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천해수욕장엘 다녀왔다고?
아주 좋은 여행이 되었겠구나....더구나 맛있는 대하까지 먹고 왔다니... 어이구, 부러워라....
낯선 고장으로 여행을 한다는 것은 정말 재미있는 일이지....
아이들에게도 그야말로 산 교육이 될 거야.....
아이들의 정서가 윤택해지고 풍부해지는 최고의 방법이 여행이 아닐까?
우리 부부는 그런 면에 있어서는 완벽하게 의견이 일치한다....
우리 집사람은 나보다 그런 생각이 더 확고해서 비싼 괴외시키느니 애 데리고 함께 여행다니는 게 아이에게 훨씬 좋다고 생각하지...
처음 만났을 때 나는 빈한한 농부의 아들로서 촌놈이고 별 잘난데도 없는 사람이라고 말했더니, 우리 마누라 그러더군...
"유명한 예술가나 과학자 중에는 가난한 농촌 출신은 많은데 도시 빈민 출신은 드물다고 해요.. 농촌의 여유로운 풍경과 넉넉한 인심이 어린시절부터 풍부한 정서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나를 감동시킨 말이었지.....
오히려 내가 요즘 유행하는 "시찌다"니 "오르다"니 하는 교육 시켜야 되는 거 아냐?라고 조바심을 내더라도 눈하나 깜짝 하지 않더라....애 정서에 좋지 않다나?
신문에 어디에 뭐가 있다는 기사라도 나면 꼭 가서 봐야 직성이 풀리는 성미라서 내가 조금 피곤하기도 해.....
그래서 우린 먹는거하고 여행다니는데는 아낌없이 쓰기로 했어.... 결혼초부터....
우리 아들 돌 때도 양가 식구들하고 식사만 하고, 돌잔치할 비용으로 가고시마에 갔다 왔잖아...
부산에서 후쿠오카까지 비행기로 40분밖에 안걸려서 서울보다 가깝거든..
비용도 제주도 여행하는 것하고 큰 차이도 없고....
외국 여행시 느끼는 문화충격은 피곤함도 잊게 하지......
남편 가을 휴가때는 동해안을 간다고?
그럼, 내가 좋은 곳 한군데 추천해 주지....
11월부터 동해안은 강구(영덕 인근, 드라마 그대 그리고 나의 무대로 유명해졌지)를 중심으로 한 대게잡이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거든?....
대게는 11월부터 4월까지 잡을 수 있는데, 3-4월에 제일 속살이 찌고 통통해져....
한 번 대게 맛을 본 사람은 그 맛을 잊지 못해.... 나도 어지간히 식도락을 즐기지만, 대게맛은 좀체 잊을 수 없더라....
시중에서 영덕대게라고 판매하는 것의 90%는 홍게라고 불리는 빨간 게야...
대게는 홍게에 비해 하얗지....
물론 홍게도 영덕 부근에서 잡히는데, 대게의 맛은 홍게의 3배쯤되고, 값은 30배쯤 되지....
서울에서 강구까지 갈려면 머니까 백암온천 정도 여행하는 것으로 스케줄을 잡아서 온천갔다가 울진이나 후포에 가면 대게를 먹을 수 있을 거야...
난 부산에 있을 때 매년 12월 초하고, 3월 말에 강구에 갔었지...
울산사는 선배 중에 강구 대게잡이 선장을 잘 아는 사람이 있는데, 매년 그 선장집에 가서 두 식구 어울려 한솥 가득 대게를 쪄서 상에 펼쳐 놓고 두세끼 실컷 먹고 왔었지.....
대게는 아무 양념없이 그냥 삶아서 속살을 발라 먹는데 바닷가재요리 정도하고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좋다...
영덕대게의 그 감칠맛 나는 쫀득함은 생각만해도 군침이 돌지.....
올해도 12월에 날짜를 잡아 볼 생각인데, 쩝 여기서는 조금 멀어서 2박 3일 잡아야겠다....
추신 하나 : 아이들이 카스바의 여인을 따라 부른다고?
혜정아, 난 말야, 무슨 부부동반 모임같은데 가서 초등학교 1-2학년쯤 되는 애들이 뽕짝을 완벽하게 부르고 그 부모들 박수치고 야단법석을 떠는 것을 볼 때마다 속으로 혀를 끌끌 찬다....
심하게 표현하자면 애들한테 성인영화 연기하라고 해놓고 연기 잘한다고 박수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해....
애들한테는 동요가 제일이다.... 유별나다고 생각하지마.... 난 진심으로 하는 말이니까...
아이들에게 뽕짝은 인스턴트 식품이라면 동요는 된장 뚝배기쯤 될까.....
당장 동요테이프 하나 사서 차에 비치해 놔라.... 처음엔 애들이 싫어할껄? 당연하지... 뽕짝같은 인스턴트에 맛들여져 있는데, 동요같은 된장 뚝배기가 맛이 있겠어? 애들도 유치하다고 생각하지....
그런게 바로 정서적으로 오염되어 있다는 증거일 수도 있어..... 남의 자식교육에 너무 관여하는 것 같다만, 나하고 무관한 사람이라면 의견을 물어도 이야기하지 않을 텐데.....
너는 친구라서 그런지 괜히 참견하고 싶어졌어...
애들이 라면 좋아한다고 맨날 라면만 먹일거니?
나는 차만 타면 우리 애한테 동요를 불러주거나, 테이프를 틀어준다.....
"밤배", "파란마음 하얀마음", "푸른하는 은하수", "얼룩 송아지", "고드름", "기차길옆 오두막집" 등등....레퍼토리야 무궁무진하지... 애한테 동요를 불러 줄 때마다 내마음도 맑아지는 느낌이다...
물론 노래방에 가서까지 동요 부르진 않아.... 카스바의 여인도 좋아하는 노래지.... 그야말로 어른들이 흥에 겨워 부르는 노래 잖아...
애들도 때가 되면 그런 노래 실컷 부르게 될거야... 모든게 때가 있는 법이지....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하나? 언제 이문제로 토론 한번 해야 겠군...
추신 둘 : 교보문고에서 멜이 왔네... "바다 한가운데서"가 요즘 잘 나가나봐... 품절인데, 출판사에서 들어오는대로 보내준대... 다른 책 한권은 함께 보낼려고 "발송대기중"이더군...
하루 이틀 늦어질거야... 함께 발송되는 영수증은 보관하고 있다가 다음에 만날때 줘.... 법인카드로 결재해서 영수증을 회사에 제출해야 되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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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희야
차가운 여자라니?
오히려 말 한마디에도 쉽게 울고 웃는 마음 약한 여자가 바로
나 아니겠니......
얘들아, 그렇지 않니?
주소는 전화로 알려줬고,
시오노 나나미의 책 중에서 너가 좋아하는 걸로 보내면 괜찮아.
친구를 생각하는 우정에 감사하며.......
주말에 서해안(대천, 무창포 해수욕장)에 다녀왔고 그 여파인지
어제는 하루 종일 코감기로 고생했지. 줄줄 흐르는 콧물에 손수건을
갖고 다녀야 했단다.
요즘 그 곳엔 대하 축제가 한창이더라. 제 철을 만난 새우들이
횟집의 수족관들을 꽉 채우고 있었고, 살이 꽉 찬 꽃게들 또한
열심히 관광객들을 유혹하고 있었지. 전국 체전 때문인지 대천의
숙박 업소들도 평소 주말보다 더한 호황을 누리고 있더구나.
참 대천엔 신종 레포츠(?)가 유행이더라.
꼬마 자동차 붕붕인데 네 바퀴달린 오토바이라고 말할수 있을까.
어른 아이 할 것없이 그걸 타면서 신나하던데 기다란 모래 사장을
누비고 다니면서 기다란 바퀴자국을 남기고 다닌다.
누가 생각해냈는지 참 기발하더라.
그렇지만 모래 사장을 사람들이 아닌 자동차들이 점령하고 있는
풍경이 왠지 바람직하지않다는 느낌도 들고 우리 모두 지나치게
상업주의에 물들고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여행 다녀오면서 가을빛이 완연해졌음을 느꼈다.
친구들도 여행 좋아하니?
누군들 여행을 싫어하겠니.
우리집은 시간적, 경제적 여유만 허락된다면 지금보다 더 자주
놀러 다녔을거야. 얘들 아빤 이젠 가을휴가를 기대하면서
이번엔 동해안에 가자고 한단다.
참 여행다니면서 차안에서 제일 자주 틀어놓는 음악이 뭔지
아니? 바로 트롯트란다. 덕분에 우리 얘들은 해피 데이니
카스바의 여인이니 하는 노래들을 잘 따라한단다.
큰소리로 따라 부르는 얘들 모습 상상이 되니?
선옥이는 얘들 데리고 여행 자주 다닌다며.
요즘은 학교에서도 체험학습을 중요시해서 결석처리도 안하니까
데리고 다니면서 많은 것들을 보여주는것이 아이들한테 좋을거야.
물론 무얼 얼마나 느끼는가는 자기들 몫이지만.
가을이 깊어가는데, 친구들아 찬바람에 감기 조심해라.
난 오늘은 약 먹고 웬만큼 나아진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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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정아..
운운...이 뭐고 경품 응모가 뭐냐 임마... 내가 무슨 세일즈맨이냐?
우정을 경품 응모로 격하하다니.... 아, 슬프도다...
옛날 옛적에 연정을 품을 때도 느꼇지만, 넌 애가 차가운 데가 있는 것 같애...
지난 번에 너네 신랑 친구 정준호를 만났을 때, 준호가 그러더라....
"혜정씨가 남편한테는 물론 시댁 어른들에게도 잘하고 시댁식구들에게도 잘하고..." 어쩌구 저쩌구...너를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지 않겠어?.....
그 순간 내 맘속에 요원의 불길처럼 질투심이 피어올랐지...
그래서 내가 뭐랬는지 알어?
"야, 그 여자 원래는 무척 차가웠는디,.... 나 버리고 남원 촌놈한테 시집가더니 시댁 식구들에게 그렇게 잘하냐?"...
그랫더니 정준호 선수 정색을 하고 그러더군...
"그으래?, 그 여자 정말 나쁜 여자네? 서00(너네 남편인듯 한데 이름을 듣고 잊어버렸다)에게 이야기 해 줘야겠네..."
그래서 내가 다시 그랬지...
"말해라 짜샤, 내가 뭐 죄 지었냐?" ......^_^
주소 알려줘...
교보문고에서 곧 바로 너네 집으로 배달하도록 할 테니까....
게시판에는 성원아파트까지만 나와 있구나... 몇동 몇호야...
"바다 한가운데서" 한권만 보내기 뭐 하니까 내가 좋아하는 시오노 나나미(로마인 이야기 시리즈로 유명하잖아)의 책 가운데 한권을 더 보낼께...
"르네상스의 여인들", "남자들에게", "사일런트 마이노리티" 중 한권을 골라서 주소와 함께 올려놔.... 사무실로 전화를 주던지....
난 "르네상스의 여인들"이 젤 재미있었는데, 우리 집사람은 "남자들에게"를 재미있게 읽더군....
준희 넌 문학 전공했어도 됐겠다.
국사에 바쁘면서도 틈틈이 책을 읽고 게다가 거기서 끝나지 않고
친구들을 위해 감상을 써서 올리고 소개하는 정성까지....
그 감동을 친구들에게 전해주겠다는 그 갸륵함에 우리 모두 박수///
여자친구들만 한정해서 남자얘들이 질투하겠다.
요즘엔 좀 가볍고 부담없는 소설들을 즐겨 읽는데(보통 주부들이
그런 경향이 강하지) 너 덕택에 좀 더 문학적이고 사색을 요구하는
책을 읽을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겠구나. 사실 학교 다닐땐 어쩔수
없이 그런 문학서적들을 읽었지만 졸업한 후엔 잘 읽지 않게 되고
수필이나 가벼운 소설류를 많이 택하게 되거든. 존 그리샴의 법정
소설들이나 로빈 쿡의 메디컬 스토리들은 일단 재미있으니까 읽을
때 푹 빠지게 되고 그래서 예전에 많이 읽었던 것같아.
요즘엔 '반지의 제왕"이니하는 판타지 소설들이 베스트 셀러 자리를
차지하고 있더라. 난 아직 읽진 않았는데 그런 장르의 소설들이 신세대
들의 구미에 맞으니까 잘 팔리는 거겠지.
혹시 책 읽고 독후감 써서 보내라는 건 아니겠지.....
보내주면 잘 읽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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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감동적으로 읽은 책 한권 소개한다.
허먼 멜빌의 소설 "백경(白鯨)"을 알지? 난 고등학교 때 읽었었어....
포경선 피쿼드호와 모비 딕이라는 흰고래(白鯨)의 사투를 읽으면서 자연에 도전하는 인간의 의지와 자연의 위대함을 느낄 수 있었지(근데 소설이라서 그런지 생생한 감동은 못느꼈던 것 같애).....
허먼 멜빌은 이 한권의 소설로 영문학사에 길이 남을 작가가 되었지...
특히 윌리엄 포크너, 존 스타인벡, 펄 벅 등과 함께 미국 문학사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작가로 대접받고 있는것 같더군 - 내 개인적 견해임, 야 영문학도! 내말 맞아?....
그런데, 최근에 신문에서 우연히 "바다 한가운데서(원제 : In the Heart of the See)"라는 소설 형식의 논픽션 광고를 보았는데, 글쎄 그 내용이 허먼 멜빌의 소설 백경의 실제 모델이 된 역사적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깜짝 놀랐지.....
당장 교보문고에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읽었는데, 야! 정말 참혹할 정도로 슬프고 처절할 만큼 감동적인 내용이더라...
뉴욕 인근에 낸터컷이라는 섬이 있는데 그 섬이 19세기 포경산업의 중심지였더군...
20세기의 포경산업이 주로 고래고기를 얻기 위한 것이었다면, 19세기의 포경산업은 전적으로 고래기름을 얻기 위한 것이었대..... 당시는 석유가 본격적으로 공급되기 전이니까 산업용과 가정용 기름을 모두 고래기름으로 충당했나봐...
그 고래기름 - 특히 머리부분이 뭉퉁해 기름이 많이 나오는 향유고래 -을 얻기 위해서 수 많은 사람들이 포경선을 타고 향유고래를 잡기 위해 케이프 혼을 돌아 태평양으로 나갔는데, 이 논픽션의 주인공인 뉴욕 낸터컷 선적의 포경선 에식스호도 그 중의 하나였어....
저자인 나다니엘 필브릭은 포경선 에식스호와 그 배에 탑승한 선원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철저한 고증과 수많은 자료를 통하여 잔인하리만큼 생생하고 섬세한 필치로 서술하고 있어서 한 번 책을 잡으면 쉽게 놓지 못하게 되는 것 같애.....
포경선 에식스호는 태평양 한가운데에서 80m나 되는 엄청난 몸집을 가진 거대한 향유고래의 공격을 받아 침몰하였는데, 침몰 직후 세척의 보트에 나눠 탄 20명의 선원들이 94일 동안 광대무변한 태평양에서 표류하다가 4500마일(약 8000㎞)이나 떨어진 남아메리카 연안에서 5명만 구조될 때까지 전개되는 이야기는 생존에 대한 인간의 욕망, 그 끝간데 없는 삶에 대한 의지를 보는 것 같아 전율을 느낄 정도야....
책을 읽으면서 안타까운 순간이 한 두 번이 아니지....
배가 침몰한 후, 항해사들은 한달이면 항해해 갈 3200㎞ 거리에 있는 소시에테 제도(타히티 제도, 타히티하면 고흐가 생각나지? 그 섬에 클럽 메드가 있는데 난 꼭 가볼 작정이다)로 가자는 폴라드 선장의 말을 반대하고 왜 하필 8000㎞나 떨어져 있는 남아메리카 해안을 향해서 항해하자고 주장했을까....
차라리 그냥 굶어 죽지......꼭 죽은 동료의 시체를 먹고 나아가 제비뽑기를 해서 죽을 사람을 정해 식량으로 삼아야 했을까... 등등.....
"1821년의 태평양은 향유고래라고 불리는 기름덩어리 더운피 동물의 광활한 서식지였다"라고 소설은 시작하지.....
시간나면 한권 사서 읽어 봐...... 내가 선물해 주기 원하는 사람 연락해...
내가 사 줄께... 선착순 3명...... 여자들만......^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