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베르그 대성당에서 신궁전으로 가기 위해서는
좁은 오르막길을 올라가야 한다.
몇 발짝 움직였을까?
나의 시선은 왼편에 나있는 작은 문으로 향했다..
그 문을 통해 들어가고 싶었다..
그곳에선 작은 무대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아마 공연이 있을 모양이었다.
하지만 내 관심은
언제 어디서 있을지 모르는 그런 공연이 아니라
바로 저 위에 있는 작은 베란다..
멋진 설정 사진이 나올 수 있을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 로미오를 기다리는 줄리엣 설정 -
- 오지 않는 로미오를 직접 찾으러 내려가는 줄리엣 설정 -
언니도 나랑 똑같은 포즈로 사진찍고 찍어주고
둘이서 신나게 노는데
우리 옆에 계시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우릴 더 재미있는 눈빛으로 구경하신다..
다시 걸음을 재촉해서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도대체 어디가 어딘지 알 수가 없다.
지도를 갖고 있는것도 아니었고
저기 멀리 보이는 궁전(교회? 아직 모르겠음: 그냥 궁전이라 생각하고 쓰겠음)의
첨탑만 보고 찾아가는 것이었기에
한번에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처음부터 하지도 않았지만..
지나가는 사람들이라도 있음
붙잡고 물어보기라도 할텐데..
아랫마을에는 북적대던 사람들이
여긴 보이지도 않는다..
한참을 어리벙벙하게 헤매고 있는데
한 아주머니가 우리 가까이로 걸어오시는걸 발견.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서
겨우 보일랑 말랑 하는 궁전의 첨탑을 가리키자
우리가 이미 지나쳐온 골목길로 들어가라고 손짓으로 표시하셨다..
정말, 그 길을 따라 쭈욱 5분만 올라가니
궁전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보인다..
사실 입구로 들어가서 보는 궁전은 별 거 아니다.
지금껏 보아온 그 엄청난 궁전들과 성당과 교회의 감동이
아직 가슴속에 강하게 남아있는데
저 첨탑 두개에 감동받으랴??
- 여기서도 한 컷! -
앙~ 고작 이거 볼려구 여기까정
올라왔나..싶었는데
근데 그게 아니었다..
왼쪽 옆으로 난 작은 길을 따라 들어갔더니
밤베르그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렇게 이쁜 잔디밭과 분수도 있어요-
주변을 둘러보니 모두 노부부들이다..
손을 꼭 붙들고서 아래를 내려다 보며
무슨 얘기를 그리 다정스럽게 하시는지..
그러고 보니,
유럽이나 캐나다나 서양 여러나라를 다니면서
나이 지긋한 노부부들이 서로 손을 꼭 붙잡고
팔짱을 끼고서 함께 여행을 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나도 늙으면 내 남편이랑 저렇게 여행하고 싶어..
늙는건 싫지만
저런 모습 상상하는건 싫지 않네~~'
고속버스 한 대 대절해서
우루루 몰려다니고 춤추고 노래부르는 그런 시끌벅적하고 정신없는 관광말고
조용히 둘이서 지나온 시간을 함께 회상할 수 있는 그런 여행..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제 슬슬 배도 고파오고
다시 아래로 내려가기로 했다.
언니가 케밥을 사주겠다고 했다.
3유로 가까이 했는데
그 양은 정말 엄청났다..
허접한 기내식만으로 20시간을 버텨왔던 나로서는
갖가지 재료들이 엉성하게 들어있던 그 케밥만으로도
진수성찬이 부럽지 않았다..
다시 중앙 시장으로 갔다..
아까전의 그 활기찼던 분위기는 온데간데 없고
조용한 적막만이 흐른다..
이젠 뭐할까?
여행의 첫날, 오랜 비행으로 지칠법도 했지만
바이에른 티켓을 이대로 썩히기가 아까웠던 우리는
뉘른베르그에 가기로 결정!
바로 역으로 향해 걸어갔다.
다행히 밤베르그에서 뉘른베르그로 가는 열차가
곧 도착할 시간이었고
나는 플랫폼에 서서 뉘른베르그에 대한, 아니
그 유명하다는 소세지에 대한 정보를 얻고자
열심히 독일에 관한 책을 탐독하고 있었는데..
나의 긴 손가락의 잘못된 놀림으로
그만 책이 선로에 떨어지고 말았다.
절대 선로에 내려가선 안되는 것이었기에
우리는 역으로 돌아가서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역무원 아저씨들 두 분과 오전에 호텔찾는거 도와주던
친절한 여자에게 열심히 영어로 설명을 했으나
도저히 알아듣질 못하는듯 보여서
급기야는 그림을 그리기까지 하였다.
선로를 그리고 책을 그리고 '툭, 뚝' 갖가지 의성어를 섞어가면서
우리의 급박한 상황에 대해 설명을 했더니
드디어 알아들으시고 자기들끼리 큰소리로 웃는다.
덩치크신 배불둑이 아저씨
아주 경쾌한 발걸음으로 우리가 서있던 플랫폼으로 가시더니
'오, 마이 도이치'(책 표지에 '도이치'라고 적혀있었음)하고 외치시고는
책을 집어서 건네주셨다.
물론 우리의 기차는 이미 떠나고 난 후..
하지만 곧 또다른 기차가 올 것이었기에 우리는 기다리기로 했다.
언니는 잠시 막간을 이용해서
남친에게 전화하러 간다고 했고
난 역무원 아저씨들에게 오렌지 주스를 사드리러 수퍼마켓에 갔다.
카프리 선 3개를 사서 그 아저씨들과 아가씨에게 갔더니
또 무슨 문제가 생긴줄로 아시고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셨는데
내가 내민 카프리 선에 표정이 밝게 변하신다..
첫날부터 이곳 사람들과 좋은 기억 만든거 같아서 기분이 업됐다..
다시 언니에게 갔더니
언니는 아직까지 전화중..이었는데
그러다가 두번째 기차까지 놓쳐버렸다..
세번째 기차를 기다리기로 했다..
근데 이내 포기를 했다.
왜냐하면 바이에른 티켓으로 이용할 수 있는 기차의 종류는
RB 와 RE 두 개로 한정되어 있는데
다음 기차는 EC였기 때문이었다.
이미 늦은 시간이었고
설령 다음 기차를 타고 간다할지라도
뉘른베르그에서 밤베르그로 돌아오는 RE, RB기차 시간을
맞출 수가 없었기 때문에
아쉽지만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우리가 되돌아 나오는걸 보더니
역무원 아저씨께서 더욱 안타까워하신다..
근데 난 뉘른베르그에 못가서 아쉽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왜냐면 내 머리속엔 역무원 아저씨들이 웃는 모습만 한가득이었거든..
첫댓글 1등~ 언니가 건네준 카프리선...것두 이쁜동양여자가~역무원 아저씨들 ??잡았네요~^^* 위에 구름과 같이 찍은 사진 넘 이뻐요~언니도 구름두~
난 2등~~거긴 어딜 찍어도 예술인건가? 역무원 아저씨 횡재했는데!!이쁜 여자가 준 카프리선도 받고~~ 그아저씨 그날밤 잠을 못잤을 것이여..
'긴 손가락의 잘못된 놀림' ㅋㅋㅋㅋ 그 언니는 언제 등장해??? 넘 잼따~~~ 3편 원츄~!!
사진도 멋지고 역무원들과의 일화도 가슴이 따뜻하고 .. 독일 사람들 참 친절하지?^^
아저씨들 정말 인상 좋으셨어...게르만인은 덩치도 크고 목소리도 크지만, 그 덩치만큼 호탕하고 인심도 후하고..밤베르그 아저씨들 너무 좋았어.. 마린 언니, 긴 손가락의 잘못된 놀림..그 부분을 캐치하셨군요.호호..그 언니랑 찍은 사진은 하나도 없네..여행 초반에 헤어져서..피비 언니, 독일, 독일 사람, 독일 풍경 다
좋아요..다음에 유럽 또 가도 독일은 꼭 갈거에요..독일 러버가 되어버렸어..
독일,,,,,,좋은 추억과 사진 참 좋아 보이네욤^^
음, 좋아~ 기차를 못탔는데도 그다지 아쉽지가 않네. 그 아찌들하고의 추억이 좋기 때문일꺼야.. 저 위의 잔디밭 사진 출력했어. 울 회사 잔디밭에 연못을 저렇게 꾸미자고 사장님께 건의 예정.
어머..그럼 소년님 회사 가면 밤베르그를 느낄 수 있는건가? 기대되네요..잔디밭의 연못 다 꾸미면 사진 올려주세요... joo-joo님.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이었어요~~~
우아~~~ 언니 담편요. 담편 담편 담편 역무원 아저씨들이랑 사진이라고 한판박으시지~ ㅎㅎ
ㅎㅎ...이번편은 여러 사건이 많았네요~ ^^ 근데 그 바이에른 티켓이 먼지 난 아직도 이해가 안되요..-.-;;
왜 내가 찍은 사진보다가 남의 사진보면 내 사진들은 우중충 한건지...실력인가???....카메라의 성능문제인가???.....ㅜㅜ
줄리엣 같아욤^^ 밤베르그 정말 멋지네여... 전 독일 몇군데 안갔지만 좋은데 무지 많은거 같네여~~
미쳐 오빠, 원래 남의 떡이 더 커보이는거지..공감이님, 괜찮다 싶은 사진만 올려서 그런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