는 녹색, 솔은 갈색과 녹색의 중간, 라는 장밋빛, 시는 어두운 청색으로 림스키코르사코프는 정했다. 소리와 색에 관련해서는 재미있는 일화도 있다.
헝가리의 유명한 연주자이자 작곡가인 프란츠 리스트는 오케스트라를 이끌고 지휘를 하면서 "강하게 연주해야 할 땐 '검은색', 작게 연주해야 할 땐 '분홍', 여리게 연주해야 할 땐 '노랑'이라고 말하겠다"고 말해 단원들을 당황케 만들기도 했다.
음악심리학자들도 음과 색이 관련이 있다고 말한다. 악기로 말하자면 피콜로 같은 악기가 내는 높은 음에는 노랑을 연상하는 사람이 많고, 트럼펫의 음에는 다홍이나 빨강 같은 채도가 높은 색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명도는 음의 고저와, 채도는 음의 날카로운 정도와 관련이 있다.」
2시 10분.
대방 저수지 끝 대형 주차장에 내렸다.
대부분 일행들이 2시 10분 전후해서 산행을 마쳤다.
당초 염려했던 이완원씨, 박창희씨도 오늘은 수준급이다.
날씨가 완전히 개였다. 변덕심한 시어머니 표정처럼 수시로 바뀌는 날씨다.
대방저수지 아래 소형주차장을 출발, 천자봉 남쪽능선~천자봉(=옥녀봉)~철계단~정상(깃대봉)~돌탑~안부3거리, 용구샘갈림길-(투구봉)~만남재(마운대미)~국제청소년수련장 및 성암청소년 야영장을 거쳐 대방저수지 안쪽 대각동 주차장으로 원점회귀산행을 마쳤다.
총9km 코스를 3시간 30분이 소요됐다.
후미를 기다리는 동안 탐스럽게 열린 갯가의 빨간 열매나무에 일행 일부가 모여있다.
질문에 얼른 나무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입안에서 뱅뱅 도는 나무이름이다.
귀로하는 고속도로에서 기억난 ‘남천’이란 열매다.
남부 도서지방에서 뜰에 가꾸는 매자나무과 관상식물 식물이다.
6~7월에 개화하는 자잘한 원추화서의 흰꽃은 보노라면 청초한 소녀의 표정이 연상될 정도로 맑고 그윽하다. 樹高 3m까지 자라고 가을철 붉게 단풍이 들며 잎과 함께 구슬처럼 달리는 열매는 천하일품이다. ‘겨울의 보석’으로 불리는 남천 열매는 정원수의 으뜸으로 高가치다. 열매가 황백색으로 익는 것은 ‘노랑남천’이라 부른다. 열매와 줄기는 약재로 쓰이며 겨울정원에 직박구리가 열매를 먹기 위해 모여드는 정경을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후미 박의원-이충식 일행이 닿은 시각은 2시 45분이었다.
3시 10분.
담양군 월산면 화방리 <담양대나무통밥집> 식당으로의 이동했다.
일행과 동시산행을 피하고 단독으로 산보(?)를 치른 최이사님이 현지에 직접 출두해 주문한 식사다. 1인당 8,000원짜리 식사를 7,000원으로 깎았다는 식당에 도착하니 상황이 이상했다. 밀려드는 다른 손님들에게 우리들이 식사할 장소를 할애한 장사꾼의 속셈을 금방 알아차렸지만 달리 방도가 없다. 대량 손님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충정은 이해하지만 너무하다 싶었다. 정작 식당 주문을 담당한 최이사의 표정이 말이 아니다. 투덜대는 입장이지만 약 25분을 기다린 끝에 마련된 실내자리로 일행 모두가 모였다.
오래 기다렸던 시간을 보상이라도 하듯 더없이 훌륭한 정식(鼎食)이며 정찬(正餐)이다.
남도의 음식맛에 취하는 거룩한 시간이다. 먼저 눈이 사치스럽게 변했다. 대통술이 돌려지고, 준비한 이 지방 소주병의 순배가 이었다. 시간만 허락한다면 정송강의 장진주사(將進酒辭)라도 한 차례 읊어보며 여유로운 시간을 가져볼만 한 욕심이다. 이보다 더한 권주가는 없을 것이다.
「한盞(잔) 먹새 그려. 또 한 盞(잔) 먹새 그려.
곳 것거 算(산) 노코 無盡無盡(무진무진) 먹새 그려
이 몸 주근 後(후)면 지게 우헤 거적 더퍼 주리혀 매여 가나
流蘇寶帳(유소 보장)의 만인이 우레 너나
어욱새 속새 덥가나무 白楊(백양) 수페 가기곳 가면
누른 해 흰비 굴근 눈 쇼쇼리 바람 불 제 뉘 한잔 먹쟈할고.
하믈며 무덤 우희 잔나비 바람 불 제 뉘우친들 엇더리. 」
[한 잔 먹새 그려 또 한 잔 먹새 그려. 꽃을 꺾어 술잔 수를 세면서 한없이 먹세 그려.
이 몸이 죽은 후에는 지게 위에 거적을 덮어 꽁꽁 졸라 묶여 (무덤으로) 실려 가거나, 곱게 꾸민 상여를 타고 수많은 사람들이 울며 따라가거나, 억새풀, 속새풀, 떡갈나무, 버드나무가 우거진 숲에 한 번 가기만 하면 누런 해와 흰 달이 뜨고, 가랑비와 함박눈이 내리며, 회오리바람이 불 때 그 누가 한 잔 먹자고 하겠는가?
하물며 무덤 위에 원숭이가 놀러 와 휘파람을 불 때 (아무리 지난날을) 뉘우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정각 4시.
식당을 출발, 담양읍을 막 벗어난 24번 국도를 따라 순창방면으로 가다 보면 오른편 왕복 2차선 구도로(1.7km)에 도열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터널을 만난다. 일행들에게 소개하며 아름다운 가로수길에 잠시 내려서 걸어보는 낭만을 즐겨보고 싶은 욕심이 든다. 담양읍에서 계산하면 금월교에 이르는 십리길 가로수다. 이 가로수 터널은 언제부터인가 대나무와 함께 담양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유명세를 치른다.
메타세쿼이아(Metasequoia).
세쿼이아라는 미국에 자라는 나무가 있는데 메타세쿼이아는 세쿼이아보다는 뒤에 나타난 나무란 의미이다. 메타세쿼이아는 은행나무와 함께 ‘살아있는 화석’이란 별칭을 갖고 있다. 공룡이 살던 시대부터 지금까지 지구상에 살아남은 나무로 확인된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중인 1941년 중국 후뻬이성(湖北城)과 쓰촨성(四川城)의 경계지역을 흐르는 양자강 상류의 한 지류인 마타오치(磨刀溪)강에서 왕전이라는 산림공무원이 사당 부근에 자라는 거대한 이 나무를 처음 발견하면서 부터다. 그는 처음 보는 신기한 나무의 표본을 만들어 남경대학을 거쳐 북경대학에 보내졌으며, 다음해 북경대학 부설 생물학연구소에서 이 나무가 바로 화석에서만 발견되었던 메타세쿼이아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밀조사한 결과 약 4천 여 그루가 마타오치 강 연안에 자라고 있었다한다.
1946년 중국지질학회지에 살아 있는 메타세쿼이아로 세상에 확정 보고되었다.
이 나무가 지금도 살아 있다는 것이 알려지자 세계의 식물학자들은 커다란 기쁨과 충격을 받았다. 메타세쿼이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와 번식은 미국의 아놀드 식물원 원장 Merrill박사가 보낸 연구비에 의하여 시작되었다. 우리나라의 메타세쿼이아는 중국에서 들어온 것이 아니라 1950년대에 미국에서 들여와 흔히 가로수로 심고 있다. 아득한 옛날 공룡과 함께 살아온 '化石나무'가 지금은 번화한 도시의 한복판에서 온갖 공해를 이기며 우리와 함께 산다고 생각하면 무척 대견스럽다.
북한에서는 물가에 잘 자라는 삼나무란 의미로 수삼(水杉)나무라 부른다.
나무는 재질이 매우 약해 건축재는 어렵고 펄프재 등의 쓰임새는 가능하다. 그러나 대체로 나이가 먹어 갈수록 생장이 급격히 나빠지는 것을 보면 이 나무가 경쟁에서 차츰 밀려 한때 지금의 소나무 이상으로 지구를 덮고 있던 왕좌의 자리를 내주고 왜 양자강 상류 쪽으로 밀려나서 발견되지 않았더라면 영원히 사라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지금의 메타세쿼이아는 정원수나 가로수로서 사랑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낙엽침엽수교목 메타세쿼이아는 樹高 35m, 直徑 2m에 이른다. 나무껍질은 세로로 길게 갈라지고 적갈색이다. 잎은 선형이고 마주나기하며 길이 1∼2cm, 넓이 1.5∼2.0mm로서 날개모양으로 납작하고 끝은 갑자기 뾰족하며, 밑 부분은 둥글다. 미국 원산의 낙우송과 매우 닮았으나 낙우송의 잎은 어긋나지만 메타세쿼이아는 마주나며 가지도 마주나는 점으로 구분된다.
길 양쪽에 끝없이 뻗어 있는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들은 이제 막 짙어지기 시작한 겨울의 길목에선 완숙한 잎들을 눈부시도록 아름답다. 담양으로 갈수록 길은 좁아져서 하늘도 보이지 않는 나무터널이 세속의 욕망을 씻어주는 청량수(淸凉樹)다.
가로수를 지나 5분 남짓 거리의 석현교를 건너자마자 우회전, 2km를 들어가면 대나무골 테마공원 입구다.
담양군 금성면 봉서리 담양 대나무골 테마공원 (061-383-9291).
언론사 사진기자와 山 사진가로 반평생을 보낸 신복진씨가 1973년 정년퇴임 후 이 대숲으로 들어왔다. 세월과 함께 울창해진 대숲을 친지들에게만 소개하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대나무의 진수를 알리고 싶어 공개했다고 한다.
‘나모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뉘시기며 속은 어이 비었는다
저렇게 四時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도다.‘
尹고산의 오우가 중 <대>의 노래다.
가사문학의 본 고장인 전남 담양은 송강 정철을 낳은 담양은 어디를 가나 대숲이 널린 우리나라 최고의 竹鄕이다. 그 중 대나무골 테마공원은 '여름향기', '흑수선', '청풍명월', '전설의 고향' 등 여러 드라마와 영화 및 CF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을 불러들였다. 웰빙시대를 맞아 건강에 관심이 높아지면서 대나무숲길 사이로 걷는 죽림욕이 유행하고, 죽순과 죽염이 건강식으로 알려지면서 담양은 웰빙시대의 테마여행코스로 가장 각광받는 곳으로 발전했다.
전남 담양은 국내 대나무의 25%가 자라고 있는 대나무의 고장이다.
4월 중순부터 6월까지는 대나무의 어린 순이 자라나는 죽순의 계절이라 그 가운데 5월 2일 ~ 5일까지가 대나무축제기간이다. 조금은 초라해 보이는 입구 모습이다.
3만 여 평 규모의 대나무테마공원은 3개의 죽림욕(竹林浴) 코스가 있다. 메표소를 막 통과하는 첫 번째 삼거리 갈림길에 죽로천<竹露泉>이라는 샘물 앞이다. 거대한 숲을 이룬 대나무들 사이로 들어서자 분위기가 일신한다.
대나무는 지구상에서 가장 폭발적인 성장력을 갖춘 생명체 중 하나다. 하루에 키가 1fm나 자랄 때도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산소와 뇌파를 발생시킨다.
대나무는 피톤치드를 많이 방출하는 수종이라 웬만한 삼림욕장보다 월등하다.
스트레스 해소, 심신안정에도 효험이 있는데, 대숲은 늦봄에서 초여름 사이에 걷는 게 제일 좋다고 한다. 만약 비온 뒤라면 잠깐 사이에 허리춤까지 올라올 정도로 자라는 죽순도 볼 수 있으니, 우후죽순의 참뜻을 확인 할 수 있어 일석다조(一石多鳥)다. 맨발로 황토길을 걷는 소나무산책로에서 일행 일부는 등산화를 벗어들고 모래사장을 걷듯 맨발차림으로 희희낙락이다.
唐錦아기(당나라 비단처럼 고운 아기) 무속신화가 있다.
당금아기는 승려와 통정하여 3형제를 낳았다. 아들이 성장해 아버지를 찾자, 사실대로 말하지 않고 둘러댔다.
“건너편 대밭에서 오줌을 누었더니 너희들이 태어났다.”
3형제는 대밭으로 가 아버지를 찾았다. 대나무들이 대답했다.
“우리는 너희 아버지가 아니지만 너희 어머니가 죽었을 때 우리를 베어다 상주막대를 삼으면 너희의 아버지가 되어주겠다.”
이후 부모상을 당한 상주들은 모두 대나무 지팡이를 만들어 짚게 되었다.
말하자면 대나무는 우리들의 대부로 우리의 삶을 지켜주고 후원하는 정신적 버팀목이다.
부러질지언정 굽지 않는 성질은 大夫의 기개요, 줄기의 마디는 선비의 절개요, 속이 텅 빈 것은 君子의 겸허한 德이요, 四時에 푸르른 것은 변치 않는 지조다. 그래서 대는 忠臣-烈士-君子-處士에 비유된다. 그래서 바람을 맞는 풍죽(風竹)이 한층 격이 높다. 솔과 더불어 굽히지 않는 志操에 비유되어 쌍청(雙淸)으로 불리기도 한다.
동진(東晋)의 왕휘지(王徽之)는 마당에 대를 심어 놓고 차탄했다.
“이 친구가 없으면 어찌 하루라도 편할 수 있을까?”
그래서 대나무를 <차군(此君)>이라 명명했다.
이 친구, 곧 ‘此君’이라는 친숙한 이름은 生口 이상으로 다가든다.
대나무가 갖는 우아함과 끈기, 우정과 건강을 상징하는 인격적 완성체인 군자와 같다하여 사군자의 하나로 꼽힌다. 사계절 늘 푸른 지조, 겸손, 이타심과 의협심의 상징이다. 동시에 우리의 무속신앙에선 신성한 신의 강림(降臨)처나 영적 중개자 역할을 담당했다.
대나무는 우리들에게 전부를 준다.
잎은 물론이며 그 줄기, 때로는 그 뿌리까지 약재로 이용한다.
문방구는 물론 생필품 일체가 대나무를 소재로 이뤄졌다.
비록 기억속의 화석으로 변한 대나무지만 우리네 삶의 이정표로 다시 찾는 시대가 재현될 것임을 확신해본다. 전국적으로 유명한 대숲지역으로는 담양군 일대를 비롯해 하동군 화개면 모암마을, 전남 곡성군 유곡마을, 충남 홍성군 천수만의 죽도를 꼽는다.
하늘을 향해 곧게 뻗은 시원한 대나무들은 올려다보며 느끼는 시각을, 은은하게 풍겨오는 죽향은 후각을, 하늘 끝에 걸린 댓잎 스치는 맑고 고운 바람소리는 청각을, 대나무 잎을 만져보았을 때 전해오는 산뜻한 촉감이 전신에 전율을 감는다. 죽림욕을 마친 뒤 매표소 앞 죽로천에서 시원한 한 잔의 약수가 전하는 미각과, 그윽한 분위기로 마지막 육감을 채웠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통 초록댓잎 향기가 밴 늦은 오후 일행들의 몸과 마음에서도 초록물이 임리하고 있다.
오후 5시.
대나무공원을 떠나 귀로에 올랐다. 백양IC길이 혼란할 것이란 장기사님의 경험대로 오전에 왔던 길을 복기하듯 되짚는 행보다. 호남고속도로 전주-익산-여산휴게소 일대가 심각한 정체다. 작은 여산휴게소가 많은 자동차를 담기엔 턱없이 부족해 빚어지는 휴일의 정체현상이라는 장기사의 설명이다. 이는 중부고속도로 서울 쪽 여주휴게소와 비슷한 현상이다.
논산-천안간 고속도로에 접어들면서 숨통이 트였다.
안성부근에서 또 한 차례 정체현상을 만났다.
수원부근에서 멍청한 앞차(버스)를 만나 25분 정도 지연되는 헤프닝이 있었다.
새벽 깁밥집-점심식당-귀로의 앞차문제 등 머피의 법칙이 울려준 하루다.
밤 11시 45분에 귀가했다.
구경 한 번 잘했지만 전신은 파김치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늦은 귀가로 인해 많은 회원들에게 염려를 남겼다.
13일 서울등산대회 명단을 놓고 잠시 생각하다가 곯아떨어진 깊은 밤이다.
*교통 :
-승용차 [호남고속도로 장성IC-24번 도로-대치-담양읍수북초교사거리에서 좌회전
-대방제(대각동, 성암 청소년야영장방향)]
-고속버스[동서울~담양 1일 2회 운행(10;10, 16;10)]
-열차[수도권에서는 열차 편으로 장성도착-국도 1호선을 이용하여 장성댐에서 백양사
방면으로 약 5km거리 담양 방면으로 분기 지방도 898번 월성교 통과. 월성마을,
연동마을을 지나 월성교 약 2.5km지점에 위치.
또한 호남 고속도로 백양사 IC-북이면사거리-약수리-대악리 이용.
-현지교통 :
1) 광주 공용터미널, 두암동 정류소 담양 방면 - 1일 10분 간격 (06:30~23:00)
→ 담양 정류소에서 군내버스 이용 1일 13회 운행
2) 광주에서 시내버스 262번 이용
패밀리랜드를 지나 대전면 소재지 → 담양 방면으로 우회전 → 한재초등학교 앞 도착
*현지숙박 :
서라별여관(061-381-5200), 그린필드장(061-383-2020), 파레스호텔(061-381-6363)
성림장여관(061-382-9951), 파라다이스(061-383-9669), 세화장(061-382-1335),
골든리버모텔(061-383-8960~1)구산리민박마을(-381-5954)민박촌(가인마을)(392-7683)
가마골야영장(061-383-0290),
*백양사-장성지구[뉴백양관광호텔(392-0651) 호텔백운각(392-7531) 금강여관(392-7766)
그린여관(392-7524) 백양산장(392-7500) 궁전여관(392-3777)
그린하우스(392-6005)에덴하우스(392-2570) 은혜파크(392-7200)
*맛 집
○ 이화횟집: 바다회 1인분 1만원선 ☎(061)383-5276
○ 죽농회관: 비빕밥 1인분 4천∼5천원 불고기백반, 생고기 등 ☎(061)382-5989
○ 한재골가든: 닭도리탕 1마리 2만원선 백숙 1마리25천원, 추어탕 등 ☎(061)382-8839
대통밥 (음식점명 소재지 주변볼거리 전화번호(061) )
-담양대나무통밥집(담양읍 월산면 화방리 061-382-1999, 381-9000, 011-642-6644)
-귀빈관 (담양읍 대나무건강랜드 내 대나무박물관, 재래시장 죽녹원, 문화공원 381-5800)
-담양대통밥집 (월산면 중월리(국도변) 대나무박물관, 용흥사계곡 383-3446)
-죽림원 (월산면 군부대 옆 상동 383-1292)
-한상근대통밥 (월산면 화방교 인근(국도변) 상동 383-9779)
-박물관앞집 (대나무박물관앞 대나무박물관, 담양재래시장 죽녹원, 문화공원 381- 1990 )
-송죽정 (대나무박물관 앞 대나무박물관, 담양재래시장 죽녹원, 문화공원 381-3291 )
-가야가든 (담양호 아래 대나무박물관, 죽녹원 381-7744)
-대나무숲전통식당 (대나무박물관내 대나무박물관, 재래시장 죽녹원, 문화공원 381-9595)
-대나무통밥집 (용흥사입구(백양사 가는 길) 용흥사 계곡, 대나무박물관 382-9779)
-대나무회관 (경찰서 뒤편 대나무박물관, 재래시장 죽녹원, 문화공원 381-1575)
-덕인갈비 (읍사무소 옆 죽녹원, 문화공원 대나무박물관 381-2194)
-우송농원 (우시장 건너편(월산면 가는 길) 〃 383-5105)
-전통갈비나라 (담양공고 앞 〃 381-2468)
-타조나라 (월산면 중월리 국도변 대나무박물관, 용흥사 계곡 383-2209)
-한옥 (백양사 가는 길(월산면 국도변) 〃 381-1450)
전통한정식
조선시대 궁중음식을 연상케 하는 조기구이, 적반, 쇠고기구이, 홍어찜, 굴비, 민물고기, 죽순회, 육회, 돼지머리고기, 취나물, 고사리, 오이소박이, 참게장, 토하젓, 감장아찌 등 계절에 따라 교자상이 부러질 정도로 내 놓으며, 특히 메주가루에 찹쌀과 향내나는 산나물을 비벼서 “집장”을 기본양념으로 사용하고 있어 옛 맛을 그대로 살려준다.
(음식점명 소재지 주변볼거리 전화번호(061) )
-금성산성 (담양온천 내 담양호, 담양온천, 금성산성 메타세쿼이아 길 380-5000)
-단지 (대전면 한재골 입구 한재골, 병풍산 383-0056)
-돌샘 (담양호 입구(금성면) 담양호, 담양온천, 금성산성 메타세쿼이아 길 381-6784)
-민속식당 (담양읍 소재지(객사리) 대나무박물관, 재래시장 죽녹원, 문화공원381-2515)
-전통식당 (광주호 아래(고서면) 가사문학관, 광주호, 소쇄원 식영정, 환벽당 등382-3111)
-태웅산장 (추월산국민관광단지 옆 추월산, 담양호, 가마골 383-0300, 381-1213 )
생고기, 비빔밥 ( 음식점명 소재지 주변볼거리 전화번호(061) )
-축협회관 (경찰서 뒤 대나무 박물관, 담양 재래시장 죽녹원 문화공원 380-5600 )
-백제회관 (문화회관 뒤 〃 381-1231 )
-삼정회관 (〃 〃 383-4901 )
*주변관광지 :
추월산, 담양호, 강천산군립공원, 금성산성, 죽물박물관, 내장산국립공원
담양 일대는 광주호 주변으로 소쇄원, 송강정, 면암정, 식영정, 명옥헌, 독수정 등 많은 정자와 정원이 몰려 있다. 그중 소쇄원은 1530년(중종 25년)에 양산보가 꾸민 조선시대 대 표적 정원의 하나로 제월당(霽月堂), 광풍각(光風閣), 애양단(愛陽壇), 대봉대(待鳳臺) 등 10여개의 건물로 이루어졌으나 지금은 몇 남아 있지 않다.
제월당(霽月堂)은 '비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이라는 뜻이며, 광풍각(光風閣)은 '비갠 뒤 해 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이라는 뜻이라 한다.
* 대나무골 테마공원 (061-383-9291) : 유료(어른:2,000 / 학생:1,500 / 어린이:1,000)
대나무골 테마공원(www.bamboopark.co.kr), 담양군청(www.damyang.jeonnam.kr)
담양군청에서 내·외관광객을 위해 1일 버스투어 프로그램이 있다. 매주 토요일 오전 광 주역 광장에서 출발하여 코스별 관광(10개 코스/약6시간30분소요)을 마치고 광주역 광장 으로 되돌아온다.(문의 : 담양군청-사전 예약 신청)
*소쇄원 :
담양군 남면 지곡리에 있는 소쇄원은 조선 중종 때의 선비인 소쇄 양산보가 자신의 스승인 조광조가 유배되자 출세의 뜻을 버리고 이곳에 조성한 개인정원이다. 원래 10여개의 건물로 이뤄졌으나 지금은 '제월당', '광풍각' 등 2개만 남았다. 전자는 '비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 '후자는 '비갠 뒤 해가 뜨면서 부는 청량한 바람'이라는 뜻이다. 이름에서 느껴지는 운치가 남다르다. 매화, 은행, 복숭아, 벽오동, 장미, 동백, 국화 등 20여종의 식물이 아기자기한 조화를 이루며 계절마다 다퉈핀다. 아름다운 조경에 시간가는 줄 모른다. 하지만 입구와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대나무가 있었기에 소쇄원의 진가는 더욱 가치를 발한다.
*학구당 :
학구당은 조선 선조 때 이 고장 사람들이 창건한 서당으로 지금의 건물은 영조 45년(1769년)에 복원한 것이다. 1966년에 크게 보수를 했다는데 지붕이 새어 천장이 무너지는 등 다시 보수를 해야 할 상황에 처해 있다.
학구당 뜰에 서서 마을 아래로 펼쳐지는 넓은 들판을 바라본다. 옛날에 공부하던 학동들이 문을 열고 저 들판을 바라보며 꿈을 키워 나갔으리라.
*담양군청 문화레저관광과 (061-380-3150~4) :
517-802 전남 담양군 담양읍 객사리 99 : http://www.damyang.jeonna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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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이랍시고 곡차 즐기는 스님 두들겨서 산문밖에 내쫓고 싶다"
戒律 연구 실천하는 파계사 영산율원 철우 스님(파계사 대구=김한수기자 : 2005.10.27 )
▲ 철우 스님은 "늘 계율을 이야기하니 학교의 학생주임교사처럼 모두들 슬슬 피하는 왕따"라면서도 "그러나 스님을 스님답게 해주는 것이 계율이고, 계율을 잘 지킬 때 올바른 수행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우리 불교는 언젠가부터 도(道)만 깨치면 되는 것으로 생각하며 계율을 ‘소소한 것’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퍼졌습니다. 출가자라면 차라리 목숨을 버릴지언정 계율을 범해서는 안 됩니다.”
26일 팔공산 자락은 가을빛이 완연했다. 안개비가 내려 단풍을 축축히 였다. 대구 파계사(把溪寺) 영산율원 율주(律主·율원의 스승 스님) 철우(哲牛·57) 스님이 우리 불교계를 향해 정신 번쩍 드는 죽비소리를 날렸다. 책과 책상, 다탁 밖에 없는 빈 방에서 스님은 “바깥 손님들을 잘 안 만나니 차도 오랫만에 우려본다”고 말문을 열었다. 불교계 신문에 연재한 글을 모아 펴낸 ‘욕심을 버리는 방법’(민족사)에서 스님은 “스님들까지 재물을 탐하고 명리를 좇으면 불가와 속세의 차이가 뭔가”고 묻는다.
“몇 년 전이죠. 절집으로 치면 사촌 간인 법정 스님이 연세들어 강원도 산골에서 혼자 지낸다고 하길래 뭐 그렇게 까지 해야하나 생각했어요. 그런데 요즘 보면 계율을 지키며 청빈하게 살려는 스님 뜻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철우 스님은 속세 나이로 60을 바라보지만, 겉모습은 소년같다. 아홉 살 때인 1957년 어머니 손에 이끌려 청도 적천사에서 출가한 스님은 향봉 스님이 은사. 줄곧 불교 계율을 연구하고 가르치고 실천해왔다.
그런 스님의 눈에 비친 오늘의 우리 불교계는 못마땅하다. 계율을 소소하게 여기고, 은근히 파격을 ‘멋’으로까지 여기는 세태가 승가에도 번졌다는 것이다. 스님들이 절하는 것을 싫어하고, 청빈(淸貧) 대신 은근히 세속의 물질주의에 함께 물들고, 권력 다툼까지 벌어지니 이래서야 신도들을 어떻게 정신적으로 이끌 수 있느냐고 철우 스님은 걱정한다. 책에서 스님은 ‘곡차(술)’를 즐기는 한 도반(道伴)에 대해 “두들겨서 빈책(??)이라는 글자를 등에 붙이고 작은 북을 두드리며 산문 밖으로 쫓아내고 싶다”고 감춤 없이 드러냈다. 신도들에게도 “스님들이 계율을 잘 지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청한다.
왜 계율을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가. 철우 스님은 “계율을 지키겠다고 계를 받은 출가자들로선 너무 당연한 일이며 계율을 어기는 것은 절대로 멋이 될 수 없다”며 “스님들이 나태하면 신도는 물론 온 사회가 나태해진다”며 승가의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평생 어떤 물건이든 두 개를 가져보지 못했다”는 스님은 “국민들이 살기 어려울 때 스님들 마저 속화(俗化)되면 신도와 국민들을 정신적으로 어디에 의지를 하느냐”고 했다.
안개비가 살짝 옅어진다. 스님의 말소리도 조금 느긋해졌다. “계율이라면 꼭 ‘하지 말라’는 것만 생각하는데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가령, ‘살생하지 말라’는 ‘자비롭게 살라’로, ‘훔치지 말라’는 ‘베풀며 살라’로 바꾸어보면 지키기 어려운 일이 아니지요.” 스님은 “스님들이 먼저 보시를 하는 모습부터 보이자”고 했다. 천재지변이 일어났을 때 앞장서서 정말 정성을 담아 보시를 하면 얼마나 좋은 모범이 되겠냐는 것이다. 스님은 또 “스님 사회에 계율이 있다면 일반 사회의 지도자들에게도 그에 걸맞는 책임이 따르는 것”이라며 “지도자들이 모범을 보이고, 책임을 확실하게 지는 모습을 보여야 우리 사회가 바로 설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