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과 비평]공포의 제왕 'TV와 소설' 동시 평정

[송혜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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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제왕 'TV와 소설' 동시 평정

 스티븐 킹 '킹덤병원' 최고 시청률ㆍ베스트셀러 상위 올라

세탁물 영수증을 출간해도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를것이라는 미국의 인기 작가 스티븐 킹이 새로운 실험을시작했다. 지난 3일(현지시간)부터 TV 미니시리즈 '킹덤 병원(Kingdom Hospital)'을 총괄 제작하면서 주인공인 여의사 일리노어 드루즈의 시점으로 집필한 '일리노어 드루즈의 일기(The Journals of Eleanor Druse)'를 출간한 것이다.

그는 '스탠드(The Stand)'등 자신의 작품을 드라마대본으로 옮기며 카메오로 출연하는 등 영상 매체에 높은 관심을 보여왔지만 TV 시리즈 제작과 동시에 소설을출간한 것은 처음이다.

90년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TV 시리즈ㆍ영화인 '킹덤'을 리메이크한 이 작품에서 킹은 '호러의 제왕'답게 자신의 색깔을 덧붙인 새로운 작품을 창조해 냈다는 평을 얻어냈다.

'킹덤 병원'은 킹이 소설 배경으로 즐겨 삼는 메인 지역, 60년대에 설립된 킹덤 병원에서 벌어지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다루고 있다. 미국 공중파 방송인 ABC를 통해 3일 방영된 첫회분은 지난 5년간 ABC 드라마 첫 방영분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다.

또 극중 인물 일리노어 드루즈의 이름으로 출간된 소설은 12일(한국시간) 현재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하드커버 소설 부문 22위를 차지하고 있다. 영상시대에 소설 독자와 TV 시청자를 동시에 사로잡는 일에성공한 것이다.

킹은 자신의 팬들에게 보내는 e-메일 뉴스레터에서 ' '킹덤 병원'은 TV를 위한 소설화'라며 '(TV 시리즈는)소설처럼 시간을 덜 들이면서도 많은 즐거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킹은 에드가 앨런 포로부터 시작된 미국 고딕 소설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대중적으로도 엄청난 성공을 거둔 작가. 그러나 자신의성취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는 도전을 하는 인물로꼽힌다.

이문환 기자(lazyfair@heraldm.com)
2004.03.13

문화비평 : '이상문학상' 이대로 좋은가

감탄사로 남발…누구 위한 賞인가

2004년 03월 11일   하상일 문학평론가

▲ © yes24

최근 들어 우리의 문학상 제도는 수상을 둘러싼 추문만을 계속해서 양산하고 있는 실정이다.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과정은 한낱 선언일 뿐 실제로는 수상작의 작품성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조차 찾아볼 수 없고, 타문학상과의 변별성은 더욱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각 문학상마다의 고유한 특성은 실종된 채 연례행사처럼 횟수를 늘리거나 수상작품집의 대중성 확보에 열을 올리는 것이 지금 당면한 문학상 제도의 현실이다. '이상문학상'의 경우는 이러한 문제점을 가장 농후하게 드러내고 있다. '요절한 천재 작가 이상이 남긴 문학적 업적을 기리'겠다는 문학상 본래의 취지가 퇴색된 지는 이미 오래됐고, 수상작품집의 출간이 '문학사상사'의 경제적 버팀목이 되고 있다고 스스로 밝힐 만큼 상업적 이해관계와도 아주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대포장 하기에 급급한 심사평

문학상에 대한 제도적 차원의 문제제기에 앞서 무엇보다도 수상작이 지닌 문학적 가치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가 구체화될 필요가 있다. 심사평으로 발표되는 수상작에 대한 과도한 찬사는 오히려 작품의 본질을 더욱 추상화시킴으로써 독자들의 주체적 감상을 가로막고 있다. 올해 '이상문학상' 역시 이러한 심사관행을 거의 탈피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결국 수상작에 대한 절대적 상찬과 문학사적 권위를 부여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과적인 홍보가 될 수 있다는 출판사의 마케팅전략을 충분히 고려한 것이 아닐까.

수상작인 김훈의 '화장'은 '火葬/化粧'의 상징성에서 충분히 드러나듯이, 죽음/생명, 늙음/젊음, 질병/건강, 무거움/가벼움 등 양가적 가치의 긴장 속을 살고 있는 한 중년남자의 일상을 서사화하고 있다. 특히 죽어 가는 아내의 몸과 젊은 여인의 몸에 대한 섬세한 감각적 인식은 단순한 대비를 넘어서는 몸에 대한 실존적 성찰을 담아내고 있어 주목된다. 또한 이러한 성찰의 과정이 평범한 일상의 한 가운데에서 비롯된다는 점은 그 동안 우리 소설이 지나치게 관념적인 주제 설정에 압도돼 있었음을 반성하게 한다. 아내의 죽음을 앞둔 중년 남자의 일상이란 대개 헌신적으로 살아온 아내에 대한 회한과 가족에 대한 근본적 성찰로 기울어지게 마련인데, 오히려 이를 위반하는 내면의 정직성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도 오늘날 남성들의 일상에 내재돼 있는 아이러니를 발견하기에 충분하다. 이런 점에서 올해의 수상작 '화장'은 '여성의 정체성 찾기'라는 화두에 깊이 침잠해 있는 우리 소설의 변화에 견인차 역할을 하는 의미 있는 시도로 받아들여진다.

독자들의 주체적 독법 가로막는 찬사들

그런데 이 작품이 '이상문학상'에 선정되면서부터는 김훈의 소설이라는 개별적 차원에 머무르지 않고 독자들에게 새로운 담론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우선 '한국문학의 쾌거', '이상문학상이 발굴한 또 하나의 소중한 문학적 성과' 등의 과도한 레토릭과 '경이로운 발견', '놀라운 깨달음'과 같은 감탄사의 남발 그리고 '형이상학과 형이하학을 이토록 처절하고 절실하게 버무려 승화할 수 있을까'라는 지극히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심사평을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어디까지나 문학상은 그 해에 나온 여러 작품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가치 있는 작품에 주어지기 마련이고, 이는 심사위원의 문학관과 직결되는 주관성의 한계를 지니고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한국문학의 기념비적인 작품'이 수상작으로 결정되고 있으니 우리 소설의 미래는 밝다 못해 눈부실 지경이 아닌가. 또한 이러한 심사위원들의 촌평은 작품 내적 분석을 통해 수상작의 우수성이 검증되기를 기대하는 독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독자들의 주체적 독법마저 가로막는 선험적 강요로 작용하기 십상이다. 따라서 독자들은 문학상 수상작 혹은 작품집에 절대적 신뢰를 보내게 되고, 이는 문학상 자체보다는 수상작품집의 성공여부가 더욱 중요한 관건이 되는 본말전도의 현실을 초래한다.

최소한의 성실성 결여된 관행 타파해야

'이상문학상작품집'과 독자의 관계는 아주 특별하다. 많은 독자들이 1회부터 지금까지 작품집을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특별한 기쁨을 누린다고 생각할 만큼 문학적 권위와 대중성을 동시에 거머쥔 독특한 아우라를 지니고 있다. 올해 작품집만 하더라도 구효서, 하성란 등 이미 상당한 독자층을 확보하고 있는 작가에서부터 박민규와 같이 주목받는 신예작가에 이르기까지 대중적 스펙트럼은 상당히 넓다. 물론 이들의 작품이 지금 우리 소설계의 성취를 가늠할 만한 빼어난 수작들이라면 이를 한 곳에 모아놓은 작품집의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한 해에 발표되는 한정된 작품수에 비해 우수작으로 넘쳐나는 각종 문학상작품집을 볼 때마다 우스갯소리로 '모든 작품의 문학상화'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문학상의 권위와 작가들의 대중성을 등에 업은 작품집 발간은 출판사로서는 '손 안대고 코푸는' 격이 되는 것이다.

김훈은 이미 대단한 문장가로 정평이 나 있고, '칼의 노래'로 傳記의 소설화가 지닌 서사의 단순성을 뛰어 넘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고 평가받았다. 최근에는 '현의 노래'까지 출간함으로써 그의 소설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조금씩 선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 '화장'은 그가 처음으로 쓴 중단편이다. 그럼에도 '이상문학상'이 주어졌다는 사실은 예사롭지 않다. 물론 첫 작품이라는 사실 자체가 문학상 수상에 걸림돌이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김훈의 명성이 없었더라면 이러한 결과는 결코 가능하지 않았을 것이다.

분명 '화장'은 여러 면에서 장점이 많은 작품이지만, 그에 대한 문학적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서둘러 문학상을 주는 이유만큼은 어딘가 석연찮다. 결국 언론인으로서, 문장가로서 그가 쌓아온 명성이 오히려 그의 소설을 압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상문학상'은 이러한 의문을 풀어주는 최소한의 성실성조차 결여하고 있다. 언제나 그랬듯이 '소설의 한계를 뛰어넘은 통합적 감동을 자아내는 대작'이라는 수사적 위용만이 비평의 자리를 대신하고 있을 뿐이기 때문이다.

©2004 Kyosu.net Updated: 2004-03-10 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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