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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활성화와 문화도시 김해
-김해문화의전당을 중심으로-
-목 차-
1. 들어가며
2. 한국의 문화도시
3. 해외문화도시사례
4. 문화도시김해와 김해문화의전당
5. 나오며
1. 들어가며
한국에서 문화도시는 국민의 문화적 욕구상승과 맞물려 2000년부터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국책사업인 광주의 “문화중심도시조성사업”을 비롯해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문화도시를 주요비전으로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문화도시라는 목표는 명확하지만 그 전략이나 방법론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여 대규모 문화시설이나 소모적인 이벤트성 행사에 집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다시말해 소프트웨어나 콘텐츠보다는 하드웨어나 축제에 집중하고 있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한국의 현실에 적합한 문화도시를 건설하기 위해서는 유럽식의 물리적 문화환경 조성의 사례를 넘어 지역의 특수성이 반영된 도시문화콘텐츠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글은 문화도시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과 전략을 개론의 수준에서 제시해 볼 것이다. 국내외 우수사례를 점검해보고 문화도시 김해와 김해문화의전당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이 방대한 주제를 일천한 경험과 지식으로 결론을 내린다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이며 논의의 장이라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본다.
2. 한국의 문화도시
앞서 언급했듯이 한국에서 문화도시 논의는 1995년부터 시작해 2000부터 본격화된다. 하지만 문화도시의 개념을 유럽과 같이 풍부한 문화자원과 문화환경을 갖추고 있는 도시로 규정하면서 관련 하드웨어를 갖추는 일에 정책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이러한 정책적 한계에 대한 최근 많은 반성적 성찰이 이루어지면서 문화도시의 개념에 대한 새로운 정립이 요구되었다. 최근의 문화도시는 “도시인이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문화 콘텐츠가 풍부한 도시”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면서 문화 환경에 대한 접근 보다는 문화콘텐츠 즉,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으로 옮아가고 있다. 지자체마다 과도할 정도로 축제에 열성을 쏟는 것도, 지역의 역사문화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는 것도 모두 이러한 변화에서 촉발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에서 문화도시의 성공사례들은 유럽의 문화도시와는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많은 사례들이 있지만 통영, 파주, 부산을 예로 들 수 있다. 이 모두는 풍부한 문화적 환경이라는 역사적 자산을 기반으로 한 것들이 아니라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도시의 브랜드 가치를 높인 사례들이다. 통영은 국제적인 현대음악가 윤이상의 고향이라는 시간적 가치를 음악제로 훌륭하게 흡수하였고, 파주 헤이리는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다양한 문화장르가 한 공간에서 소통할 수 있는 공간적 연대를 이뤄냈다. 뿐 만 아니라 부산은 영화라는 새로운 문화를 이식하여 도시의 부가가치를 급속하게 증대시키는데 성공한 도시이다.
통영, 파주, 부산의 경우처럼 한국에서 문화도시는 문화콘텐츠의 발굴 혹은 이식으로 새로운 도시이미지를 만든 경우가 많다. 파리나 런던처럼 도시의 시간적 역사를 온전하게 간직하는 것만으로도 문화도시로 성장하는 유럽의 경우와는 뚜렷한 차이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루브르와 오르세, 런던네셔널뮤지엄의 향기만으로도 충분한 문화적 가치를 발산하는 이 도시들과 한국의 문화도시는 그 태생적인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화도시를 이야기 할 때 루브르나 오르세와 같은 문화적 환경을 갖추는 일이 우선시 된다면 이는 커다란 정책적 실패를 가져오게 된다.
이러한 이유는 한국의 도시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로 문화토양과 도시문화콘텐츠가 파괴되어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짧은 근대의 역사로인해 도시는 획일화되고 수도권에 모든 것이 집중되는 현상을 야기했다. 한국에서 문화도시논의는 바로 이러한 역사적환경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되어야한다. 문화적 맥락(Context)과 토양에서 자연스럽게 도시문화콘텐츠가 개발되는 유럽의 경우를 따르다 는 것은 너무 많은 시간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국에서 문화도시는 도시문화콘텐츠가 문화동력으로 작용하여 새로운 문화토양을 만들어가는 역발상이 요구된다. 이는 현실적으로 파주 헤이리 아트벨리나 부산의 국제영화제의 예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3. 해외의 문화도시
한국에서 문화도시는 도시문화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도록 문화가치를 발굴하거나 새롭게 이식하는 데서 시작해야한다. 이러한 문화적 가치를 시간․공간과 결합하는 방식을 모색하여 도시문화콘텐츠를 동력화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와 도시계획을 융합하고, 경쟁력 있는 IT산업과 연계하거나 문화를 통한 교육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한국적 현실에 접목할 수 있는 해외의 사례들은 얼마든지 많다.
구마모토
일본 큐슈 지방의 도시 쿠마모토는 1988년부터 ‘구마모토 아트폴리스’라는 건축문화 사업을 통해 건축문화와 조경환경을 통한 도시의 환경변화를 성공적으로 조화시킨 도시이다. 주변 환경과 어울리는 건축물 건축과 리모델링을 통해 구마모토를 세계적건축문화의 도시로 성장시켰다. 거리조성, 지역정비 및 활성화 사업, 전람회와 심포지엄 등 문화적 이벤트와 출판과 여행을 접목한 기획으로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개발하였다.
구마모토 경찰서 구마모토 현립 미술관 분관
나라오경찰서 나가스파출소 현영 제1단지(집합주택 1호)
시라가와강 경관정비 꽃밭공원 화장실
빌바오
스페인의 문화도시 빌바오는 전통 산업분야인 철강, 조선, 화학이 쇠락하여 도시의 성장동력을 잃은 상태에서 바스크 정부가 문화정책을 개발하고 구겐하임 빌바오 미술관이 들어서면서 새로운 문화도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일반적으로 빌바오 구겐하임의 명성에 가려 이를 문화콘텐츠로 활용하려는 다양한 노력들은 알려져 있지 않다. 세계적인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O. Gehry)의 건축 뿐 아니라 문화접근대중화 프로그램, 시민 센터 네트워크, 각종 축제 및 페스티발개최, 빌바오 재개발 계획 등 도시계획이 이를 튼튼하게 뒷받침 해주었기에 건립 1년 만에 130만명의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었다.
빌바오는 문화정책을 통해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확보하였고, 민간기업과 공공기관의 공조에 모범적인 사례로 기억할 만하다. 시(市)의 상징물이 될 만한 미술관 건립으로 다른 문화산업에 커다란 파급효과를 낳았으며 이는 문화산업이 근대적 산업을 대체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가장 극명한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글래스고
글래스고는 세계적 수준의 산업도시였으나 1960년대 경기가 침체되면서 고용이 하락
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면서 문화와 예술을 통한 도시 재건 프로그램이 이루어지기 시작했다. 문화 중심 거리를 조성하고, 그 유명한 ‘Glasgow's Miles better' 캠페인을 추진하여 도시가 보유하고 있는 예술, 문화유산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이용해야함을 강조하였다. 가든 페스티벌, 메이페스트와 같은 대형 페스티벌을 개최하여 1990년에는 유럽의 문화수도로 선정되었다.
글래스고는 마케팅 도구로서의 문화의 가능성을 가장 적극적으로 보여준 사례이며 유럽 문화도시 선정과 더불어 각종 축제와 이벤트로 관광객을 유치하여 글래스고 중심 산업을 문화․예술 산업으로 전환시켰다. 예술의 경제적 중요성을 산술적으로 계산하여 문화 관광 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였지만 도시 마케팅을 지나치게 강조함으로써 문화를 경제적 수단으로만 이용하였을 뿐 뚜렷한 통합정책은 없기 때문에 장기적인 비전이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글래스고는 문화마케팅이 도시이미지를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를 실천적으로 보여주었으며 문화적으로 도시를 재건하는 유용한 정보를 축적하고 있는 도시로 기억될 것이다.
< 뷰렐 컬렉션 미술관 >
< 글래스고 가든 페스티벌 >
4. 문화도시 김해와 김해문화의전당
김해문화의전당은 그 운영여부에 따라 특색없는 지역문예회관이 될 수도 있고 스페인의 빌바오 미술관처럼 도시의 브랜드가치를 상승시키는 문화기관이 될 수도 있다. 이제까지의 여타 문예회관이 밟아온 전철을 따르게 된다면 김해문화의전당은 그 가치를 상실하게 되면서 점차 시민의 기억 속에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새로운 사유를 받아들일 수 있다면 문화도시 김해로 가는 오솔길을 만들어 갈수도 있다.
앞서 강조 했지만 문화도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도시의 문화적가치를 발굴하거나 새로운 가치를 이식하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곳에서 문화콘텐츠들이 확장할 수 있는 토양이 만들어 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직 김해에서는 문화적 가치의 발굴과 이식이 아직 많이 시도되지 못했다. 그런 면에서 김해는 이 두 가지 시도가 모두 가능한 도시로 충분한 문화적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김해문화의전당이 가지는 책임과 역할은 매우 크다. 단순히 공연과 전시 등 문화적 행위가 일어나는 공간개념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전당이 가지고 있는 사회적 역할을 과소평가 하는 것이다.
김해문화의전당은 문화도시 김해로 가기위한 전위부대가 될 수 있으며 지역문화와 타 문화를 연결하는 허브기능을 담당 할 수도 있다. 많은 기능이 있을 수 있지만 문화도시 김해와 관련하여 전당의 역할을 예술사업기획, 지역문화 활성화, 문화예술교육, 예술행정이라는 개념으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예술사업기획
김해문화의전당은 뮤지컬 “미스사이공”, “우모자”, “지하철1호선”, “노트르담드파리” 등을 유치하였고, 특히 미스사이공은 20,436명이 관람하여 전국적인 주목을 받기도 하였다. 또한 방금 DVD로 시청한 노트르담드파리 한국어버전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선보인 것은 김해의 문화적 역량을 유감없이 발휘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뿐 만 아니라 “뉴저지필하모니오케스트라”, 연극“로미오와 줄리엣”, 무용 “강수진과 친구들”, “상트페테르부르크 아이스발레” 등의 공연들은 시민들의 커다란 사랑을 받은 대표적인 공연들이다.
가야문화는 인도라는 훌륭한 문화적 토대를 가지고 있다. 최근 중국과 더불어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새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는 나라가 인도이다. 전당 윤슬미술관에서는 지난해 인도의 민화를 재조명하는 전시를 기획하였는데 보다 적극적으로 인도를 김해와 접목하는 시도를 해나갈 생각이다. 가야문화는 김해의 문화적인 콘텐츠를 확장할 수 있는 보고寶庫이다. 김해문화의전당은 이를 활용한 문화산업의 가능성을 보다 깊이 있게 연구해 나갈 것이다.
김해문화의전당에서는 매년 김해문화의 뿌리를 찾기 위한 기획전을 열어오고 있다. 김해를 빛낸 예술가 시리즈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단순히 김해출신의 예술인을 발굴하는데 그치지 않고 그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김해출신의 만화가 코주부 김용환의 전시가 개최될 예정인데 김용환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가치는 생각보다 크다. 한국만화의 1세대 작가가 김해출신이라는 점은 만화라는 대중적 장르를 도시브랜드로 이용할 수 있는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이상 못지않은 파괴력을 가지고 있는 김용환은 이제까지 발견한 지역출신 예술인 중에 가장 많은 확장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존재이다.
이러한 다양한 예술사업들을 통해 김해시민의 문화의식이 높아짐 물론이며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줄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예술활동을 통해 도시의 문화적 가치를 이식시킬 수 있는 여러 가능성들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준다는 점이다. 대중적인 취향에만 기대어 인기있는 사업만 한다면 장르편중문제와 새로운 가능성에 대한 실험은 불가능한 일이 되어버린다. 다양한 장르의 공연들을 통해 새로운 문화를 접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김해에 가장 어울리는 예술사업기획의 방향을 잡아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신속한 예술정보를 상시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 지역문예회관의 가장 큰 맹점은 바로 예술정보취득의 취약성에 있다. 노틀담드파리 공연을 한국에서 초연할 수 있었던 것은 빠른 정보취득으로 가능한 일이었다.
지역문화
문화도시 김해의 초석은 지역문화활성화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역문예회관의 가장 중요한 기능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역문화활성화를 지역문화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으로 한정하는 것은 곤란하다. 미스사이공이, 혹은 노틀담드파리가 김해지역문화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았다는 생각은 편협한 지역주의이다. 지역문화를 보다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문화에 대한 유연한 사고가 무엇보다 필요하다. 지역 정서와 마찰하다 결국 행사장으로 전락해 버린 많은 문예회관들은 이를 잘 증명해 주고 있다.
지역문화에 대한 조건없는 우선주의는 세계화라는 시대적 흐름을 거스르는 행위이며 반면 지역의 문화수준이 낮다고 해서 이를 폄화하거나 타 지역의 높은 문화만이 우월하다는 생각은 또 다른 문화사대주의다. 올바른 지역주의(Locality)는 글로벌리즘과 로컬리즘 사이에서 적절한 길을 창조하는 균형감각일 수 있다. 지역의 특수성이 올바로 구현되면서 국제적인 경쟁력을 가지는 것만이 획일화 되어가는 문화에 대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역문화는 자생력이 생길 때까지 보호하고 육성해야 하지만 새로운 문화와의 만남과 경쟁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만남과 교류 속에서 문화는 ‘우월’이 아니라 서로의 ‘차이’를 발견하고 성장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교육
최근 문화예술교육은 그 중요성이 점차 강조되고 있다. IQ보다는 EQ가 중요하게 되고 논리 못지않게 감성을 중요시하는 교육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전당에서도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가동되고 있다. 공공기관으로는 문화예술위원회와 김해문화의전당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어린이 미술교육인 “발자국 소리가 큰 아이들”을 비롯해 음악, 미술, 연극, 무용 등 다양한 장르의 수준높은 문화예술교육이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문화예술교육을 통해 올해에도 1500명이 넘는 수강생들을 배출할 계획이다.
유명 예술인들을 초청해 청소년을 상대로 무료특강을 진행하고 광주비엔날레나 유명 미술관을 직접 찾아가는 아트투어와 같은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 프로그램 뿐 아니라 매달 회원들을 초청해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열거나 모든 전시에 도슨트를 두어 관람객에게 전시설명을 하고 야외공간을 이용해 설치 조각전을 열어 일상적인 공간에서 미적인 체험을 유도하고 있다. 전당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화예술행위가 어쩌면 교육적 측면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화예술교육의 중요성은 문화가 삶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는 시대적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삶이 심미화되는 경향들은 이제 우리 일상의 주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차를 고를 때 기능보다는 디자인에 관심이 집중되고 건물을 지을 때도 활용면적이 줄어도 아름답게 짓기 위해 노력한다. 예쁜 아파트가 잘 팔리고 자신의 외모가 경쟁력이 되는 세상이다. 이제 문화는 취미활동이나 여가의 수준을 넘어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심미적인 안목을 키우는 일은 여가를 즐기는 여유가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기본적인 소양이 되어가고 있다. 당연히 심미적인 안목은 미적체험에서 성장할 수 있다. 많은 공연을 보고 전시를 보는 것은 감동과 즐거움을 줄 뿐 아니라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도 함께 제공한다. 문화가 가지는 가치를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게 될 때 문화도시 김해는 더욱 가까워 질 수 있다.
예술행정
올해 김해문화의전당 재정자립도는 40%정도이다. 60%는 시보조금이고 나머지는 전당수입으로 충당되었다. 문예기관 중에 높은 자립도를 보이고 있는 세종문화회관이 27% 정도임을 감안하면 김해문화의전당은 높은 편에 속한다. 사실 문화로 돈을 만드는 일은 아직까지 매우 힘든 일이다. 개관을 준비하는 시기부터 김해에 적절한 마케팅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고민해 왔다. 거점마케팅, 타겟마케팅, 지역마케팅 등 다양한 기법들이 동원되었고 적절한 홍보수단을 찾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문예회관의 많은 오해중의 하나는 지나치게 재정자립도에 얽매이는 태도에서 발생되는 경우가 많다. 연간 관람객이 200만이 넘는 세계적인 미술관인 영국의 테이트 뮤지엄도 80%정도의 재정을 기부로 해결한다. 자체수입은 10%미만이다. 빌바오 구겐하임도 사정은 비슷하다. 하지만 이들 문화기관들은 경제적인 수치로 환산할 수없는 많은 이익을 도시에 안겨다 주고 있다.
대다수 지자체들이 운영부담 때문에 사업예산을 축소하지만 이는 수백억을 들여서 만든 하드웨어를 1-20억의 사업예산이 아까워 행사장으로 전락시키는 또 다른 예산낭비를 하고 있는 셈이다. 기획예산이 없다보니 대관으로 운영되고, 공연의 질이 떨어지면서 관객에게 외면받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 김해문화의전당도 이러한 기로에 서있다. 경남최고의 문예기관으로 자리매김하느냐 혹은 학예발표회장으로 전락하느냐는 전당직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김해시와 지역예술인 그리고 시민의 문화에 대한 열정이 더 중요한 시점이다.
이제 예술행정도 좀 더 먼 미래를 내다봐야한다. 흔히 예술행정에서 고전처럼 이야기 하는 팔 길이 법칙(arm’s length principle), 즉, 지원은 하되 간섭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민의 세금을 합리적으로 사용하고 그 책임을 나누는 것은 행정의 중요한 임무이지만 행정이 경직된 곳에 예술이 설자리는 없다. 예술은 자율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5. 나오며
문화도시 김해, 그러나 문화도시를 표방하지 않는 도시는 없다. 그렇다고 모든 도시가 문화도시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앞서도 이야기 했지만 김해는 아직 가능성의 도시이다. 문화적 가치를 발굴하거나 새롭게 이식 할 수 있는 많은 가능성이 열려있다. 건축으로 문화적 브랜드를 만들어낸 구마모토, 미술관으로 연간 100만이 넘는 관광객을 끌어들인 빌바오, 철저한 문화마케팅으로 유럽의 문화수도로 등극한 글래스고는 김해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제 문화도시 김해논의는 김해의 문화적 가치가 무엇인가 하는 구체적인 논의에서 출발해야한다. 미술관을 많이 짓고 문예회관이 많아진다고 해서 문화도시가 될 수 없다. 이러한 하드웨어에 들어갈 콘텐츠가 무엇인지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시급한 일이다. “도시문화콘텐츠가 문화동력으로 작용하여 새로운 문화토양”을 만들어가는 역발상. 문화도시 김해로 가기위한 가장 중요한 아젠다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