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안 스님의 승만경 강화] 36. 깊고 미묘하고 큰 공덕 덩어리
36. 아난과 제석에게 당부하다
〈원문〉
그때 세존께서는 기원의 숲으로 돌아오셔서 장로 아난(阿難)에게 일러주고, 또 제석천왕을 생각하였다. 제석은 여러 권속들을 데리고 홀연히 부처님 앞에 이르렀다. 그때 세존께서는 천제석과 장로 아난에게 이 경을 자세히 말씀하시고, 제석에게 당부하였다.
“그대는 마땅히 이 경을 받아 지니고 잘 외우라. 교시가(尸迦)여, 선남자와 선여인이 항하의 모래알 같이 많은 겁 동안에 보리행(菩提行)을 닦으면서 6바라밀을 행하고, 다른 선남자와 선여인은 이 경을 듣고 받고 읽고 외우고 나아가 또 몸에 지닌다면, 이 사람의 복이 앞 사람의 복보다 많을 터인데, 하물며 여러 사람에게 자세히 설하여 주는 공덕이야 말할 게 있겠느냐? 그러므로 교시가여, 이 경을 읽어 외우고 삼십삼천(三十三天)을 위하여 자세히 설해 주도록 하라.”
그리고 다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도 이 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며, 사부대중을 위하여 널리 설해 주도록 하라.”
이때 제석천왕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 경을 무엇이라 이름하며, 어떻게 받들어 지녀야 합니까?”
부처님께서는 제석천왕에게 말씀하셨다.
“이 경은 한량없고 가없는 공덕을 성취한 것이다. 일체 성문이나 연각들로는 끝까지 관찰하거나 알고 볼 수 없느니라. 교시가여, 마땅히 알라. 이 경은 매우 깊고 미묘하며 큰 공덕 덩어리이니라. 이제 너에게 그 이름을 간략히 말하리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그때 제석천왕과 장로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말씀하신 대로 받아 지니겠습니다.”
〈강설〉
기원정사로 돌아온 부처님이 아난과 제석(교시가)에게 〈승만경〉 수지를 당부하는 장면이다. 승만 부인이 설한 이 경이 어떤 경인지 이름을 들어가며 전체 내용을 다시 요약하여 설해 주시고 이 경을 사부대중에게 유통시킬 것을 당부한 것이다. 경전의 마지막 부분을 ‘유통분’이라 한다. 모든 경전을 서분(序分), 정종분(正宗分), 유통분(流通分)의 삼분으로 나누어 경전의 전체 내용을 파악해 온 관례가 있다. 부처님과 승만 부인 사이에만 대화가 전개되다가 경의 말미인 ‘유통분’에 와서 아난이 등장하는 것은 아난이 유통교해(流通敎海)의 일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아난을 경가(經家)라고 칭하며, 다문제일(多聞第一)의 제자로 부처님으로부터 들은 말씀을 부처님 열반 후 경전을 결집할 때 송출(誦出)해 내었다.
제석은 힌두교의 신으로서 고대인도에서는 인드라(Indra)라고 불렀으며, 불교에 들어온 이후 제석천으로 불리게 되었다. 일설에는 제석천은 원래 마가다국(Magadha)의 브라만으로 있었던 사람으로 보시(布施) 등의 공덕을 닦음으로써 도리천에 태어나 삼십삼천(三十三天)을 통솔하는 천주가 되었다고 한다. 도리천은 사방으로 8천이 나누어져 있고 중앙에 선견천(善見天)이 있어 합하여 33천이 되므로 때로는 33천이라 부르기도 한다. 석가모니부처님도 이 도리천에 올라가 9순(九旬)을 머물며 생모였던 마야 부인을 위하여 설법해 주었는데 그 내용을 수록하고 있는 경전이 〈지장보살본원경(地藏菩薩本願經)〉이다. 제석은 도리천의 선견천에 있는 천궁 제석궁에 머물면서 불교의 호법주신(護法主神)으로서의 역할을 한다. 때로는 아수라와 전쟁을 하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승만경〉을 부처님은 승만 부인이 사자후한 경이라고 이어 말한다. 경전의 격을 높여서 말한 것이다. 이는 이 경이 대승정신을 실천하는 좋은 본보기가 되는 경이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는 이 경을 많이 연구해 왔으며, 대승의 가르침을 일상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무엇보다도 실천적인 면을 강조해 놓은 점이 부각되고 있다. 승만 부인이라는 한 우바이를 통하여 대승적 생활이 어떤 것인가를 보여 주었다 할 수 있는 경이다. 거듭 말하자면 여래장사상과 구경 일승의 이치는 여래만이 알고 있는 매우 심오하고 미묘한 법이라는 것을 강조, 일불승의 사상을 천명해 놓은 대승불교의 비중 높은 경전이다.