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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치 : 전라남도 함평군 해보면 상곡리 모평마을
돌담을 따라 걷다 골목으로 접어들면 왼편으로 ‘모평헌(牟平軒)’이 나타난다. 105년 전, 현재 집주인의 고조부가 지었는데 바닷물에 소나무를 7년간 담갔다 건져 15년을 건조 시킨 후에 지은 집이다. 너른 잔디 마당과 작은 한옥 테라스, 빗방울이 뚝뚝 듣는 처마와 툇마루가 정겹다. 뒤쪽으로 대나무 밭이 이어져 바람이 불면 사각대는 댓잎소리가 그만이다. 바로 옆에는 천년 안샘이 있다. 동헌 내아에 있던 우물로 임천산의 대나무와 그 아래 자라는 야생차 수액이 흘러들어 물맛이 좋다.
다시 골목을 나와 흙돌담을 따라가면 이번에는 풍경소리 민박집이다. 풍경이 달려있어 바람이 불때마다 딸랑거린다. 기단부를 높게 만들었기에 풍경소리 마루에 앉으면 담장이 눈 아래라 모평마을이 한눈에 내다뵌다. 손맛 좋은 아침 시골밥상이 맛있다. 영화황토민박집은 솟을대문에 희소문(喜笑門)이라는 현판이 걸려있다. 대문을 들어서는 모든 사람들에게 행복하고 웃음이 떠나지 말라는 깊은 뜻을 담고 있다.
수벽사는 여진족을 몰아내고 동북9성을 쌓은 고려 장수 윤관(1040∼1111년)을 모신 사당이다. 그 옆 제각 안에는 열녀비가 있는데 정유재란 때 남편이 왜병에게 살해당하는 것을 막으려다 처참하게 죽임을 당한 신천 강씨를 기리고 있다. 더 흥미로운 건 제각 옆, 이끼 낀 비석이다. 신천 강씨 부부가 죽고 어린 아들만 남자 신천 강 씨의 충노(忠奴) 도생과 충비(忠婢) 사월 부부가 주인의 아들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피고 키워 과거급제까지 시켰다한다. 아들은 노비부부의 비를 세우라 유언을 남겼고, 파평윤씨 문중에서는 지금껏 노비에게 제를 올려주고 있다.
저녁이면 해보천 물안개와 더불어 방풍림으로 조성된 팽나무 느티나무 왕버들 등 수령 300년의 고목들 사이로 보이는 노을이 황홀하다. 어둠이 깊어지면 대청마루에 걸터앉아 보자. 짙푸른 산야가 어스름하고 개울물 소리가 정겹다. 따끈한 아랫목에 누우면 문살 사이로 스미는 은은한 달빛에 취해 잠이 든다. 아침이면 임천산 산책로를 따라 오죽군락지-야생죽로차밭-편백나무, 왕대나무 숲-조릿대 숲을 지나 마을 뒤편 정자로 이어지는 산책길이 근사하다. 아이들은 시골집에 온 것처럼 체험으로 신난다. 안샘에서 길어온 정한수를 가지고 민박집 마루에 걸터앉아 녹차떡케이크를 만들거나, 신문지를 펼쳐 글자를 찾는 과거놀이가 재미있으며, 누에를 닮은 산내리 뒷산 자락의 잠월미술관에서 부채에 민화 그리기에 시간가는 줄을 모른다.
인근 용천사는 붉은 꽃무릇이 유명한 곳으로 용이 살다가 승천했다는 대웅전 층계 아래의 용천(龍泉)에서 마시는 물 한 모금이 시원하고 미니초가집산책로-물레방앗간-구름다리-야생차밭-왕대밭숲-정자쉼터-야생화단지로 이어기는 산책길은 걸을 만하다. 함평자연생태 공원도 천천히 걸으며 둘러보기에 좋다.
나오는 길엔 돌머리 해수욕장에 들러보자. 바다에 늘어선 기암괴석이 볼만하고, 근처에는 함평 지역에서 나는 유황석을 약초와 함께 소나무 장작으로 가열한 후, 그 돌을 해수탕에 넣어 데운 물로 찜질하는 해수찜이 유명하다. 모평마을 근처 별미로는 3∼4년생 암소고기만 취급하는 문장리의 애월축산한우전문점에서의 꽃등심과 전골, 육회 등이 신선하며 입에 착착 붙는다.
살아있는 갯벌, 황홀한 낙조 |
[길] 함평 돌머리 해안길 썰물 땐 갯벌체험장 주포 숭어잡이 볼만 바닷물로 데운 유황돌 신흥마을 해수찜 인기 |
입력시간 : 2013. 03.01. 00: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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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가 지나고 경칩이 얼마 남지 않았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몸과 마음을 활짝 펼 때다. 함평 돌머리로 간다. 석두(石頭)마을이란 지명보다 옛 이름 그대로가 더 정겨운 곳이다. 이 해안을 따라가는 길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해안누리길 가운데 하나다. 이른바 '돌머리 해안길'이다.
길은 함평읍 돌머리 해수욕장에서 해수찜으로 알려진 손불면 궁산리 신흥마을까지 이어진다. 7.6㎞에 이른다. 거리에 비해 상대적으로 걷는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길이 좋고 평탄해서다. 무(無)더워서 여름날 해변보다도 훨씬 낫다.
나비 조형물이 보이더니 금세 함평이다. 함평읍에서 갯내음을 따라가니 돌머리 해안이다. 해변을 찾는 발길이 부쩍 늘었다. 날씨가 풀린 덕이다. 아이들 손을 잡고 온 가족단위 여행객이 많다. 연인들도 해변에 발자국을 남기며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추억을 만들고 있다.
돌머리 해안은 갯벌 해변이다. 물이 들면 완전한 바다가 된다. 부모랑 함께 온 아이들이 바닷가에 모래성을 쌓으며 놀고 있다. 바닷물이 빠지면 더 신나는 갯벌 체험장이 완성된다. 조개가 살고 게가 노니는 게 신기하기만 하다. 밀물과 썰물이 하루에 두 번씩 되풀이되는 것도 신비스럽다.
이 갯벌은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사철 다양한 먹을거리로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는 밭이고 시장이다. 소득도 쏠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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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에 인공 풀장이 있다. 여기에 물을 채우고 비우는 것도 바다의 몫이다. 조수간만의 차가 물을 채웠다 비웠다 한다. 여느 풀장처럼 새로운 물로 바꾸려고 부러 애쓸 필요도 없다.
해안에 해변만 있는 것도 아니다. 바람을 막기 위해 심어놓은 해송이 아름드리 숲을 이루고 있다. 해송 사이로 난 산책로가 예쁘다. 보드라운 흙길이다. 그 길에 나무 부산물을 깔아 놓았다. 해안을 따라 구부러지는 길도 매력적이다. 그 길을 연인들이 유유자적하며 거닐고 있다. 다정한 뒷모습이 질투심을 일으킨다.
해변을 배경으로 들어선 원두막도 아름답다. 옆에 나란히 선 둥근 돌탑이 원두막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돌머리 해변의 낙조 포인트다. 해는 함평만을 통째로 물들이며 해제반도 너머로 떨어진다. 이때 돌탑과 원두막이 빨갛게 물든 바닷물에 그림자를 드리우는 장면을 찍으려고 사진동호인들이 줄을 잇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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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 전망대도 조망지점이다. 여기에 올라서면 함평만이 한눈에 펼쳐진다. 해제반도는 물론 저만치 염산 앞바다까지 눈에 들어온다. 바다도 하늘도 모두 느긋하기만 하다. 간간이 떠있는 빈배가 호젓함을 선사한다.
돌머리 해수욕장을 벗어나 해안도로를 따라 간다. 주포까지 아스팔트 포장길이 이어진다. 도자기 빚기를 해볼 수 있는 체험장이 중간에 있다.
주포삼거리 배수갑문에서 마을사람들이 그물을 거둬들이고 있다. 그물에 숭어가 줄줄이 걸려 올라온다. 토실토실 살이 오른 것들이다. 주민들도 연신 싱글벙글이다. 여기서부터 궁산리 신흥마을까지는 둔치로 이어진다. 둔치의 길이가 700~800m쯤 된다. 둔치 왼쪽은 바다고 오른쪽은 들녘이다. 길이 푹신하다. 자전거도로도 둔치를 따라 놓여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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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마을에는 해수찜 체험장이 몇 군데 있다. 손님들이 사용한 덧옷이 세탁을 거쳐 바닷바람과 햇볕에 고슬고슬 말라가고 있다. 해수찜을 하고 나온 사람들도 개운한 표정이다. 이곳의 해수찜은 수증기를 이용한 재래식 찜질이다. 기록에 의하면 1800년대부터 민간요법으로 이용돼 왔다. 불에 달궈진 유황돌을 넣은 바닷물을 바가지로 퍼서 수건으로 적시는 방식이다. 입고 있는 옷이 흠뻑 젖을 만큼 충분히 적셔준다. 물이 적당히 식은 다음엔 탕에 몸을 담그기도 한다.
바닷물이 찜찜하고 찐득할 것이라는 건 선입견일 뿐이다. 보통의 바닷물과 달리 끈적거림이 없다. 바닷물에 들어갔다 나오면 바로 샤워를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해수찜은 물로 헹구지도 않는다. 몸을 그대로 말린다. 그래야 약효도 좋다. 산후통과 피부병, 관절염, 신경통에 효과가 있다. 바닷물과 소나무 장작불, 유황돌의 신비한 조화다. 도시의 최신식 온천이나 찜질방에서 느낄 수 없는 색다른 맛이다.
"해수찜을 처음 해봤는데. 정말 개운해요. 뼈마디가 다 흐트러진 것 같아요. 마치 출산 후의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이애숙(52ㆍ광주 두암동) 씨의 말이다. 해수찜을 끝내고 먹는 미역국도 별난 맛이다.
돌머리 해안길은 여기서 끝난다. 그러나 더 걸을 수 있다면 민예학당까지 가도 좋다. 해수찜마을에서 4㎞가량 더 가야 한다. 해안을 따라 펼쳐진 마늘밭과 첨단 양만단지를 지나 교촌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민예학당은 감물로 염색을 하는 집이다. 1970년대 노래 '꽃반지 끼고', '사랑해', '등대지기'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가수 은희씨가 폐교를 고쳐 만들었다. 마을사람들의 사랑방 역할까지 하고 있는 알토란 같은 곳이다.
이돈삼 여행전문 시민기자ㆍ전남도 대변인실
여행정보
●가는 길
광주-무안간 고속국도 동함평 나들목으로 나가 23번 국도를 타고 함평읍까지 간다. 여기서 주포ㆍ손불 방면으로 가다 주포삼거리에서 왼편으로 가면 돌머리 해변이다.
●먹을 곳
숭어가 제 철이다. 주포삼거리에 있는 주포회수산(322-9331)을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다. 읍내 백향목(324-5200)과 고기굽는사람들(323-6292), 함평천지한우프라자(324-3377)는 고기가 맛있다. 육회비빔밥은 목포식당(322-2764)을 알아준다. 생선요리는 모란정(324-5551), 장어요리는 나비골가든(323-0592)이 맛집으로 꼽힌다.
●묵을 곳
해변 인근에 깔끔한 민박집이 많다. 돌머리 해변의 해송숲 뒤편에 몰려 있다. 기쁨이가득한곳(323-4856), 돌머리해안민박(323-9876), 돌머리예쁜집(010-8604-9321)을 추천한다.
단체일 경우 석두마을회관(011-626-4856, 장우선 이장)을 이용해도 좋다. 읍내 샹젤리제모텔(324-3702)도 괜찮다.
●가볼 곳
신광면 함정리 구봉마을에 '김철선생 기념관'이 있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과 운영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이 마을 출신 일강 김철(1886~1934) 선생의 독립정신과 애국정신을 기리는 공간이다. 지난 2009년 세워졌다.
여기에 '상해 임시정부청사 독립운동역사관'도 있다. 중국 상하이에 있는 임시정부청사를 본떠 그대로 재현해 놓았다. 일제의 잔학상을 보여주는 고문도구도 전시돼 있다.
3ㆍ1절을 맞아 가족과 함께 가볼만한 최적의 여행지다. 다양한 나비와 희귀곤충 표본, 그리고 여러 가지 모양의 난과 우리꽃을 볼 수 있는 함평자연생태공원도 가볼만 하다.
●문의
함평군 문화관광과 061)320-33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