贊 "피해 급증… 입법 늦출수 없다"… 反 "두번 치근거렸다고 범죄자라니…"
시민단체 "신고 받은 즉시 가해자 처벌 법률 필요"
법조계 "너무 포괄적… 애꿎은 피해자 양산 우려"
19일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변찬우 부장검사)는 인기 여가수 아이비를 때리고 함께 찍은 동영상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돈을 뜯어내려 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운전자폭행 및 공갈 등)로 아이비의 전 남자친구 유모(31)씨를 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유씨는 10월 3일 오전 아이비가 운전하는 SM5 승용차 조수석에 앉아 아이비를 수차례 폭행하고 목적지인 강남구 압구정동에 내린 뒤에는 주변에 있던 의자를 집어던져 차 유리창을 부순 혐의를 받고 있다.
유씨는 또 이날부터 28일까지 37차례에 걸쳐 아이비와 가족, 소속사 관계자들에게 수시로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보내 동영상 유포 협박을 하며 돈을 요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스토킹 피해의 전형이다.
하지만 스토킹 방지법이 매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것은 스토킹을 법률상 범죄로 규정할 수 있는가를 놓고 법률 해석상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 '스토킹=범죄' 법률해석 논란국회에 계류중인 스토킹 방지법은 스토킹을 ‘특정인에게 2회 이상 교제를 요구하는 등의 특정행위로 불안ㆍ공포를 유발시킬 수 있는 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법조계는 행위규정이 너무 포괄적이어서 애꿎은 피해자가 양산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마냥 상대방이 좋아서, 아니면 단순히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해 2회 가량 귀찮게 했다 해서 범죄로 단언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변협의 한 관계자는 “사회생활을 하면서 타인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이 2회째부터 바로 범법행위가 된다는 것은 건전한 사회상규에 맞는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형법상의 ‘협박’과 ‘스토킹’ 사이의 구분이 쉽지 않다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어 입법을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이와 함께 사회적으로 스토킹 피해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탓도 있다. 전통적으로 ‘열번 찍어서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는 식의 열성적인 구애(求愛)에 대한 관대한 인식이 존재해 스토킹 금지 입법마련에 유리한 여론이 조성되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 더 이상 늦출 수 없다인기가수 아이비도 최근 스토킹 피해자 중 한명이 될 정도로, 스토킹 범죄에 따른 피해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실제 주요 성폭력 상담소의 상담 중 10% 이상이 스토킹 피해상담이 차지할 정도다. 또한 연간 180만건 이상의 피해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법원서도 스토킹으로 인한 ‘접근금지 가처분 신청’이 급증하는 것은 스토킹이 이제 ‘대중 범죄’가 됐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의 한 판사는 “범죄의 구성요건을 입법과정에서 완벽하게 반영하는 것 자체가 원초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입법 후 법원의 판결이 쌓이면 스토킹에 대한 사회적인 기준도 명확해 질 것”이라고 말해 입법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민단체서도 “장기간에 걸쳐 시달려온 스토킹 피해자들은 오히려 두려움 때문에 적극적인 의사표현도 못하고 있다”며 “신고를 받은 즉시 가해자를 제지해야 할 뿐 아니라 즉석에서 가해자를 처벌할 수 있는 적극적인 처벌 법률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반론도 만만찮다. 서울경찰청 관계자는 “매우 개인적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스토킹은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으로 자신이 피해자라 주장할 수도 있다”며 “이를 모두 커버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 日선 '진로 막아서기'도 처벌 대상
선진국 스토킹 방지법미국과 영국, 일본 등 주요국가에서는 스토킹 범죄를 중대범죄로 인식, 강력한 법적 규제 장치를 기본 형법과 분리해 마련해 놓고 있다. 스토킹은 정신적 폭력을 포함하고 있어 형법으로 처벌하기가 곤란하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1990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처음으로 스토킹 처벌법이 입법됐고, 현재는 50개 주와 컬럼비아 특별구가 스토킹 처벌법을 시행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스토킹 방지법을 위반하면 주립 교도소에서 2년 이상 4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특히 재범자에게는 5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내리는 등 처벌이 가혹하다.
영국에서도 1997년 광범위한 스토킹 행위에 대한 구제 방법과 형사처벌 조항을 담은 '희롱방지법'이 제정됐다. 누구든지 고의 또는 과실로 타인을 괴롭히는 행위를 한 경우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여기서 괴롭힌다는 것은 타인을 놀라게 하는 것 또는 그 사람을 '정신적'으로 고통스럽게 하는 것도 포함한다.
일본에서는 2000년 '스토킹행위 등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이 법의 규제 대상은 '따라다니기 등'과 '스토킹 행위' 2가지이다.
국내에서 발의된 스토킹 방지법이 매우 추상적인데 반해 일본에서는 보다 명확하게 스토킹 범죄의 범위를 명시하고 있다. '따라다니기 등'은 연예감정 등을 충족할 목적으로 특정인 또는 그 가족을 괴롭히는 것을 말하며 '진로 막아서기' '직장에 들이닥치기' '연속해서 전화걸기' 등도 모두 스토킹 행위로 처벌되고 있다.
윤홍우 기자 seoulbird@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