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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신격호회장의 부인인 서모씨가 실질적인 소유주로 알려진 서울 서초구 내방동의 유기빌딩은 싯가 6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동주기자 doso7@akn.co.kr |
| 신격호 롯데 회장이 대그룹 총수의 위상과 걸맞지 않게 친인척들을 위장계열사에 포진시켜 수년간 계열사의 수익을 빼돌려 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신 회장의 친인척들이 대주주로 있는 비상장사들이 롯데그룹의 계열사들과 독점적 거래를 하면서 막대한 이익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신격호 회장의 이러한 족벌경영의 정점은 ‘유원실업’과 ‘유기개발’이다. 유원실업은 롯데쇼핑의 롯데시네마 사업부의 서울, 경기 수도권 지역 극장 내 매점사업에 대한 독점권을 획득, 운영해오고 있다.
국내 극장 사업에서 가장 큰 수익을 내는 곳이 영화 관람료 수익이 아니라 바로 팝콘이나 음료수를 파는 매점사업이다. 관람료 수익인 극장 평균 1인(1회기준)당 1000원 미만임에도 불구하고 매점수익은 1인당 1000~1200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원실업은 롯데시네마에서 알짜배기 사업을 맡았을 뿐만 아니라 가장 관객동원량이 많은 서울 경기 수도권을 독점하고 있는 큰 행운을 거머쥐고 있다.
특혜도 보통 특혜가 아니지만 유원실업의 외형적인 모습은 도저히 대기업이 운영하는 시네마 매점 사업부를 독점적으로 따올 능력이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이 회사의 자본금은 6억원에 불과하고 직원은 70여명에 불과한데 그것도 매점에서 일하는 일용직 직원이 대다수이다.
그럼에도 대기업 롯데와 독점사업권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은 신격호 회장과의 ‘인연(?)’이 크게 작용했다. 유원실업은 박성운 대표이사가 경영을 전담하고 있지만 실제 주인은 따로 있다.
바로 신격호 회장의 부인인 서모씨다. 신 회장은 일본인 아내가 있다. 서씨는 소위 신 회장의 ‘작은 부인’인 셈이다. 과거 이름을 날리던 영화배우며 미스롯데 출신이기도 한 서씨(예명 서승희)는 유원실업의 지분 60%를 소유하고 있고, 서 씨의 외동딸인 유미양이 나머지 지분인 40%를 보유해 사실상 두 모녀가 주인이다.
자본금 6억 원에 불과한 중소기업이 대기업의 사업권을 독점적으로 따낼 수 있었던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유원실업은 서초구 방배동에 위치한 2층짜리 건물에 입주해 있는데 이 빌딩 역시 등기부등본을 열람한 결과 서 씨의 빌딩으로 드러났다.
전화통화상에서는 직원들이 롯데시네마와 사업은 물론 대표이사가 누구인지에 대해서도 밝히기를 극히 꺼려하며 경계하는 눈치가 역력했다. 한 직원은 “우리가 어떤사업을 하는지 대표이사가 누구인지 밝힐 이유가 있느냐”고 반박하며 전화를 끊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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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내방동에 위치한 유원실업은 롯데 신격호회장의 부인 서모씨와 외동딸이 각각 60%와 40%의 지분을 보유 실질적인 주인으로 알려져 있다.윤동주기자 doso7@akn.co.kr |
| 직접 방배동 사무실을 찾아가 보니 현관에 ‘유원실업 202호’라는 우편함을 제외하고는 어떤 곳에서 회사 간판을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폐쇄적이었다. 2층 현관에도 간판을 떼어낸 자국이 선명했으며 중소기업에 걸맞지 않게 디지털 출입통제장치가 이중삼중으로 장착돼 있었다.
극장매점사업을 하는 기업과는 동떨어진 이미지였다. 수차례의 인터폰 대화를 통해 어렵게 박성운 대표를 만날 수 있었다. 빌딩 건물주이자 회사 오너인 서씨 모녀에 대한 질문에 대해 롯데전자 출신인 박 대표는 “저는 할 말이 없다”며 입을 다물었다. 부정도 긍정도 하지 못하는 묘한 대답뿐이었다. 다만 “기사화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심정을 비쳤다.
박 대표가 확인해준 사실은 “유원실업인 롯데시네마의 서울경기수도권 지역 매점사업을 독점하고 있다”는 것 뿐이었다.
이에 대해 롯데그룹 관계자도 반응은 같았다. 이 관계자는 “롯데의 계열사가 아니기 때문에 전혀 알고 있지 못한다”며 잘라 말했다.
하지만 유원실업은 롯데의 계열사인 롯데시네마의 매점사업권을 독점하고 있는데 대해 모른다는 것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유원실업은 지난 2003년부터 롯데시네마의 매점사업을 시작했는데 공교롭게도 서 씨가 사무실이 위치한 빌딩과 토지를 구매한 때와 일치한다는 것이다. 롯데시네마 매점 운영을 시작한 시점과 인접해 매매가 이루어진 셈이다. 토지 150여평과 건물 총면적 200여 평인 이곳은 주변 부동산중개소 등에 따르면 방배동에 위치해 있어 대략 시가 60억원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신격호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가 없다면 뚜렷한 직업이 없는 서 씨와 대학생에 불과한 딸이 거액을 들여 땅과 건물을 구매해, 그것도 대기업 매점사업을 독점적으로 수주할 수 있었을 까라는 의구심이 드는 대목이다.
올해 83년생인 서씨의 딸인 유미양은 유원실업이외에 유기개발에도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물론 모친인 서 씨도 마찬가지다. 유기개발은 롯데리아 몇 곳을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회사다. 이 역시 롯데와 독점적인 계약이다. 영등포 역사의 롯데리아도 유기개발이 직영하고 있다.
유기개발의 한 관계자는 "영등포역사의 롯데리아를 경영하는 것이 뭐가 문제냐"고 반문하면서 "더 이상 어떠한 것도 말해줄 수 없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사실 신격호 회장의 친인척을 위한 파행경영은 조족지혈에 불과하다. 신 회장의 장녀인 신영자 롯데쇼핑 부사장과 자녀들이 지분 대부분을 확보하고 있는 숨겨진 위장계열사가 여러 곳이 된다.
롯데시네마의 지방 매점사업권을 독점하고 있는 시네마 통상 역시 신영자 부사장을 비롯한 자녀들이 지분의 대부분을 확보하며 수백억원의 수익을 내고 있고, 호텔롯데가 운영하고 있는 모든 롯데면세점에 독점적으로 프레시, 엘리자베스 아덴, 에스케이투 등 고가 수입의 화장품을 공급하는 비엔에프통상도 신영자 부사장의 장남인 장모씨가 지분 대다수를 보유한 기업이다.
시민단체에선 “신격호 회장의 친인척 봐주기식 족벌경영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며 “기업의 위상에 걸맞게 하루빨리 구태의연한 파행경영을 종속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규성기자 bobos@akn.co.kr <ⓒ '오피니언 리더의 on-off 통합신문' 아시아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