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9:13-29
찬송가 425장 ‘주님의 뜻을 이루소서’
신명기에 기록된 모세의 설교는 하나님의 구원사역과 이스라엘의 불순종을 대비해서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는 자만이 약속된 복을 누릴 수 있음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에 살펴본 바와 같이 이스라엘이 정직하거나 공의로워서 하나님께서 그들을 애굽에서 구원해주시고, 약속의 땅 가나안으로 인도하신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일방적인 선택과 은혜로 말미암음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은혜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하나님을 거역했습니다. 오죽하면 하나님께서 오늘 본문 13절에서 ‘내가 이 백성을 보았노라 보라 이는 목이 곧은 백성이니라‘ 라고 말씀하셨겠습니까!
하나님은 이스라엘을 ‘이 백성’이라고 칭하십니다. 바로 앞서 12절에서는 이스라엘을 ‘네 백성’, 즉 하나님의 백성이 아니라 ‘모세의 백성’이라고 칭하셨다는 점에서 하나님의 진노가 표출되고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모세의 백성을 향해 목이 곧은 백성이라고 칭하십니다. 개역개정에서 ‘목이 곧다’로 해석된 히브리어 ‘크쉐 오레프’(참고: 출 33:5) 표현은 ‘멍에를 지지 않으려고 거부하고 버티는 황소의 모습’을 나타냅니다. 즉 ‘고집이 세다’는 의미입니다. 새번역과 공동번역에서는 ‘고집이 센 백성’으로 해석했습니다. 출애굽기 33장에서 살펴보았듯이 ‘고집이 센 백성’의 특징은 ‘하나님의 뜻을 따르지 않으려고 버팁니다’,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하려고 몸부림을 칩니다’, ‘하나님의 통제에서 어떻게 해서든지 벗어나려고 발버둥 칩니다’. 다시 말하면 지금은 이스라엘 백성이 어쩔 수 없이 끌려오고 있는 듯하지만, 틈만 나면 하나님을 저버리고 다시 금송아지를 만들어 우상을 섬길 만큼 고집이 센 백성이라는 의미입니다. 호렙 산에서 모세에게 십계명을 주신 하나님께서는 진노하셔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십니다.
(14) 나를 막지 말라 내가 그들을 멸하여 그들의 이름을 천하에서 없애고 너를 그들보다 강대한 나라가 되게 하리라 하시기로
‘이스라엘을 멸하시되 이스라엘이라는 이름 자체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게 만드시겠다‘고 말씀하시는 것으로 보아서 하나님의 진노가 얼마나 크셨는지를 잘 알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회중의 눈치를 보면서 금송아지를 만들도록 주도한 ’아론에게도 진노하사 그를 멸하려 하셨습니다(20)‘. 이같이 진노하신 하나님은 모세에게는 뭐라 말씀하셨습니까?
’너는 그들보다 강대한 나라가 되게 하리라’. 새번역은 ‘그 대신에 내가 그들보다 강한 많은 민족을 너에게서 나오게 하겠다’고 풀어서 번역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수시로 하나님을 반역한 이스라엘과 아론을 없애버리고 한결같이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한 모세를 제2의 아브라함으로 삼아 구원의 역사를 이루어 가시겠다는 놀라운 선포입니다. 요즘 인기리에 방영 중인 주말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버전으로 이야기 하면 순양그룹의 진양철 회장이 그동안 고수해온 장자 승계의 원칙을 깨버리고 비주류로 살아온 막내 손주 진도준에게 그룹 전체를 넘기겠다고 선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세에게 있어서 일생일대의 기회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모세는 자신의 영달을 도모하지 않았습니다.
(15-17) 내가 돌이켜 산에서 내려오는데 산에는 불이 붙었고 언약의 두 돌판은 내 두 손에 있었느니라/ 내가 본즉 너희가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 범죄하여 자기를 위하여 송아지를 부어 만들어서 여호와께서 명령하신 도를 빨리 떠났기로 / 내가 그 두 돌판을 내 두 손으로 들어 던져 너희의 목전에서 깨뜨렸노라
호렙 산에서 하나님으로부터 이스라엘의 범죄 소식을 들은 모세는 부랴부랴 산에서 내려왔습니다. 그는 자신의 눈으로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고 금송아지를 만들어 우상으로 섬기고 있는 이스라엘의 실상을 보자마자, 하나님이 친히 주신 언약의 두 돌판을 던져 이스라엘 목전에서 깨드렸습니다. 모세는 왜 이같은 행동을 했을까요? 모세 자신의 분노를 표출한 것일까요? 아니면 하나님의 진노를 대신해서 행동에 옮긴 것일까요? 모세가 던져 깨뜨린 돌판은 다름 아닌 하나님과 이스라엘과의 언약의 상징입니다. 다시 말하면 모세는 하나님께서 주신 언약의 돌판을 깨뜨림으로 이스라엘의 범죄로 말미암아 이스라엘과 하나님과의 언약이 깨졌음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선포했던 것입니다. 하나님의 언약이 깨졌다는 사실을 공표한 그는 하나님의 진노에 두려움에 떨며 사십 주야를 여호와 앞에 납작 엎드려 금식하며 이스라엘과 아론을 위해 간구했습니다(18-20).
지난 16일 서울을 비롯한 전국 13곳에서 이태원 참사 49일 시민추모제가 열렸습니다. 50일이 넘어간 현재까지 참사에 대한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음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겠다고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참사의 원인과 책임을 밝히는 것은 대단히 중요합니다. 원인이 밝혀져야 앞으로 이런 참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할 것이고, 참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담당자는 당연히 책임을 져야 합니다. 그런데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이번 참사에 대해서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있을까요? 불감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감각이 둔해지거나 너무 익숙해져서 오는 증상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번 참사는 결국 안전 불감증, 위험 불감증, 도덕 불감증 등과 같은 사회적 불감증에서 기인했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를 겪었음에도 사회적 불감증은 개선되지 않고 더 고착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유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가 즉 나라는 한 개인이 사회적 불감증을 해소하기위해 노력하지 않았고, 우리 역시 사회적 조류에 휩싸여 무감각하게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정부와 정치권을 비롯한 우리 모두는 이번 참사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통감하고, 사회적 불감증을 해소하기 다방면으로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특히나 우리 신앙인들은 이번 참사와 관련해서 더 큰 책임감을 갖아야 할 것입니다.
이스라엘의 범죄와는 전혀 관련이 없는 모세는 왜 하나님 앞에서 엎드려 사십주야를 금식하며 이스라엘과 아론을 위해 기도했을까요? 모세는 이스라엘과 아론이 이처럼 쉽사리 하나님을 저버리고 우상을 만들어 숭배한 이들의 믿음의 불감증 (신앙의 불감증)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통감했기 때문에 하나님께 그들을 위해 간구했습니다.
모세는 하나님께 간구하기에 앞서 제일 먼저 언약의 돌판을 던져 깨뜨림으로 하나님과 맺은 언약이 이스라엘의 죄악으로 인해 파기되었다는 사실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주지시켰습니다. 그리고 모세는 ‘이스라엘이 만든 송아지를 가져다가 불살라 찧고 티끌 같이 가늘게 갈아 그 가루를 산에서 흘러내리는 시내에 뿌리게 했습니다.’(21)
모세는 그들이 자신을 인도하여 낸 하나님이라고 믿고 만든 금송아지가 자신들의 눈앞에서 불살라지고 티끌 같이 빻아져서 시내에 뿌려 사라지는 것을 보여주어서, 그들로 하여금 우상이 얼마나 헛된 것임을 철저하게 깨닫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시내산에서 흘러내리는 시내에 금가루를 뿌린 것은 하나님으로부터 죄악을 멀리 흘려보낸다는 상징적인 의미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는 또한 악의 근원은 철저하게 없애버려야 함을 의미합니다. 한국이 마약청정국이라는 말은 옛말이 되었습니다. 유명 작곡가, 아이돌, 재벌3세 등의 마약 투약 사건이 연이어 터지고 있습니다. 정부에서 최근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이유는 그 만큼 이 사회에 마약이 만연하게 퍼졌다는 의미이며, 이를 이대로 방관한다면 마약으로 인해 이 사회가 피폐화될 것이 자명하기 때문입니다.
모세는 이스라엘이 만든 금송아지를 철저하게 파괴함으로 하나님의 이스라엘을 향하신 진노를 막아보고자 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모세는 이스라엘에게 어떤 죄를 저질렀는지 깨닫게 하였고, 죄의 원인을 없애버려서 다시는 이같은 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하였고, 하나님께는 다시는 이스라엘이 이같은 죄를 저지르지 않을 것임을 행동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광야 생활 중에 발생한 기타 범죄 사건들과 모세의 중보기도 (9:22-29)
22-24절에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출애굽한 이후 광야에서 범하였던 대표적인 범죄들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다베라' 에서는 이스라엘 백성들이 악한 말로 하나님을 원망하다가 하나님의 진노를 사 이스라엘의 진 끝을 사르는 불로 인해 죽을 지경에 처했다가 모세의 기도로 불이 꺼져 구원받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맛사'에서는 백성이 마실 물이 없다면서 모세와 다투고 원망하여 하나님을 시험한 사건이 있었다. 그때도 모세는 여호와께 부르짖어 기도하였고 반석을 쳐서 물을 내어 갈증을 면했습니다.
'기브롯 핫다아와'에서는 만나에 싫증을 느낀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신들이 애굽에 있 을 때와 달리 광야 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고기를 먹지 못했다고 불평하자 하나님께서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메추라기를 내려 주셨습니다.
23절에서는 이스라엘이 가나안을 즉각 정복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주신 좋은 기회를 잃어버리고 40여 년 간 광야를 방황할 수밖에 없었으며, 여호수아와 갈렙을 제외한 출애굽 1세대들이 모두 광야에서 죽게 되는 형벌이 내려진 가데스 바네아의 사건을 상기합니다..
하나님께서 ‘목이 곧은 백성’으로 부르신 것처럼 모세의 이스라엘에 대한 판단 역시 ‘내가 너희를 알던 날부터 너희가 항상 여호와를 거역하여 왔다’(24)입니다. 따라서 이스라엘을 향하신 하나님의 진노는 당연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세는 하나님께 사십 주야를 하나님 앞에 엎드려 다음과 같이 간구했습니다.
(26) 주 여호와여 주께서 큰 위엄으로 속량하시고 강한 손으로 애굽에서 인도하여 내신 주의 백성 곧 주의 기업을 멸하지 마옵소서
모세는 출애굽 사건을 상기하면서 하나님의 강한 손으로 인도하여 내시고, 하나님의 크신 힘으로 속량하신 하나님의 백성이며 주님의 소유인 이스라엘을 멸하지 마시라고 간구드립니다. 계속해서 그는 하나님께서 후손의 창대하심을 약속하신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과 하신 언약을 생각하셔서라도 이스라엘의 죄를 용서해달라고 간구합니다(27). 이스라엘을 용서해주실 것을 간구하던 모세는 만약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멸하시면 가나안 족속들이 하나님을 이스라엘을 가나안으로 인도할 능력이 없을 뿐 아니라 이스라엘을 광야에서 죽이기 위해 출애굽 시킨 것이라고 오해할 것이라며(28) 하나님을 설득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세는 이스라엘이 하나님의 큰 능력과 펴신 팔로 인도하여 내신 주님의 백성이자 하나님의 기업이기 때문에(29) 용서해주실 것을 사십 주야를 금식하며 매달렸습니다. 모세는 믿음의 불감증에 걸린 이스라엘과는 달리 출애굽 시켜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한시도 잊지 않았습니다.
오늘 본문을 통해 우리는 어떤 자리에 서 있는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도 혹시 이스라엘과 같이 하나님 보시기에 목이 곧은 백성이 아닌지 자문해봐야 합니다. 구원의 감격에 하나님께 감사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에 감사했습니다. 기도에 응답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인지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은혜를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이고 있지 않습니까? 어느 순간부터 감사보다도 불평이 더 많아지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우리는 믿음의 불감증에 걸려있는 것입니다. 믿음의 불감증은 우리를 파멸의 길로 이끌어가는 마약과도 같은 병입니다. 모세와 이스라엘과의 차이점은 하나님의 구원 역사에 대한 인식입니다. 애굽에서의 하나님의 역사를 통해 모세는 하나님을 절대적으로 믿고 신뢰했습니다. 그는 자신과 이스라엘을 구원해주신 주님의 은혜를 한시도 잊지 않고, 삶의 초점이 하나님께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우리의 삶의 초점을 어디에 두고 있습니까? 우리의 시선이 주님을 향하고 있다면 우리 역시 이 시대의 악함에 통감하면서 모세와 같이 하나님 앞에 엎드려 간구해야 합니다. 엎드려 간구하는 것과 함께 이 시대의 불감증을 해소하기 위해 우리 스스로가 악은 멀리하고,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바로 서서 이 시대를 밝히는 매 순간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드립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우리의 본질이 목이 곧은 백성임에도 우리를 구원해주신 주님의 은혜에 감사드립니다. 감사는 잊고 불평만 늘어놓는 불감증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악한 세대를 탓하기에 앞서 우리 스스로가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바로 설 수 있도록 주님의 강한 손으로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주님의 성탄을 기리고 다시 오심을 소망하는 대림절 넷째 주 월요일 새벽 이 시간 이 세대의 악함 역시 우리의 책임임을 통감하고, 이 세대가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하나님 앞에 엎드려 간구하오니 우리의 기도를 들어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하나님께서 왜 이스라엘을 목이 곧은 백성이라고 하셨습니까?
2. 이스라엘을 멸하시고 모세를 제2의 아브라함으로 만들어주시겠다는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 모세는 어떤 행동을 했습니까?
3. 모세는 왜 언약의 돌판을 깨뜨려버렸습니까?
4. 이스라엘이 만든 금송아지를 어떻게 했으며, 이렇게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5. 이스라엘과 아론을 위해 모세가 취한 행동은 이 세대를 사는 우리에게 어떤 도전을 줍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