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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시렁 궁시렁
천생산 생태공원
멕시코 목장 김정택 집사
다들 직장 생활을 하다 보면 별도로 운동할 시간이 없다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꽤 많지. 주변에 가볍게 걸어 다닐만한 괜찮은 산책코스가 있으면 좋겠는데 나름 다닐만한 곳이 인동 큰 대로 옆으로 난 인동숲길이나, 인동초등학교 트랙 정도가 고작이어서 늘 아쉬움이 남곤 했어. 인동초등학교로 가면 똑같은 트랙을 반복해서 돌아야 하니 지루하고 인동 숲길은 말이 숲길이지 오고가는 차량 매연과 소음, 지나다니는 행인들 담배 냄새 때문에 나름 불만이 좀 있었어. 아내 상집사는 늘 그런 부분이 아쉽다고 하며 기회가 된다면 금오산이나 문성 들성지 근처로 이사를 갔으면 하고 바라더라구. 솔직히 운동을 진짜 열심히 하는 사람이 그러면 이해를 하겠는데 가게 한다고 밤늦게 퇴근해서 아침나절 계속 잠만 즐기는 사람이 산책코스를 운운하니 할 말은 없더라구. 진짜 우리 집 주위엔 좋은 산책코스가 없는 걸까 하고 생각하며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같은 시간에 또 집을 나서는데 그날따라 평소와 다른 방향으로 가 보자는 생각이 들더라구. 처음 가는 코스라 목적지 설정도 없이 그냥 걸었어. 아침에 운동을 다니는 사람들이 그리 많진 않지만 가끔 등산복 비슷하게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보이더라구. 무작정 등산복 입은 한 남성 뒤를 졸졸 쫓아가 보기로 했어. 혹시 이 양반이 가는 코스가 괜찮은 곳은 아닐까 하는 심정으로... 조금 쫓아가다보니 필마트 앞의 골목으로 접어들더라구.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걸까 하고 그냥 계속 따라가니 어디선가 사람들이 한둘씩 나타나는데 꽤 여러 명이 한 곳으로 향하고 있더라구. 도대체 다들 어딜 가는 거지 하며 계속 따라가 보니 산이 병풍처럼 둘린, 잘 정돈된, 산책길이 나오는 거야. 주변을 둘러보니 경치도 좋고 중간쯤에 연못, 휴식 공간, 대나무밭, 꽃밭, 게이트볼장 등 맑은 공기와 자연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산책코스가 펼쳐져 있는 거야. 알고 보니 인동의 모 의원이 선거 공약을 해서 천생산으로 오르는 코스에 멋진 산책길을 새로 만들어 놓은 것이더라구. 이렇게 좋은 곳이 집 주위에 있었는데도 제대로 알지 못해 소음, 먼지 나는 곳을 그동안 헤맸다고 생각하니 참 어이가 없더군. 세상엔 좋은 게 많아도 나처럼 몰라서 못 누리는 것, 좋은 걸 소개해 줘도 반신반의하며 믿지 않아서 놓치는 것들이 의외로 많더라구. 예수님 믿어서 천국엘 가면 천생산 공원과 비교도 할 수 없는 좋은 곳이 있는데, 그걸 알려줘도, 알려고도 않고 호기심조차 가지지 않는 사람들이 주변에 얼마나 많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