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 통해 싸게 아파트 마련 기대 … 이전 최저가보다 비싼 경우 많아
전세난을 경매로 극복하려는 세입자들이 늘면서 경매 경쟁이 심해지고 있다. 심지어 같은 아파트 주민들이 법원 경매법정에서 낙찰 경쟁을 벌이는 일이 빈번해지고 있다.
1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지역 일부 아파트 단지 주민들이 지난해 말부터 법원 경매법정에서 모여 반상회를 여는 것과 같은 진풍경을 보이고 있다.
서울 중랑구 묵동 대림두산 아파트 전용 126㎡의 2년전 전세보증금 시세는 2억3000만원선이었으나 최근 2억6000만~2억8000만원까지 늘었다. 집주인들이 최소 3000만원 이상 올려줄 것을 세입자들에게 요구했기 때문이다.
이에 일부 세입자들은 같은 아파트 단지내에 어려건이 서울 북부지법 경매물건에 등장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중 2회 유찰된 물건이 있다는 '귀중한 정보'를 들은 것이다.
이 아파트 126㎡의 현재 시세가 5억5000만원선. 전세보증금의 2배에 달했지만 경매에서 싸게 살 경우 세입자의 설움을 잊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아파트들이 한 두 차례 유찰되면 최저가와 전세보증금이 별반 차이 없고 약간의 대출금을 부담하면 내집마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묵동 대림두산아파트 126㎡가 법원 경매에 등장했다. 전세난이 심화되는 시기였다.
하지만 법원을 찾은 주민들은 깜짝 놀랐다. 경매법정에는 이미 같은 아파트 주민 십여명이 모여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 세입자들이었다. 결국 눈치 작전이 시작됐다.
이 물건의 감정가는 6억원. 두차례 유찰을 거치면서 지난해 11월 22일 최저가인 3억8400만원에 세번째 경매가 열렸다. 이 경매에서는 13명이 경쟁한 가운데 낙찰가 4억5794만원에 새주인을 찾았다.
같은 면적인 또 다른 경매물건은 감정가 4억8000만원에 지난해 12월 말 첫 경매가 시작됐다. 하지만 유찰됐고 지난달 31일 감정가 80%인 3억8400만원에 두번째 경매가 열렸다. 이날 15명이 경쟁을 벌여 4억2200만원에 새주인을 찾았다.
또 다른 물건이 등장했지만 첫번째 경매에서 아예 5억350만원을 제시한 주민에게 낙찰됐다.
이 아파트 주민인 ㅅ씨는 "같은 면적의 신규 주택 매입에는 7억5000만원 이상이 필요하지만 살던 곳의 아파트라면 4억원대에 내집마련을 할 수 있다"며 "당분간 신규분양이나 매매 대신 경매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법원에서 경쟁이 심화되는 경우는 최근 늘고 있다.
서울지역에서는 한개 물건을 놓고 20명 이상 경쟁을 벌인 경우가 지난해 10월 이후 매달 8~12건 등으로 증가세에 있다.
지난달 26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등장한 동작구 사당동 르메이에르 전용 84.8㎡는 감정가 3억9000만원에서 2회 유찰되면서 최저입찰가가 2억4960만원까지 떨어졌다. 당시 전세 시세는 2억~2억3000만원선. 전세값으로 아파트를 살 수 있다는 기대감에 36명이 몰렸다.
낙찰가는 3억4675만원, 시세보다 4000만원 낮은 가격이다. 전세보증금보다는 1억원이나 비싼 가격이지만 낙찰자는 포기하지 않았다.
수도권 전세난으로 경매시장에서 펼쳐지는 진풍경 중 하나다. 응찰자 증가는 물론 유찰된 가격보다 비싸게 팔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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