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4차 맹산 불곡산 납회산행기 - 산지기
[산행기 2005~2020]/정기산행기(2010)
2010-12-27 11:08:43
1. 일시 : 2010. 12. 25(토, 영하 15도, 무척 추운 날씨)
2. 곳 : 맹산 - 불곡산
3. 참가 : 해균, 상국, 길래, 문수, 진운, 학희, 웅식, 민영, 병효, 은수, 무상(이상 11명, 뒷풀이 : 해정)
영하 15도, 12월 기온으로는 30년만의 추위란다.
지난 주 송년산행 이름이 있었다. 그럼, 마지막 남은 이 산행은? 납회산행이니 찌꺼래기 산행이니 말이 분분했다.
키가 너무 커서 추위를 많이 타는 해정이가 나중에 뒷풀이 참석을 알려왔고, 의자 받고 튄 전설의 설펭 광열이는 아예 전화를 안 받는다. 의자 갖고 오라니까 무서워서 잠적했나보다. 지난 동기회 송년모임에서 신비의 알약을 경품으로 받은 갱호는 알약 탐내는 부실한 친구들이 미워서인지 갑자기 부산갈 일이 생겼고, 그래도 이런 강추위를 감안하면 11명 참가는 대단한 것이다.
오늘의 산행대장은 닉네임을 ‘해공’이라 불러달라는 거구의 칼잽이, 해균이다. 혹자는 아직 쫄 주제에 ‘해파리’라면 몰라도 ‘해공’이라니, 이름끝에 ‘공’이란 게 너무 과하지 않느냐며 딴지를 걸기도 했지만... 군기잡는 뱅욱이가 마침 그 자리에 없었던 관계로 유야무야, 30산우회에서 해공의 탄생과 더불어 바로 산행대장 소임을 맡았다. 불곡산까지 종주를 하려면 길을 잡아야 하니까 내가 대리기사를 자청했고, 마침내 크리스마스날 아침, 야탑역에서 하느님에게 버림받은 친구들이 모였다.
10시 20분, 야탑역에서 출발, 맹산 정상을 향해 오른다. 간혹 바람이 자는 곳은 그런대로 견딜만했는데 골바람 터지는 곳엔 무척 춥다. 뱅욱이가 왔으면 맛볼 수 있었을, 그 시커멓고 달달한 게 없어 좀 아쉬웠다. 가만 들어보니 요것들이 맹산까지만 가고 거기서 대충 제일 빠른 길로 하산해버릴 쿠테타 조짐이 보인다. 일단 점심을 먹고 나서 결정하기로 하고 맹산정상에서 계단길을 내려가 조금 양지바른 곳에 자리를 깐다.
산에서의 식사시간은 늘 즐겁다. 은수가 작년 가을에 담았다는 자연산 더덕주가 특히 맛난다. 추운 날씨라 식사시간이 짧다. 잠시 제기차기로 몸을 풀고 출발이다. 지금 밥 먹었는데 바로 내려가면 배가 불러 뒷풀이 할 수 없지 않냐며 불곡산까지 가기로 밀어붙인다.
태재고개로 내려서는 마지막 부분, 양지바른 묘지 앞에서 잠시 뒹굴뒹굴. 이 코스대로 올 때마다 쉬는 장소다. 저 앞에 못 보던 아파트 숲이 보인다. 없던 길도 새로 생기고 많이 바뀌었다. 세월의 유수함을 느끼며 잠시 상념에 빠지기도.
앞으로 1주일이면 30산우회의 실세로 등극할 7공대장 하키는 아무 말 없이 집게모양의 손가락을 내밀며 담배 하나 상납하라는 유세를 부린다. 가만 보니 담배 다 피우고난 꽁초를 앞에 앉은 은수 배낭 옆구리에 조심스레 넣고 있다. 횡포가 대단하다.
해균이가 자기 몸 자기가 안다며, 이제 한계에 달했으니 미리 택시타고 미금이나 어디 뒷풀이 할 곳에 가서 당구나 치며 기다리겠다고 한다. 환자 혼자 떼놓고 가기가 뭐한 친구들, 잿밥 아니 당구에 눈이 먼 친구 셋, 문수, 웅식, 무상이 동조를 한다. 아마 겜빼이 팀을 만들 요량이었을 게다.
당구 친구 넷을 길가에 버려두고 우리는 다시 불곡산을 오른다. 간만에 나온 병효 옆에 붙어, 내 같으면 죽어도 못할, 바위 탄 이야기를 물어본다. 인수봉이고 자인봉이고 요즘도 가끔 바위를 탄다는데, 한 번 맛을 들이면 그 매력이 대단한 모양이다.
불곡산 정상에서 직진하다가 우회전, 토지주택공사에 떨어진 게 3시 40분, 총 5시간 20분 걸린 매우 추운 납회산행. 친구들 모두 아무 탈 없이 잘 해내고 미금역 작은어촌에서 뒷풀이.
작년인가? 청계산에서 날파리 소리를 들었던 큰 키 해정이가 조니워카-블루를 들고 뒷풀이 참석, 더 즐거웠고. 2차 호프집에서는 무상이, 맹산 산행에 나온 것이 여러 번인데 그 때마다 의자가 없어 서러웠던 무상이가, 7공 출범하기 전이지만 미리 땡겨서 의자를 하사받고는 의자값보다 비싸게 술값 계산 해버리고.
아니 정확히는 아직 의자를 하사할 권력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미리 땡겨 의자를 하사한 우리 7공 대장 하키님의 카리스마가 돋보인 납회산행. 지난 12월 초, 30산우회 송년모임에서 자연산 송이버섯을 세게 움켜쥐고 7공 대장 수락사를 발표하던 하키님 카리스마를 감안하면 미리 납회산행에서 눈도장 찍은 우리 11인은 어쩜 참 다행이었던 산행!
첫댓글 와우~~~~
정기산행기는 다 옮겼다...
몇차인지 한 개는 빠진 것 같은데...
몇차인지 모르겠다...
290차 청계산에는 산행기가 없고,,,
사진만 올라와 있네...
사진으로 산행기 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