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전에는 북악산 아래가 명당이고 지금은 용산이 수관재물이다.
디지털타임스, 박은희 기자, 2022. 05. 11
김현회 풍수전문가가 본 용산 대통령실. 명나라 풍수고전에 '산은 인물관리, 물은 재물 관장'
바위 없는 남산, 병풍처럼 용산지역의 바람 막아줘. '남산의 용맥' 용산 차지한 집단이 한반도 좌지우지
"고려·조선시대는 적을 방어하기 위해 산을 위주로 사신사(四神砂)를 형성한 장풍국(藏風局) 지형이 우세했지만, 지금은 소통하고 경제적으로 부유할 수 있는 큰 물이 있는 용산으로 대통령 집무실을 이전한 게 바람직하다."
5월 11일 이른 아침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만난 풍수지리 전문가 김현회 한국열린사이버대 부동산금융자산학과 교수(57)는 "청와대가 산이 중심이 됐다면 용산은 물이 중심이 되는 곳"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명나라 서선계·서선술 형제가 저술한 풍수 고전에 나오는 '산은 인물을 관리하고 물은 재물을 관장한다'는 의미의 '산관인정 수관재물'(山管人丁 水管財物)을 언급했다.
김 교수는 "21세기는 물의 시대로 풍수지리에서 물은 재물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며 "물을 얻으면 경제적으로 부유하게 된다"고 용산의 입지적 장점을 짚었다. 야외극장 용 앞마당에서 보이는 남산을 가리키며 그는 "저기서 용맥이 내려오면서 용산을 형성하는데, 물이 용산을 감싸준다"고 설명했다. "남산 왼쪽에 보이는 청와대 뒤 북악산과 거기에 붙은 북한산은 암석이 굉장히 많은 산이다. 돌이 있으면 초목이 자랄 수 없어 명당을 만들지 못한다. 남산의 두 봉우리는 초록색으로 깨끗하게 덮여 있다. 말의 등 같아 올라타 앉아 있어도 편안한 정도의 산이라는 것이다." 북한산의 용맥은 보현봉을 지나 북악산, 인왕산, 남산에 이르러 일맥이 횡룡하며 용산의 녹사평을 지나 용산군사기지내 둔지산(65m)을 만든다. 여기에서 주산은 남산(262m)이며 움푹 들어간 혈의 바로 뒤에 있는 작은 봉우리인 현무봉은 둔지산으로 다소 낮은 곳이다. 다시 일맥은 한강으로, 일맥은 삼각지 쪽으로 나눠서 진행한다.
조선시대의 용산은 현재의 용산성당(용산구 도원동과 마포구 도화동 사이)과 용마루고개, 만리재 일대를 뜻했으나 지금은 둔지산 아래를 용산이라 부른다. 남산에 내려온 용맥은 용산에 이르러 탈살돼 완전한 흙으로 변하고 남산을 기준으로 면배(面背)가 확실하게 구분돼 용산은 앞쪽으로 면에 해당한다. 바위가 없는 남산은 병풍처럼 용산 지역의 바람을 막아주고 있다. 용산은 한강이 유정하게 감싸주는 수태극(水太極) 형태다. 한강이 큰 물이어서 다소 불리한 부분도 있지만, 강에 있는 밤섬과 노들섬이 배가 물 위에 떠 있는 형상으로 유속과 풍속을 단속해 유연하게 흐르게 한다. 유속이 머무는 곳은 재물이 머무는 곳으로 풍수적으로 유리한 곳이다.
김 교수는 "용산의 역사를 보면 고려 말 몽골군이 병참기지로 활용했고 임진왜란 때는 일본군이 주둔했다"며 "임오군란 시 청나라가,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이, 해방 후 주한미군이 주둔했다"고 말했다. 이어 "역사에서 보듯이 용산은 군사적 요충지면서 재물과 물자가 모이는 지점"이라며 "용산을 차지한 집단이 한반도를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의 새 집무실이 마련된 국방부 청사의 풍수를 설명하기 위해 김 교수는 남산서울타워 인근으로 자리를 옮겨 터에 대한 얘기를 이어갔다. 그는 "국방부 청사를 보면 물이 안산과 인왕산에 발원해 서울역, 삼각지, 이촌2동을 지나 한강으로 합수한다"며 "물은 재물로서 혈처를 감싸안아주는 것이 좋으나 삼각지에서 약간 꺾인 탓에 이곳 청사에서 무정하게 옆으로 빠져나간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런 점에서 한 가지 불리한 점이 있지만, 한강이라는 큰물이 있어 좋은 기운이 더 세다"며 새 대통령 집무실 터의 장점을 하나하나 짚었다. "주산이 아름답고 전형적인 평지의 터로 용이 결혈로 보아 말락처(末落處)에 속한다. 자연적인 남향으로 배산임수를 취하고 있다. 큰 국(局)으로 볼 때 물이 풍부하고 한강이 감싸주는 큰 궁수의 터이다. 명당이 넓고 좋아 글로벌로 향한다. 주산에서 둔지산을 지나 이곳으로 이루는 용맥이 살아있다. 국가의 재물이 번창할 수 있는 곳이며 용산가족공원 등이 소통의 공간이 된다."
김 교수는 "풍수지리가 활발했던 고려시대에는 용산이 길지가 아니라고 했다"며 "당시 배산임수와 사신사가 잘 돼있어 북악산 아래가 안정적이고 전쟁에 유리해 이궁 터로는 남경이 가장 좋은 곳이라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대에 따라 환경이 변하듯 입지도 변한다"며 "1000년 전의 풍수지리와 지금은 풍수지리는 같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대적 풍수지리로 보면 북악산 아래보다는 넓고 한강이 감싸주는 용산을 택할 것"이라며 "세계열강들이 서로 차지하려는 것은 용산이 바로 요지며 좋은 땅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아울러 "청사 뒤에 큰 산이 없어 배산의 문제가 있다고 하나 넓은 지역의 바람은 오히려 장풍이 돼 바람을 순화하고 풍속을 느리게 해 온화한 바람을 만들어준다"고 덧붙였다. 대통령이 관저로 사용할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에 대해서는 "풍수적으로 지기(地氣)가 살아 있어 재운이 좋고 명예도 좋은 곳"이라고 말했다. "보통 강북에서의 길지는 성북구 성북동과 종로구 평창동, 용산구 한남동을 말한다. 한남동은 남산이 주산이며 매봉산(173m)이 현무봉으로, 산의 용맥이 손상이 없고 한강이 마주하는 곳이다. 산은 명예, 물은 재물로 관저로서는 최고의 길지라고 할 수 있다."
김 교수는 "결론적으로 용산은 사통팔달이 열린 공간"이라며 "워싱턴DC의 백악관처럼 대통령과 산책 나온 시민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고 국운이 발전하는 천재일우의 기회가 온 것"이라고 했다.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은 풍수지리에 대해 '믿을 필요는 없지만 돈을 가져다준다는 건 알고 있다'고 했고, 빌 클린턴 전 대통령도 백악관 집무실을 풍수지리에 맞춰 개조해 사용했다. 풍수지리가 좋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이다. 바람이 부는 방향이 아닌 바람이 불어서 밀어주는 방향으로 뛴다면 얼마나 편안하게 뛸 수 있다. 큰 자연과 하나 돼 자연에 순응하며 이용하고, 국가와 도시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국운이 상승하고 국민이 행복해지는 삶이 이뤄질 것이다.
박은희기자 ehpark@dt.co.krㆍ사진=박동욱기자의 기사 내용을 정리하여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