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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6__국제그룹과삼성그룹---9
뚱보강사 이기성
236__국제그룹과 삼성그룹
페북에서 이재희님이 [남편이 필요 할 때]라고 쓴 글을 퍼왔다. 한 여성지에서 ‘남편이 언제 필요한지’를 물어본 결과란다. ①밤늦은 시간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야 할 때. ②형광등이나 전구가 나갔을 때. ③자다가 손이 닿지 않는 곳이 가려울 때. ④집안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는데 휴지가 떨어졌을 때. ⑤음식이 남아 처치 곤란일 때. ⑥귤을 깠는데 먹어보니 너무 실 때. ⑦침대에 누웠는데 다시 일어나서 불을 꺼야 할 때. ⑧병뚜껑이 빡빡해 안 열릴 때. ⑨대형 마트에 장 보러 갈 때.
회사가 매우 커지면 정권이 눈독을 들인다. 정권에 잘못 보이면 어떻게 되는지는 1970년대의 ‘검인정교과서 탄압 사건’과 1980년대의 ‘국제그룹 해체 사건’이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1970년대는 출판사가 전자회사와 원양회사를 인수/합병하는 시대로 교과서를 주로 발행하는 출판사의 규모가 대단히 컸던 시절이다. 광명출판사, 장왕사, 법문사는 고려원양, 공양물산, 오양참치 회사를 인수하고, 사조사, 민중서관, 양문사는 사조참치, 민성전자, 삼영전자 회사를 인수했다. 1972년 10월 17일에 당시 박정희 정권은 10월 유신을 선포하고, 모든 중/고등학교 교과서를 단일본으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하다가, 1977년에 검인정교과서 회사 탄압 사건을 일으킨다. 검인정교과서 회사는 문교부의 검인정 교과서 시험에 합격한 교과서를 출판하는 100개 이상의 개인 출판사가 모여 만든 초대형 주식회사였다.
1977년 2월 청와대 직할 치안본부 특수수사대를 시켜, 미디어 리터러시 통제(언론탄압)의 일환으로, 검인정교과서 회사의 대주주들인 쉰 살에서 예순 살 먹은 사장들을 20여 일 동안 서대문 전매청 자리에 허위 자백서를 제출할 때까지 구금시켰다. 협박과 고문에 못 이겨 백지에다 열 손가락 지장을 찍고서야 풀려난 사장들은 자기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풀려났다가, 다음날 신문 기사를 보고나서 경찰과 검찰이 백지에다 대신 써넣은 내용을 알게 되었다. 기사 내용은 ‘중-고등학교 검인정교과서 발행 업자들이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주고, 폭리를 취해왔다는 것’. 국세청은 탈세를 했다고 엄청난 금액의 세금 고지서를 발부한 것이다.
공권력에 의한 그룹 해체
1980년대는 당시 88올림픽 붐과 교복자율화 여파를 타고 국제의 명품 고가 스포츠 브랜드인 ‘프로스펙스’가 날리던 시절이었다. 서울 용산 한복판에 있었던 지붕이 기하학적 모양으로 눈에 띄는 사옥. 1949년 부산에서 고무신으로 시작해 30년 안에 국제그룹은 굴지의 재벌로 성장하였다. 1980년대 재벌 순위 7위였고, 계열사는 국제상사, 국제고무, 국제화학, 연합철강, 동서증권 등 21개였다.
그러나 1985년 2월, 잘 나가던 국제그룹이 강제 해체되었다. 뚱보강사와 1946년생 동갑내기 절친과 서울시스템의 이웅근 사장이 당시 국제그룹에서 근무하고 있어서 국제그룹 양정모 회장 부인이 장님이 된 사연을 듣게 되었다. 1985년 2월 21일 양회장이 자고 일어났더니 기업이 해체되었다는 것. 부채비율이 자본금의 9배가 넘는 부실기업으로 판명되어 그룹전체를 해체하기로 했다는 주거래은행인 제일은행의 발표가 있었다. 국제그룹 계열사들은 국제그룹보다 규모가 작았던 한일합섬, 극동건설, 동국제강에 강제 분할 매각되었다. 고래가 새우에게 먹힌 꼴.
국제그룹의 해체 배경에 대해서는 많은 비화가 있는데, 정치자금이 타 기업들에 비해 적다는 등의 이유로 전두환 정권에게 미움을 샀다는 설이 유력하다. 대기업이라 할지라도 정권과의 관계에서는 얼마나 취약한지, 절대 권력에 의해 공권력과 금융기관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잘 보여준다. 보안사 요원들의 정치자금 요구 협박 당시에 마침 양회장의 외아들이 교통사고로 사망하자, 양회장은 뒷수습에 바쁜 나머지 정치자금 요구에 즉각 대응하지 못해 전두환 장군의 분노를 사게 되었고, 외아들을 잃어 슬프고, 갑자기 잘 나가던 회사가 부도가 나자 놀란 부인 김명자 여사는 실명을 하게 된다.
참고로, 2018년 12월 14일에 [디센터 스냅샷]의 김흥록 기자가 보도한 글을 소개한다. 제목은 “정희찬 변호사 ‘1년전 암호화폐 실명제 발표, 80년대 국제그룹 해체 떠올랐다’”. 정희찬 안국 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지난해 2017년 12월 정부가 발표한 암호화폐 거래 실명제와 관련 4건의 헌법소원 사건을 진행하고 있다. “이번 헌법소원은 금융 관치라고 하는 우리 경제의 오랜 문제에 대한 헌법적 평가라는 측면에서 중대한 의미를 갖습니다.” 정 변호사는 “발표 당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단상에 서서 ‘현행 방식의 가상계좌 활용을 금지합니다’라고 말했다. ‘금지할 예정입니다’라거나 ‘금지를 하도록 입법하겠다’가 아니라, ‘금지합니다’였다”며 “국무조정실장이 어떤 자리길래 어떤 법률에도 근거하지 않은 채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지 (발표 영상을) 보면서도 놀랐다”고 했다. 그는 “국민을, 헌법을 얼마나 무시하면 그런 표현을 쓸 수 있는 것인가”라며 “그때 헌법소원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의 암호화폐 거래실명제 조치를 보면서 1985년 국제그룹 해체 사건이 떠올랐다고 했다.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재무부 장관은 국제그룹의 어음 거래 은행이던 제일은행장에게 국제그룹을 해체하도록 지시하고, 은행 측은 국제그룹의 해체를 발표했다. 한때 재계 순위 7위에 올랐던 국제그룹은 이후 정권의 말 한마디에 공중 분해됐다. 주거래은행을 이용해 특정 기업의 자금 흐름을 막는 방식이었다. 이 사건은 추후 헌법재판소로 넘어갔고 헌재는 이를 위헌으로 결정했다. 법률 근거 없이 공권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사실적 권력행위’라고 헌재는 판단했다. 정 변호사는 “국제그룹 해체할 때도 그 표현은 ‘국제그룹을 해체합니다’였다”며 “은행을 이용해 공권력을 구현하는 방식이나, 법도 없이 이런 발표를 하는 모습을 보면서 30년이 지나도 변한 게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한국 기업인들에게는 1970년대의 ‘검인정교과서 탄압 사건’과 1980년대의 ‘국제그룹 해체 사건’처럼 정권에 잘못 보이면 대기업이라도 살아남기 어렵다는 경험이 있다. 며칠 전 2021년 2월 2일자 [시사인]의 ‘탐사보도’에 보도된 내용이다. “징역 2년6개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실상 최종 선고받은 형량이다”. 한 달 전 1월 18일 이재용 부회장은 파기환송심(재판장 정준영) 선고공판에서 법정구속되고 그 자리에서 곧바로 서울구치소로 갔다. 3년 만의 재구속이다. 이병철 회장의 뇌물 220억 원(전두환), 이건희 회장의 뇌물 100억 원(노태우), 삼성의 대납 로펌 수임료 89억 원(이명박·다스) 등 8건의 삼성 총수 범죄는 이재용 부회장의 첫 실형으로 이어졌다.
[참고] 1980년 대 프로스펙스 운동화: 프로스펙스는 다양한 제품을 팔지만 주력 상품은 아무래도 운동화이다. 1949년 정미소를 경영하던 양태진 사장과 아들 양정모 상무가 부산에 설립한 국제고무라는 고무신 제조회사와 국제화학주식회사가 오늘날 프로스펙스의 시초. 1981년에 브랜드 '프로스펙스' 개발. 그러나 1985년에 한일합섬으로 인수되었다.
[참고] 김흥록 기자, 2018년 12월 14일, [디센터 스냅샷]
https://www.decenter.kr/NewsView/1S8GNVHFZ7
[참고] 〈시사IN〉탐사보도, https://subscribe.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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