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월 13일 토요일
'포산모' 의 새해 첫 정기 산행일이다.대구에 있는 팔공산 갓바위에 올라 부처님전에 108배
절을 올리면서 시산제를 대신하고 신령재로 해서 동봉으로 한바퀴 돌아온다.
신새벽 어둠과 차가운 겨울바람을 가르며 포항발 동대구역이 종착지인 통일호 열차가 달린다.
"오늘도 저희 한국철도공사의 열차를 이용 해주신 승객여러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보다 안락한
여행을 위하여 승객여러분들을 정성껏 모실 것을 약속드립니다. 가시고자 하시는 목적지까지
즐거운여행이 되시길 바랍니다"라는 승무원의 안내 멘트가 방송된다.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코맹맹한 목소리를 시작으로 아스라한 추억의 기차 여행속으로 빠져들어간다.
'즐거운여행'이라는 말에다 굵은 밑줄을 그어 놓으면서 구름나그네의 추억여행이 시작되고 함께 따라
나선 초롱님의 웰빙식단의 보자기를 풀어 헤쳐 놓으면서 '즐거운여행'이란 말에다 '행복'이라는
아름다운색깔의 물감이 번지기 시작한다.
찹쌀을 한홉씩이나 넣어 지은밥에다 고소한 참기름을 바르고 깨를 섞어넣고 소금으로 밑간을 하여
쪼물락쪼물락 하더니 김에다 주먹밥을 만들어서 입안에 넣어 주는데 오물오물 입안에서 느껴지는
쫄깃쫄깃고소함의 맛은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내려가는 것이 아니고 농도짙은 마약의 환각으로 나의
말초신경까지 빠르게 최면을 걸어 놓으니 나의 마음은 이내 달뜨기 시작했다. 시쳇말로 뜬다.아니
공중부양이다. 함께한 다른분 모두도 나의 행복바이러스에 감염 되었는지 하나같이 즐거운 얼굴표정에
아름다운 추억의 이야기 속으로 깊이깊이 빠져들기 시작 하였다.
갓 삶아온 계란을 먹으면서는 세월을 많이 되돌려 놓아 초등학생의 소풍길이 되어 유년시절의 아름다운
기억들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기 시작한다.
어둠이 걷히고 산너머에서 해가 얼굴을 내밀면서 맑은미소로 여행객을 반갑게 맞이한다.
텅빈들녁에 낮은지붕의 굴뚝에서 한가롭게 피어 오르는 하얀연기 속에서는 소박한 농촌고향의
향수를 자극한다. 줄지어 늘어선 도시의 아파트숲들,고압의 전기를 보내는 높다란 철탑들,힘찬 공장들의
굴뚝,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리는 자동차의 행렬 까지도 아름다운 풍경이 되어 맑고 향기로운 그림으로
나의 추억의 앨범에 갈무리 되어진다.
동대구역에서 내려 401번 시내버스로 갈아 타고서 갓바위로 향한다.
일상이 아닌 낯선도시의 표정들이 호기심가득으로 여행의 기쁨을 배가 시킨다.
제법 기온은 내려 간 듯 한데도 바람 한점없이 고요하니 겨울날씨가 봄날씨로 착각하게 만든다.
갓바위 오름길 계단을 들어서자 마자 두꺼운 방한복들은 벗어들고 가벼운 몸짓으로 한계단 한계단
돌계단길 오른다.갓바위부처님전에는 벌써부터 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어 절을 올리고 염불을 외고 있었다.
무슨 소원들 그렇게 많길래 절하고 또 절하고 합니까?
무슨 기도가 그렇게 많길래 염불을 외고 또 외고 합니까?
가팔렀던 숨길 잠시 가라 앉히고 경건한 마음으로 향을 피우고 촛불을 밝혀 놓고 불상앞에
엎드려 절하면서 기도 한다. '포산모'카페에 손님들이 사방 팔방에서 구름떼 같이 모여들어 끝이
보이지 않게 해주십시오 하면서 크게 욕심을 부려본다.
그리고 또 내가정의 안녕과 행복도 빌고 함께 아내의 사랑도 살짝 끼워넣어 부처님께 백팔배 한다.
그냥가면 섭섭해서 안된다고 공양간에 가서 공양을 한다.
입은 단지 밥을 먹고 염불을 외는 데만 사용하라는 묵언(默言)의 말씀까지 덤으로 얻어 온다.
시락국 한사발과 콩자반 한쪽의 반찬이었지만 그맛은 어떤 고급레스트랑의 웰빙메뉴도 따라 오지못할
깔끔한 맛이었다.
고운햇살에 등이 따뜻하고 배까지 부르니 산길 내내 여유가 만만하다.
관봉에서 능선재까지의 완만한 오름과 내림도 더욱 산길을 여유롭게 만들어 놓는다.
토끼와 거북이가 같은 길을 가지만 길에 대해서는 빠른 토끼보다 느린 거북이가 할 이야기가
더 많다고 하지요 느리게 느리게 여유를 부리면서 걷는 산길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끝날 줄을
모른다. 인간은 누구나 길을 간다.
험난한 길을 선택한 사람은 길을 가면서 자신의 욕망을 비우는 일에 즐거움을 느끼고
평범한 길, 편안한 길을 선택한 사람들은 길을 가면서 자신의 욕망을 채우고보태는 일에
즐거움을 느낀다고 한다.
여러분들은 둘중에 어느 길을 선택 하려 합니까?
전자는 갈 수록 마음이 너그러워지고 후자는 갈 수록 마음이 옹졸해 진다고 합니다.
능선재에서 모여앉아 따끈따끈한 헤즐렛향의 커피를 나누어 마시며 서로의 가슴을 열고 서로의
향기에 곱게 곱게 취하면서 내안에는 너를 밝은쪽빛으로 들어 앉히고, 너안에 나는 아름다운 무지개로
뛰어 들고 싶어라 너와 나가 만나서 '나'가 아닌 그리고 '너'도 아닌 '우리'가 되는 아름다운 관계 이어라
아름다운 님들의 이름을 오래오래 부를수 있는 관계가 오래도록 이어지기를 바란다.
신령재로 이어지는 장엄한 산줄기의 능선길을 한발한발 더듬으면서 발아래로 대구 시가지가 한 눈에
들어오니 휘파람이라도 불며 걷고 싶은 충동까지 느끼면서 편안해진다.
신령재까지 제법 오랜시간 많이 걸오 온듯하다 배꼽시계가 걸음을 붙들어 놓는다.
양지바른곳에 둘레둘레 둘러 앉아 배낭을 풀어 헤친다.
라면을 끓여먹고 남은 국물에다 물을 좀더 붓고 동원참치를 한 캔 넣고, 햄을 총총 썰어넣고,
싱큼생큼한 김치를 듬성듬성 썰어넣으니 푸짐하고 껄죽하고 얼큰한 맛의 나그네표 부대찌개가 되어
뽀글뽀글 소리를 내면서 끓어 오르니 시각과 청각만 마비 시키는게 아니고 나의 오감 전부를 만족하게
만들면서 쾌감지수 100 이다.
뱃속은 이미 든든한데 부대찌개에다 수재비까지 빗어 던져 놓으니 수저를 놓을 생각을 않는다.
신령재에서 동봉까지의 오름길은 바위와 바위가 발걸음을 더디게 하고 능선은 날을 세운 칼날을
닮았다. 능선의 왼쪽과 오른쪽을 따뜻한 봄햇살과 매서운 바람의 추위로 극명하게 갈라 놓는다.
능선의 오른쪽 자락에 들어서는 볼따귀가 얼얼 해지면서 마음을 급하게 만들어 놓고 왼쪽자락에서는
따사로운 햇살이 졸음을 몰고 오기까지 한다.
동봉에서는 제법 찬바람이 우리들을 바쁘게 몰아 낸다 .
빠른 걸음으로 수태골로 내려서면서 '포산모'의 새해의 첫 정기산행이 마무리 되어진다.
돈을 주고 약은 살 수가 있지만 건강은 살 수 없다. 돈을 주고 보석은 살 수가 있어도 행복은
살 수가 없다. 오늘 나는 돈으로 절대로 살 수 없는 건강과 행복을 한웅큼씩 손안에 넣었다.
그리고 또하나 100억의 유산보다 더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어 놓으니 오늘 하루는 축복 이어라.
하루는 강물처럼 넉넉하였고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였다 그리고 오늘 함께한 사람 모두는
아름다웠다. 모두에게 감사를 드린다. 그리고 내가 믿는 신께도 감사를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