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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경마체험 - 검량 · 개체감별 김미영 고객 |
우리가 모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노고 |
오늘 나의 임무는 기수의 ‘전검량’과 ‘후검량’, 그리고 말의 ‘개체감별’이다. 어려운 용어가 나를 조금은 당황하게 만들었지만 동물을 무척 사랑하는 나에게는 좋은 경험이 되리라는 생각을 갖고 주어진 나의 임무를 맞이했다. 일단 경마시행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을 들으면서 오늘 내가 할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짐작할 수 있었다. 전검량·후검량·개체감별 업무는 모두 관람대 지하 장안소라는 곳에서 진행되는데, 나를 안내한 편집실 직원은 내가 지켜보고 체험할 곳의 환경이 마분냄새도 많이 나고 그다지 좋지 않다며 겁을 주었다. 하지만 막상 그곳을 갔을 때는 생각한 것만큼 열악하지 않았다. 매우 깨끗하고 잘 정돈되어 있었다. 지하마도를 통해 장안소로 들어가는데 바닥에 깔려 있는 푹신한 고무재질의 매트가 참 인상적이었다. 경주를 하러 또는 마치고 돌아오는 경주마의 다리 충격을 완화하려는, 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작은 배려가 아닐까 생각했다. 사실 가까이서 경주마를 본다는 것은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경주마를 보기 전 나는 무척 단순하게 말을 생각했으나 가까이서 지켜보니 제각기 다른 생김새, 털의 흐름, 색깔 등 한 마리도 같은 모양을 한 말이 없었다. 첫 과제인 전검량과 후검량을 하는 곳으로 갔다. “전검량이란 기수의 체중과 마필의 부담중량을 확인하는 작업이고, 후검량이란 경주를 마치고 돌아와서 전검량과의 차이 유무를 확인하는 절차”라고, 그곳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들이 친절하게 용어 하나 하나와 방법 하나 하나를 풀이해서 설명해 주었기에 나는 금방 이해할 수 있었다. 전검량을 받기 위해 기수들이 하나 둘씩 이곳을 찾아왔다. 기수들을 가까이서 만나는 것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작은 체구의 그들을 보며 ‘체중조절을 위해 얼마나 애쓸까’하는 생각을 하니 반가움과 안타까움이 교차했다. 전검량은 정확도를 기하기 위해 전자저울로 1g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았으며, 날카로운 직원들의 눈을 통해서 정확하게 기록되고 있었다. 기수의 몸무게, 장구 무게 등 세심하게 기록하는 그 분들을 보면서 공정성을 믿을 수 있었다. 그리고 고생하고 노력하는 기수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또 경주를 마치고 후검량을 하기 위해 들어오는 기수들은 모두들 지쳐 보였으나 후검량 역시 중요한 작업이라 빈틈없이 이뤄지기는 마찬가지였다. 전검량과 후검량을 마치고 말의 외양적인 개체감별을 하기 위해 말이 있는 곳으로 가까이 찾아갔다. 개체감별이란 말의 모색 및 특징검사 또는 혈액형검사 등을 통해 그 말을 명확히 인지·확인하는 작업이라 한다. 그 말을 듣고 신중하게 말을 살피니 모색 하나하나는 물론이고 점과 가마, 낙인 등이 달랐다. 심지어 낙인이 없는 말은 목 부분에 마이크로칩을 넣어서 그 말의 고유 신분을 알 수 있다고 하니 정말 신기하고 놀라웠다. 경주 시작 전 경주를 준비하는 말의 개체감별을 위해 담당자와 동행했다. 출주마의 리스트를 보니 말의 이름도 다양했고, 그 말의 특징도 간단명료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순식간에 말의 특징을 파악하는 담당직원의 실력을 보고 또 한번 감탄했다. 경마공원의 관중으로서 경주를 지켜볼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애쓰는 이 분들의 노고 덕에 우리가 편안히 경주를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말은 덩치가 크니까 무딜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의외로 작은 일에 놀라고 상당히 민감하다고 한다. 낯선 내가 다가서니까 놀라 피하기도 했는데, 그 모습을 보니 말에게 더욱 친숙함을 느낄 수 있었다. 이번 체험을 통해서 말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노력하는 많은 분들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오늘 체험을 마치고 일상에서 벗어나 넓고 푸른 잔디가 펼쳐져 있는 멋진 곳에서 말을 타고 달리는 꿈을 꾸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아무 것도 모르는 나에게 차근차근 설명해 주고 동참하게 해주셨던 직원분들에게 ‘감사합니다’라고 인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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