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요 : 남도답사 일번지로 알려져 있는 전남 강진은 볼거리가 많다. 이미 잘 알려진 강진 고려청
자도요지가 있고, 그 남쪽에는 아름다운 해변 정경으로 유명한 마량포구가 있다. 시인 김
영랑의 생가 또한 답사여행객들의 발길이 잦은 명소이고, 북동쪽 병영성지는 전라병영의
영지가 있었던 유명한 역사유적지다.
정약용의 유배지였던 다산초당, 그리고 월출산 무위사 등도 우리에게 낮설지 않은 이름들
이다. 하지만 한적한 겨울철에 떠나는 남도기행은 이 같은 이름난 명소들 보다는 비교적
인적이 뜸한 곳을 위주로 엮어 보는게 어떨까 한다.
- 강진 백련사
강진읍에서 동남쪽으로 내려가면 도암면 만덕산(해발 409m)기슭에 천년 고찰 백련사가 자
리잡고 있다. 신라시대에 창건되었다고 하며 고려때는 8국사의 도량이었다고 한다. 고려.
조선시대에 걸쳐 여러 차례 중수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으며, 조선후기 한때 만덕사로 불리
우다가 다시 현재는 백련사로 부르고 있다.
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136호로 지정된 대웅전은 단청이 잘 되어있는 다포식 건물로 주변
만덕산 산세와 어울려 더욱 운치 있는 절집의 분위기를 풍긴다.
또한, 눈여겨 볼만한 것은 백련사 주차장에서부터 절 앞마당에까지 이어진 동백숲 터널인
데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울창한 동백숲 오솔길이 고찰 백련사의 풍광을 한층 더 돋
보이게 한다. 특히 이 백련사 동백꽃은 일찌감치 1월달에 벌써 붉은꽃망울을 터뜨리기 시
작하는데 그 모습은 충분히 탄성을 자아내게 한다.
- 만덕산/다산초당
기왕 백련사에 왔다 면 만덕산 꼭대기에 한번 올라볼 일이다. 다소 가파른 능선길을 올라
야 하지만 정상에서의 조망은 더할나위 없이 시원하다. 아래쪽 백련사와 그 앞의 넓은 강
처럼 내려다보이는 곳은 강진 깊숙히 들어온 도암만 바다의 풍경이다.
북쪽 방향으로는 들쭉날쭉 험상궂은 만덕산 바위 암릉길 뒤로 멀리 호남의 금강이라는 월
출산의 웅장한 바위암봉군이 시야에 들어온다.
만덕산은 해발 409m의 야트막한 산으로, 백련사에서 오르는데는 불과 30분도 걸리지 않지
만백련사 코스를 제외하곤 산세가 꽤 험하므로 특별히 마음먹고 산행하는 것이 아니라면
정상에서 되돌아 내려오는게 좋다. 여유가 있다면 백련사 앞마당 왼쪽 으로 나 있는 오솔
길을 통해 만덕산 남쪽 숲속에 위치한 다산 초당을 함께 둘러보는 것도 괜찮다. 다산초당
까지는 오솔길을 따라 도보로 약15분 정도 소요된다.
- 월출산 경포대
강진읍에서 북쪽으로 월출산 방면으로 가다보면 왼쪽으로 '경포대'라고 표시된 이정표가
보인다. 성전면 월남리의 월출산 남쪽계곡에 위치한 경승지로 일명 '금릉경포대(金陵鏡浦
臺)'라 불리는 곳인데, 우리가 익히 알고있는 강릉의 경포대와 한자가 똑같다. 다시 말해
강진에도 경포대가 있다는 말이다.'경포대'라는 것은 여름밤의 밝은 달과 담소의 맑은 물
이 아름다운 경관을 이룬다는 데서 유래되었는데 여기에 강진의 옛 이름인 금릉(金陵)'을
써서 '금릉경포대' 라 이름하게 되었다 한다. 이곳은 또한 강진 월출산 등산의 기점이기
도 하다.
월출산은 설명이 필요없는 명산으로'호남의 금강','호남 5대 명산'등의 수식어가 붙어 다
닌다. 특히, 경포대에서 바라보는 월출산의 모습은 마치 거대한 사자가 앞발을 벌리고 포
효하는 듯한 위세를 펼쳐보이는데 말그대로 금강산 일만이천봉의 가장 빼어난 바위봉우리
들만 뽑아서 남도의 들판 한복판에 박아 놓은 듯한 광경이다. 경포대에서 월출산 정상인
천황봉(해발809m)에 올라 구정봉(해발705m)를 거쳐 다시 경포대로 내려오는 산행은 4시간
가량 소요되며 산불방지 기간에도 규제없이 등산할 수 있다.
- 월남사지/무위사
경포대 남쪽으로 1km정도 내려간 곳에는 월남사지(전라남도지방기념물제125호)라는 옛 절
터가 있다. 본래 대규모의 사찰이었다고 하지만 현재는 그저 농가의 뒷 뜰로 방치되고 있
어 당시의 융성했던 월남사의 모습을 그려보기는 힘들다.다만 당시의 유적으로, 고려시대
백제계 삼층석탑인 월남사지 모전석탑(보물 제 298호)과 월남사지 석비(진각국사비, 보물
제 313호)가 옛 절터에 쓸쓸히 서 있을 뿐이다.
월남사지에서 서쪽으로 약 3km 거리엔 백제시대의 고찰인 월출산 무위사가 자리하고 있다.
무위사 경내에는 극락전(국보 13호),선각대사 편광탑비(보물 507호), 삼층석탑(전남 문화
재 자료 제76호) 등 유수한 문화재가 있어 함께 둘러보면 좋다.
강진을 뒤로 하고 북쪽으로 김삿갓의 방랑종착지인 화순으로 향한다. 남도 중에서도 특히
산이 많기로 유명한 화순지역은 수많은 경승과 유적, 볼거리, 얘깃거리들이 산재해 있다.
무등산, 모후산, 백아산 등 어디에 내놓아도 빠지지 않을 이름난 산과 방랑시인 김삿갓의
이야기가 담겨진 여러 명소들을 만날 수 있다.
또한,화순지방의 온천과도 연계하여 여정을 잡아볼 수 있다. 화순기행은 수려한 산세, 그
리고 그 속에 담겨있는 역사, 문화유적을 온천과 연계해서 찾아가 본다.
- 화순 운주사
화순군 서쪽 나주시와의 경계의 도암면 대초리에는 신라말 도선국사가 세웠다는 운주사가
있다. 이 운주사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석탑과 석불이 있는 절로 유명하다. 현재는
70구의 석불과 18기의 석탑만 남아있지만 조선시대에 쓰여진 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석불
과 석탑이 각각 1,000기 씩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석불, 석탑의 모습은 운주사 첫머리에서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끼게 한다.
9층 석탑(보물 제 796호)을 비롯해서 석불감 쌍배불좌상(보물 제796호),원형 다층석탑(보
물 제 798호)등 여러가지 형태의 석탑과 석불들이 연이어 모습을 나타내는데, 심지어 절
좌우로 언덕과 야산 위에도 석불, 석탑군이 눈에 띈다. 특히, 운주사 언덕위에 있는 와불
(누운 석불)은 이곳의 명물로 도선국사와 천불 천탑에 얽힌 전설이 담겨있어 재미를 더한
다.
- 나주 불회사
운주사 바로 옆 서쪽은 나주댐에 의해 호수가 된 나주호가 있어 좋은 경관을 보여주고 있
으며, 근처의 나주 불회사도 찾아볼 만 하다. 불회사는 백제 침류왕 때 창건된 사찰로 고
려말기에 중창되었다가 조선 후기에 소실된 후 다시 복원하였다 한다.경내로 진입하는 오
솔길과 아름드리 고목숲의 정경이 인상적이며 전남 유형문화재 제 3호로 지정된 대웅전도
볼만하다.
- 화순 쌍봉사
화순군남쪽 이양면의 쌍봉사도 찾아볼만 하다. 신라경문왕 때 창건,고려시대에 중창된 사
찰로 그리 큰 규모의 절은 아니지만, 경내의 많은 문화재들이 답사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다.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것은 대웅전(보물 제 163호)인데, 1984년 화재로 소실되어 문화재
지정이 해제되었다. 현재의 건물은 1986년 복원된 것)으로 쌍봉사 돌담 위로 우뚝 솟아보
이는 특이한 형태의 모습은 멀리서 보아서도 단번에 시선을 빼앗을 만큼 매우 인상적이다.
또한, 절 뒷편의 쌍봉사철 감선사탑(국보 제 57호)과 탑비(보물 제 170호)는 운주사의 투
박한 고려 불상, 석탑과는 달리 신라시대의 화려하고 정교한 조각기법을 엿볼 수 있는 걸
작품이다.
- 화순온천
화순읍을 거쳐 북쪽 방향으로 여정을 잡으면 이서면 동복호반을 지나북면 화순온천으로 갈
수 있다. 화순온천을 찾아가는 길은 남도땅 답지 않게 길도 구불구불하고 주변경치도 빼어
나다. 동복호반에서 바라 보이는 동복호의 푸른물과 멀리 흰눈을 이고있는 백아산의 모습
이 아름답다. 북면 옥리에 위치한 화순온천은 전라남도에서는 최초로 발견된 온천이다. 현
재 대형 온천탕 외에, 가족단위로 휴양을 즐길 수 있는 콘도미니엄 리조트도 들어서 있고,
주변의 수려한 자연경관과 어울려 특히 남도여행의 종점으로서 삼을만한 곳이다.
옛날 화순에서 생의 방랑을 마쳤던 김삿갓이 그랬던 것처럼 이 곳 화순온천에서 여행의 피
로를 풀면서 남도답사기행을 마무리하면 좋을 듯 싶다.
- 화순온천 인근
시간과 체력이 좀더 허락한다면, 화순온천과 연계하여 인근 백아산이나 김삿갓의 유허지인
물염정 화순적벽, 그리고 가사문학권인 담양 소쇄원, 식영정 등도 둘러보면 좋다.특히 백
아산(해발810m)은 바위 암릉이 멋진 산이지만 그보다 산꼭대기팔각정에서 바라보는 남도산
하의 조망이 이루 말할 수 없이 장쾌하다. 동북쪽의 지리산 주능선을 필두로 시계방향으
로 동남쪽의 광양 백운산, 순천 조계산과 남쪽의 모후산, 그리고 서쪽의 동복호와 화순온
천, 그 뒤로 웅장하게 버티고 서 있는 무등산의 모습 등 이 모두가 지금까지 다녀 온 남도
의 모습이다. 깨닫건 깨닫지 못하건 간에 우리는 저 아래의 산하를 누비고 다녔고, 그러한
기행은 방랑시인 김삿갓의 여행처럼 이곳 화순에서 마무리하게 되는 셈이다.
여정안내 : 강진 백련사→경포대 월남사지→강진읍→나주 영산포→(나주 불회사)→중장터(화
순 운주사들머리)→(도곡온천)→화순읍→(물염정)→북면 화순온천→(담양 소쇄원/
식영정)→(광주 충장사)→광주 (또는 화순온천→백아산→광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