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삶이란 기다림만 배우면 반은 안 것이나 다름없다는데...... 그럴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서부터 뭔가를 기다리지, 받아들이기 위해서 죽음까지도 기다리지. 떠날 땐 돌아오기를, 오늘은 내일을, 넘어져서는 일어서기를, 나는 너를. - p15
여름
나는 그렇게 되어버렸지. 어느날 우연히 내눈을 거울에 비춰보다가 언젠가 네가, 네 속눈썹을 세어봤는데 마흔 두 개야, 했던 말이 생각나면 그 생각 하나로 세상을 다 얻은 듯이 살아가지. 그걸 세어볼 정도면 너는 틀림없이 나를 사랑한다 여겨지기에. - p93
가을
길거리를 지나가는데 무슨 벽보에 사랑이란 서로에게 시간을 내주는 게 아깝지 않은 것, 이라고 써 있었지. 금방 너를 생각했어. 언제부턴가 내게 시간을 내주지 않는 너를. 그 풀칠이 덕지덕지한 벽보 앞에서 너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구나, 얼마나 절망했는지. 매사가 이런 식이야, 나는 그렇게 되어버렸어. - p257
겨울
슬픔에는 더 큰 슬픔을 부어넣어야 한다. 그래야 넘쳐 흘러 덜어진다. 가득 찬 물잔에 물을 더 부으면 넘쳐흐르듯이. 그러듯이. 이 괴로움도 더 큰 저 괴로움만이 치유하고, 열풍은 더 큰 열풍만이 잠재울 수 있고. - p411
다시, 봄
너는 너 이외의 다른 것에 닿으려고 하지 말아라. 오로지 너에게로 가는 길에 길을 내렴. 큰 길로 못 가면 작은 길로 그것도 안되면 그 밑으로라도 가서 너를 믿고 살거라. 누군가를 사랑한다 해도 그가 떠나기를 원하면 손을 놓아주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 그것을 받아들여. 돌아오지 않으면 그건 처음부터 너의 것이 아니었다고 잊어버리며 살거라. - p539
♤ 신경숙;깊은 슬픔
Ja Vais Seul Sur Ia Route / Anna Ger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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