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srNi2tBEs7o?si=FHQ6B28931WOPRqH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채호기
낭송:장인호
수면 위에 빛들이 미끄러진다
사랑의 피부에 미끄러지는 사랑의 말들처럼
수련꽃 무더기 사이로
수많은 물고기들의 비늘처럼 요동치는
수없이 미끄러지는 햇빛들
어떤 애절한 심정이
저렇듯 반짝이며 미끄러지기만 할까?
영원히 만나지 않을 듯
물과 빛은 서로를 섞지 않는데,
푸른 물 위에 수련은 섬광처럼 희다
시_ 채호기 - 채호기(1957~ )는 대구에서 태어났다. 1988년 『창작과비평』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지독한 사랑』 『밤의 공중전화』 등이 있다.
낭송_ 장인호 - 배우. 영화 '고지전', '하울링' 등에 출연.
<배달하며>
물과 빛과 수련의 묘한 하모니를 보여주는 시에요. 빛은 물 위로 미끄러집니다. 물에 섞이지 못하고
그 위로 미끄러지는 빛을 “사랑의 말”이라고 합니다. 수면 위로 빛은 반짝이며 미끄러지니,
둘은 “영원히 만나지” 못하고 합일의 꿈은 멀기만 합니다. 해서, 시인은 그걸 누군가의 “애절한 심정”으로
봅니다. 내 마음 끝내 알아주지 않으니 얼마나 속을 끓일까요? 물과 빛 사이에서 수련은 “섬광”을 뿜으며
희게 빛납니다. 수련은 서로 엇갈리기만 하는 이 애절한 사랑의 증인인 것이지요. (문학집배원 장석주)
출전_ 『수련』(문학과지성사)
음악_ 권재욱
애니메이션_ 강성진
프로듀서_ 김태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