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오후 8시 부산시 기장군 기장읍 대변항 부두. "어기야 여차! 어기야 여차!..."
어부들이 입장단에 맞춰 그물에 걸린 봄 멸치를 리듬있게 털어내고 있다.
그물에서 떨어진 멸치들이 집어등 불빛을 받아 밤하늘을 날아다닌다.
이른 새벽부터 기장 앞바다에 나가 어부들의 부지런함으로 갓 잡아올린 싱싱한 멸치들이다.
육지에서 꽃들이 봄을 알릴 때쯤 바다에서는 멸치들이 봄소식을 몰고 온다.
갯가 사람들은 멸치가 잡히기 시작하면 '아~이제 봄이구나'하며 봄 전령사를 반긴다.
특히 대변항 멸치는 다른 멸치보다 크다.
어른 손가락 두 개를 합친 것과 같다.
먹는 방법 또한 다양하다.
상태가 좋은 생멸치는 주로 젓갈용으로 쓰인다.
또 미나리,쑥,갓,깻잎 등 야채와 싱싱한 멸치에 새콤달콤한 초고추장을 넣어
잘 버무린 멸치회는 겨울내 잃었던 입맛을 되살리기에 제격이다.
멸치를 회로 먹을 수 있는 시기는 3~5월로 지금이 제철이다.
조선시대 정약전 선생이 쓴 "자산어보"에는 물에서 나오자마자 금세 죽어버리는 성질 급한 멸치를 '멸할 滅'
자를 써 '滅漁"라 기록하고 있다.
그래서 멸치를 싱싱한 회로 즐기려면 직접 산지를 찾아와야 한다.
매년 이맘때 전국의 미식가들의 발길이 대변항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대변항 부둣가 식당에서는 멸치를 이용한 찌개,구이,쌈밥 등 디양한 요리를 손쉽게 맛 졸수 있다.
가격은 2만~3만원 선이다.
'기장멸치축제'가 다음 달 2일부터 5일까지 부산시 기장군 대변항(대변마을) 일대에서 열린다.
혀끝으로 봄을 느끼고 싶은 상춘객들의 마음이 급해질 듯하다. bks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