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
변미선
이 번달에 어머니생신이라 형제들과 식사할 날짜를 정하는데 토요일은 당연히 배제된다. 조카들이 중고등학생이 되면서 토요일까지 학원에 가야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토요일까지 학원을 가야하나 좀 씁쓸했는데 이제는 당연히 받아들인다. 일요일로 정하고 모이게 되면 그림이 그려진다. 한 방에 대여섯명의 초중고생들이 머리를 숙이고 각자의 핸드폰만 들여다 보고 있을 것이다. 게임을 하든 유튜브를 보든.
책을 읽으면서 내내 뭔가 편치 않은 느낌이었다. ‘알아요 애들 놀아야지요 그런데 어디서요 누구랑요’. 나 어렸을 때는 학교수업 끝나고 나면 누가 모이자고 안 해도 동네에 모여 다방구, 얼음땡,오징어게임, 1234, 망까기, 고무줄놀이, 땅따먹기 등 셀 수도 없는 놀이를 하면서 놀았다. 날이 어둑해져 엄마가 밥 먹으라고 부를4때까지 노는게 국룰이었다. 아이들이 없어도 부모들은 찾지 않았다. 어디선가 놀고 있을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평범하게 자란 나는 또 남들과 별반 다르지 않게 주변에 순응하며 아이 하나를 키우고 있다. 어린이집 다닐때는 하원후에 아파트에 있던 놀이터에서 한 두시간 놀다가 오고, 유치원에 다닐때는 돌봄까지 채우고, 그리고도 남는 시간에는 수영, 태권도등 돌봄 학원으로 돌렸다. 초등 저학년때는 더 난감했다. 1시에 하교라니…돌봄은 1학년만 가능해서 아파트단지 내의 미술, 피아노, 공부방, 과외를 추가했다. 주말에는 키즈카페를 돌면서 시간을 때웠다. 다만 ‘이게 옳은가’ 라는 문제의식이 꿈틀거리면 주변을 기웃거리다가 나 혼자 뭘 어쩌겠나 싶어 다시 원자리로 돌아와 현실에 묻히곤 했다.
책 앞부분에는 아이들은 놀아야 한다는 당위성만 얘기하는 것처럼 보여 답답했다. 뒷부분에는 저자가 구상하는 놀이터의 청사진과 함께 실제로 만들고 운영중인 순천 기적의 놀이터를 인터넷으로 찾아보면서 이분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고 진심이구나 싶었다. 그리고 놀이터가 단순히 정형화된 놀이기구 몇개 갖다놓는게 다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더군다나 적정 또는 모험놀이터라고 명명한 놀이터라도 단순히 잘 지어 놓는 것은 10이고 추후의 관리와 유지가 90의 품과 삯이 든다는 사실도 중요하다. 함께 논다는 철학이 모험놀이터 공동체에 공유되는 것이 필요하고, 더욱 중요한 것은 비용과 예산의 독립이다. 지원이 없어도 공동체가 모험놀이터를 유지,관리할 수 있어야 한다.(p195) 여기서 공공의 역할이 무엇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첫댓글 우왕! 저는 이제서야 지난 번 글을 써서 올렸는데, 벌써 다음 글을 다 써서 올리셨군요!!^^ 대단하십니다!!
고무줄 퀸의 이야기를 좀 더 풀어주셔도 좋을 거 같아요(제목에 확 끌렸거든요!). 선생님의 이야기->책에 대해 이야기->그리고 교훈(느낀점, 훈훈한마무리) 구성이 참 깔끔합니다!
미선 샘, 본인이 품고 있는 글쓰기 재능을 너무 소홀히 다루시는 거 아닙니꽈~~~
제목 진짜 멋져요.
저도 은경 샘과 같은 생각이에요. 제목이 너무 매력있어서, 한 줄 언급으론 아쉬워요.
제목이 짱입니다!!! 고무줄 퀸의 활약을 더 듣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