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교구 정의평화위원회의(6.8)에서 이동익 신부의 초고를 받아 최홍준 위원이 한밤중에 윤문작업한 내용을 9일 아침 서울 주교회의를 거쳐 11일 홍보실에서 발표하고, 12일 주일 교구 내 전 본당에서 신자들에게 알리게 될 메시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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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대주교 황우석 교수 연구 반대 표명
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정진석 대주교는 11일 성명서를 내고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일종의 살인과도 같은 인간배아파괴를 전제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명백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정 대주교는 성명서에서 “황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난치병 치료를 위한 목적이라고 하지만 이는 인간생명이 극도로 훼손된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라며 “가톨릭교회는 이에 명백히 반대하며 연구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정 대주교는 또 “교회가 황 교수 연구에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은 복제인간의 출현성이 한층 높아졌다는 것”이라며 “인간생명을 복제해 질병치료에 이용하는 것은 근본적으로 인간생명을 죽이는 행위이자 존엄성을 거스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정 대주교는 이어 “가톨릭교회는 난치병 환자의 고통을 결코 외면하는 것이 아니다”며 “줄기세포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면 윤리적으로나 임상적으로 문제가 없는 생체줄기세포 연구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이번 주 주말 미사를 통해 신자들에게 정 대주교 성명서를 배포하고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해 ‘명백히 반대한다’는 입장을 알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2005/06/11(토)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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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12일 서울대교구 강론자료>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반 생명 행위이며,
성체줄기세포로써 이를 대신할 수 있습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최근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연구 결과 발표에 대해 언론의 분별없고 지나친 반응과 특히 일부 신자들까지도 열광의 분위기에 합류하는 것 같아 이에 대한 가톨릭교회의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자 합니다.
황우석 교수의 배아줄기세포연구는 난치병 환자들의 치료를 위한 세포치료제인 줄기세포를 확보하기 위한 연구로서, 이를 위해 인간 배아, 즉 아기가 되는 부분을 복제해서 치료적으로 활용하겠다는 의도를 갖는 연구입니다.
황우석 교수의 난치병 치료를 위한다는 이 연구에 대해 수많은 국민이 난치병 극복과 ‘경제강국’이라는 기대에 한껏 부풀어 있지만, 이러한 기대보다는 오히려 인간 생명의 존엄성이 엄청나게 훼손된다는 점에서 이것은 실로 심각한 문제입니다.
이러한 연구에 대하여 가톨릭교회는 명백한 반대의 입장을 표명하며, 인간배아복제와 파괴를 수반하는 연구의 즉각적인 중단을 촉구하는 바입니다.
황우석교수의 이번 연구는 인간 생명체인 배아를 인위적으로 복제하여 파괴하는 반생명적 행위를 수반하고 있습니다. 인간배아를 복제한다는 것은 실험실에서 인간의 생명을 인위적으로 조작하여 생산해 낸다는 의미로서, 이는 부부의 사랑으로 임신되는 ‘인간생명으로서의 수정란’과 동일한 인간 생명체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이러한 방법으로 이미 1997년에 이 세상에 태어난 동물인 ‘복제양 돌리’를 기억하실 줄 압니다. 황우석교수의 연구는 복제양 돌리가 만들어진 방법과 동일한 방법으로 인간배아를 만들고, 그것을 활용해서 배아줄기세포를 생산해내는 것입니다.
비록 복제된 배아라 할지라도 이는 분명 인간 생명이며, 따라서 인간배아에 대한 실험이나 조작, 파괴는 인간 존엄성을 심각하게 짓밟는 행위입니다. 그러므로 복제된 인간배아를 활용해서 치료제를 만들고, 의약품을 만드는 일이 마치 그 자체로 난치병을 치료하기 위한 숭고한 일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명백히 일종의 살인과도 같이, 인간 배아의 파괴를 전제로 하는 행위이기 때문에 윤리적으로 결코 허용될 수 없습니다.
또 한편으로, 교회가 이번 연구에 대해 심각하게 염려하는 것은 복제인간의 출현 가능성이 한층 더 높아졌다는 점입니다. 황우석 교수는 인간복제를 원하지도 않고, 또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다고 말하지만, 이 연구는 또 다른 과학자들에 의해 계승되어 끝내 복제인간을 출현시키고 말 것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성공했다고 하는 줄기세포의 추출은 그 직전 단계에서 여성의 자궁에 착상되어 복제인간으로 출산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오히려 난치병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의 성공적인 분화보다도 기술적으로 훨씬 더 용이하다는 것이 다른 동물들의 복제를 통해서 이미 잘 드러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양과 염소, 고양이, 원숭이가 이와 같은 방법으로 복제되어 세상에 태어났고, 앞으로도 계속 태어날 것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온전한 인간생명인 배아를 복제하여 질병 치료에 이용하는 것은 결국 한 인간을 위한 수단으로 다른 인간을 이용하는 행위입니다. 그러니 근본적으로는 인간생명을 죽이는 행위이자 인간의 존엄성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행위가 분명합니다.
의학과 생명과학의 목적은 생명을 보호하고 지키고 살리는 일입니다. 비록 실험실에서 복제된 인간배아라 하더라도 이는 분명 한 인간 생명으로 결정된 주체이며, 그 주체는 인간 개체로서 자신의 생명에 대한 권리를 가집니다. 그러므로 인간배아를 연구나 실험용으로 활용하는 행위는 인간의 존엄성을 극도로 모욕하고, 인간생명을 파괴하는 비도덕적 행위로 규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가톨릭교회는 난치병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의 아픔을 결코 외면하지 않습니다. 배아줄기세포연구를 반대한다고 해서 환자들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다만 한 생명을 치료하고자 또 다른 생명을 제삼자의 인위적인 개입으로 희생시키는 방법에는 절대로 동의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다만 구태여 배아줄기세포가 아니더라도 이를 대신할 수 있는 성체줄기세포가 있다는 사실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성체줄기세포’는 성인의 골수나 혈액 등에서 근육, 뼈, 간 등 구체적 장기 세포로 분화되기 직전의 원시세포를 말합니다. 다시 말씀드려서 이는 사람의 혈액이나 지방, 골수 혹은 탯줄 혈액, 태반조직 등 사람의 몸에서 추출해낼 수 있는 줄기세포입니다. 성체줄기세포는 사람의 생명을 죽이면서까지 추출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윤리적으로도 논란이 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배아줄기세포에서 아직까지도 해결해내고 있지 못하는 안전성 측면에서도 아주 탁월합니다. 성체줄기세포의 효능은 이미 임상적으로도 확실히 증명되고 있습니다. 줄기세포 치료가 임상적으로 성공하여 뇌졸중 환자를 정상적으로 걷게 하고, 15년간 휠체어를 타고 있던 척수환자가 일어서게 되었으며, 괴사 상태에 있던 당뇨병 환자의 발이 정상으로 되살아나고 있다는 등의 계속되는 언론 보도는 모두 성체줄기세포치료의 임상 성공사례라는 것을 말해주며, 그 효능을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 치료방법이 임상에 적용된 예는 아직까지 세계적으로 단 한 건도 없으며, 앞으로도 언제 임상적으로 가능할지도 여전히 의문입니다. 많은 생명과학자들이 줄기세포가 인류의 건강과 생명에 기여하기 때문에 계속 연구, 활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우리 가톨릭교회는 윤리적으로나 임상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성체줄기세포가 당연히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두 가지 모두를 연구하면 그만큼 난치병 극복의 길이 가까울 수 있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분별해야 할 것은 아무리 좋은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그 목적을 위해 수단이 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로마 3,8 참조), 따라서 인간생명을 파괴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받아들일 수 없는 것입니다.
친애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생명과학 분야에 대한 우리 가톨릭교회의 관심은 지대합니다. 왜냐하면 생명과학의 올바른 발전이 인간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할 수도 있고, 동시에 인간의 삶을 위협하고 파멸로 이끌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인간배아를 단순한 세포덩이로 여긴다거나 눈에 보이지도 않는 미미한 존재로 여기면서 파괴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우리 사회에 죽음의 문화를 급속도로 확산시킬 것입니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 결과에 열광하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냉철한 이성을 되찾아 생명을 존중하고, 생명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사회로 거듭나기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