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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닥터상떼 원문보기 글쓴이: 익명회원 입니다
[세계의 종자전쟁] 국경 없는 전쟁 수퍼 종자는 ‘황금알’… 연 20조원 시장 놓고 국경 없는 전쟁 기술·자본 막강한 다국적기업 각축전… 몬산토·파이오니어·신젠타가 시장 30% 넘게 차지 기업들, 유전자 변형 품종 개발에 전력… IMF 후 국내 대표적 회사 4곳이 외국에 넘어가 | |||||
매운 고추의 대명사로 알려진 청양고추는 1983년 중앙종묘가 개발한 품종에서 유래한 이름이다. 국내의 대표적 고추 산지인 경북 청송과 영양의 앞 글자를 딴 청양고추는 신토불이(身土不二) 먹거리의 대표주자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세계적 종자업체들은 지분 구조가 복잡하고 세계적 화학ㆍ제약 회사들이 상당 지분을 갖고 있다. 업계 1위인 몬산토는 미국의 제약회사인 파마시아(pharmacia)가, 2위인 파이오니어(Pioneer)는 거대 화학회사인 듀폰(DuPont)이, 3위인 신젠타(Syngenta)는 스위스의 제약회사인 노바티스(Novartis)가 각각 대주주로 알려져 있다. 거대 화학ㆍ제약업체들이 생명공학의 미래에 대한 기대와 함께 종자 산업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
▲ 세미니스코리아에서 길러낸 종자들이 검사·포장 작업을 거치고 있다. |
작물별로도 우리의 대표적인 먹을거리인 무, 배추, 고추 종자의 50%를 다국적 기업이 공급한다. 특히 양파, 당근, 토마토는 일본산이 80% 이상을 차지한다. 국내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 중 세미니스코리아와 신젠타 등은 한국에서도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있지만, 일본 기업들이 국내에서 판매하는 종자들은 대부분 일본에서 개발된 것이다. 별도의 판매회사를 국내에 두고 있는 다키이는 국내 판매 종자 전체가 일본에서 개발돼 채종까지 마친 순수 일본산이고, 청원종묘를 인수한 사카다는 배추와 고추만 국내에서 개발하고 나머지는 일본산 종자를 수입해 판다. 현재 채소 종자에는 관세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국내 5대 종자회사 중 유일한 토종 회사인 농우바이오는 시장 점유율 2위(19%)를 기록하고 있지만 거대 다국적회사의 틈바구니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다. 농우바이오는 다국적 회사에 비해 판매망은 강세이지만 R&D 분야에서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열세다. 농우바이오의 경우 한 해 매출액의 20% 정도인 60여억원을 R&D에 투자하지만 몬산토는 이 액수의 80배인 5000억원을 쏟아붓고 있다.
더욱이 한국종묘협회에 등록된 50여개 업체 중 종자 개발 능력을 갖춘 토종업체는 농우바이오를 포함해 3곳 정도, 자체 연구소를 가진 회사는 10개도 되는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다국적 회사의 임원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씨만 갖고 나오면 10여년이 걸려 수억원을 투자한 신품종을 하루아침에 만들어낼 수 있다”며 “우리 입장에서는 ‘씨 도둑’을 막는 게 무척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국적 기업이 벌이는 종자 전쟁에서 이제 국경은 아무 의미가 없다. 국경을 넘나들며 새로운 종자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나라 산(産)이라는 개념은 적용하기 힘들다. 심지어 세계 굴지의 종자회사들은 세계 각지의 기후와 풍토를 한곳에 구현해낼 수 있는 첨단 실험실을 갖추고 있다. 몬산토의 경우 미국 미주리주 체스터필드의 본사에 무려 122개의 종자 실험실이 있다.
실험실마다 온도, 습도 등이 다 다르다. 이곳에서 특정 지역의 기후와 풍토에 맞게 탄생한 신품종은 세계 100곳의 실험 농장에 보내져 실제 재배 가능성이 테스트된다. 2위 업체인 파이오니어도 미국 일리노이주 드모인 본사에서 개발한 종자를 35개국 100여개 농장에서 테스트한다.
오영석 세미니스코리아 상무는 “우리의 경우 흥농종묘의 우수한 육종 인력들을 활용해 한국에서 육종은 하지만 신품종의 채종은 비밀 유지 등의 이유로 외국에서 한다는 게 회사 방침”이라며 “중국, 베트남에서부터 우크라이나, 리투아니아에 이르기까지 세계 각지에 채종지가 있다”고 말했다. 산둥성에서 채종되는 청양고추처럼, 국내에서 신품종이 개발되면 씨를 외국으로 갖고 나가 다량 생산한 후 이를 다시 국내에 수입해 판매한다는 것이다. 긴 장마와 농가 인력난 때문에 한국은 채종지로서 매력을 잃고 있다는 것이 종자 업계 관계자들의 말이다.
다국적 종자회사들이 종자 전쟁에서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분야는 유전자 조작(GM) 품종이다. 1994년 ‘껍질이 무르지 않는 토마토’가 미국에서 처음 등장하며 상업화의 길을 연 GM 농작물은 인체에 해가 있으냐 없느냐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농산물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단백질을 강화한 콩’ ‘○○병에 강한 옥수수’처럼 특정 기능을 강화한 유전자 조작 농작물은 농사의 최대 적인 병이나 해충에 강하고 생육 기간이 짧아 상업성이 뛰어날 수밖에 없다. 2000년만 해도 세계 종자시장에서 유전자 조작 품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7분의 1 수준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 이르면 300억달러에 이르는 종자시장의 3분의 2를 점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실제 작물별로도 현재 콩은 세계 재배 면적(9100만정보)의 60%가 유전자 조작 품목이며 옥수수 14%, 면화 28%, 유채 18%를 유전자 조작 품종이 차지하고 있다. 미국은 1996년에 비해 유전자 조작 품종 재배가 55%나 늘었다.(2005년 기준)
현재 다국적 종자회사들이 유전자 조작 품종을 개발하는 당장의 목표는 내(耐) 제초제성 강화에 있다. 우수한 제초제를 개발하고, 이 제초제에 강한 종자를 만듦으로써 농약과 종자를 모두 팔겠다는 전략이다. 전체 매출액 중 종자와 농약 비율이 8 대 2 정도인 몬산토는 자사 제초제에만 저항성을 갖는 유전자 조작 콩을 개발해 독점 판매하고 있다. 현재 재배되는 유전자 조작 농산물의 71%가 내 제초제성을 목적으로 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다국적 종자 회사는 아시아의 주식인 벼에 대해서도 새로운 실험을 하고 있다. 2000년 4월 몬산토가 벼의 유전체(게놈) 지도 초안을 발표한 후 다채로운 종자 개량이 이뤄지고 있다. 비타민 A 성분을 강화한 ‘골든 라이스’나 번식 능력이 없어 채소처럼 매번 씨를 구입해 뿌려야 하지만 수확량은 보통 벼의 2배에 이르는 ‘하이브리드 벼’ 등이 대표적이다. 다국적 종자 회사들은 차세대 연료인 바이오디젤과 에탄올을 효과적으로 뽑아내기 위한 옥수수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외국자본의 국내 종자시장 진출 연혁
1997년 신젠타가 서울종묘 인수(3809만달러)
1997년 사카다가 청원종묘 인수(1047만달러)
1998년 세미니스가 흥농종묘·중앙종묘 인수(1억6689만달러)
2001년 다키이 창업(3800만달러)
증식용이나 재배용으로 쓰이는 씨앗이나 영양체
종자(種子)는 대표적으로 씨(seed)를 뜻한다. 대부분의 곡물과 채소가 씨로 번식을 한다. 종자는 꽃이 필 때 수술의 꽃가루와 암술의 씨핵이 결합해서 생긴다. 이 때문에 종자번식을 유성번식, 양성번식이라고 부른다.
시판되는 채소 종자는 대부분 1대 교잡종(F1)이다. 아버지 종과 어머니 종을 교배해 전혀 다른 성질의 종을 만들어낸 것으로, 유전적 특징이 1대에 그친다. 1대 교잡종끼리 교배해 얻은 씨를 뿌리면 유전적 특징이 고르게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우수한 아버지 종과 어머니 종을 교배해 매번 F1을 생산해내야 한다. 농부들이 특정 품종의 채소 씨를 매번 사서 뿌려야 하는 이유다.
반면 곡물의 종자는 고정종의 특징을 지닌다. 한번 품종이 개발되면 여러 대에 걸쳐 유전적 특징이 이어져 내려간다. 특정 품종의 볍씨를 뿌리면 언제고 그 품종이 자라는 식이다. 채소 종자 중에서는 상추가 예외적으로 고정종이다.
1998년부터 시행된 우리의 종자산업법은 종자의 정의에 대해 ‘증식용 또는 재배용으로 쓰이는 씨앗·버섯종균 또는 영양체’라고 규정하고 있다. 곡물과 채소의 씨앗뿐 아니라 버섯이나 영양번식을 하는 감자 등도 종자에 포함되는 것이다. 영양번식은 식물의 줄기, 잎, 눈(芽), 뿌리 등의 영양기관을 이용해 번식하는 것으로, 무성번식에 해당한다. 묘목으로 거래되는 딸기, 장미 등의 과수와 화훼가 대표적인 무성번식 작물이다.
정장열 주간조선 차장대우 jrchu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