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일즈맨의 죽음’(Death of a Salesman) ‘시련’(The Crucible) 등을 통해 아메리칸 드림의 그늘을 들췄던 미국 극작가 아서 밀러 (Arthur Miller·89)가 10일 밤(현지시각) 코네티컷주의 자택에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어린 시절 미국의 대공황을 겪은 밀러는 현실과 사회적 양심의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든 작가였다. 1915년 뉴욕의 유대계 중류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대공황으로 집안이 몰락하자 접시를 닦고 부두의 하역 노동자로 일하며 혹독한 10대를 보냈다. 부실한 부품들을 군대에 납품하는 사업가의 이야기를 다룬 ‘모두 다 내 아들들’(All my sons) 등 그가 발표한 17편의 희곡 대부분에는 이런 시련의 흔적이 남아 있다. 그는 여배우 마릴린 먼로와의 결혼, 그리고 이혼으로 화제를 낳기도 했다. 밀러의 출세작 ‘세일즈맨의 죽음’(1949)은 33살 때 발표한 작품. 자기 가족이 보험금을 타도록 자살을 감행하는 세일즈맨 윌리 로만의 이야기는 대성공을 거두며 그에게 퓰리처상과 토니상을 안겼다. 1953년 발표한 ‘시련’은 17세기 매사추세츠 세일럼의 마녀재판을 소재로 했지만, 실은 당시 미국을 휩쓸었던 반공산주의 매카시 선풍의 광기를 비판한 작품이다. 실제로 그도 의회의 반미활동조사위원회에 불려가 “할리우드의 공산주의자들을 지목하라”고 강요받았다. 역시 이 위원회에 불려갔던 그의 절친한 친구 엘리아 카잔(1909~2003)은 밀러를 공산주의자로 거명했고, 이후 둘의 관계는 냉각됐다. 1960년대 후반 이후 밀러의 작품들은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했다. ‘극은 교훈적이어야 하고 미국 사회를 바꿀 만한 메시지를 담고 있어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신념 때문이기도 했다. 1987년 펴낸 자서전에서 밀러는 “극작은 숨쉬기와 같다”며 “인명(人命)을 구하는 의사를 빼면, 의미있는 희곡을 쓰는 게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 그의 타계 소식을 접한 영국 극작가 해롤드 핀터는 “밀러의 희곡들은 20세기가 낳은 걸작들”이라며 “그는 작가로서나 한 인간으로서도 끊임없이 비판적 지성을 사용한 시대의 지도자였다”고 말했다. 유족으로 배우 겸 작가인 딸 레베카가 있으며, 그녀는 영화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아내다.
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