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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및 자동차 선진국에서는 디젤 엔진을 미래의 동력원으로 띄우고 있는데 국내는 영 딴판이다. 높아만 가는 경유값 때문에 디젤차의 판매량은 뚝 떨어지고 있다. 디젤차의 매력은 싼 기름값에만 있는 것일까?
[1] 경유값 어디까지 오를 것인가?
2008년 5월 현재 국내 휘발유값은 L당 1,870원이고 경유는 1,840원으로 3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연료비는 주유소별로
차이가 있음). 당초 정부는 환경오염을 들먹이며 2004년부터 3년에 걸쳐 경유값을 휘발유값의 85%로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당시 경유값은 휘발유값의 70% 정도였다. 그러나 올해 들어 국제 경유값이 휘발유값에 비해 2배 가까이 급등하면서 현재 국내
경유값은 휘발유값의 95% 정도에 이르고 있다.
세금을 200원 정도 덜 내는 경유값이 휘발유와 비슷하게 된 이유는 국제 경유값 상승과 이에 편승해 폭리를 취하는 정유사 때
문이다. 국제 경유값은 중국 등 신흥 개발국가들의 수요증가로 인해 지난 3월 기준으로 배럴당 135달러를 넘어설 정도로 고공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정유사들이 싱가포르 현물 거래가를 기준으로 국내 경유값을 결정하기 때문에 덩달아 국내 경유값도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오르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경유에 붙는 세금을 인상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휘발유보다 경유값이 높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휘발유보다
경유값이 비싼 나라는 세계적으로도 미국과 영국 등 몇몇 나라에 불과하다. 이들 나라는 정부 정책에 따라 오래 전부터 경유값
이 더 비싸게 책정되어 왔다.
[2] 경유값이 비싼 지금 시점에서도 디젤차는 경제적인가
디젤차와 휘발유차의 가격 차이에 따라서 경제적일 수도, 아닐 수도 있다. 현대 쏘나타 휘발유 모델(F24)을 2,495만 원에 산 경
우와 디젤 모델(N20 VGT)을 2,464만 원에 산 경우라면 당연히 연비가 뛰어난 디젤 모델이 경제적이다.
그러나 같은 배기량인 2.0L 휘발유 엔진을 얹은 쏘나타를 1,793만 원에 산다면 상황이 조금 다르다.
두 차의 값 차이는 671만 원이나 된다. 휘발유 모델의 연비가 12.8km/L이고 디젤 모델의 연비는 17.1km/L(수동기어)이다.
2008년 5월 휘발유와 경유의 시장 가격은 각각 1,870원과 1,840원으로 1년 2만km를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휘발유 모델의 유류
비는 292만1,875원이고 디젤 모델의 유류비는 215만2,047원이다.
기름값만 놓고 본다면 쏘나타 디젤 오너가 휘발유 오너보다 연간 76만9,828원을 절약한다.
따라서 9년 이상을 타야만 차값 차이를 극복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어디까지나 기름값만을 기준으로 삼은 것이기에 주행거리와 소모품값, 정비단가, 세금, 보험료 등에 따라서 그 차이가 늘
거나 줄어들 수 있다.
앞서 테스트에서처럼 푸조 307SW의 경우는 디젤 모델과 휘발유 모델의 값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디젤 모델을 3년 정도 타
면 비싼 차값이 빠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가격 차이에 따라 디젤차의 경제성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대 쏘나타 디젤>
[3] 왜 디젤차는 휘발유차보다 비싼가
디젤 엔진은 압축착화방식으로 연소하기 때문에 압축비가 높아 실린더 압력이 걸리는 부품은 휘발유 엔진의 부품보다 훨씬 강
성이 높아야 한다.
실린더 개스킷은 물론이고 피스톤, 컨넥팅 로드 등도 마찬가지다. 늘어나는 무게로 인해 스타터와 발전기, 배터리 용량도 키워
야 하고 섀시도 보강해야 한다.
또, 소음과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별도의 추가장비들을 달아야 하기 때문에 휘발유차보다 비쌀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차이는 디젤차의 수요가 점점 늘어나면서 줄어들 전망이다.
[4] 현재 디젤차와 휘발유차의 판매비중은?
건교부에 신규 등록된 승용차를 분석한 결과 디젤차 비중은 지난 2004년 35%에서 지난해는 24%까지 감소했다.
이는 전통적으로 디젤 엔진을 사용해온 RV를 포함한 수치이며, 디젤 세단의 비중은 전체 세단 시장의 3% 정도에 그치고 있다.
[5] 디젤차의 소모품이 비싼 이유
일반적으로 디젤차의 소모품이 휘발유차보다 비싸다. 예를 들어 GM대우 토스카 휘발유 엔진의 순정오일 6L의 값은 1만8,000
원 정도지만 같은 양의 디젤 엔진 오일값은 2만5,000원이다.
오일필터도 각각 2,750원과 8,470원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이유는 디젤 엔진이 보다 가혹한 환경에서 움직이기 때문이다.
즉 디젤 엔진은 압축비가 높아 더 큰 힘을 받게 되고 이를 버티기 위해 무겁고 강한 재료를 써야 한다. 아직까지 국내 수요가 휘
발유차에 치우쳐 있는 것도 디젤차의 높은 소모품값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고 있다.
[6] 경유와 휘발유에 붙는 세금은 다른가?
다르다. 국내 석유제품에 붙는 세금은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교육세, 주행세, 부가세 등 5가지나 되고, 이 중 경유와
휘발유에는 개별소비세를 제외한 4가지가 부과된다. 2008년 개정된 세율 기준으로 살펴보면 교육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의
15%, 주행세는 교통에너지환경세의 27%, 부가세는 세전가격+세금합계의 10%를 낸다. 여기서 알 수 있듯이 교통에너지환경
세에 따라서 전체 부과되는 세금이 경유와 휘발유가 달라진다.
현재 경유의 교통에너지환경세는 L당 335원, 휘발유의 교통에너지환경세는 472원이다. 따라서 제품 자체로 보면 휘발유에 붙
는 세금이 더 많다.
[7] 디젤차와 휘발유차에 붙는 세금도 다른가?
새차를 살 경우 5%(2,000cc 이상은 10%)의 특별소비세, 특별소비세의 30%에 해당하는 교육세, 부가가치세(10%)를 내야 하
고 새차 및 중고차를 등록할 때 취득세(취득가액의 2%), 등록세(취득가액의 5%)를 낸다. 또한 지방자치단체별로 조금씩 다른
채권구입비용이 별도로 들어간다. 이러한 세금은 경차를 제외하고 디젤차와 휘발유차 모두에게 부과되는 것이다.
다만 차를 유지하면서 들어가는 세금이 조금 다른데 같은 배기량이라도 매년 내는 자동차세는 같지만 환경부담금(오래될수록
더 높아진다)이 디젤차에 부과되기 때문에 실제로 차를 유지하면서 내는 세금 부담은 디젤차 오너가 더 많다.
[8] 디젤차는 환경오염의 주범인가? 친환경차인가?
화물차가 급가속할 때 내뿜는 시커먼 매연 때문에 디젤차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낙인찍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특히 지구온난화의 주된 요인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에서는 디젤 엔진이 휘발유 엔진보다
훨씬 유리하다.
또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필터를 사용해 매연을 크게 줄였다. 질소산화물 배출 문제도 엔진 부품의 전자화로 연소를 제어하고
배출가스에 별도의 화학처리를 더하는 방법으로 해결하고 있다. 최근에 등장한 디젤 엔진은 동급의 휘발유차와 비슷한 수준까
지 질소산화물 배출을 줄였다. 나아가 전문가들은 디젤 엔진의 연비효율이 더 좋기 때문에 같은 거리를 이동할 때 뿜는 대기오
염물질의 양에서 디젤차가 유리하다고 말한다.
<푸조 307 HDi>
[9] 유럽인은 왜 디젤차를 선호하는가?
유럽에서 디젤차의 인기는 휘발유차를 능가한다. 유럽 전체 시장에서 디젤차가 차지하는 비율이 50%를 넘어섰고 벨기에
(74%)를 비롯한 북유럽 국가들의 디젤차 선호도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심지어 그동안 디젤차에 부정적이었던 영국 소비자
들조차도 최근에는 새차를 살 때 45% 이상이 디젤차를 선택하고 있다.
이들이 디젤차를 좋아하는 이유는 의외로 간단하다. 넉넉한 토크와 뛰어난 연비, 친환경성, 싼 연료비 때문이다.
동급 모델을 비교할 때 디젤차는 휘발유차보다 약 20~30% 낮은 연료를 소비한다.
적은 화석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배출가스도 적고 연료비도 줄일 수 있다. 그동안 디젤 엔진의 문제점으로 지적받아 왔던 소
음과 진동이 개선된 것도 하나의 이유다.
[10] 디젤차가 시끄러운 이유
디젤차가 휘발유차보다 시끄럽고 진동이 심한 이유는 엔진의 점화방식 차이 때문이다.
디젤 엔진은 휘발유 엔진처럼 불꽃을 이용해 폭발하는 것이 아니라 실린더 내의 압력에 의해서 스스로 연료가 발화되어 폭발
되므로 휘발유 엔진보다 훨씬 높은 압축압력과 폭발 압력을 지닌다.
보통 디젤 엔진의 압축비는 휘발유 엔진의 1.7배에서 2배 정도 된다. 또 디젤 엔진의 왕복운동 부품들이 휘발유 엔진 부품보다
무겁기 때문에 더 큰 진동을 만든다.
<벤츠 V6 2.8L 디젤엔진>
[11] 디젤차는 과연 힘이 좋은가?
어떤 기준을 두고 말하느냐에 따라서 다르다. 흔히 엔진의 센 정도를 말할 때 그 기준으로 최고출력과 최대토크를 내세우는데,
출력은 휘발유 엔진, 토크는 디젤 엔진이 높은 것이 보통이다.
최고출력은 엔진이 낼 수 있는 최고동력을 말하는 것으로 1마력(PS)은 1초에 75kg의 물체를 1m 끌어올리는 힘을 말한다.
예전에는 운전에 꼭 필요한 부속장치만 달고 테스트한 그로스 출력(Gross power)을 사용했지만, 최근에는 자동차에 필요한
모든 부품을 달고 테스트한 네트 출력(Net power)을 쓰고 있다.
토크는 어떤 물체를 회전시킬 때 필요한 힘을 말한다. 엔진의 힘으로 바퀴를 굴리는 데 직접적으로 관여하기 때문에 보다 현실
적이다.
따라서 순간 가속에는 토크가 더 큰 영향을 미치므로, 토크가 높은 디젤차가 힘이 좋다고 느끼기 쉽다.
여기서 한 가지 알아두어야 할 점은 마력과 토크가 항상 고정된 값을 보이는 것이 아니라 엔진회전수에 따라서 다양한 값으로
표현된다는 것이다.
즉, 엔진회전수가 높아짐에 따라 마력과 토크가 커지다가 일정 부분을 지나면 다시 작아지는 것이 보통이다.
저회전에서의 토크는 디젤 엔진이 앞서지만, 고회전으로 갈수록 출력 면에서 휘발유 엔진에 밀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12] 승용 디젤이란 정확히 무엇인가?
승용 디젤이란 말은 출처가 분명하지 않다. 다만 물건을 많이 싣고 다니는 화물차는 조용함보다는 토크에 더 큰 비중을 두게 되
고 이와 반대로 승용차에 얹히는 디젤 엔진은 부드럽고 조용한 움직임이 요구되기 때문에 이를 구분지어 부르는 것으로 보인
다.
직분사 방식의 커먼레일 디젤 엔진이 상용화되면서 디젤차의 성능에 큰 변화를 맞았기 때문에 커먼레일 디젤 엔진을 승용 디
젤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현재 승용차 및 SUV에 얹히는 디젤 엔진은 대부분 커먼레일과 VGT(가변 지오메트리 터보)를 달고 있다.
<벤츠 A200 CDI에 달리는 VGT>
[13] WGT와 VGT는 무슨 뜻인가?
도로 위를 달리는 디젤차를 살펴보면 WGT, VGT라는 글자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런 글자들은 높은 출력을 얻기 위해 실
린더 내로 들어가는 공기를 압축시키는 터빈 구조를 나타내는 것들이다.
WGT는 웨이스트 게이트 터보차저(Waste Gate Turbocharger)의 약자로 부스트 압력을 형성하기 시작하는 엔진 rpm을 낮은
쪽으로 옮기고 높은 회전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압력을 웨이스트 게이트를 달아 빼내 터빈을 보호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일정 수준 이하의 엔진 회전에서 엔진 과급효과를 얻을 수 없는 것이 단점이다.
VGT(Variable Geometry Turbocharger)는 WGT의 단점을 극복한 것으로 고정식 터보와 달리 터빈 휠을 돌리는 배기가스의
양과 속도를 전자식으로 조절하는 장치가 달려 있다.
즉, 낮은 회전에서는 터빈 하우징 입구를 조여 유체의 속도에너지를 높여 터빈 휠의 회전력을 키우고 높은 회전에서는 입구를
넓혀 부스트압을 제어하는 방식이다.
VGT는 크게 슬라이딩 노즐을 다는 방법과 터빈 휠 부근에 여러 개의 날개를 달아 제어하는 방식으로 나뉘며 모두 터보랙을 줄
이고 출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14] 수입 디젤차에 넣는 기름은 다르다?
기본적으로 세탄가가 높은 것을 고품질 디젤이라고 한다. 세탄가란 디젤의 점화성을 나타내는 것으로 세탄의 점화 성능을 100
으로 하고 점화 성능이 나쁜 알파 메틸 나프탈렌을 0으로 잡는다.
세탄가를 높이면 점화지연을 줄여 디젤 엔진 내 연소를 균등하게 할 수 있고 급격한 압력상승을 막아 소음과 진동을 줄일 수 있
다. 그러나 세탄가가 너무 높게 되면 조기착화로 연소가 불안정해지는 단점이 있다.
국내 일반 경유의 세탄가는 45 이상으로 규격화되어 있지만 고급 디젤유는 58 이상의 세탄가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고급 디젤
유는 수입차에만 특화된 제품은 아니고 자동차 엔진 설계 당시 어떤 세탄가에 최적화되었는지를 알아 알맞은 기름을 넣으면
된다.
[15] 디젤 엔진에 휘발유를 넣는다면?
디젤 엔진은 휘발유 엔진과 달리 자기착화 현상으로 연료를 태워 동력을 얻는다. 만약에 디젤 엔진에 휘발유를 넣는다면 분사
노즐을 통해 압축이 완료되기 전 휘발유가 실린더 내로 분사될 것이다.
그러나 발화점이 디젤보다 낮은 휘발유의 특성상 너무 많은 압축이 되기 때문에 화염이 생기기 전에 모두 산화되어 탄소가루
가 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로 인해 실화나 역화가 발생하기도 한다. 아주 적은 양이라면 크게 문제되지 않겠지만 일정 비율
이상 휘발유가 디젤 엔진으로 들어간다면 엔진을 작동시키지 않고 연료를 교체하는 것이 좋다.
특히 커먼레일 부품을 사용한 디젤 엔진이라면 더욱 조심해야 한다.
[16] 디젤차만의 운전법이 따로 있나?
기술발전으로 예전보다는 덜하지만 자기착화되는 디젤 엔진의 특성 때문에 휘발유차를 몰던 방식 그대로 디젤차를 움직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즉, 디젤차는 휘발유차와 달리 실린더의 온도가 600℃를 넘어야 자기착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키를 꽂은 뒤 시동 직전 중간단
계에서 2~3초 기다려 주는 것이 좋다. 이를 무시할 경우 매연이 심해지고 엔진에 무리가 간다.
또 운행 시작 5분 내의 급가속과 주행 후 바로 시동을 끄는 것은 터보에 무리를 줄 수 있으므로 삼가야 한다.
<아우디 TT TDI 콰트로>
[17] 디젤차와 스포츠카의 궁합
얼마 전까지 디젤 엔진의 특성상 고회전이 어렵기 때문에 스포츠카와 어울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로 높은 회전에서도 부드럽게 움직이는 디젤 엔진이 개발되고 있어 앞으로는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는
클린 디젤 엔진을 얹는 스포츠카가 늘어날 전망이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비록 양산 모델은 아니지만 2005년 비전 SLK 320 CDI
트라이 터보 컨셉트카를 선보인 바 있고 미쓰비시도 2008년 북미국제모터쇼에 디젤 엔진을 얹은 컨셉트 RA를 출품했다.
모터스포츠에서의 활약도 눈부신데 아우디와 푸조는 르망 24시간 레이스에 디젤 엔진을 사용한 머신을 출전시켜 빛나는 성적
을 올리고 있다. 현재 양산되고 있는 디젤 스포츠카로는 아우디 TT 2.0 TDI와 푸조 쿠페 HDi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