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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게시판 스크랩 에치고 유자와(4/16~18)-한적한 여행
조영희 추천 0 조회 16 18.05.01 21:54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쉬고 싶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먼산을 보며 하루종일 그렇게 비스듬히 눕고 싶었다.

 번잡함을 떠나 마치 무인도에 표류한듯이 그렇게 작은 촌락에 머물고 싶었다.


전부터 눈여겨 보아두었던 에치고 유자와(後越湯澤)로 가볍게 떠났다.

아침 일찍 집을 나섰겄만 오전 10시 비행기, 넥스(NEX)로 도쿄, 신칸센으로 에치고유자와 도착,

료칸에 송영버스 요청, 체크인이 오후5시였으니 하루종일 걸린 셈이다.

도쿄 와이드패스가 대단히 유용.

따뜻한 수온이 온몸을 간지럽히며 부드럽게 녹혀준다.

비수기여서 거의 료칸 전체를 혼자 차지한 듯하다.

노천탕에 기대어 멀리 눈을 이고 있는 2천 미터급 고봉준령을 오랫동안 응시하였다. 이곳은 일본에서 가장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다.

물이 좋아 쌀과 사케가 유명한 지역으로 알려져있다.

아내와 겸상으로 가이세키(會席)요리를 받다.

아내의 노고에 작은 보답으로 조금 무리를 해서 차린 자리다.

아내도 기꺼워했다.

료칸의 정식명칭이 좀 길다.

이치보센리 온유야도 나카야(一望千里 御湯宿 中屋), 송영버스에는 그냥 나카야(中屋)라고만 표기되어 있다.

가격대비 음식의 질과 품격이 괜찮다.

종업원의 태도가 극진하다.

다음날 오전에 미리 예약해둔 시라가와주조(白川酒造)를 견학하고 시음도 했다.

우리나라에는 <미즈노고토시>(上善如水)라는 라벨로 널리 알려진 유명 사케회사.

완행열차로 나가오카(長岡)로 가서 현립미술관을 둘러보았다.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빼고는 특기할 작품은 없었고 때마침 월트디즈니 특별전이 개최중이었으나 상업성에 찌든 천박함이 싫어서 바로 나왔다.

건축물과 언덕을 연결하여 널찍하게 자리한 미술관의 주변 조형이 대단히 고즉하였다.

미술관 너머 작은 길을 경계로 <쌀백석 군상>이 기가 막힌 위치에서 도열해 있다.

유신초기 보신전쟁에서 패한 니가타(新渴)현이 중앙정부로 부터 모진 보복을 당할 때를 잊지 말자는 뜻도 있다.

나오는 길에 나가오카역에서 멀지않은 곳에 있는 야마모토 이소로쿠(山本五十六)원수 기념관을 둘러보았다.

미군기에 의해 격추된 비행기 날개도 있고, 그의 화려한 군력을 보여주는 여러 기록물도 있었다.

아쉬운건 진주만 공격의 주역으로, 태평양전쟁의 일본측 주요 가해자로서 반성의 흔적은 아무 곳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하긴 나가사키 평화공원에서도 일본은 피해자 측면만 부각하고 심지어 원폭 투하 미군조종사를 마치 범죄인 취급하듯 하였으니...

이박삼일의 여정이 아쉬웠는지 오는 날 비가 내렸다.

나카야(中屋)와 나란히 마주한 다카한(高半)료칸의 가와바타 야스나리(川端康成)집필실을 들렀다.

1930년대의 분위기를 제법 살려두면서 영화와 소설, 실제인물에 관한 신문 스크랩 등을 잘 전시해두었다.

천재의 고독성이 엿보이는 간극을 눈여겨 보았다.

돌아오는 비행기가 아주 시원치 않았다.

에어서울.

멋대로 화물 탁송료를 청구하고 비행시간도 엉망인채로. 결국 새벽 두시 넘어 집에 도착.

불쾌한 기억은 따로 포장하고 에치고 유자와의 한적한 여유로움만 간직해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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