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이름은 김삼순] 08
S#1. 자막 - 제8회 마들렌,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S#2. 회랑 일각(7회 엔딩)
성큼성큼 오는 진헌. 눈치 살피며 따라오는 삼순.
달려온 희진이 앞을 가로막는다.
희진 : 나랑 얘기 좀 해.
진헌 : 할 얘기 없어.
희진 : 잠깐이면 돼.
진헌 : 니 남자친구가 싫어할텐데.
희진 : 그냥 친구야.
진헌 : 상관 안해. (가는데)
희진 : (얼른 진헌의 손목을 잡으며) 니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진헌 : (휙 본다. 어떻게 그런 뻔뻔한 소리를!)
희진 : 가. (끌고가는데)
삼순 : (다른쪽 손목을 얼른 잡는다) 가지 마요.
진헌 : ?!...
희진 : !... 그거 놔요.
삼순 : 못놔. 니가 놔.
희진 : 놔!
삼순 : 니가 놔! (진헌 보며) 그리고 너!
진헌 : (그 기세에 움찔)
삼순 : 너도 딴 여자랑 눈 맞추지 마. 내 말만 듣고 나한테만 귀 기울여!
진헌 : ???!!!
희진 : ?!...
삼순 : (희진을 확 쏘아본다)
희진 : (지지 않고 쏘아본다)
진헌 : (황당한 듯 둘을 번갈아보는)
삼순 : (진헌을 끌어당기며) 가.
희진 : (역시 끌어당기며) 잠깐이면 돼.
삼순 : 너 정말 맞을래? 말로 할 때 놔라?
희진 : (어이없다는 듯 삼순을 일견하고 진헌에게) 잠깐이야. 오래 안잡아.
삼순 : (진헌만 보며) 안돼. 1분 1초도 싫어. 너 여기서 가면 나랑 끝장인줄 알어.
진헌 : (황당하다. 이 여자가 왜 이렇게 오버하나 싶다)
희진 : (애타게) 진헌아.
그때 헨리가 희진의 손을 거두어간다.
세사람 모두 쳐다본다.
헨리, 부드럽게 그러나 완강하게 희진을 감싸안고 데려간다.
한번쯤 반항하다 마지못해 끌려가며 돌아보는 희진.
진헌, 그들을 본다. 저 자식... 질투심이 들끓는다.
삼순, 진헌의 그런 표정에 열 받는다. 진헌을 끌고 간다.
얼결에 끌려가는 진헌.
S#3. 호텔 현관 앞&택시 안
삼순에게 떠밀리다시피해 택시에 오르는 진헌. 삼순도 오른다.
기사 : 어디로 모실까요.
진헌 : 공항이요.
삼순 : 라면 먹는다면서요.
진헌 : (대답할 기분이 아니다)
S#4. 해안도로
S#5. 택시 안
삼순 : (힐긋 기색을 살핀다)
진헌 : (바다를 바라보며 골똘한)
삼순 : (괜히 속상한데)
진헌 : ...(단호한) 아저씨, 여기 세워주세요.
삼순 : (놀라 휙 쳐다본다) ???
S#6. 해안도로
택시가 멈춘다.
S#7. 택시 안
진헌 : (안주머니에서 비행기표를 꺼내 건네며) 내가 안오면 기다리지 말고 먼저 올라가요.
삼순 : ???
진헌 : 아저씨, 이 여자분 공항까지 부탁합니다. (내린다)
삼순 : (황망해서는)... 저, 저기요...
택시가 다시 출발한다.
다급하게 돌아보는 삼순.
뒷창 너머로 보이는 진헌의 모습.
삼순은 울고 싶다. 지금 놓치면 영영 그를 잃을 것 같아서...
삼순 : 아저씨, 저도 세워주세요.
S#8. 해안도로
택시가 멈추고 삼순이 내린다. 도로를 가로질러 뛰어온다.
다른 방향에서 저만치서 달려오는 택시를 향해 진헌이 손을 든다.
택시가 멈춘다. 진헌이 문을 열려는 찰나, 뛰어오는 삼순
삼순 : (다급하게 붙잡으며) 가지 마요.
진헌 : (돌아본다. 이거 놓으라는 듯이)
삼순 : 가지 마요.
진헌 : (뿌리치고 문을 여는데)
삼순 : (밀치며 택시 문을 탕 닫는다)
진헌 : 뭐하는 거예요 지금!
삼순 : 가지 마... 할 말이 있어...
진헌 : 나중에 해요. (택시 문을 여는데)
삼순 : (확 치밀어오르는) 니가 좋아졌단 말야!
진헌 : (멈칫)
삼순 : 니가 좋아졌다구 이 나쁜 자식아!
진헌 : (돌아본다) ?!...
삼순 : (이상하다. 눈물이 난다)...
진헌 : (의외인)...
삼순 : 가지 마... 지금 가면...
진헌 : (냉랭해지는)
삼순 : (저 서늘한 표정! 거절당할 것 같은 두려움에 말문이 막힌다)...
진헌 : (냉정하게 택시에 올라 문을 닫는다)
삼순 : !...
택시가 떠난다.
눈물 맺힌 채 바라보는 삼순. 머릿속이 하얗다.
파도 치는 해안도로에 혼자 남겨진 삼순...
S#9. 호텔 현관 앞
택시가 달려와 멈추고 진헌이 내려서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S#10. 호텔 복도
홋수를 확인하며 오는 진헌. 드디어 희진의 방 앞에서 멈추며 거침없이 벨을 누른다.
잠시 후,
헨리 : (E) 누구세요.
진헌 : ... (대꾸없이 벨을 누른다)
결국 문이 열린다. 헨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좀 놀라운 표정...
진헌 : (거의 쏘아보듯 한다)
헨리 : (친절한 미소)
진헌 : (영) 희진이, 안에 있죠.
헨리 : (문을 활짝 열어준다)
진헌 : (의외다. 잠시 헨리를 보다가 들어간다)
S#11. 희진 룸
들어오는 진헌.
희진이 돌아본다.
희진 : ...
진헌 : ...
헨리 : (사뭇 긴장한 얼굴로 둘을 번갈아본다)
희진 : ... 이 사람은 헨리야. 인사해.
진헌 : (희진만 본다)
희진 : (헨리 보며. 영) 인사해. 누군지 알지?
헨리 : (손을 내밀며) 안녕. 난 헨리 킴 필립스야.
진헌 : (스윽 본다... 악수는 안하고, 영) 우리끼리 할 얘기가 있어. 잠깐 비켜줘.
헨리 : 물론. (희진에게) 나 산책 좀 하고올게. (나가려는데)
희진 : (영) 그냥 있어.
헨리 : (멈칫, 돌아선다)
희진 : (한) 헨리는 내 분신 같은 사람이야. 굳이 내보낼 필요 없어.
진헌 : !... 기껏 공부하러 가서 눈 맞은 게 이 자식이야?
희진 : !...
헨리 : (못알아들으니 멀뚱하다)
희진 : 상상력이 그것 밖에 안되니? 소설 더 쓰지 그래?
진헌 : 이 자식부터 내보내.
희진 : 너부터 말해. 용건이 뭐야.
진헌 : ...
희진 : 용건이 뭐냐구.
진헌 : 니가 떠난 진짜 이유.
희진 : ...
진헌 : 공부는 핑계였지.
희진 : ... 그래.
진헌 : 혹시 어머니하고 무슨 일 있었니?
희진 : 아냐.
진헌 : 그럼 뭐야!
헨리 : (놀라 진헌을 바라본다)
희진 : 그게 왜 궁금한데? 공식적인 자리에 애인까지 데리고 다니면서 알 필요 없잖아?
진헌 : !...
희진 : 그 여자랑 같이 온 줄 알았으면 나도 안왔어. 근데... 이젠 정말 끝인거 같다.
아까 그 얘길 하고 싶었어. 둘이 잘 먹고 잘 살라구.
진헌 : 이유나 말해!!!
희진 : 아니? 안할거야. 평생 궁금해하게 만들거야. 평생 후회하게 만들거야.
그게 날 믿지 못한 너에 대한 복수야.
진헌 : !... (죽일 듯이 노려보며 다가서는데)
헨리 : (얼른 붙잡으며, 영) 흥분하지 마.
순간 주먹을 날리는 진헌.
그 주먹이 차마 치지는 못하고 허공에서 부르르 떤다.
놀란 채 보는 희진.
헨리 역시 화가 났다. 날카로운 눈으로 진헌의 주먹을 쳐낸다.
헨리 : 흥분하지 말라구.
진헌 : (이 갈듯이, 한) 넌 꺼져.
헨리 : 희진이, 많이 아팠어.
희진 : 헨리!
진헌 : ???
헨리 : 난 희진이 주치의고.
희진 : (흥분해서 이하 우리말) 그만해 헨리!
진헌 : ???
희진 : 말하지 마! 그건 날 도와주는 게 아냐! (진헌에게) 나가. 어서 나가!
(뭐라도 집어던지며) 나가! 나가란 말야!
헨리 : (멱살을 놓으며) 진행성 위암(AGC:Advanced Gastric Cancer)이었어.
진헌 : !!! (희진을 확 돌아본다)
희진 : ...
헨리 : 위를 거의 다 잘라냈어.
진헌 : !!!
희진 : (결국 이렇게 됐구나. 허탈하다)
헨리 : 위는 스트레스에 약해. 너무 윽박지르지 마. (책을 집어들고 나간다)
둘만 남겨졌다. 진헌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듯 희진을 계속 쏘아본다.
희진, 그 시선을 외면한다.
진헌 : (뚜벅뚜벅 다가온다)
희진 : ...
진헌 : 사실이야?
희진 : ...
진헌 : 사실이냐구.
희진 : ... (힘들게 끄덕인다)
진헌 : (힘껏 뺨을 올려붙인다)
희진 : (뺨 돌아간 채) !...
진헌 : (분노로 온 몸이 떨린다) 왜... 왜 말 안했어.
희진 :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진헌 : (희진의 어깨를 흔들며 절규한다) 왜 말 안했냐구 왜! 왜!
희진 : (울음도 터진다) ...어떻게 해... 어떻게...
진헌 : (눈이 빨갛다) 왜 못해! 수술 받고 돌아온다고 말하면 됐잖아!
희진 : 오빠랑 언니 그렇게 됐는데 어떻게... 넌 두 손 두 발 다 묶여있는데 어떻게...
진헌 : (눈물이 차오른다)
희진 : 미안해... 그땐 그게 최선이었어... 그럼 다 좋아질 줄 알았어...
진헌 : ......
희진 : 미안해... 미안해...
진헌 : ... (와락 안는다)
희진 : (기대어 운다)
진헌 : (왜 그랬냐고 나무라듯이 등을 툭툭 때리며 같이 운다)
희진 : (그동안 참았던 울음을 다 쏟아내듯 원없이 운다)
진헌 : (힘주어 안으며 실컷 운다)
S#12. 해안도로, 달리는 트럭 안
뭔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트럭 조수석에 앉아있는 삼순. 꿀꿀꿀 소리가 시끄러워 뒤를 흘겨본다.
까만 제주도 흙돼지 몇 마리가 죽어라고 꿀꿀댄다.
핸드폰이 울린다. 삼순, 발신자 확인하고 갸웃하며 받는다.
삼순 : 여보세요.
나사장 : (F) 진헌이 어딨냐.
삼순 : (바짝 군기 드는) 네 어머니!
S#13. 제주공항 VIP룸
나사장과 나회장과 윤비서.
나사장 : 아직 어머니 아니다. 함부로 부르지마라. 진헌이 어딨냐구.
삼순 : (F) 저기... 잠깐 볼 일이 있어서...
나사장 : 비행기 시간 다 됐는데 무슨 볼 일. 전화는 왜 안받구.
S#14. 트럭 안
삼순 : 저기... 먼저 올라가시는 게 좋겠어요. 좀 길어질 것 같은데...
나사장 : (F) 뭔데 길어져. 무슨 일이야.
삼순 : 저도 잘은 모르구요...
나사장 : (F) 아까 채리 약혼자랑 싸웠다던데 그게 정말이냐?
삼순 : 예? 어 그게 그러니까...
나사장 : (F) 혹시 볼일이라는 게 그거 때문이야?
삼순 : 아뇨 그건 아니고...
나사장 : (F) 근데 뭐가 이렇게 시끄러워. 어디서 돼지 잡냐?
삼순 : 네 그게 저...
나사장 : (F) 넌 무슨 애가 그렇게 말꼬릴 잘라먹어. 말을 할려면 제대로 하든가.
삼순 : 죄송합니다.
나사장 : (F) 끊어. (끊는 소리)
삼순 : (맥없이 끊고는 기사에게) 아저씨, 죄송하지만 태워주신 김에 호텔앞까지 어떻게 안될까요?
S#15. VIP룸
나회장 : 여기서 볼 줄 알고 아까 경황없이 인사만 받았는데 아쉽네.
나사장 : 봐서 뭐하게요. 어차피 잠시잠깐인데.
나회장 : 뭐가 또 맘에 안들어서.
나사장 : 맘에 드는 게 하나라도 있어야 말이죠. 나이 많어, 집안 누추해, 어디서 저런 걸 에휴...
나회장 : 철 들은 줄 알았더니 아침잠을 더 줄여야겠다.
S#16. 까페 라운지
삼순, 들어오며 통화중이다.
삼순 : 네, 막비행기로 바꿀려구요. ... 네, 두 장 다요. ... 네... 네. 예, 고맙습니다.
(의자에 앉다가 뭔가를 보고 어?)
헨리가 맞은편 테이블에 앉아 한글교재를 보다가 문득 삼순을 발견하고는 가볍게 웃어준다.
삼순, 어리버리하게 웃어주고는 곰곰 생각하다가 일어나 헨리에게로 간다.
헨리 : (웃어주며) ?...
삼순 : 저기... 한국말 할 줄 알아요?
헨리 : ?... (한) 한국말?
삼순 : (반가워서 맞은편에 허락도 없이 앉는다) 어머, 할 줄 아나부다.
혹시 우리 사장, 아니 나랑 같이 온 남자 못봤어요?
헨리 : (못알아듣고 멀뚱멀뚱)
삼순 : 나랑 같이 온 남자요. 내 애인.
헨리 : (머쓱하게 웃는다)
삼순 : ?... 한국말 못해요?
헨리 : (으쓱)
삼순 : 에이 짜식 좀 배워갖고 오지... 음... (콩글리쉬가 시작된다) 왓츄어네임.
헨리 : 헨리. 헨리 킴 필립스.
삼순 : 오우 헨리? 마이네임 이즈 김삼(이게 아니지) 마이네임 이즈 소피.
헨리 : 소피?
삼순 : 예스. 캔유 스피크 프렌치?
헨리 : 노우.
삼순 : (불어로) 난 좀 해. 파리에서 몇 년 살았거든. 그때 이름이 소피야.
어쨌든 난 영어를 못하고 넌 불어를 못하고, 샘샘??
헨리 : (멀뚱멀뚱)
삼순 : 음... 유.. 보이프렌드?
헨리 : ?...
삼순 : 음... 희진 이즈 유어 걸프렌드?
헨리 : 오 노. 저스트 프렌드.
삼순 : ? 노 걸프렌드?
헨리 : 저스트 프렌드.
삼순 : 오우 저스트 프렌드!
헨리 : 얍.
삼순 : 음... 유 노우 마이 보이프렌드?
헨리 : 유어 보이프렌드? 미스터 현?
삼순 : 예 예! 미스터 현!
헨리 : 히즈 인더룸.
삼순 : 룸?
헨리 : 얍.
삼순 : ?... 혹시... 쎄임 룸 투게더? 희진 투게더?
헨리 : 얍.
삼순 : (머리를 쥐어뜯으며) 오 마이 갓~~~ 오 노우~ 노우~
헨리 : ?...
삼순 : (휙 본다)
헨리 : (무섭다)
삼순 : 왓 이즈 룸넘버!
헨리 : (고개를 젓는다)
삼순 : 무슨 수작이야 너. 빨리 홋수 대. 왓 이즈 룸넘버!
헨리 : (고개를 젓는다)
삼순 : (테이블을 쾅 치며) 니 여자랑 내 남자가 같이 있단말야! 떼어놓아야 될 거 아냐!
헨리 : (놀라서) 아유 크레이지?
삼순 : 크레이지? 그래, 나 미쳤다. 내 남잘 뺏길 판인데 안미치고 배기냐?
니가 안가르쳐준다고 못찾을 줄 알어? (가려는데)
헨리 : (얼른 잡는다)
S#17. 호텔 희진 룸(이하 밤)
진헌, 약병을 집어들고 본다.
희진이 뺏어가 몇 알을 꺼낸다.
희진 : 그냥 비타민제야. 심각할 거 없어.
진헌 : (다른 약병들을 본다)
희진 : 하나는 철분제, 하나는 소화제. 이젠 소화제 없이도 밥 잘 먹어.
혹시 몰라서 그냥 갖고다니는 거야. (철분제도 몇 알 꺼낸다)
진헌 : ... (힘겹게) 거의 다라니... 그게 정말이야?
희진 : 응.
진헌 : !...
희진 : 그거 안물어봐? 위 없이 어떻게 사냐구? 다들 나만 보면 물어보던데.
(냉장고로 가며) 어른들 말씀이 맞았어.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산다는 거. 다 살게 되있더라구.
(물을 꺼내 약을 삼키고는 진헌에게로 다가오며)
우리 몸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더 훌륭해. 예비의사로서 좋은 경험을 한거지. (놀란다)
진헌 : (눈물이 글썽하다)
희진 : 바보... (눈물을 닦아준다)
진헌 : (고개를 돌리며 눈물을 삼킨다)
희진 : 거봐, 겨우 이 정도에 찔찔 짜기나 하구... 근데 이 상처는 뭐야? 싸웠어?
진헌 : 아냐 신경 쓰지 마.
희진 : 안되겠다, 약 발라야겠다. (소파에 앉히며 눈높이 맞춘다)
진헌 : 됐어, 아까 발랐어.
희진 : 나한테 기가 막힌 연고가 있거든. 순식간에 낫는 기적의 연고. (하며 상처에 뽀뽀해준다)
진헌 : (그저 본다. 안스러워서)
희진 : 어 여기도 있네? (거기도 뽀뽀)
진헌 : (그저 본다)
희진 : 아 무안해. 좀 웃어라.
진헌 : (그제야 훗 웃는다)
희진 : 상처 또 없어?
진헌 : (태연하게 입술을 가리킨다)
희진 : (얼른 뽀뽀하고 웃는다)
서로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두 사람...
진헌 : (얼굴을 어루만지며) 많이 말랐어.
희진 : (진헌의 무릎에 턱 괴고 편하게) 그래도 지금은 인간 된거야.
수술 하고 항암치료 받는 동안은 10키로나 빠졌었어. 꼭 캥거루 같았다니까?
진헌 : 처음.. 언제 알았어?
희진 : 음... 내가 계속 소화가 안된다 그랬지.
진헌 : 응. 속이 메슥거리고.
희진 : (훗 웃으며) 임신인 줄 알고 임신진단시약까지 샀었는데... 너 사고나던 날 진단 나왔어.
진헌 : (그랬구나) !...
희진 : 해부학 실습 있다고 거짓말 했지. 소풍 갈 기분이 아니었으니까.
진헌 : (아...)
희진 : (그때 일이 아프게 떠오른다) 병실에서 너 깨어나길 기다리면서 머리를 얼마나 굴렸는지 몰라.
사실대로 말할까 말까, 말하면 니가 어떻게 반응할까, 니 몸은 언제쯤 회복이 될까,
니가 더 불쌍할까 내가 더 불쌍할까...
진헌 : (아프다)...
희진 : 그래서 결론은... (알지? 하는 표정으로 훗 웃는다)
진헌 : 다신 그러지 마.
희진 : (쓴웃음)... 생존율이 겨우 35프로였거든.
진헌 : !...
희진 : 비행기 안에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 이 비행기 타고 돌아올 확률은 35프로...
널 다시는 못만날 확률은 65프로...
진헌 : !...
희진 : 나 기특하지 않아? 35프로의 바늘구멍을 뚫었는데.
진헌 : ... 살아줘서 고마워.
희진 : !...
진헌 : (안는다)... 고마워 살아줘서...
희진 : ... 지금까지 들은 말 중에 가장 감동적이야.
S#18. 까페 라운지
삼순, 헨리를 다구치다 지쳤다.
삼순 : 질기다 정말. 물고문을 할 수도 없구... 그래 졌다 졌어.
헨리 : ?...
삼순 : 졌다구. 유 윈!
헨리 : (미소 지으며 으쓱)
웨이츄리스가 음료를 서빙한다. 둘 다 홍차... 홍차에 딸려나온 마들렌 접시가 가운데 놓인다.
삼순 : 두유라?? 티?
헨리 : 얍.
삼순 : 두유라?? 마들렌?
헨리 : 마들렌?
삼순 : (마들렌을 집어보이며) 디스 이즈 어 마들렌. 프렌치 쿠키.
헨리 : 오- 마들렌...
삼순 : 이건 이렇게 먹는 거야. (홍차에 찍어먹는다)
헨리 : (따라한다)
삼순 : 음... 마이 좝 이즈 어 (본토발음) 파티쉬에.
헨리 : 파티쎄?
삼순 : 노, 파티쉬에. 음.. 베이커, 그래 아임어 베이커!
헨리 : 오- 베이커! GREAT!
삼순 : (으쓱) 땡큐. 음.. 마들렌 이즈 모스트 페이머스 쿠키 인 프랑스.
오우 이제 좀 (영어가) 되는데? 음 그러면.. 유 노우 'A LA RECHERCHE DU TEMPS PERDU'?
헨리 : ?...
삼순 : 아 이걸 영어로 뭐라 그러지? 어.. 룩킹포 타임? 프렌치 북. 픽션! 노블! 마르셀 프로스트!
헨리 : Oh, In Search of Lost Time?
삼순 : 오케이 오케이! 바로 그거야,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헨리 : 들어보긴 했는데 아직 보진 못했어.
삼순 : (알아듣든 말든) 거기 보면 마들렌이 나와. 주인공이 홍차에 마들렌을 찍어 먹으면서
과거를 회상하거든. 근데 주인공이 마들렌을 어떻게 표현했냐 하면, 통통하게 생긴 관능적이고
풍성한 주름을 가진... (마들렌을 집어서 보이며) 봐봐. 그 표현이 너무 좋지 않니?
통통하게 생긴 관능적이고 풍성한 주름을 가진...
헨리 : (못알아듣지만 경청해주는)
삼순 : 이걸 뭐라 그래야 되지? 음.. 오케이, 히 세드 섹쉬 쿠키!
헨리 : (짧은 대꾸를 하며 마들렌을 요리조리 살핀다)
삼순 : 불어강사가 가르쳐준거야. 마들렌 말고 쇼숑이랑 브리오슈랑 프랑스과자가 많이 나온다 그래서
그 책을 사긴 했는데 너무 어려워서 몇 장 읽다 말았지.
헨리 : (마들렌을 홍차에 찍어 음미한다)
삼순 : 근데 헨리...
헨리 : (보는)...
삼순 : (금새 맥 빠져서는) 두 사람... 그 책의 주인공처럼 잃어버린 시간을 찾고 있겠지?
S#19. 호텔 희진 룸
진헌이 희진을 거의 안다시피해서 소파에 나란히 앉아있다.
그동안의 공백을 메우려는 듯 아무 말 없이 안고 안긴 채 서로를 느끼고 있다.
진헌 : ...
희진 : ...
진헌 : ...
희진 : ... 진헌아.
진헌 : 응.
희진 : 헨리한테 잘해줘.
진헌 : ?...
희진 : 헨리한테 못할 짓 참 많이 했어. 화 내고 소리 지르고 울고 때리고...
내 추한 꼴 다 보면서도 헨리는 얼굴 한번 안찡그렸어.
진헌 : (그 놈 참 거슬린다)
희진 : 그랬어. 너한테 돌아올려구 헨리한테 뻔뻔한 짓 참 많이 했어.
진헌 : (꼬옥 끌어안으며) 이젠 내가 있잖아.
희진 : 근데... 김희진씬 어떡해?
진헌 : (아 삼순이! 이제야 생각난다)...
희진 : (떨어지며) 연민이나 동정심, 나 그런 거 싫어. 오랜 우정도 엿이나 바꿔먹으라 그래.
그런 것 때문이라면 나 너 안받아줄거야.
진헌 : 김삼순씨는 잊어버려. 내가 알아서 할께.
희진 : ? 김삼순이 누구야?
진헌 : 김희진씨 본명이 김삼순이야.
희진 : ?... 본명이 삼순이라구?
진헌 : 어.
희진 : (깔깔 웃는다. 배꼽을 쥐고 구를 듯이 웃는다)
진헌 : 삼순이가 그렇게 웃겨?
희진 : 그럼 안웃기니? 하하하...
진헌 : (그게 뭐 웃기냐는 표정으로) 내 별명은 삼식인데.
희진 : ? 삼식이?
진헌 : 어.
희진 : (푸하 폭소를 터트린다) 삼식이래 삼식이... 하하하...(눈물까지 흘려가며 마구 웃는다)
진헌 : (희진이 웃는 모습이 좋다)
S#20. 까페 라운지(동 밤)
혼자 앉아 우리말교재를 보며 한글공부하는 헨리. 소리내어 읽는다. 열심히 읽는다.
그러다 문득 책을 덮고 창 밖을 본다. 정원의 야경을 물끄러미 본다. 쓸쓸해 보인다.
S#21. 제주공항(동 밤)
대합실 의자에 앉아 통화중인 삼순. 손에는 비행기표 두 장.
삼순 : 시간 얼마 안남았어요. 이 비행기 못타면... 제주도가 섬인 거 안까먹었죠?
내일아침까지 꼼짝없이 갇혀요... 지금 오고 있어요?
삼순, 시무룩하다. 오지 않을 거라는 예감... 녹음을 종료하려다 말고 다시 귀에 댄다.
삼순 : (머뭇)... 아까 형 얘기 해줘서 고마워요... 고마워서 나두 아버지 얘기 해주고 싶었는데...
우리 아버지 말예요 방앗간 김사장... 난 장례식도 못봤어요.
너무 갑자기라 비행기표가 없었거든요...
마지막으로 본 게 김포공항에서였어요. 인천공항이 문 열기 전이었으니까...
딸이 먼 길 간다구 시루떡을 싸오셨는데... 난 막 짜증을 냈어요 촌스럽게 시루떡이 뭐냐구...
그게 마지막인 줄 알았으면 (울컥) 잘 먹겠습니다 아버지, 잘 다녀오겠습니다 아버지,
다녀올 때까지 건강하세요... 그러는 건데... (눈물 삼키며) 아까 형 얘기 해준 거 고마워요...
정말 고마워요...
삼순, 녹음버튼을 누르고 닫는다. 눈물을 훔치고는 옆사람을 툭툭 친다.
삼순 : 여기서 한라산이 어느 쪽이에요?
S#22. 공항 외경
커다란 창가로 다가와 이쪽을 내다보는 삼순.
S#23. 공항 일각
삼순, 창 밖을 내다본다.
야경 외에는 어둠 뿐...
그래도 마치 한라산이 보이기라도 하는 듯 열심히 내다보는 삼순.
삼순 : ... 아부지... 내 연애는 왜 항상 이렇게 어려운 거지?
김포행 마지막 비행기를 알리는 탑승안내방송이 나온다.
S#24. 공항 외경
창가를 떠나는 삼순.
F.O.
S#25. 서울호텔 전경(오전. F.I)
S#26. 비서실(오전)
TV수신이 가능한 컴퓨터 모니터로 격투기가 생중계된다.
윤비서 : (E) 그렇지, 하이킥!
격투기에 열중한 윤비서. 팔짱 끼고 다리 꼬고 앉아 평소처럼 무표정한데 내뱉는 말은 살벌하다.
윤비서 : 야 빨간 빤쓰, 그것도 킥이라고 하냐?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뻗으란 말야.
그래, 바로 그거야. 피를 봐야 제맛이지. ... 죽여. 다 죽여버려.
언제 들어왔는지 나사장이 혀를 끌끌 차고 있다.
나사장 : 죽이긴 뭘 죽여. 시간 죽이냐?
윤비서 : (얼른 일어나며 모니터를 끈다)
나사장 : 한동안 소싸움에 미쳐있더니 요즘은 안가?
윤비서 : 요즘은 개싸움이 볼만해요.
나사장 : !...
윤비서 : 이번 일요일에 성남에서 빅게임이 있는데 한번 가보실래요.
나사장 : 쯧쯧 미안하다, 내 죄다. (사장실로 가며) 총지배인 들어오라고 해.
윤비서 : 근데 진헌이가 사흘째 출근을 안한다는데요.
나사장 : (멈춰 돌아본다) 사흘씩이나? 왜?
S#27. 홀(오전)
와인강의 시간. 오지배인과 현무가 손님처럼 앉아있고 직원들이 뒤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여직원 중 한 명이 소믈리에 역할을 하고 있다.
현무 : 마늘과 함께 구운 새우요리를 주문했는데 어떤 와인이 좋을까요. 내가 와인을 잘 몰라서요.
여직원 : 마늘처럼 자극성이 강한 요리는 와인의 맛을 떨어뜨리거든요?
현무 : 아 그래요?
여직원 : 맛을 떨어뜨리지 않고 제대로 즐기려면 드라이 화이트와인이 좋습니다.
보르도나 뫼, 뫼비우스?
현무 : (째리며) 뮈스카데.
여직원 : 아, 뮈스카데. 보르도나 뮈스카데가 좋을 것 같은데요 손님.
현무 : (오지배인에게) 다알링~
오지배인 : (흘기며 웃는다)
현무 : 보르도랑 뮈스카데, 둘 중에 어느 게 좋겠어요?
오지배인 : 글쎄요... 다른 와인 없어요?
여직원 : 예?
오지배인 : 난 오늘 둘 다 안당기는데 다른 와인 없냐구요.
여직원 : (골똘히) 어...
현무 : 또 까먹었지 또.
뒤에서 누군가 '로제 와인'이라고 귀뜸해준다.
여직원 : 아! 로제 와인도 잘 어울립니다.
현무 : 그건 아주 차갑게 마셔야 되는 거잖아요.
여직원 : 네? 네.
현무 : 안돼요. 우리 다알링 어제 틀니해서 찬 거 못마셔요.
오지배인 : (어유 웃고 만다)
모두들 키득거린다.
삼순만이 제 생각에 빠져있다. 진헌이 보이지 않으니 괴롭다.
S#28. 테라스(동)
병든 닭처럼 쭈그리고 앉아 핸드폰으로 문자 누르고 있는 삼순. 화면 여백에 문자가 뜬다.
(문자)어디 아파요?
고민하는 삼순. 보낼까 말까... 결국 전송버튼을 누른다.
액정에서 편지 이모티콘이 날아간다. 전송이 완료되었습니다.
S#29. 홀
인혜가 식판을 들고 온다. 여직원들이 얼른 끌어다 자기네 테이블에 앉힌다.
여직원1 : 뭐래? 무슨 일이래?
인혜 : 물어보지도 못했어요. 분위기 우울해요.
여직원2 : 도대체 무슨 일일까?
영자 : 무슨 일이긴. 미운오리새끼가 결국은 백조가 아니라 진짜 오리였다는 게 증명이 되는 순간이지.
여직원3 : 그럼 삼순이 언니가 차인 거예요?
영자 : 똥인지 된장인지 찍어봐야 아니?
인혜 : 아닐 수도 있어요, 괜히 넘겨짚지 말아요.
영자 : 넌 연애도 안해봤니?
인혜 : 네.
영자 : (흘기고는) 남자는 며칠째 코빼기도 안보여, 여자는 다크써클 진해져, 그럼 그 커플 끝난 거야.
(손거울로 단장하는 여직원1을 째리며) 그런다고 니 차지가 될 거 같애?
여직원1 : 나라고 백조가 되지말란 법 있어요?
영자 : 기러기 날아가다 똥 싸는 소리 하고 있네. 백조는 따로 있어.
여직원4 : 그때 그 여자요?
영자 : 아니, 나.
모두들 어이없는 표정으로 식판을 들고 일어나 흩어진다.
영자 : 흠... (숟가락에 비친 얼굴을 보며 이쁜 척)
S#30. 베이커리실(동)
삼순은 핸드폰을 노려보며 답장을 기다린다.
삼순 : (핸드폰을 폭파시킬 것처럼 노려보는)...
타이머의 땡 소리에 자지러지게 놀라는 삼순.
S#31. 달리는 버스 안(동 밤)
자리에 앉아 핸드폰만 쳐다보는 삼순. 기다림에 지쳐 잠시 창 밖을 보는데... 신호음.
삼순, 얼른 폰을 열어보지만 아무것도 없다. 옆자리의 여학생이 문자 확인하고 답장을 쓴다.
스윽 째려보고는 문자 누르는 삼순.
(문자)왜 출근 안해요?
잠시 생각하다가 전송버튼 누르는 삼순.
S#32. 삼순방(동 밤)
잠든 듯 누워있는 삼순... 손에 꼭 쥔 핸드폰...
문자 왔다는 신호음과 함께 램프가 반짝이자 얼른 눈 뜨고 확인한다.
(문자)김뚱녀! 살아있냐? 연락 좀 하고 살지? 귀염댕이.
삼순, 김 빠져서 핸드폰 덮고는 이불을 확 뒤집어쓴다.
이불 속의 삼순... 눈가가 젖어있다.
S#33. 삼순네 마루(다음날 아침)
아침 식사하는 봉숙과 이영과 삼순(출근 차림으로).
께작거리는 삼순을 봉숙과 이영이 이상한 듯이 쳐다보는데,
(E)문자왔다는 신호음.
삼순, 숟가락을 내던지다시피하며 일어나 방으로 뛰어들어간다.
봉숙 : ?...
이영 : ?...
금새 뛰쳐나오는 삼순.
삼순 : 내 핸드폰 어딨어. 내 핸드폰.
이영 :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어.
삼순, 화장실로 뛰어들어가더니 또 금새 나온다.
삼순 : (절규) 내 핸드폰 어딨냐구!!!
또 울리는 신호음(반복설정이라).
삼순, 0.5초쯤 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눈알을 굴리더니 방으로 뛰어들어간다.
S#34. 삼순 방
핸드백에서 핸드폰 꺼내는 삼순. 얼른 문자 확인하면.
(문자)HB카드, 김삼순님, 6월 27일 결제액 135,000.
열 받아 탁 닫아버리는 삼순. 머리에서 김이 날 지경이다.
S#35. 마루
봉숙 : (눈치가 칼이다) 재 요즘 만나는 남자 있니?
이영 : !... 아아니이... 남자는 무슨... 설마...
봉숙 : 아무래도 이상해. 살도 쏙쏙 빠지고...
S#36. 보나뻬띠 화장실(동 낮)
변기에 앉아 힘주는 삼순. 그러면서도 문 옷걸이에 걸어둔 핸드폰을 뚫어져라 보고 있고...
방귀 소리 뿌웅~
삼순 : ?...
방귀 뀐 옆 칸의 영자가 흡 놀라 입을 막는다.
삼순 : (갸웃)... 내가 꼈나?
S#37. 베이커리실(동)
(문자)니가 감히 내 문자를 씹어? 그럴거면 배는 왜 빌려. 넌 내 배의 순결을 짓밟았어. 책임져!
그때 문자 왔다는 표시와 신호음.
삼순, 흠칫 놀라더니 두근대는 마음으로 문자를 열어본다.
(문자)060으로 시작하는 음란스팸메일의 문구.
삼순 : 뭐야 이거. (통화버튼을 누른다. 안내멘트가 나오자) 야, 너 나랑 동성애 하자는 거야 뭐야.
다시 한번 보내봐? 끝까지 추적해서 정통부에 고발할거니까. 알았어?
(탁 끊고는 살벌한 표정으로 문자를 꾹꾹 누른다)
(문자)레스토랑에 10인조 떼강도 들었어요. (10인조까지 지워지고 다시 쓰여진다) 불 났어요.
다시 문자 왔다는 신호음.
삼순 : 이것들이 정말! (스팸인줄 알고 확인하다가 놀란다!)
(문자)병원이에요. 좀 바빠요.
삼순, 몹시 놀란다. 병원? 다리가 고장 났나? 마음이 급해져 얼른 문자를 누른다.
(문자)병원은 왜요? 어디가 아픈데요? 다리 아파요? 내가 갈까요?
전송버튼 눌러진다.
S#38. 병원복도
그 문자를 보는 진헌. 답장으로 문자를 누른다.
S#39. 베이커리실
신호음 나자 얼른 문자 확인하는 삼순.
(문자)아뇨.
삼순 : ? 뭐야, 달랑 이거야? ... 근데 안아프다는 거야, 나더러 오지 말라는 거야.
40. 병원 복도
진헌, 초조하게 서성이고 있다. 무슨 소리에 돌아보면,
헨리가 맞은편에서 한글교재를 보며 중얼중얼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다.
진헌, 못마땅한데 누군가 어깨를 툭 친다. 돌아보면,
병태 : 통역 좀 해주라.
진헌 : 뭔데.
병태 : (의료용 필름들이 들은 커다란 서류봉투와 각종 진료기록을 묶은 파일을 보이며)
그쪽 병원에서 가져온 희진이 진료기록이랑 방사선 필름들이야.
엑스레이부터 초음파, CT, MRI 까지.
진헌 : ? 이걸 다 저 녀석이 가져왔단말야?
병태 : 그러게. 주치의라도 쉽지 않았을 텐데.
진헌 : (헨리에게 간다)
헨리 : (보고 일어난다)
병태 : (기록들을 건넨다) 도움이 많이 됐다고 담당교수님께서 고맙다고 전해달랍니다.
진헌 : (통역한다)
헨리 : (우리말) 천만에요.
진헌 : (미간 찌푸린다. 모든게 다 마음에 안든다)
S#41. 검사실
수면내시경을 받느라 잠들어 있는 희진...
S#42. 병원내 일각
음료를 들고 오는 병태와 진헌.
진헌 : 여기 검사 믿을만한거야?
병태 : (어이없다는 듯) 짜식 말하는 것 좀 봐? 위암수술은 우리나라가 최고야.
그 중에서도 우리병원이 최고고.
진헌 : 그래?
병태 : 작년엔 미국에서 난다긴다하는 신경외과 의사가 와서 수술받고 갔어. 뭘 모르네 이 자식?
진헌 : (그런가?)
병태 : 희진이야 부모님이 거기 계시니까 갔겠지.
창가에 서거나 벤취에 앉으며.
병태 : 근데 희진이 참 지독하다. 야무진건 알았지만 그렇게 독할 줄은 몰랐어.
진헌 : ... 재발할 가능성도 있니?
병태 : 보통 2년 안에 재발하는 경우가 많은데 5년까진 안심 못하지.
그때까진 오늘처럼 정기검사 빠뜨리지 말고.
(등 두드리며) 이젠 니 몫이다. 혼자 힘들었을텐데 잘 해줘라.
진헌 : ... 5년만 지나면 그럼 완치되는 거야?
병태 : 그렇다고 봐야지. 간혹가다 5년 후에 재발하는 후기재발도 있지만.
진헌 : !...
병태 : 걱정마. 지금 상태로 봐선 상당히 긍정적이야.
희진이 의지도 강하고 거기다 훌륭한 주치의까지 만나고. (비싯 웃으며 옆구리 툭 친다)
좀 신경 쓰이겠다?
진헌 : (눈살 찌푸린다)
S#43. 병원 복도
헨리, 책 보다가 눈총 받고 고개 든다.
맞은편에 앉아있는 진헌이 못마땅하게 보다가,
진헌 : (이하 영어) 언제 돌아갈 거냐?
헨리 : 글쎄... 아직 계획 없는데.
진헌 : 휴가가 얼마나 되는데.
헨리 : 6개월이니까 한 다섯달 남았어.
진헌 : (그럼 다섯달이나 희진이한테 붙어있겠다고?)... 일본은 가봤니?
헨리 : 응. 도쿄랑 오사카.
진헌 : 중국은.
헨리 : 아직.
진헌 : 중국에 한번 가보지 그래? 내친김에 동남아순회도 하고. 볼 데 많아, 물가도 싸고.
경비는 내가 대줄게.
헨리 : 니가 왜?
진헌 : 그동안 희진이 돌봐준 게 고마워서.
헨리 : 내 할일을 한 것 뿐이야. 고맙지만 사양하겠어.
진헌 : 너 참 무례하구나.
헨리 : ?...
진헌 : 한국에서는 이럴 때 그냥 받아들이는 게 예의야.
헨리 : (당황해서) 아 미안. 몰랐어. 그럼 생각해볼게.
진헌 : 그럼 당장 여행사에 알아볼게. (하며 핸드폰을 꺼내는데)
헨리 : (책-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을 들어보이며) 소피한테 좋은 책 소개해줘서 고맙다고 전해줘.
진헌 : (소피?)
그때 검사실 문이 열리고 희진이 나온다. 피곤해 보인다.
헨리가 일어나 희진을 부축한다.
한 발 늦은 진헌이 헨리를 밀어내고 희진을 부축한다.
진헌 : 괜찮아?
희진 : 응.
진헌 : 가자. (데리고 간다)
헨리 : (어깨를 으쓱하고 따라간다)
S#44. 삼순네 뜰(동 밤)
바비큐 기구에서 삼겹살이 구워지고 있다. 텃밭에서 방금 딴 야채들도 풍성하다.
세 모녀가 건배를 한다.
이영 : 우리의 미모와 사랑을 위하여. 건배~
소주를 단숨에 들이키고 각자 표정. 삼순은 심드렁하다.
이영 : 캬~ 죽인다.
봉숙 : 오늘 술은 왜 이렇게 달어?
이영 : 하하 우리 엄마 오늘 술빨 받으시네? (술 따라준다)
봉숙 : (고기 뒤집으며) 탄다, 빨리 먹어라. (시무룩한 삼순을 보고) 넌 왜 안먹어?
삼순 : 먹어. (고기 한 점 먹는다)
봉숙 : 너 무슨 일 있어?
삼순 : 아니.
봉숙 : 익기도 전에 먹던 애가 왠일이야 오늘은?
삼순 : 고기가 질겨.
이영 : (눈치가 빤하다. 편들어준다고) 놔둬, 쟨 살 더 빼야 돼.
그때 열려진 현관 문 사이로 전화벨 소리가 들린다.
이영 : (일어나며) 내가 받을게.
봉숙 : 아냐 내가 받어. 전화 올 데 있어. (얼른 들어간다)
이영 : (슬그머니 가서 현관문 닫고 와 삼순의 등짝을 때린다)
삼순 : 왜에.
이영 : 빨리 이실직고해. 뭐야.
삼순 : ...
이영 : 너 제주도 갔다와서부터 이상해. 삼식이랑 무슨 일 있었지?
삼순 : (술 홀짝 마시고)... 나흘째 출근을 안해.
이영 : 왜?
삼순 : 모르니까 이러지.
이영 : 전화도 없고?
삼순 : 지배인님한테만 했나봐.
이영 : 근데 뭐가 문제야. 실종도 아니구만.
삼순 : ... 보고 싶어.
이영 : !!!
삼순 : 보고 싶어 미치겠어.
이영 : (이런) !...
삼순 : (술을 마신다)
45. 마루
봉숙, 통화중이다.
봉숙 : 그래, 요즘 살 빠져서 보기 괜찮다니까?
사실 말이지, 애가 키는 크잖아. 나 닮아서 들어갈데 들어가고 나올데 나오고
살이 좀 붙어서 그렇지 작정하고 보면 글래머 스타일이라니까?
... 그러니까 선자리 좀 잘 알아보라구.
S#46. 뜰
이영 : 안돼!
삼순 : (보는)
이영 : 삼식이는 절대 안돼.
삼순 : 왜?
이영 : 너 명숙이 보고도 몰라? 재벌가에 시집 갔다고 다들 부러워했지? 걔가 지금 어떻게 사는지 알어?
삼순 : 어떻게 사는데.
이영 : 자질구레한 얘기는 관두고, 걔가 그러더라. 그 사람들은 그 사람들만의 성이 있다구.
우리가 그 안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없는 것처럼 그 사람들도 성 밖에 뭐가 있는지
알고싶어하지 않아. 어쩌면 그게 현명한 일일지도 모르고.
문제는 신데렐라나 온달이 될려고 기를 쓰는 사람들인데, 난 내 동생이 그런 짓 안했으면 좋겠다.
삼순 : 언니도 그랬잖아.
이영 : 내가 뭘?
삼순 : 조건 보고 결혼했잖아.
이영 : 그 자식이 재벌이냐? 준재벌도 안되는데... 그리고 난 소신대로 살았어.
삼순 : 조건 보고 결혼하는게 소신이야?
이영 : ... 사람은 누구나 자기 원칙이 있어. 그 원칙대로 선택해가면서 사는 거구.
난 경제력과 능력이 있는 남자가 첫 번째 원칙이었어. 남의 원칙이 내 원칙하고 다르다고
비난하는 건 유아적인 발상이야.
삼순 : 그럼 원칙대로 그냥 살지 이혼은 왜 하냐?
이영 :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구, 너 혹시.. 삼식이랑 잤니?
삼순 : (펄쩍) 아아니! 키스 밖에 안했어.
이영 : 키스???
삼순 : (헉)... 미안해 언니, 한번 밖에 안했어.
이영 : (냉정하게) 미안할 필욘 없고, 그러고나서 어떻게 됐어. 사귀재?
삼순 : (죽을 상으로 고개를 젓는다)
이영 : 그럼 아무 말도 안해?
삼순 : 아무래도 유희진씨랑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애.
이영 : 유희진? 옛날 애인?
삼숭 : 응... 아마 그래서 출근을 안하는 것 같애.
이영 : 너 딱 걸렸어.
삼순 : ?...
이영 : 선수한테 딱 걸렸다구 이 멍청한 기집애야!
삼순 : (눈물이 핑글 돈다)
이영 : !... 어머 얘봐, 너 진짜 좋아하면 안돼에.
삼순 : (울먹이며) 내 배를 베고 좋아했단말야...
이영 : ? 배?
삼순 : 나만 보면 웃음이 난다구... 형 얘기도 하구... 울었단말야...
이영 : !...
삼순 : 내 품에 안겨서 울었다구... 남자가 그러는 건 그 여잘 좋아한다는 뜻이잖아.
이영 : 아니? 내 동창놈 하난 새여자 꼬실 때마다 울어. 울면서 자기네 집안 불행했던 과거사를
줄줄이 읊는다구. 그럼 여자들은 지금 너같은 괴변을 늘어놓으면서 좋아라 하고.
삼순 : (울음 터트리며) 아니야... 진헌씬 그런 남자 아니야...
이영 : 그런 남자야. 지금 옛날애인하고 같이 있을 거라고 봐주는 모양인데 지나가던 개가 웃겠다.
제3, 제4의 여자를 꼬시느라고 울면서 자기 형 얘기 하고 있을 걸?
삼순 : 아니야... 아니란말야...
이영 : (머리통 퍽 때리며) 정신차려 이 멍청아!
삼순 : 아! 왜 때려!
이영 : 제발 니 멋대로 착각하고 갖다붙이지 좀 마. 파리 그 자식한테 그렇게 당하고도 몰라?
어쩜 연애 못하는 것들은 하는 짓도 똑같니?
삼순 : 그래, 나 연애 못해! 넌 연애 잘 해서 좋겠다!
이영 : 미모와 함께 하늘이 주신 선물이지.
삼순 : 어쩜 그렇게 잔인하냐? 말이라도 좋게 해주면 어디 덧나?
이영 : 덧나. 니 마음 속에 상처가.
삼순 : 그래 니 팔뚝 굵다.
이영 : (또 때릴려고 손을 확 치켜들며) 이게 또 너라 그러네?
삼순 : (그 손을 탁 잡고) 한번 맞지 두 번 맞냐?
이영 : 어쭈. (다른 손으로 머리 콩 쥐어박으려) 까불고 있어.
삼순 : (그 손 마저 잡는다)
이영 : 이게 정말? 말로 할때 놔라?
삼순 : 내가 바보냐? 노면 때릴건데?
두 손을 맞잡고 힘겨루기가 시작된다.
이영 : 너 어릴 때부터 멍청한 짓 하고다녀서 뒤치다꺼리 하느라고 내가 얼마나 고생했는 줄 알아?
삼순 : 넌 이쁜 옷만 입고 비싼 과외 혼자 다 하고.
이영 : 니가 내 옷 훔쳐입고 나가서 늘려놓은 게 얼만데.
삼순 : 난 너 땜에 피아노도 못배웠어. 대학도 못가구.
이영 : 공부 못해서 못갔지 나 땜에 못갔냐?
삼순 : 파리에서 고생할 때 용돈 한번 부쳐준 적 있어? 복숭아가 얼마나 먹고싶었는데.
이영 : 복숭아는 비싸서 나도 못먹었어.
삼순 : 언제 남자 소개시켜 준 적 있어?
이영 : 하늘 아래 날씬해본 적 있어?
그때 빗자루가 삼순과 이영의 등짝을 퍽! 퍽! 친다.
아! 아파서 떨어지는 삼순과 이영.
봉숙 : (퍽퍽 때린다) 잘들 논다 잘들 놀아. 에미 심심할까봐 재롱잔치하냐?
삼순과 이영, 아악 소리 지르며 도망가고 봉숙은 쫓아다니며 때린다.
봉숙 : 나이 들어서 이젠 안싸우나 했더니 서른씩이나 쳐먹고도 아직 정신을 못차렸지.
넌 이혼하고 와서 뭘 잘했다고 동생이랑 싸워? 넌 시집도 못가는 주제에 연애질이나 배우지
어디서 언니한테 덤벼? 이리 안와?
삼순과 이영, 소리 지르며 집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봉숙 : 한 년은 잘나서 탈, 한 년은 띨띨해서 탈...
(빗자루를 던지다가 타들어가는 고깃판을 보고 달려든다) 어머 세상에 고기 다 타네.
S#47. 마루
삼순과 이영, 서로 노려본다.
이영 : 그래도 삼식인 안돼.
삼순 : 돼.
이영 : 안돼.
삼순 : 니가 무슨 상관인데?
이영 : 넌 내 동생이니까. (욕실로)
삼순 : !... (슬금슬금 욕실로 가 뻘쭘하게) 그럼 접때 산 원피스 빌려줘. (대답 없이 물소리만 들리자)
안빌려주면 동생 안하~지. (벌컥 문 열리자 깜짝 놀란다)
이영 : 삼식이 만날 때만 아니면 언제든지. (문 닫는다)
삼순 : (삐죽 웃고는) 싸랑해 언니~
S#48. 오피스텔(동 밤)
희진이 잠들어 있다.
진헌, 이불을 여며주고 안스럽게 보다가 흩어진 머리카락을 넘겨주는데
희진이 잠결에 눈을 뜨더니 이불을 들춘다. 진헌이 이불 속으로 들어간다.
희진, 진헌의 얼굴을 어루만지다 아이처럼 품을 파고들며 잠에 빠진다.
진헌, 꼬옥 끌어안는다. 안스러워 눈물이 차오른다.
S#49. 삼순네 뜰(동 밤)
삼순, 그네에 앉아 나뭇가지의 이파리를 하나씩 뗀다.
삼순 : 나를 좋아한다. 아니다. 좋아한다. 아니다. ... (반복하다가) 좋아한다.
이파리가 하나만 남자 맥 빠져서는 휙 던져버리고는 가볍게 그네를 구른다.
S#50. 호텔룸(7회 #39)
진헌 : 당신이 다른 남자랑 눈 맞추는 거, 싫어.
삼순 : !!!
진헌 : 다른 남자 말에 귀 기울이는 것도 싫구.
삼순 : !!!
진헌 : 왜 그런지는 나도 몰라. 그냥... 싫어.
S#51. 삼순네 뜰
삼순, 부끄러워하며 좋아하다가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든다. 마음을 담아 문자를 꾹꾹 누른다.
화면 여백에 문자가 뜬다.
(문자)보고 싶어요...
삼순, 액정을 들여다보며 고민한다. 보낼까 말까...
전송버튼이 눌러진다. 편지 이모티콘이 날아간다. 전송이 완료되었습니다.
화면 어두워진다.
F.O
S#52. 삼순네 집 앞(여명. F.I)
삼순이 자전거를 끌고 나온다. 자전거에 올라타 힘차게 출발한다.
S#53. 골목
가파른 길을 새벽안개를 헤치며 쌩 달려내려오는 삼순. 신문배달 오토바이가 지나쳐 간다.
S#54. 보나뻬띠 전경
(E)시계 소리.
S#55. 홀
벽시계가 다섯시를 알린다.
S#56. 베이커리실
얇게 민 <뮐푀유>용 반죽에 피케를 하는 삼순.
오븐을 열고 구워진 반죽을 꺼낸다/크램 파티시에르를 바르고/딸기를 얹고/또 크림을 바르고/
두번째 시트를 얹어 크림을 바르고... 빠른 스케치.
삼순, 가스불 위에서 끓고 있는 냄비로 달려가 저어준다. 들깨죽이다. 몸도 마음도 바쁘다.
다시 작업대로 와 슈가 파우더와 코코파 파우더를 뿌리는 등의 마무리 작업을 한다.
적당한 용기에 뮐푀유 몇조각이 들어간다.
보온병에는 따끈따끈한 들깨죽이 들어가고.
보자기로 그것들을 정성스럽게 싸는 삼순. 야무지게 매듭을 짓는다.
S#57. 거리(아침)
저 멀리서 안개를 헤치고 자전거가 달려온다. 힘차게 패달을 밟는 삼순.
S#58. 오피스텔 앞
적당한 곳에 자전거를 묶어두는 삼순. 짐받이의 줄을 풀고 보자기를 들고 현관으로 들어간다.
S#59. 엘리베이터
삼순, 진지하게 연습을 한다.
삼순 : 많이 아팠어요? 죽을 좀 쒀왔어요.
나 아플 때마다 엄마가 만들어주시는 들깨죽인데 아주 고소해요. 뮐푀유도 만들어왔어요.
1천 장의 잎사귀라는 뜻인데 꼭 나뭇잎이 여러장 겹쳐있는 것처럼 보여서 붙은 이름이에요.
파이의 왕이라고나 할까... 어디가 어떻게 아픈 건데요.
땡 문이 열린다. 마음을 굳히며 나가는 삼순.
S#60. 오피스텔 복도
긴장한 채 걸어오는 삼순... 문 앞에 다다르자 마음의 준비를 하고... 벨을 누르려다가 멈추고...
심호흡하고... 드디어 벨을 누른다.
삼순 : (떨려죽겠다)...
조용하다. 집에 없는 걸까? 다시 벨을 누른다.
삼순 : ...
불안하다... 한번 더 벨을 누른다.
삼순 : ...
현관에서 무슨 소리가 난다.
삼순 : (쫑긋)...
걸쇠 여는 소리에 이어 문 따는 소리, 그리고 문이 열린다.
삼순 : (떨려서 주저앉을 것 같다)...
드디어 진헌이 모습을 드러낸다. 자다 일어난 부스스한 모습. 삼순을 보고 놀란다.
진헌 : ?!...
삼순 : 미,미안해요 아침 일찍... 많이 아팠어요?
진헌 : (어이없는 표정)
삼순 : (그 표정에 주눅 들어) 주,죽을 좀 쒀왔어요. 들깨죽인데 백퍼센트 국산 들깨, 아니 그게 아니고,
저기 뮐푀유도 만들었거든요?
희진 : (E) 누구야?
삼순 : (여자 목소리에 어리둥절)
진헌의 등 뒤로 역시 자다일어난 희진이 나타난다.
희진 : 새벽부터 누군데. (하다가 삼순을 보고 놀란다)
삼순 : !!!...
희진 : !...
진헌 : (보자기를 받으며) 고마워요 걱정해줘서. 죽은 잘 먹을게요.
삼순 : (눈을 어디다 둘지 모르겠다)
희진 : (놀라운) 죽 쒀왔어요? 이 시간에?
삼순 : 같이.. 드세요... (돌아서는데)
희진 : 김희진씨.
삼순 : (멈칫, 돌아선다)
희진 : ... 미안해요.
삼순 : ... 뭐가요?
희진 : 그냥... 미안해요.
삼순 : ... (돌아서서 간다)
희진 : (정말 미안한)...
진헌 : (왠지 미안한)...
희진이 진헌을 데리고 들어간다.
멍하게 걸어오던 삼순, 철컥 문 닫히는 소리에 멈춰 돌아본다.
S#61. 오피스텔 안
식탁에 보자기를 내려놓는 진헌.
희진 : 아프다 그랬어?
진헌 : (왠지 착잡하다)
희진 : (역시 편치 않은데)
벨이 울린다. 진헌이 갸웃하더니 나간다. 희진도 따라나간다.
S#62. 복도
진헌이 문을 연다. 뒤에 희진이 서 있다.
삼순 : 여섯번째 조항 기억 나? 양다리는 걸치지 않는다.
진헌 : !...
희진 : (무슨 소리야? 둘을 번갈아본다)
삼순 : (힘껏 정강이를 걷어찬다)
진헌 : (윽 꺾어진다)
희진 : (놀란다)
삼순 : 계약 파기해! 이 나쁜 개자식아!
돌아서서 씩씩거리며 오는 삼순
희진, 도대체 무슨 소린지 어리둥절한 채로 '괜찮아"하며 진헌을 살핀다
진헌, 아파서 절절매다가 쫒아 달려간다
희진, 영문몰라 황망하게 바라본다
S#63.엘리베이터 앞
문이 열리자 삼순이 탄다, 문이 닫히려는데 진헌이 달려와 얼른 막는다
삼순 : (쏘아보는)
진헌 : (탄다)
엘리베이터 닫히고 내려간다
삼순은 앞만보고, 진헌은 그런 삼순을 보면서
진헌 : 나 ..희진이랑 다시 시작해요
삼순 : 그렇게 보여. 축하해
진헌 : 약속대로 계약 파기해요
삼순 : 그래
진헌 : 대신 내가 여겼으니까 5천만원은 안갚아도 돼요
삼순 : (보는) !…
진헌 : 안갚아도 (된다구요)
삼순 :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힘껏 뺨을 올려붙인다)
진헌 : (뺨 돌아간 채) !…
삼순 : 넌 5천만원으로 사람 마음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진헌 : (의아하게 보는) ?
삼순 : (눈물이 난다) 이럴거면 제주도에서 그러지 말았어야지 ,
다른 남자랑 눈맞추지 말, 귀 기울이지 마라, 울긴 왜 울어? 너 그렇게 헤픈애야? 너 선수야?
진헌 : (그게 이렇게 화낼만한 일이가 싶어서) ??
삼순 : 그래, 그럴 수 있다고 쳐 그냥 기분이 그랬다고 이해해줄게. 근데 한라산엔 왜 같이 가자 그랬어?
진헌 : (그게 뭐 어때서) ?
삼순 : 아직 뭘 모르나본데 그건..(목이 미어진다) 난 당신이 좋습니다.. 그런 뜻이야 알아?
…이럴거면… 그 말만은 하지 말았어야지…허튼 약속은 하지 말았어야지..
왜 돌맹이를 던져 왜! 왜 이 나쁜 자식아!
진헌 : (이제야 좀 이해가 가는 듯 할 말이 없는)…
문이 열리자 눈물 훔치며 나가는 삼순,
진헌, 망연히 보다가 닫히려는 문을 막으며 따라나온다
S#64.오피스텔 현관 앞
성큼성큼 나오는 삼순, 자전거로 가 체인을 푼다
슬금슬금 다가오는 진헌
진헌 : (미안해서)… 그러니까 5천만원 안받겟다구요
삼순 : (휙 쳐다본다)
진헌 : (괜히 딴청)
삼순 : 내 몸값이 5천만원이니? 내 마음이 5천만원이야? 너 나 데리고 놀았어?
진헌 : (뭔가 억울한 듯 쳐다본다)
삼순 : 그래, 받아줄게 5천만원 안갚어, 됐어?
진헌 : ..네..
삼순 : 그리고 그말 취소야
진헌 : ?..
삼순 : 니가 좋아졌다는 말, 미안해 실수였어 (자전거에 오르는데)
진헌 : …난 정말이었어요
삼순 : (본다)
진헌 : 한라산에 가자는 말
삼순 : !…
진헌 : 언제 같이 가보고 싶었어요 그건…진심이에요
삼순 : ..왜 다리 아프면 나더러 업고 올라가라고?
진헌 : (아 그럴수도 있구나) ..그래도 되고…
삼순 : 재밌니?
진헌 : ?..
삼순 : 지금 농담따먹기 하니까 재밌어?
진헌 : (정말인데)…
삼순 : 한라산은.. 유희진씨랑 올라가 (폐달 밟으며 간다)
진헌 : (아무래도 뭔가 좀 억울하다. 부어서 바라본다)
멀어져가는 삼순..
진헌, 무언가 찌뿌둥한 채로 현관으로 향한다. 그때 뒤에서 충돌하는 요란한 소리
무심히 돌아보다가 놀란다
삼순과 자전거, 오토바이와 청년이 널부러져 있다.
달려가는 진헌
달려온 진헌이 정신을 잃은 삼순을 일으킨다
진헌 : 김삼순씨 괜찮아요? 김삼순씨
어리버리한 오토바이맨이 울상이다
오토바이 : 제가 안그랬어요 부딪히지도 않았는데 그냥 혼자 넘어졌어요 정말이에요
진헌 : (흔들어댄다) 김삼순씨.. 정신 좀 차려봐요 김삼순씨.. 김삼순씨…
S#65.병원 응급실(동 오전)
걱정스레 내려다보는 진헌
잠들어 있는 삼순, 얼굴과 손에 가벼운 찰과상
저 쪽에서 희진이 담당 레지던트의 소견을 듣다가 이쪽으로 온다
진헌, 인기척에 돌아보고는
진헌 : 뭐래?
희진 : 왜 걱정돼?
진헌 : (괜히 당황해서 변명조) 당장 영업에 지장 있잖아
희진 : (웃으며) 핑계는… 걱정마, 혼수상태가 아니라 잠자는 것 같대니까
진헌 : ???
희진 : (눈을 까뒤집어보고는) 밤새 니 걱정 하느라 잠을 못잤나부다, 눈이 충혈됐어
삼순 : (증명이라도 하듯 도로롱 코를 곤다)
진헌 : !…
희진 : !…
삼순 : (도로롱)
진헌 : (황당무계!)
희진 : (쿡툭 웃는다)
진헌 : (정말 못말리는 여자군! 고개를 절레절래)
희진 : 근데 아까 그 얘긴 뭐야? 계약을 파기하다니?
진헌 : (아!)…그건…(곤혹스러운데)
이영 : 삼순아!
진헌과 희진이 돌아본다
이영이 달려온다
이영 : 삼순아! 어머 얘 왜 이래? (진헌보며) 어떻게 된거에요? 무슨 일이에요
할일 있다고 잠도 안자고 새벽같이 나갔는데 (하다가 희진과 눈 마주치고는 갸웃) ?
희진 : (역시 갸웃) ?
(플레쉬백)비행기 안에서 낄낄거리던 그들.
이영 : !.. 희진씨?
희진 : !.. 이영언니?
진헌 : (번갈아보며 의아한)
S#66.응급실 밖 일각
벤치에 나란히 앉아있는 희영과 이영
이런 인연으로 다시 만난게 씁쓸하다
이영 : 어쩐지.. 그런 사연이 있었구나..
희진 : (쓴웃음)
이영 : 어쨌든 인연 참 이상하네, 이렇게도 만나지구..
희진 : (힐긋 봤다가) …죄송..해요
이영 : 뭐가?
희진 : ..동생분…
이영 : (한숨) …(표정 굳으며 단칼에) 신경쓰지마, 가짜연애니까
희진 : ???
S#67.응급실
진헌 침상에 앉아 핸드폰을 연다
(인써트) 음성메시지가 있다는 표시
진헌, 비밀번호 누르고 음성메시지를 확인한다
며칠동안 희진에게 정신이 팔려 미처 확인하지 못한 것들이 쌓여있다
안내 : 첫번째 메시지
윤비서 : 여기 공항인데 지금 어디야?
진헌 : (다음 메시지 버튼을 누른다)
안내 : 두번째 메시지
나사장 : 어디서 뭘 하느라 전화도 안받어 비행기 안탈거야?
진헌 : (버튼)
안내 : 세번째 메시지
삼순 : 나예요
진헌 : (?해서 삼순을 본다)
삼순 : (조용히 자는)
진헌 : (듣는다)
삼순 : 마지막 비행기로 바꿨어요.. 9시 15분 비행기니까 늦어도 9시까지는 공항에 도착해야돼요.
공항에서 기다릴게요
진헌 : …(버튼을 누른다)
삼순 : 내 메시지 들었어요? 9시 15분 비행기에요 9시까진 꼭 와야돼요?
진헌 : …(버튼)
삼순 : 시간 얼마 안남았어요. 이 비행기 못타면.. 제주도가 섬인거 안까먹었죠?
내일 아침까진 꼼짝없이 갇혀요… 지금 오고 있어요?
진헌 삼순을 본다, 계속 들리는 삼순의 목소리
삼순 : 아까 형 얘기 해줘서 고마워요.. 고마워서 나도 아버지 얘기 해주고 싶었는데.
우리 아버지 방앗간 김사장..
진헌, 계속 들으며 삼순을 본다, 그녀의 마음이 전해온다. 미안한 마음..
그리고 싫지않은.. 그렇게 점점 측은해져 가는데,
삼순 : (불분명한 잠꼬대) 가지마..
진헌 : ?..
삼순 : 가지마요…
진헌 : …(제주도에서의 일이 생각난다)
S#68.제주도 해안도로(회상)
택시 문을 여는 진헌을 삼순이 다급하게 붙잡는다
삼순 : 가지마요
진헌 : (돌아본다 이거 놓으라는 듯이)
삼순 : 가지마요
진헌 : (뿌리치고 문을 여는데)
삼순 : (밀치며 택시 문을 탕 닫는다)
진헌 : 뭐하는거에요 지금
삼순 : 가지마.. 할 말이 있어..
진헌 : 나중에 해요 (택시 문을 여는데)
삼순 : (확 붙잡으며) 안돼 지금해야돼
진헌 : (택시 문을 탕 닫으며 매섭게 쏘아본다)
삼순 : !…
진헌 : (차갑게 쏘아보는)
삼순, 기가 질려 손에서 힘이 빠진다. 스르르 진헌의 손이 빠져나간다
진헌 : (좀 심했나 싶어서) 미안해요 먼저 올라가요 (택시 문을 여는데)
삼순 : (확 치밀어오르는) 니가 좋아졌단 말야
진헌 : (멈칫)
삼순 : 니가 좋아졌다고 이 나쁜 자식아!
진헌 : (돌아본다) ?!
삼순 : (이상하다 눈물이 난다)…
진헌 : (의외인)..
삼순 : 가지마.. 지금 가면…
진헌 : (냉랭해지는)
삼순 : (저 서늘한 표정! 거절 당할 것 같은 두려움에 말문이 막힌다)
S#69.응급실
삼순, 허공을 휘저으며 맘대로 잠꼬대를 해댄다
진헌 : (흔든다) 김삼순씨.. 김삼순씨..
삼순, 헉 하며 눈을 뜬다.
꿈인지 생신지.. 눈알을 굴리다가 정신이 들면서 여긴 또 어디야? 어리둥절한데..
그 시선에 진헌이 잡힌다.
삼순 : ???…
진헌 : (참 한심스럽다) 실컷 잤어요?
S#70.병원 주차장
걸어오는 삼순과 이영, 삼순은 지금 챙피하고 민망해죽겠다
하필이면 희진이까지 있으니..
그 뒤에 따라오는 진헌과 희진.. 희진은 계약연애였다는 걸 안 직후라 뜨아한 표정이다
참 복잡미묘한 네 사람…
진헌 : (앞서 나오며) 집까지 모셔다 드릴께요 (하며 리모콘을 누른다)
앞에 서 있는 고급차의 램프가 번쩍한다
삼순 : (의아해하며 멈추는) ?
진헌 : (뒷자석 문을 열어주며 이영에게) 타세요 (삼순에게) 타요
삼순 : ?..누구.. 차예요?
진헌 : (당연하다는 듯이) 제 차에요.. 타요
삼순 : !!…
삼순, 가슴이 순식간에 먹먹해진다, 차라니? 이젠 상처따위 다 잊었단 뜻인가?
그럼 이젠 내 배에 얼굴을 묻고 울 일은 없겠지?
진헌. 그런 표정의 삼순을 의아하게 바라본다
희진, 뜨아하게 삼순과 진헌을 번갈아보고…
진헌 : 안타요?
삼순 : (멍하니) ..내 자전거는요..
진헌 : 오피스텔에 있어요
삼순 : …
진헌 : 타요 어서 (이영에게) 타세요
이영 : (삼순의 눈치만 보는)
삼순 : ..택시 타고 갈게요
희진 : 피곤하잖아요 타고 가세요
삼순 : (희진을 본다)
희진 : (계약연애란 걸 알았으므로 덤덤한)
삼순 : (시선거두며) …언니…가자 (돌아서서 터벅터벅 간다)
이영 : (맥없이 삼순을 바라본다 속이상한다)
진헌 : (왠지 불편한 마음.. 그런 눈으로 보는데)
이영 : (그런 진헌을 힐긋 보더니, 희진에게) 희진씨, 잠깐만 돌아설래?
희진 : 네?
이영 : 잠깐만 돌아서 있으라구
희진 : (일단 돌아선다)
이영 : 현사장님.
진헌 : 네
이영 : (힘껏 정강이를 걷어찬다)
진헌 : (윽! 꺽어지고)
이영 : (등짝에다 대고 가방으로 세게 한번!)
진헌 : (아.. 아프다)
이영 : 너 내 동생한테 다시 한번 바람만 너봐? 미안해, 희진씨 (간다)
진헌 : (아파서 찡그린 채 보는)
희진 :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맞을 짓 한거 알아?
진헌 : (돌아보며) ???
희진 : 뭐? 계약연애? 나 없는 동안 영화 찍었더라?
진헌 : (아.. 들켰다.. 쪽팔린다)
희진 : (차에 타려고 가다가 핸드폰 울리자 받는다) 여보세요
윤비서 : 나야 윤비서
희진 : !…
윤비서 : 진헌이 옆에 있어?
희진 : (힐긋 진헌을 보고는 자리 피하며) 아뇨 말씀하세요.
윤비서 : 사장님이 보자셔, 지금 바로 집으로 와
희진 : !…
S#71.달리는 택시 안
멍한 삼순…
이영 : (속이 상해서) 미안하다, 언니 노릇도 못하고
삼순 : …
이영 : 처음부터 말렸어야 되는데,,, 한심해 정말, 돈 5천 때문에 이게 뭐니?
삼순 : …. 차를 샀어
이영 : (보는)
삼순 : …운전해…
이영 : 그게 뭐.
삼순 : (눈물이 핑글 돈다) …운전을 한다구 그 자식이.. 운전을..
이영 : ?…
삼순, 창 밖으로 고개를 돌린다 눈물이 그렁하고 가슴이 미어진다
S#72.보나뻬띠 주차장(동 낮)
런치 손님들의 차 몇 대..
진헌의 차가 들어온다
S#73.홀
몇 몇 테이블에 런치를 즐기는 손님들..
창가에 몰려드는 여직원들, 차에서 진헌이 내리자 아우성이다
여직원1 : 어머머 왠일이니 왠일이니? 차 샀어, 차!
여직원2 : 4일씩이나 안나오더니 갑자기 왠 차?
여직원4 : 차 뽑는데 4일씩이나 쫒아다녀야 돼요?
여직원3 : (콩 쥐어박고는) 근데 어쩜 차랑 저렇게 잘 어울리니? 역시 명품이야
진헌이 들어오자 일제히 "안녕하세요 사장님" 인사하는 여직원들
진헌, 인사 받아주며 사장실로 향한다
선망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여직원들
영자 : (골똘히) 아무래도 이상해
다들 쳐다본다
영자 : 쓰나미급 태풍이 몰아닥칠 것 같애
S#74.나사장 거실 (동 밤)
희진이 들어온다
윤비서가 기다리고 있다가 맞는다
윤비서 : 오랜만이야
희진 : (좀 어렵다 고개 숙여 인사하며) 안녕하셨어요
윤비서 : 응 들어와
희진이 안으로 들어온다
윤비서 : 잠깐만 기다려, 곧 나오실거야 뭐 마실래
희진 : (소파에 앉으며) 그냥.. 물 주세요
윤비서 : 찬물, 뜨거운 물
희진 : (생뚱맞아서) ?.. 찬물이요
윤비서 주방으로 빠지고 희진은 실내를 둘러본다
예전이나 다름없구나.. 그러다 시선 고정된다
미주가 어딘가에 몸을 숨긴채 수줍은 듯 바라보고 있다
희진 : !…
미주 : (수줍게 웃는다)
희진 : (미소지으며 이리 오라고 손짓을 한다)
미주 :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희진 : (감회어린) …니가 미주구나?
미주 : (끄덕뜨덕)
희진 : (어루만지며) 기특해라… 이쁘게 컸네?.. 나 기억나? 희진이 언니
미주 : (씨익 웃으며 고개 젓는다)
희진 : 그래, 그땐 너무 어렸지.. 이뿌다… 엄마 닮아서…
나사장 : 미준 들어가 있어
희진 : (벌떡 일어나 쳐다본다)
나사장 : (다가와 앉는다)
희진 : (어렵기도 하고 반갑기도 해서 겸연쩍게 살풋 웃는다)
나사장 : (서늘하고 보는)
희진 : ?..(왜 이러시지? 자연 고개가 떨궈진다)
나사장 : 뭐해 미주 들어가 있으라니깐
미주 : (들어간다)
나사장 : (희진 보며) ..앉아라
희진 : ..(앉는다)
나사장 : ..어머니 통해서 소식은 가끔 들었다, 수술은 잘 됐다구?
희진 : 네..
나사장 : 다행이구나 그런데 들어왔으면 나한테 먼저 연락을 했어야지 왜 안했니
희진 : (왜 이리 차가운지 의아하다) …조만간 할려구 했는데…
나사장 : 요즘 진헌이 만나니?
희진 : ..네.
나사장 : (괘씸하다) …진헌인 어디까지 알고 있니
희진 : 그냥 제 결정이라고 알고 있어요.
나사장 : 꼭 내가 쫒아낸것처럼 말하구나
희진 : (놀라서 황급히) 아니요. 저두 그게 좋겠다구 생각했으니 어머니가 강요하신거 아니에요.
저도 알아요.
나사장 : 다신 만나지 마라.. 난 아픈 며느리는 싫다. 진헌이 만나지 마라.
희진 : (눈물을 글썽이며) 완치되면 돌아오라고 하셨잖아요. 그때 다시 만나라고 하셨잖아요.
나사장 : 내 맘 변한지 오래됐다. 돌아가
희진 : (서럽다) 어머니, 저한테 이러시면 안되잖아요. 약속하셨잖아요
나사장 : (단호히) 너까지 잘못되면 나는 못산다.
희진 : 저 이제 안아파요. 어머니, 다 나았어요.
소화제 없이 밥두 잘먹구요. 어제 정기검진도 갔다왔어요. 아무 이상 없데요. 깨끗하데요...
잘할게요. 어머니 행복하게 오래오래 살게요.. 미주도 제가 키울게요. 한번만 봐주세요.
나사장 : 안된다....
희진 : 그럼 저 어떡해요. 어떡해요
나사장 : 돌아가, 돌아가서 부모님 밑에서 맘 편히 살아.
희진 : 어머니 저 이뻐해주셨잖아요. 딸 같다고 좋아해 주셨잖아요.
나사장 : (눈시울이 뜨겁다. 그러나 끝까지 단호하게) 너 이쁜거 내가 왜몰라.
내 자식 좋다고 부모님 이민 가는데 혼자 남아서 그렇게 살갑게 굴고 그래서 더 싫다.
딸같은 며느리 들여서 그 끔찍한 일 다시는 당하고 싶지 않다.
희진 : 잘할게요. 잘할게요. 어머니
나사장 : 그동안 나 정뗐다. (방으로 훽 들어가는)
희진. 그 자리에 주저앉아 한없이 운다
나사장, 자기 방으로 들어와서 죽은 아들내외와 미주, 그리고 진헌과 희진..
모두 함께 찍은 가족사진을 보며 운다.
S#75.곱창집 앞(동 밤)
허름한 곱창집 앞에 몇몇 테이블이 나와있고 손님이 바글바글하다
S#76.곱창집 안
삼순 : (빈 소줏병 높이 쳐들며) 아줌마! 여기 소주 하나 추가!
아줌마 : (빈 테이블을 치운 쟁반을 날라오며) 아 바뻐! 니가 갖다먹어!
삼순 : 에이.. (일어나 주방 옆 냉장고로 가며)
아줌만 맨날 나만 미워해. 내가 매상을 얼마나 올려주는데…
아줌마 : 매상 안올려줘도 되니까 이제 그만 와, 아니만 서방이랑 오든가
삼순 : (귀엽게 얼굴 들이밀며) 서방은 없고 남방은 많은데
아줌마 : (밀치며) 어우 저리가. 징그러 스무살 때 하던짓을 십년 내내 하네
삼순 : 우이씨.. (냉장고에 소주병을 꺼내 라벨을 읽는다) 어? 경기도 꺼네? 아줌마 충청도 꺼 없어?
나 오늘 충청도꺼 마시고 싶은데..
아줌마 : 경기도나 충청도나 똑같은 회산데 귀찮게 왜 자꾸 이래 얘가?
삼순 : 에이 아줌만 술장사하면서 술맛도 모르면 안되지. 경기도껀 달고 충청도 껀 쓰고
나 오늘 쓴맛 좀 보고 싶은데
아줌마 : (귀찮아서) 이영이 어디갔어 이영어~
삼순 : 오줌누러 갔지이. 알았어 알았어 그냥 단거 마신다 (소줏병 들고 자리로 오다가) 어???
그네를 달아주던 아버지가 자리에 앉아있다
삼순 : 아버지! (얼른 자리에 앉으며 응석모드) 어버지 어디갔다왔어?
아버지 : (삼순의 손에서 소줏병을 가져가며)
너 또 여기 와서 아줌마 귀찮게 하는거 보니까 실연 당했구나?
삼순 : 허? 아버지 칼이다!
아버지 : (병을 따 삼순의 술잔에 댄다)
삼순 : (얼른 술잔 들고) 히히 이러니까 꼭 나 열아홉살 때 같다
그때 아버지가 처음으로 술 가르쳐줬잖아 여기서 (아버지 잔에 술 따라준다)
아버지 : 이번엔 어떤 놈이야
삼순 : 어떤 놈? 음… 어떤 놈이냐면.. 왕싸가지에 지가 왕잔줄 아는 이기적인 바람둥이!
아버지 : 짜식 어쩌다가 그런놈을 좋아하게 됐어
삼순 : 내말이. 근데 아버지, 그 자식 어떻게 혼내주지?
아버지 : 혼내긴 뭘 혼내, 지 복 지가 찬거지, 세상에 우리 삼순이만한 색시감이 어딨다구
삼순 : (어이없다) 아버지. 내가 몇 년만 젊었어도 그 말에 홀딱 넘어갔다
그런데 지금은 아니지이, 나 서른이야 서른, 주제파악 다 끝났어
아버지 : 그럼 실연도 즐길 줄 알아야지 혼자 이게 뭐야
삼순 : 어? 우리 아버지 유식한 말 하시네?
아버지 : 술이나 마셔 임마 (술잔을 든다)
삼순 : (쨍 부딪히고 고개 살짝 돌리고 원샷) 캬~ 진짜 달다
(얼굴이 점점 일그러지면서) 달다 정말.. 너무 달다… 달다 (결국 왈칵 눈물이 쏟아진다)
아버지 : !…
삼순 : (고개 떨구고 울기 시작한다)
아버지 : …
삼순 : 미안해 아부지
아버지 : …삼순아
삼순 : (흐느끼며) 신경질 나 죽겠어.. 이젠 남자 때문에 울 일 없을줄 알았는데…
아버지 : …
삼순 : 아부지.. 서른이 되면 안그럴줄 알았어…
가슴 두근거릴 일도 없고, 전화 기다리면서 밤새울 일도 없고.. 그게 얼마나 힘든건데..
나 좋다는 남자 만나서 마음 안다치게… 그렇게 살고 싶었단 말야.. 근데 이게 뭐야… 끔찍해..
그렇게 겪고 또 누굴 좋아하는 내가 끔찍해 죽겠어.. 심장이 딱딱해졌으면 좋겠어 아부지
그렇게 흐느끼는 삼순
8회 끝
*출처 : 대본과시나리오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