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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대구시인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권영호
[영화,詩 그림을 만나다] 스타워즈(Star Wars,1977) | ||||||||||
감독:조지 루카스 출연:마크 해밀, 해리슨 포드, 캐리 피셔 러닝타임:121분
줄거리:아주 먼 옛날 은하계 저편. 고아로 성장한 루크 스카이워커(마크 해밀)는 삼촌 가족과 함께 혹성 타투이에 살고 있다. 한편, 평화롭던 은하계에 공화국이 무너지고 은하제국의 독재체제 하에 들어간다. 은하 제국의 압제에 신음하는 은하계에서 황제에게 저항하는 반란이 일어나고, 극비의 정보를 가진 레이아 공주(캐리 피셔)가 탈출을 시도하다가 체포된다. 탈출 직전 메시지를 담아 탈출시킨 로봇 C-3PO가 루크에게 발견되고, 그 메시지에 따라 제다이 기사 오비원 케노비(알렉 기네스)를 찾아간다.
모든 영웅의 성장에는 비밀이 있다.
태생의 의문, 아버지의 존재다. 아버지와 아들의 숙명적 고리를 잠복시켜 놓는다.
둘은 가장 가까우면서도 멀다. 그의 씨로 태어났지만, 그는 넘어야 할‘벽’이자, 처음 만나는 강력한 ‘적’이다. 천성적으로 화해와 갈등을 거듭하는 애증의 관계다.
대지의 여신 가이아의 아들이자 남편인 우라노스. 그는 아들들이 흉물스럽고 밉다며 가둬버린다. 가이아는 그를 없애도록 아들들을 설득하지만, 막내인 크로노스만 나선다. 크로노스는 거대한 낫으로 아버지의 남근(男根)을 잘라버린다. 남근을 바다에 던지자 거품을 일으키며 탄생한 것이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다.
여기서 남근은 부권 곧 남성적 상징물이다. 남근에서 태어나 남근을 부정하고, 다시 남근을 추앙하는 패러독스의 산물이 아버지와 아들이다.
조지 루카스의 걸작 SF영화‘스타워즈’시리즈는 아버지와 아들의 숙명적 관계가 멀고 먼 은하계에서 벌어지는 선과 악의 대전쟁 한복판에서도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강력한 포스의 다스 베이더. 그는 악의 화신으로 은하계를 장악하고 있다.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반역을 꿈꾸는 소수의 선한 세력의 중심, 새로운 희망이 바로 루크 스카이워커다.
조지 루카스는 애초에 6부작으로 염두하고 영화제작에 들어갔다. 그러나 당시 특수효과 기술 때문에 루크의 성장담이라고 할 ‘에피소드 4’를 먼저 만들 수밖에 없었다.
루크와 다스 베이더의 맞대결이 펼쳐지는‘에피소드 5-제국의 역습’(1980)에서 ‘스타워즈’ 시리즈를 관통하는 명대사가 나온다.
‘I'm your father!’
“내가 바로 너의 아버지다.”선과 악의 대척점에 선 둘이 뗄 수 없는 피로 맺어져 있다는 충격적인 반전이었다. 이 또한 선과 악의 이중성을 엿보게 하는 것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것은 광선검이다. 비록 레이저로 진화했지만, 검은 늘 가까운 적과 호흡과 땀을 나누며 대결하면 도구다. 원거리에서 부지불식 간에 죽고 죽이는 총과 다른 아우라를 가지고 있다. 지근(至近)에서 대치하는 아버지와 아들의 대결이 그렇다. 검은 베어낼 수 있는 무기다. 크로노스가 아버지의 남근을 자른 것도 검의 또 다른 형태인 낫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다스 베이더가 아들 루크의 팔을 잘라 숙명의 고리를 끊으려고 했던 것이나, 루크가 아버지를 베는 것도 바로 이 검이다.
그래픽디자이너인 박병철은 우주 은하계를 배경으로 광선검을 X자 형태로 배치했다. 신화를 거쳐 아주 먼 미래에도 여전할 아버지와 아들의 엇갈린 애증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시인이자 소설가인 우광훈은 시‘마이파더의 귀환’을 통해 개인사를 ‘스타워즈’에 투영시키고 있다. 그의 아버지는 바늘공장 제2생산라인 작업조장이었던 모양이다. 아들이라면 누구라도 그랬듯이 아버지의 무능에 치를 떨며 부정하고 싶었던 청소년기가 있었던 모양이다.
모든 아버지는 영웅이었다가, 어느 순간 나약한 한 남자로, 다시 측은한 대상으로, 또 다른 자아로 귀환하는 사이클을 그린다. 그것은 우주의 진리다.
마흔을 넘어, 시인은 이제 자신을 떠나 우주를 맴도는 아버지의 존재를 마음 속에 앉히려고 한다. 당신에 대한 부정은 세상에 대한 저항이었다고, 당신이 나약한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악했다고, 이제 내 속에 당신의 포스가 느껴지고 있다고, 이제 그만 우주 한가운데를 떠돌지 말고, 빨리 귀환하라고···. 김중기기자 filmtong@msnet.co.kr
마이 파더의 귀환
당신은 부산 당감동 바늘공장 제2생산라인 작업조장. 평생, 바늘만을 만드셨지요. 그렇게 바늘과 함께하는 당신의 인생이 왜 그리도 무능해보이던지, 내가 만약 어둠의 힘을 갖게 된다면 당신이란 존재부터 지워버리고 싶었어요. 그러던 내가 어느덧 아이를 낳고, 그 아이가 자라, 오늘 나의 존재를 부정하며 내 품을 떠났어요. 어쩜 그리도 나와 닮았는지. 나의 무기력함과 무능함에 치를 떨며 달아나는 그를 향해, 나는 너의 아버지다, 내가 너의 아버지다! 라고 간절하게 불러보았지만. 결코 돌아볼 줄 모르네요. 아니, 당신처럼, 우주 한가운데를 떠도네요. 난 이제 마흔이 넘었어요. 악의 가면이 나의 얼굴을 향해 성난 야수처럼 달려들고 있어요. 난 이제 알겠어요. 당신에 대한 나의 부정은, 세상에 대한 나의 저항. 당신은 나약하고 선해요. 세상이 악한 거죠. 당신의 실패한 인생을 자책하지 말아요. 당신의 뜨거운 피가 내 속에 머무는 한, 난 언제나 당신 편. 그래요. 느낌이 와요. 포스가 느껴져요. 우주가 우주와 이어져 있듯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이제 미소 지을 수 있어요. 도와줘요. 우주 한가운데를 떠도시는 마이 파더, 빨리 귀환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