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물은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다
길을 가다보면 마땅히 가야 할 길로 들어서지 못하고
지나칠 때가 있는가 하면
길을 잘못 들어 낭패를 보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 때는 왔던 길에서 U-turn으로 되돌려야 할 때도 있지만
사람에 따라서 ‘길은 길로 통한다’는 철학으로 더 멀리 돌아가기도 합니다.
물처럼 끊임없이 흐르는 우리 인생길은
한번 다다르면 돌아오지 못한다는 벽계수(碧溪水)와 같아서
보이는 길처럼 U-turn으로 되돌릴 수 없는
단 1회적으로만 이어지는 길이지요.
돌이켜 보면 지금껏 내가 걸어온 길은
곁길로도, U-turn도 한 적 없이
곰처럼 고집스럽게 오로지 직진만 해 온 것 같습니다.
인도하시는 분을 따라 잘 되든 안 되든
같은 방향만을 보며 걸어온 것은
나타나는 현상보다는 ‘길’ 자체가 중요했기 때문이지요.
‘여호와여 내가 알거니와 사람의 길이 자신에게 있지 아니하니
걸음을 지도함이 걷는 자에게 있지 아니하니이다(렘10;23)’
늘 온전치 못하여 허물로 얼룩지기는 했지만 어떤 선택이었든지
그 길, 그 상황에서는 그것만이 최선이었기에
지금 돌이켜 봐도 후회스러운 선택은 없습니다.
때로는 결과가 만족하지 않을지라도
그 길을 간 사실을 되돌릴 수는 없기에
길은 길로 통한다는 원리를 따라 그 길에서 겪게 되는 고달픔까지도
관통하여 직진해왔지요.
겨우내 숨죽이던 햇살이 살아난 듯이 일어서 구석구석을 빛살로 채우고
내 몸속까지 마구 부시게 스며들어 이 봄,
나는 한 마리 투명한 곤충이 된 것 같습니다.
그 빛살과 봄바람으로 살랑거리며 가는 길에
그 분은 새눈을 뜨고 살아온 내 눈을 조금 크게 열어주셨습니다.
봄날, 꽃잎 위 나비 한 마리가 자세를 추스르듯
나는 앉은 자리에서 작은 움직임으로 사역의 제 2막인
장애인 작품 공간을 시작하게 되었지요.
전례가 없는 창안(創案)이기에 현실적으로는 막막하지만
외롭고 시리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곁에서 장소 물색과 인테리어 등 몸살이 날 정도로 수고하는 남편과,
묵직하게 모은 저금통을 가지고 와서 힘을 실어주는 이,
응원과 기도를 해 주는 따뜻한 마음들, 자원 봉사하는 손길도 있어
3월 14일 오전 11시에 ‘우리는 장애인이 아닌 예술인’이라는 주제로
Open하게 됩니다.
바이런, 베에토오벤, 루즈벨트를 지금 누구도 그냥 ‘장애인’이라고만
부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들은 장애를 넘어 천재적인 시인이요,
음악가며 훌륭한 정치가였으니까요.
이제는 우리도 이름 없는 장애인이 아니라
그림을 그리는 화가요, 작품을 만드는 공예가요, 글을 쓰는 문인이요,
음악을 연주하는 음악인으로 일어서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작게나마 그 일을 감당하고자 합니다.
바다를 포기하지 않는 강물처럼 지금 내가 가야할 길이기에,
첫댓글 좋아요.
아주 좋아요.
공예가요, 화가요, 문인들을 만나보고 싶습니다.
잘 하셨습니다.
애쓰셨습니다.
기대가 됩니다.
아참, 저 위에 있는 도자기도 구할 수 있나요?
매화도 멋있지만 도자기만이라두요. ㅎㅎㅎ
3. 14일을 위해 기도합니다.
장소 주소도 올려 놓으세요.
감사합니다.
목사님은 꼭 와주시리라 믿고 있었습니다.
나운동 868-19 은파웨딩홀 뒷편입니다.
도자기는 불재에 가시면 될 것 같은데요...ㅎㅎㅎ
그럼 그날 만나뵙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