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기회를 주다
형의 초등학교 시절 이야기이다.
형의 5학년 담임 선생님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형에게 웅변할 기회를 마련해 주셨는데, 그 시작은 학교 대표로 시민 회관에서 열린 웅변대회에 참여한 것이다.
그 결과는 보통 비참한 일이 아니었다.
형은 무대 위에 올라서서 "사랑하는 동포 여러분!"이라고 강하게 외쳤다.
하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자신을 지켜보는 수많은 청중과 마주치는 순간 너무나 긴장한 나머지 그 다음 대목이 떠오르지 않아 내려오고 만 것이다.
1년 후 그 선생님이 또다시 형에게 웅변대회에 참가하라고 권하셨다.
형은 기겁하면서 못하겠다고 사정했지만, 선생님은 막무가내였다.
형은 두 번째 웅변대회에 나갔고, 놀랍게도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형이 참가한 웅변대회는 '외국인이 우리말로 하는 웅변대회'였다.
한국인 아버지와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우리 삼 남매는 외모가 다분히 이국적이다.
외국인같이 생긴 형이 한국어로 유창하게 웅변을 하자 심사 위원들로부터 호평을 받은 것이다.
그 선생님은 형에게 또 다른 기회를 마련해 주시려고 각종 웅변대회에 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셨다.
그 선생님을 통해, 실패할 때마다 내게 다시 기회를 주고 싶어 하시는 주님의 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