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속의 검은 잎 』
기형도 지음 문학과지성사 간 강남국 읽음
시집 『입 속의 검은 잎』은 기형도(1960~1989)의 유고 시집이면서 그를 영원한 문학청년의 표상이 되게 했다. 그가 떠난 지 어언 25년! 잘 알려진 대로 시집의 <해설>을 맡았던 문학평론가 김현 선생님이 제목을 뽑았던 이 책은 한국시단에 역사를 새로 쓴 신화가 되었다. 그가 남긴 시집엔 61편의 시가 실려 있고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에 실린 16편, 미발표 시 20여 편이 시는 전부다. 후에 시집과 산문집을 합쳐 문학과지성사에서 전집을 냈고 도서출판 살림에서 『기형도의 삶과 문학』을 비롯한 그에 대한 몇 권의 책이 있지만 요절한 삶만큼이나 작품이 많은 편은 아니다.
지난 3월 7일 광명시민회관에서는 그의 25주기 추모 문학제가 열렸다. 광명시 소화동에서 요절할 때까지 살았던 인연으로 광명시는 ‘기형도 문학관’을 건립하고 ‘기형도 문화공원’도 조성한다고 한다. 큰맘 먹고 참석했던 그 날 참으로 시인의 짧았지만 위대한 삶의 궤적을 보면서 얼마나 많은 자극을 받았었는지 모른다. 그날 행사에는 생전에 그와 가까웠던 소설가 성석제, 이영준 문학평론가가 나와 고인과 함께했던 날들을 회상했고, 시인 김행숙씨와 소설가 황정은씨가 유고 작품을 낭송했다. 그 외에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시인을 기렸고, 마지막 대미는 그의 시 ‘엄마 걱정’에 곡을 붙인 가수 장사익씨의 노래가 청중을 압도했다. 그의 시는 한마디로 방황하는 청춘의 노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는 안개의 시인이기도 하다. 1985년 신춘문예 등단 작품의 이름 또한 「안개」였다. 그의 작품 속에는 지난 70, 80년대 광명시의 풍경과 정서를 듬뿍 담고 있다. 대중에게 많이 알려진 그의 시로는 「질투는 나의 힘」 「빈집 」 「안개」 그리고 장사익씨의 구슬프고 혼을 토해 내는 것 같은 목소리로 노래한 「엄마 걱정」등이 아닐까 싶다. 나는 개인적으로 「엄마 걱정」이라는 시를 매우 좋아한다. 기형도의 삶과 문학을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꼭 한마디로 그를 평하라고 한다면 아마도 어두운 자아 인식과 세계인식이 아닐까 싶다. 그는 그렇게 이른 죽음을 예감이라도 했던 것일까? 그의 시엔 어두운 죽음의 색채가 짙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그의 작품을 이해는 하되, 그의 내면을 닮고 싶은 마음은 솔직히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시집이 그렇게 많이 팔린 이유는 뭣일까.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진 탓도 있겠지만, 정효구 교수의 표현처럼 그로테스크 리얼리즘이 그 바탕에 깔렸기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의 문학은 한마디로 ‘고뇌의 힘’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슬픔도 힘이다’라고 작가 양귀자는 말했고 허수경은 그의 시집에서 ‘슬픔만 한 거름이 어디 있으랴’라고 읊지 않았던가. 「엄마 걱정」도 결코 밝은 시는 아니다. 열무 삼십 단을 이고 시장에 간 엄마의 전경이 어둡지만 아름다운 빛깔로 채색된 이 시는 우리네 가난했던 시절의 어머니 모습과 겹쳐지면서 한껏 그리움의 심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어머니의 고단했던 삶이 눈앞에 환히 펼쳐지게 하는 것이다. 이 시는 특별히 엄마가 오지 않아 울어버린 화자를 통해 인간의 실존적 외로움, 인간 내면의 어두운 비유법으로 시인을 그렸다고 생각한다. 한 시인의 삶과 문학을 광명에서 다시 만날 수 있다니 얼마나 좋은지….
2014. 3. 26
청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