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8.21.
상추 모종
‘여름적치마’는 소식이 없다. 불안하다. 닷새가 지났어도 떡잎 하나 보이질 않으니 불안해진다. 이러다 추석 전후로 상추 맛에 젖어 남의 텃밭을 기웃거리는 초라함은 보이기 싫기 때문이다. 다시 종자를 뿌려 놓은 땅을 헤집어 봐도 무덤덤하게 누워있는 새하얀 종자들만 보인다.
다른 건 몰라도 상추 하나는 있어야 한다. 쌈채소 중에서 제일 흔하지만, 상추만 한 것도 없다. 더군다나 나야말로 상추 킬러다. 영양소가 어떠하고 효능이 이러하고는 젖혀두고라도 손쉽게 구할 수 있고 값싸니 서민들에게 최고다. 이런 상추를 돈 주고 사 먹는 게 아니라 텃밭에서 무농약으로 키워 먹으면 차원이 달라진다. 내 능력과 노력으로, 또 정성을 다해 키워 먹는 상추는 행복한 기분까지 더한 맛이니 말로 그 한계를 정할 수 없다.
텃밭을 둘러보면 상추가 보인다. 대략 다섯 정도의 교육생이 서둘러 시작한 모양이다. 스스로 알아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것으로 보아 귀농귀촌의 의지를 짐작할 수 있다. 상추가 아직은 나지막하게 땅에 깔려있거나 어린잎뿐이지만 곧 윤기 자르르 흐르는 최고의 상품이 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가까이 지내는 교육생이 상추 한주먹을 나누어 줬다. 한두 번 손사래를 치며 사양하는 척이라도 해야 하는데,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았다. 현재로선 상추를 굶은 지 너무 오래되었고 나 역시 잘 키운 상추를 두세 주먹 건네줄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종자가 싹을 틔우지 않고 있다.
죽은 자식 불알 만지기이다. 이럴 때는 정면으로 부딪쳐 보는 게 제일 빠른 해결책이 된다. 읍내 장터에 가면 별의별 것들이 다 있다. 종묘 가게도 있지만, 모종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상점도 있다. 몇 차례 들러 모종 여러 개를 사서 심기도 했었다. 상추 먹게 도와달라고 하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뭔 방법이라도 던져주겠지.’ 하는 마음으로 승용차 시동을 건다.
너무 쉽다. “상추….”하며 얼버무리는 순간 주인장이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이 몽땅 상추라고 한다. 골라잡으라는 이야기다. 종류도 아주 다양해 보인다. 뭐 별로 잘 아는 것도 없지만, 아주 기초적인 지식으로 키 높이가 큰놈 중에서 잎의 개수가 많고 싱싱한 모종을 살피는데 눈치챘는지 골라서 내민다. 아이들의 시쳇말로 쪽팔린다.
비닐하우스에 줄지어 심었다. 몇 번을 요리조리 둘러봐도 예쁘다. 주변이 물에 흠뻑 젖도록 한참 동안 기다렸다가 수도꼭지를 잠갔다. ‘여름적치마’에서 이름도 모르는 상추로 갈아탔다. 녹색의 어린 상추 모종을 보면서 또 다른 녹색 오줌을 싸는 꿈을 가져 본다.
첫댓글 ㅎㅎ 고생햇소
어하튼 오늘보니 상추 새잎이 안증맞제 나왔더라. 물을 열심히 뿌리야지...
엉? 그전에 씨뿌렷던게 올라온건가?
하나도 안 올라옴. 씨뿌리가꼬는 싹을 못 틔움.
고수라야 가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